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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2/04 19:06:03
Name nickyo
Subject [일반] 부모님과 장남.또는 장녀.
저는 장남입니다.
결혼을 딱히 할 생각은 없지만, 한다게되면 한국사회의 특수성을 포함하여 부모님의 남은 여생은 힘들거나 외롭지 않도록 보내게 돕고 싶습니다. 인생의 좋은 때를 자식들을 위해 그렇게 힘들어 함에도 헌신을 끊이지 않았던 우리 부모님에겐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주 짤막하게 만든 현대인의 삶입니다. 저는 저 만화속에서 그 무엇보다도 안타까웠던 것은 늙어버린 부모가 웃으며 서운해하는 일련의 모습들이었습니다. 어째서 우리는 은혜에 대해 이리 쉽사리 잊게 되는 것일까요?


최근에 친구과 아는사람 사이의 여성들과 대화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네들은 이제 대학교4학년이고, 몇 년만 있으면 결혼이 실제로 다가올 나이기도 했지요. 당연히 화제는 남자 남자 남자 취업 남자 남자 남자 취업 먹을것 정도의 이야기였고, 흔히 말하는 좋은남자 멋진남자 나쁜남자 섹시한남자따위의 화제에 흥겨워하며 웃어줄 수 있었습니다. 모두가 아는 익숙한 이야기들 말이죠. 그러나 단 한부분에서 크게 기분이 상해 그 친구들과 말싸움을 벌이고 자리를 떠 버렸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여성들이 기피하는 결혼상대는 돈을 못벌거나 몸매가 뚱뚱하거나 얼굴이 못생겼거나 키가 작거나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장남'이라는 타이틀을 지닌 남자. 장남은 안돼. 장남과는 결혼하지 않을꺼야. 왜냐하면 나는 '시부모'랑 고생하며 살기 싫거든. 따위의 이야기들. 저는 너무 화가 났습니다.


가끔 결혼을 잘 한 누나들의 이야기를 들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남편이 불효자일수록 행복하다는 이야기. 시부모에게 이것저것 신경쓰는건 '불행한 결혼생활'이라는 이야기들. 돈 없는 남자랑은 결혼 못해, 나보단 잘살아야지, 키작은 남자가 남자냐 따위의 구역질 나는 화제들보다도 더 화가나는 이야기였습니다. 대체 어디까지 이기적이어야 하는지 모를정도로요.


'장남'이건'장녀'건, '차남'이든 '차녀'든. 모든 남자와 여자는 부모에게서 약 20년가량의 (또는 그 이상의)양육과 보호를 받습니다. 당연히 한국사회에서 부모란 자신에게 땔래야 땔 수 없는 가장 가까운 가족구성원이자, 때로는 자신의 목숨보다도 소중하게 여겨지는 사람들입니다. 당연히, 자신의 부모는 자식을 사랑하고 자식은 자신의 부모를 사랑하고 공경하는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나이가 들 수록 부모님의 왜소해진 등짝과, 희어져가는 머릿결에 슬퍼하게 됩니다. 가끔 아버지와 목욕탕에 가면 불과 십년만에 가늘어진 허벅지와 얇아져버린 등, 좁아진어깨가 너무나 큰 현실로 다가와 울컥하곤 합니다. 그렇게 부모님이 노화하는 것은 굉장히 슬프고, 그것은 곧 우리 부모님에게 허락된 현세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뜻합니다.

그래서 저는 부모님에게 잘하고싶습니다. 저희 부모님을 모실 수 있다면 모시고 싶고, 부모님이 자유롭게 노후를 즐기길 원하시면 가까운곳에 따로 살면서 노후를 좀 편히 보내실 수 있도록, 그리고 가족임을 언제나 느낄 수 있도록 따뜻한 노후를 마련해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이것이 아주 일반적인 사고라고 생각했습니다만,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에겐 그렇지가 않나봅니다.

물론 저는 단순히 '남자집안의 부모님만을 모시고 살자!'따위의 가부장적 이야기를 하고싶지는 않습니다. 나의 부모님이 내게 크고 소중한만큼, 저의 배우자, 또는 타인의 부모님은 그분들에게 있어서는 그 무엇과도 바꾸지 못할 소중한 분들일겁니다. 당연히 저는 제가 배우자가 생긴다면 매우 어려운 일이겠으나 양가 부모님의 노후를 위해 제가 좀 힘들더라도 충분히 도울 수 있을만큼 노력하고 싶습니다. 좀 불편하고 고생스럽더라도, 그게 '나를 여태껏 돌보아준 분'에게 대한 마땅한 인간으로서의 도리이며, '내가 이토록 사랑하는 사람을 키워주신 분들'에 대한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장남이 싫다는 여성분들이 그저 '고부살이가 싫다'의 이야기로 끝났으면 저도 꾸욱 참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남편의 부모와 만나고 부대끼고 하는건 싫으면서, 친정의 부모님은 꼬박꼬박 선물도 해야하고 용돈도 드려야하고 섭섭하지 않게 해줘야하는 생각들. 그리고 그것을 잘 해주는 '불효자'남편을 '행복하게 해 주는 좋은 남편상'이라며 이구동성하는 모습이 너무 화가 나더군요. 그 어떤 자식에게도 소중하지 않을 부모님들인데 노골적으로 그러한 것을 드러냄이 얼마나 기분이 나쁘던지 참.


이글을 읽을 대부분의 남성 여성분들은 아마 가정을 이루시게 될 겁니다. 그리고 언젠간 하나나 둘 또는 그 이상의 자녀를 키우시겠지요. 당연히 눈에 넣어도 안아프단 말이 나올 정도로 소중하게 키우실거고, 그런 자식들은 언젠가 '장남'또는 '장녀'가 되어서 결혼을 하고 새로운 가정을 꾸리게 될 겁니다. 그럴 때에 자식중 한명이 '나의 배우자는 부모님을 모시고 싶어하지 않아요. 죄송해요'라며 명절때 얼굴비치는 것만 할 줄 아는 자식들이 되어버린다면 그 씁쓸함이 얼마나 클지는 상상조차 가지 않습니다. 아니, 그런 말을 시킨 자식의 남편 또는 아내가 너무나 미워질 것 같습니다. 그토록 사랑했던 자식이 이렇게 떠나가는건가 하는 상실감. 저는 그러한 상실감을 부모님께서 겪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물론, 부모님들중에는 오히려 같이 사는걸 싫어하시며 자유롭게 사시길 원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저희 부모님이 만약 그렇게 원하신다면 저는 당연히 부모님의 의사를 존중하여 최대한 자유롭게 사시면서도 자식때문에 서운하거나 섭섭할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이는 배우자에게도 마찬가지며, 세상에 부모님으로부터 생명을 받은 한 자식으로서의 도리를 다 하겠다는 마음이기도 합니다.

이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 만이라도, 어디가서 '나는 부모님 모시고사는건 딱 질색이야. 인생 시궁창같을걸 생각만해도 짜증나. 우리 부모님은 좋지만 솔직히 배우자네 부모님 내가 알게 뭐야?'따위의 이야기는 절대 하지 말아주세요. 그 주변에 결혼적령기의 자식이라도 둔 어른이라도 계신다면 그만한 독바른 혓바닥으로 이뤄진 비수도 없을테니까요.


장남, 싫어하지마세요.


P.S: 제가 들은게 장남에 대한 불만이었을 뿐, 그리고 대한민국 사회의 특수한 결혼 후 가정환경에 의해 장남에 대한 불만이 많을 뿐, 여성들에 대한 집단적 비하를 하고자 하는게 아닙니다. 장남이 그렇듯이 혹시 장녀를 꺼리며 배우자의 부모님에대해 노골적으로 싫은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이 남성이었다면 저는 '장남'을 '장녀'로만 바꾸어서 똑같이 이러한 글을 썼으리라 생각합니다. 동봉한 만화 한편처럼, 인생은 참으로 덧없고 짧으면서도 가련하나 그만큼 빛나고 행복하며 짜릿하고 기쁜, 그리고 씁쓸하고 외로우나 즐겁고 따스한. 그런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인생을 살게 해 준 부모님의 여생에 대해 조금은 신중하게 이야기를 하는게 옳지 않나 싶습니다. 그게 나의 부모님이든, 타인의 부모님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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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04 19:10
수정 아이콘
저희 부모님께서는 우리 데리고 안 살아도 된다 말씀하시지만 참.. 마음이 그렇죠.
저도 양대리그[?] 장손이라서 쉽게 결혼할 생각은 그닥 안 하고 있습니다.
시부모님도 시부모님이지만 여자애들한테 물어보니 제사도 싫어하는 애들이 있더군요...

그렇다고 제가 이런 이유 때문에 안 생긴 건 아닙니다 ㅠㅠ
와룡선생
10/02/04 19:12
수정 아이콘
어덯게 보면 사는게 참 힘들죠..
생기기도 힘들고
생겨도 힘들고
생겨서 결혼해도 힘들고

힘들어도 다 해쳐나가야죠~
메모광
10/02/04 19:13
수정 아이콘
사이로 빠지는 이야기인데, 첨부하신 그림을 보면서 가슴이 찡하더군요. 아마도 제 얼굴을 오버랩시켜 보아서 그런가 보네요. 곧 결혼하는데, 마음이 무겁습니다. ㅜㅜ
10/02/04 19:16
수정 아이콘
메모광님// pgr에 접속하시는 많은 분들은 만화의 주인공 세대(아버지가 될 성인들또는 그 이상)겠지만.......막상 나 또한 저 그림에 나오는 자식이었다고생각하면 정말 씁쓸해지죠. 이런거 잊지 말아야 하는거 같아요 정말. 당연하게 있는 소중한 것들이 진짜 소중하다고 느껴야 하는거 같아요.
survivor
10/02/04 19:17
수정 아이콘
여자가 시댁을 위해 일하는 만큼 남자도 처가를 위해 희생해주는게 있어야 하는데 한국가족의 시스템으로는 전혀 불가능하죠.
힘을내요힘
10/02/04 19:18
수정 아이콘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알것 같습니다. 저도 장남이거든요. 아직 결혼은 안 했습니다만, 주변에 결혼을 한 수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나라'에서 결혼이라는 것이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먼저 느낍니다. 그런데 님께서 글에서 언급하신 사람들은 답이 없는 분들이죠. '우리부모님은 좋지만, 배우자 부모님은 싫다' 라는 마인드를 갖고 결혼이라는 굴레속으로 뛰어들 생각을 하고 있다면 아직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은 분들이겠네요.

그런데,,, 그런데 만약 제 사촌여동생이(여동생은 없어요) 시부모를 모시고 살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가슴이 아플것 같기는 합니다. 아직까지 우리의 결혼은 여자에게 더 많은 희생을 강요한다고 보거든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는 장남입니다.
로즈마리
10/02/04 19:20
수정 아이콘
장남을 싫어하는건 아니지만, 저희 큰오빠와 결혼한 새언니의 사는모습을 보면
장남과 결혼하고 싶진 않더라구요-_-;


근데 지금 사귀고 있는 남친은 장남입니다....;;
Who am I?
10/02/04 19:21
수정 아이콘
현실적인 이야기를 좀 해드리고 싶네요.
효자랑 살면 힘들다는건 그 효자가 지가 효자인 경우가 별로 없어서입니다. 여자와 함께 효도를 하고 싶어하던가, 여자를 시켜서 효도를 하고 싶어하던가 하죠. 왜냐구요? 평생을 그리 안살아봤기때문입니다. 자식이란 존재는 부모에게 받는것이 굉장히 익숙한 존재들입니다. 남녀불문. 으로요.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 효도도 하고 싶고, 그게 당연한것 같은데 몸은 안움직여요. 그러니 어쩝니까- 마누라 주방에 밀어넣고, 마루에서 바둑이나 두는거죠. 너무 적나라 한가요. 하하하...

여자들은 왜그러고 사냐구요?
저도 그게 이상해요. 왜 남자들은 여자 친정에 오면 tv만 끌어안고 잘까요.

부모님 모시고 살고 싶으신 분들은, 과연 여자의 부모님을 모실 생각은 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하긴...모신다고 해도 실제로 친정부모님 모시고 사는 사람들은 그리 눈치가 보인다더군요.

장남 싫다고 하는거 그냥 이기적인게 아닙니다. 철없고 이기적이어서-라고 생각할 문제는 아니지요. 시댁에 하는거 친정에 절반만 하려고 해도 욕먹는 며느리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여자들이 가지는 그런 공포감일뿐입니다.

.....아 왜 이런 문제를 들고 나오셔서 이런 댓글을 쓰게 만드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문제는 이곳에서 이야기 하기에 적절한 소재가 아니라구요........후우.


....난 결혼은 커녕 애인도 없는데 왜 이런 댓글을 쓰고 있을까요.; 먼산-
10/02/04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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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rvivor님// 힘을내요힘님// 공감을 하는 바입니다. 그것이 바로 한국사회에서 아직 사라지지 않은 가부장적 특수성이겠지요. 그러나 사실 이러한 가부장적 문제에서 남편,또는 아내의 부모님이 함께 살기를 원하지 않으실 경우에는 그저 남편과 아내 서로 자신의 부모님보다 상대의 부모님에게 잘해주려고 하면 아주 쉽게 풀릴 문제입니다. 내가 좀 힘들고 피곤하더라도 배우자의 부모님이신데 조금 더 잘해드리자. 서로 이러한 결혼상대를 만나면 양가가 참 좋을거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끔 드는 생각인데, 남자건 여자건 돈많고 멋있고 예쁘고 몸매좋고 이런것보다는 사람의 됨됨이와 성실함, 끈기 따위가 얼마나 괜찮은가가 정말 중요한것같습니다. 그깟 돈, 외모 , 지위따위는 80되서 관 안에 눕기전에는 모르는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힘을내요힘
10/02/04 19:27
수정 아이콘
아, 그리고 개인적으로 저도 주변 여자분들에게 효자들을 추천하진 않습니다. 결혼이라는 것이 저는 배우자가 우선이 되야 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일부 효자분들을 그것을 망각하시는 경우가 있는것 같더군요. 자신의 부모님이 소중한 만큼 자신을 믿고 따라와준 배우자도 무척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는데, 중간에서 균형을 못잡는 분들이 꽤 있더라구요. 물론 일부입니다만..
10/02/04 19:30
수정 아이콘
Who am I?님// 매우 적절한 코멘트십니다. 사실 이 문제의 가장 커다란 원인은 기존 가부장적 제도속에서 자리한 여성들의 개인적 삶에 대한 희생.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모든 장남이 꼭 친정에서 티비만 끌어안고 사는 것은 아니니까요. 만약 당하고 겪은사람이 장남싫다 - 이런삶은 싫다-며 이혼을 한다면야 저 또한 한마디 할 말이 없겠습니다만, 그저 '장남'이니까 싫고, 앞뒤 자르고 그저 생판 남이다 싶은 부모님과의 새로운 마찰과 집안일따위가 싫다면 그것도 이기적이지 않다고 할 수 있을까요? 배우자 부모님에게 자기 부모님에게 하는 만큼 잘 하려하고 명절때 같이 손수 집안일 돕자고 부엌들어와 서투른 솜씨로 전부치고 설겆이하고 떡 빚고하는 남자도 분명 상당수 존재하거든요. 비율로 너무 낮아서 그렇지. 그런 남자들이 점점 더 많아져야 함이 당연하고, 때문에 더욱 여성들이 그러한 공포에 사로잡힌 편견을 멀리해야한다고 생각해요. 뭐, 어떻게 보면 여성들께서 그런 남성을 골라내는것도 능력이긴 하지만 저런 성품이 결혼정보회사의 점수목록엔 없더군요. 장남이 감점요인이기는 해도 말이죠.
10/02/04 19:31
수정 아이콘
릴리러쉬님// 아 진짜 마음고생 심하시겠네요. 이래서 남자나 여자나 예로부터 여자는 남자때문에 고생하고 남자는 여자때문에 고생한다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닐지도..
총알이모자라
10/02/04 19:32
수정 아이콘
간단한 해결책이 있습니다.
부모님 다 돌아가실때까지 기다렸다 결혼하세요. 어느쪽이든...
릴리러쉬
10/02/04 19:33
수정 아이콘
nickyo님// 아 댓글 그냥 지워버렸는데 하하..아무튼 며느리분들이 파워가 쎄셔서...저희 집안 지금 거의 의절 직전이에요.
근본적인 문제는 어쩌면 무능력한 남편에게 있는걸지도 모르지만요..
할머니 아무도 안 모셔서 병원에 계시고..자기들은 병원비만 내고 그만이에요..명절이건 뭐건 오지도 않고..
제가 가끔 가긴 가는데 저도 혼자인지라 자주 못 찾아뵈서 죄송스럽네요.
저한테도 병원비 보태라고 해서 학생이지만 그것도 내긴내지만 그것보다는 자주 찾아가야 할텐데..
내일한번 가봐야겠네요.
10/02/04 20:02
수정 아이콘
총알이모자라님// 초 간단한 해결책이긴 한데 현재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을 보아하니 양가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에 결혼하려면 평균 50 세 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으니 그때엔 결혼하고 싶어질지 모르겠네요. 하다못해 자식을 낳을수도 없는 나이인데...
장남과 부모님을 모시는 문제는 사실 쉬운게 아니죠.
저는 막내입니다만 장남인 형은 결혼을 안했죠(못했을수도 있습니다. ^^;) 물론 장녀인 누나도 결혼을 못했으니 "장"이라는 글자가 가지는 그 무게가 얼마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막내인 저에게도 시댁과 처가댁이 가지는 무게는 만만치 않습니다.
양가를 똑같이 한다는게 일단 쉽지 않거니와 "시"만 들어가도 이야기가 안되는 며느리가 많이 있습니다.
이건 단순한 경험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며느리들이 겪어야 했던 며느리로서 겪었던 설움이 몸에 유전인자로 유전이 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물론 아들로서 극진한 효자가 아닌 저도 아내의 "시"댁에 대한 불평을 듣고 있으면 이해는 가지만 불편한 건 어쩔 수 없더라구요.
방법은 일단 사위로서 처가댁에 열심히 잘하고 아내에게 "시"댁에 좀 더 관심을 가져주길 부탁해 보는 수 밖에 없죠.
물론 이 방법이야 결혼 한 이후이고 결혼까지 가기 쉽지 않아 보이니 문제네요... T.T
화이트푸
10/02/04 20:41
수정 아이콘
총알이모자라님// 농담으로 쓰신글 같은데 글이 아리송송하네요.(오래 사시면 해라도 할것같이 생각되는 제 사고가 나쁜건가요?)

더 쉬운 방법이 있습니다. 그냥 독신으로 사는것이죠. 부모님 돌아가실때까지 기다릴꺼 뭐 있나요. 부모님의 수명이 정해져 있는것도 아니고 부모님은 나름대로 자식이 결혼하고 손주를 낳는 모습도 보고싶어 하실텐데 말입니다.
총알이모자라
10/02/04 20:41
수정 아이콘
결혼을 떠나서 부모님들이 영원히 사시는건 아니죠. 나도 영원히 사는건 아니고..
서로 깔끔하게 지내면 참 좋으련만... 누가 아프고 싶어서 아프고 사고나고 싶어 사고나겠습니까?
우리 큰누님은 둘째와 결혼했는데 사돈댁의 장남분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셔서 장남이 되버렸네요.
어차피 인생은 한치앞을 모릅니다. 어느 정도는 불편함을 인정하고 감수하는게 편할겁니다.
남의 부모라고 생각하면 서로다 힘들죠. 부모님이 더 생겼다고 생각하는게 유일한 답입니다.
총알이모자라
10/02/04 20:43
수정 아이콘
화이트푸님// 내 부모는 소중하지만 남의 부모는 모시기 싫다는 심리에 대한 직설적인 표현이죠...하하
정지율
10/02/04 20:54
수정 아이콘
솔직히 말해 남의 부모 맞죠. 본인에게야 몇십년동안 공을 들여 키워준 부모님이지만 아내나 혹은 남편에게 그분들은 아내나 남편의 혈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데 처음부터 잘하길 바라는 건 무리라고 생각해요. 차차 맞춰가야죠. 그런데 그 사실을 무시하고 무조건 내 부모님이니 잘하라고 서로에게 요구하니까 삐걱거리는 거 같아요.

이렇게 말하고 있지만 저도 걱정이 큽니다.. 제 동생은 장남이고, 저는 장녀고. 둘다 이래서야 결혼 할 수 있을까요. 저야 포기했다지만 제 동생은 꼭 장가가서 조카들 보여줬으면 좋겠는데..ㅠㅠ 제가 부모님 모신다고 하면 제 동생은 결혼 쉽게 할 수 있겠죠?ㅜㅜ
10/02/04 21:04
수정 아이콘
장남으로서 그여자분들같은 여자 만날까 무섭습니다. 진심으로.
10/02/04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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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이제 3~5년 있음 결혼 적령기가 찾아오는데 이제 장남 이런거 의미 있나요? 제 친구들을 봐도 그렇고 한 집에 형제가 3명 이상 있는 집은 드물고요. 거의 2명 아니면 1명이죠. 2명인 집도 남매인 경우가 많고요.
10/02/04 21:08
수정 아이콘
정지율님// 남의부모긴 한데, 또 자기가 사랑하는 배우자를 나를 이렇게 키워준 부모처럼 고생하고 헌신하며 키웠겠구나 라고 생각하면 충분히 타인 이상으로서 대할 수 있을거같은데..제가 이상한건지도 모르죠 뭐. 서로 내 부모님이니 잘하라고 요구하는건 좀 그렇긴하지만, 어차피 해야만 하는 일이라면 서로의 부모님들이 섭섭해하지 않도록 젊을때 좀 힘들고 삐걱거리는거 좋게 생각하면 좋을거같은데 말이죠..그렇지 않을까요? 사실 참 박애적인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네요. 어쨌든 남보다는 내가 소중한게 사람이긴 하니까..

희주님// 저도 장남 제가 안생겨서 이런거 쓴건 아니구요..
10/02/04 21:15
수정 아이콘
who am I 님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하네요..
물론 사랑하는 배우자를 키워주신 분들이고, 마음으로 잘 해드려야하는 게 당연하지만..
사실 얼마나 낯설고 어려운 분들이겠습니까.. 물론 며느리로서의 도의는 기본적으로 갖춰야겠지만
낯설고 두렵고 어려운 부담감을 배우자와 서로 나눠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이런저런 문제에 부딪혀 쉽지 않죠.

그리고 여자도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면서, 힘들기도 하고 부모님 생각에 애틋하기도 할텐데 아무래도 친정부모님보다는
시댁부모님께 해드리는 게 더 많으니, 섭섭하고 그래서 삐걱거리게 되겠지요..

냉정한 얘기지만; 자기 효도는 각자 자기가 하면 되지 않을까요.. 상대방에게 강요하지 말고.
대신 서로의 부모님께 며느리, 사위된 기본 도리만 제대로 하면 될듯..
정지율
10/02/04 21:22
수정 아이콘
nickyo님//플링님께서 제가 하고픈 말을 다 해주셨네요. 덧붙여서 생각이야 두분 다 잘해드리면 된다지만 톡까놓고 말해 며느리가 시부모님 모시는 건 당연한거고 사위가 친정부모님 모시는 건 효도하는 거라고 한다잖아요. 게다가 시부모님, 특히 시어머니 입장에서는 고이 기른 자식을 생판 모르는 여자가 낼름 채어가는 기분이 들어서 며느리에게 차갑게 대하는 분들도 많고요. 제가 다음 미즈넷에 종종 들어가는데, 거기서 글들을 읽다보면 며느리를 아들의 배우자가 아니라 내 아들을 뺏어간 철천지 원수처럼 대하는 시어머니들 이야기를 읽다보면 대략 정신이 멍해져요. 자식도 물론 노력해야겠지만 그런 자식들을 대하는 부모님 역시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한다고 봐요.
10/02/04 21:31
수정 아이콘
결혼을 한다는것은 새롭게 본인의 가정을 꾸려나가는것인데, 일차적으론 본인의 가정 구성원인 배우자가 우선이 되어야겠죠. 본인과 배우자가 할수 있다고 무의식적으로 정한 한도 내에서 부모님에 대한 도리를 다하는것이 정답일터인데, 그리 행동하지 않고 '내' 부모가 우선시 되는 가정이라면 그게 문제가 되는거겠죠. '나는 결혼하고 나면 지금껏 나를 길러주고 키워주신 부모님에게 잘할것이다'라는 마음을 먹기전에 지금부터 '내'부모님 공경하고 잘하게 된다면 새로운 가정을 꾸리게 되더라고 그버릇 어디 못주고 '우리'부모님 모두에게 잘 할거에요.

그리고 다른말이지만, 전 둘째라서 어렴풋하게 느끼는 것이지만 한 가족 테두리에서의 장남 혹은 장녀의 위치는 정말 힘든 자리인듯합니다. 어렸을땐, 첫째니까 좋은것만 받고 좋은것만 입고... 하며 부러움과 질투가 섞인 맘이 들기도 했지만 어느정도 나이를 먹고 보니 제 언니가 그동안 가족을 위해 했던 노력들이 하나하나 보이면서 막중한 책임감이 있는 자리라는걸 깨달아버렸어요. 그 자리, 장녀 자리를 내게 준다하면 고개 절레절레 저으며 거절할거에요.
정지율
10/02/04 21:37
수정 아이콘
요비님// 부모님과 동생 사이에 뭔가 트러블이 일어나면 저는 부모님께는 그게 아니라 어쩌고 저쩌고. 하고 동생에게는 아니 엄마아빠가 너 미워서 그런게 아니고 어쩌고 저쩌고.. 그런데 정작 제가 부모님께 잘못하면 절 대변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게 슬퍼요. 흑흑. 동생녀석은 누나 실드 쳐줄 생각은 안하고 누나가 잘못했잖아 어쩌고.. 야 임마 난 너 잘못했어도 그게 아니라하고 실드쳐줬는데..ㅠㅠ

근데 난 왜 내 편 들어주는 사람도 없는데 자동 실드 치기가 되나.. 했더니 제가 다 장녀고 큰애라서 그런거였군요. 제길..ㅠ_ㅠ
10/02/04 21:39
수정 아이콘
전 장녀인데요 요즘같아선 남편이 제 부모님 챙겨주고 잘 지내준다면 소원이 없을것 같아요
그냥 우리 아버지랑 잘 놀아 준다면(?) 좋겠다 싶은데
... 유대감 없이 무턱대고 맺어지니 관계이니 관심사가 통할리 만무하네요
이런 생각 자체가 비현실적인 바람인 듯
날 낳아준 사람이니 잘 해야한다- 는게 어떤 사람의 입장에선 강요일 수 있으니까요..

아 맞다 나도 바라는만큼 해야겠구나..게다가 전 여자네요 이 글 보니 오싹해요
남자의 의지와는 별개로 시댁에서도 요구하는 바가 있는데 게다가 남자까지 나선다면 아.. 머리야..
결혼생각 급격히 없어지네요
서늘한바다
10/02/04 21:58
수정 아이콘
clear님// 공감하는 바이네요. 제 친구가 제 사촌오빠하고 결혼했는데 이건...원... 처가에 자주 가는 편이긴 하지만 친구들하고 술 마시고 새벽에 처가에 들어가거나 아침은 그냥 처 자느라고 생략.... 사돈댁 어른들 뵙기 민망합니다. 고등학교때부터 알고 지내는 분들이신데 말입니다.ㅜㅜ 제가 그럽니다. 네 아내가 시댁에 가는데 그렇게 술 마시고 들어가거나 아침에 잔다고 안먹는다고 하면 뭐라고 할거 같냐고...
거참... 딸 둔게 뭐라고 그저 오냐오냐 하시는 사돈어른들... 정말 제가 죄송합니다..ㅜㅜ
10/02/04 22:09
수정 아이콘
서늘한바다님// 울 형부도 그러는데, 울 집에 왔다하면 저녁에 홀로 혹은 언니 데리고 나가서 대학 친구들이랑 술 퐝퐝 먹고 새벽 2~3시에 들어와요. 한번은 화나서 문안열어준다고 혼자 버럭버럭 화냈는데 부모님께서 그러지 말라며 저를 꾸짓더군요. (저나 언니가 홀로 술먹고 그때 들어오면 혼내시면서...ㅠㅠ)

그래도 가끔 정말 큰일 터질때 딸뿐인 제 집에서 형부가 든든한 맏이 노릇을 해줘서 참 많이 고맙답니다. 딸밖에 없는 집안에 장가와서 은연중에 장남 노릇을 하며 제 부모님을 기쁘게 해줄때가 있어서 술먹고 늦잠자고 일어나서 해장국 먹으며 "울 어머님 해주시는 해장국이 최~고"하는 형부를 마냥 미워할수 없어요.
나야돌돌이
10/02/04 22:15
수정 아이콘
서늘한바다님// 요비님// 흐흐, 두분 말씀에 심히 공감이 가네요

우리집이 큰집이라 명절이면 다들 오는데, 고모부들이 술고래들이라 집에서 1차 하시고는 꼭 밖에서 2, 3차까지 돌고 오셨습니다, 그것도 당뇨병을 지니고 계신 제 아버님과 작은 아버지들까지 끌고서, 정말 죽어라 밉대요

진짜, 입장이 바뀌어서 어머님과 작은 어머니들이 저러셨다면 과연 괜찮았을까 싶더라고요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 해도 일반적으로 며느리와 사위는 다르죠, 며느리는 시집에 와서 며느리 구실을 해야 하지만 사위는 그래도 처가에 오면 사위대접을 받지요, 구실과 대접, 그건 엄청난 차이입니다

뭐 요즘은 처가에 살갑게 해주는 남자들도 많이 늘어나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그래도 사위보다는 며느리가 더 힘들어요
서늘한바다
10/02/04 22:16
수정 아이콘
요비님// 하고 싶은 말은... 솔직히는... 사위하고 며느리하고... 기대치가 너무 다르다는 거죠.
10/02/04 22:24
수정 아이콘
나야돌돌이님// 서늘한바다님// 뭐 공감하는 바라 따로 크게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만 앞으로 점점 더 달라질 겁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98470.html
이 뉴스를 보더라도 딸로서의 위상이 점점 더 달라질테니까요.
다만 지금 20 ~ 30대의 여성으로서 겪는 결혼과 육아 그리고 시댁과 처가댁의 환경 차이로 인한 괴로움에 대해서는 심심한 위로를 드립니다. (__)
냥이낙타
10/02/04 22:28
수정 아이콘
별의별 정신이 멍해지는 시집살이 이야기나, 네이버 등지의 몰지각한(?) 리플들만 보다가 nickyo님처럼 '아내의 부모님도 내 부모님'이라고 말해주는 분을 뵈니 마음이 한결 편해지는군요. 그치만 저도 플링님처럼 '자기 효도는 직접!!'이라고 생각하는건, 역시 제가 상대적으로 부담을 많이 지게될 가능성이 높아서겠죠.
10/02/04 22:36
수정 아이콘
이거 참 힘든 문제죠. nickyo 님께서는 이미 많은 생각을 해보신 것 같습니다만, 막상 결혼해보면 그 이상으로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저는 지금은 외국에 나와있어서 자연스럽게 양가 모두에게 불효를 하고 있습니다만, 한국에서 결혼생활 5년 하는 동안 나름 어려운 점들이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뭐랄까... '상대방 부모님은 솔직히 말해서 내 부모님은 아니다', '내 배우자의 부모님은 나한테도 중요한 사람이다', '역지사지를 좀 해보자' 이 세가지 명제가 때론 상충하고 때론 맞아떨어지면서, 좋게 지낼 때도 생기고 안좋을 때도 생깁니다. 거기에 양쪽의 형제자매들이 엮이기 시작하면 더 복잡해지고, 그 개인개인의 성격이 어떠냐에 따라서 더더욱 복잡해지기 때문에, (극단적인 예지만, 아이 셋을 와이프 혼자 키우게 하면서 처가에는 평생 가보지도 않는 남편이 '애 키우는 게 뭐가 힘들어' 라고 하는 것도 보았고, vs, 남편이 직장부터 아이 건사까지 혼자 다 하고 여자는 취미생활만 하느라 한달에 백만원씩 쓰는 집인데, 여자끼리 모이면 '돈 많이 못번다고' 남편 흉만보던 아내도 보았습니다) 사실 이런 문제는 서로간의 조언도 대단히 공허합니다. 경우가 달라도 너무 다르거든요.

nickyo 님 정도의 생각을 가지신 분이 역지사지를 50% 이상만 일관되게 유지해주시면, 상대방이 아주 이상한 여자분이 아닌 한 큰 문제없이 잘 지내실 것 같습니다.
10/02/04 22:46
수정 아이콘
릴리러쉬
10/02/04 23:41
수정 아이콘
사위보다 며느리가 더 힘든건 100번 맞는 말인듯 싶네요.
달덩이
10/02/04 23:47
수정 아이콘
nickyo님같이 생각하시는 분들이 좀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저는 참고로, 장남은 싫지않습니다만 그 집 부모님이 내 자식은 '효자'라고 말하면, 좀 꺼려질 것 같군요
그런 경우 말 그래도 자기 부모님만 챙기는 경우를 많이 본지라..-_-
(개인적인 경험이니 혹시라도 기분 상하시는 분 없으셨으면 합니다.)
10/02/04 23:52
수정 아이콘
좋은 답변들 감사합니다

역시.....저도 잘해야겠지만 저랑 비슷한 사고관을 지닌 여성분을 만나는게 매우 중요할거 같네요..현실적 세간의 인식이란것도 무섭고.

근데..

생기진 않네요 우히.
우히히.
이번 발렌타인데이는 연휴라 햄볶아염
10/02/05 00:03
수정 아이콘
nickyo님//
본문에 없지만 충분히 문제 발생 소지가 있는 이야기를 하나 해드리자면,

'아니 며느리라면 당연히 추석에 본가에 와서 파전을 부쳐야지' 라고 80 평생을 믿고 사신 친할머니가 있다고 칩시다 (저는 장남도 아니고 다음 이야기는 그냥 예일 뿐이긴 합니다. 하지만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죠). 그 상황에서 맞손주가 '요즘은 인생 그렇게 살지 않습니다 할머니' 라고 당당히 맞서기가 조금 꺼려지게 될 겁니다. 뭐 맞서면 맞서겠지만, 그렇게 해서 이겨봤자 할머니한테 (이분은 당신도 젊은 시절에 며느리로서 그렇게 살아왔었을테고, 이제와서 인생관을 바꿀 가능성은 0% 죠) 미안할 뿐일테고, 그러다가 미운털 박혀서 유산이라도 날려먹으면 큰 일입니다. 결국 할머니를 위해서 아내에게 '야 그냥 니가 양보 좀 해서 파전 좀 부쳐라. 대신 집에 가서 내가 잘 해줄께' 라고 부탁을 하게 될 확률이 매우 큽니다.

물론 대부분의 아내는 이런 상황을 이해해 줄 것이고, 나중에 잘 해주겠다는 약속을 지키면 아무도 피해보지 않긴 합니다. 하지만 여기저 깨져나가는 것은 '양성 평등의 원칙' 이죠. 해서, 이 문제는 '원칙대로' 가 통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대신 '잔꾀를 부리며 어떤 선은 지켜나가는' 식의 전개가 되지요. 문제는 이 대 원칙이 상황따라 조금씩 깨져나가기 시작하면, 조금 더 깨져나가는 것은 더 쉽다는 점입니다. 그러다보면 어느틈엔가 추석날 나도 TV 를 껴안고 살게되고 아내는 어느틈엔가 당연히 파전을 부치게 되고 다들 그렇게... 응? 하다보면,

'분가를 하는 건 좋아. 하지만 처가보다는 본가에 가까운 곳에서 살아야지' 라고 말씀하시는 부모님의 은근한 압박을 받게 되는 것이지요.
일상과 일탈
10/02/05 00:06
수정 아이콘
저도 Who am I?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우리나라 남자들은 나이를 먹으면 다 효자 됩니다. 그런데 무늬만 효자고, 실제는 아닙니다.
공경해야 하는 맘은 갖고 있는데, 그걸 본인이 하는게 아니라, 자기 부인에게 맡겨버립니다.
용돈 얼마 드려라, 자주 전화드리고 찾아뵈라, 여행보내드리자, 어디 아프신다니 보약지어드리고 ... 등등...
그런데 그걸 배우자 부모님께 똑같이 하냐? 그건 또 아니라는 거죠.

며느리들.. 시댁에 가면 편히 못쉽니다. 계속 일해야해요. 그거 당연히 여기구요.
사위들.. 친정에 가면 그냥 쉽니다. 대접받죠.
며느리들은 일단 결혼하면 친정에 신경 못쓰고, 신경 쓸라치면 눈치보이구요.

요즘 많이 나아졌다하지만, 가부장적 사고라는게, 쉽사리 없어지지 않습니다.
관습처럼, 우리들 무의식속에 자리잡고 있어서 많이 배우고 이건 아니다 싶다가도
막상 그런 상황에 닥치면 당연한 듯이 가부장적 사고가 나오게 되어있습니다.
여자든.. 남자든 ...
일상과 일탈
10/02/05 00:11
수정 아이콘
그리고.... 여자들이 그런 생각을 하는데는 남자 부모님쪽도 사실 큰몫 합니다.
장남인데, 아들인데, 어떻게 키웠는데 등등.. 바라시는거 많고, 당연한거 많고..

요즘 저도 이런 일로 생각이 참 많은데, 이래저래 혼자사는거 최고!... 인것 같습니다.
10/02/05 00:13
수정 아이콘
일상과 일탈님// 그렇군요. 사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현재의 부모님이시자 장인장모세대의 분들께서는 아마 아직도 '남자는 돈을 벌고 여자는 집안을 다스린다'같은 생각이 잠재적으로 들어있어서 그런것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평소에 열심히 돈을 벌어 가정을 먹고살렸으니 쉬게해야한다 식의 생각들요. 옳지 않은 생각이고 더군다나 맞벌이 가정이 많아지는 요즘에야 전혀 맞지도 않는 이야기지요. 물론 만약 정말로 회사에서 매일 12시에 집에와서 아침 7시에 나가는 남편과 집에서 가정이 원활히 돌아가도록 일하시는 아내분이 구성원인 가정이라면야 부인쪽이 신경을 쓰는게 맞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맞벌이가 아닌데 집안일은 공유한다손 치더라도 친정시댁 다 관리하며 회사일 잘 해내서 승진도 착착하는 사람이란 정말 슈퍼맨을 넘어선 울트라슈퍼맨이 아닐까 싶거든요.. 부부가 맞벌이인가, 남편또는 아내만이 벌이를 하는가나 시댁,친정의 부모님 성향등 여러가지가 합쳐져 생각해봐야할 어려운 문제같네요. 조금은 남성주의적으로 제가 효도를 강요하는 사람이 된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또 그렇다고해서 이러한 가치관을 바꾸는건 스스로가 잘 받아들이지를 못하네요. 십분 여러분들의 말씀을 이해하면서도.. 그래서 전 사실 자신이 없어서 독신주의에 가깝긴 합니다. 연애랑 결혼을 못하는게 아니라 안하는거거등요!
맛나다토마토
10/02/05 00:18
수정 아이콘
그런데 장남, 장녀 그런게 많이 줄긴 한것 같습니다.. 그것보다는 얼마나 생활권이 가깝냐 하는것도 많이 작용하지요.
저희 집안을 보더라도 외가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챙기는게 큰외삼촌은 먼곳에 사는지라 가까운 곳에 사는 작은 외삼촌 쪽이나 여자 형제분들이 많이 챙기더라고요. 보면 작은 이모부 그러니까 사위가 많은 일을 합니다. 아니면 생활권이 가까운 손자 손녀들이 많이 챙기더라고요..
생활권이 겹친다면 장남 쪽이 많이 일을 하지만 안겹치면 그렇지 않은 자식이 하는게 요즘 모습인듯 해요..
로즈마리
10/02/05 00:25
수정 아이콘
분수님//
아마 그 기사는 어디까지나 '딸'로써의 위상만을 이야기한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도 한 집에서 딸의 위상은 아들과 별 다를바가 없죠.
저보다 7~8살 많은 저희 언니,오빠도 연년생인데
집에서 똑같이 하고싶다는 공부 시키고, 엄마 심부름도 똑같이 하면서 컸고
저보다 8살 어린 쌍둥이동생들도 집에서 아들,딸 차별없이 같은 대우를 받으면서 크고 있거든요.
(오히려 요리, 청소는 남동생이 더 잘하죠b)
문제는 daughter-in-law, 며느리의 위상입니다.
명절때면 어김없이 새언니는 부엌에서 쉴새없이 요리하고 손님 오실때마다 상내오고 상 걷어가는 중노동을 (당연히) 하는반면,
형부가 저희집에 와서 수저 하나 씻는거 본적 없습니다-_-; 형부가 하실려고 한들 부모님께서 그냥 앉아있으라고 하시죠;
언니도 명절때 저희집에 먼저 온 적이 없어요. 항상 시댁에서 일하고 명절 당일 오후 늦게, 아니면 다음날 아침에 와서는
일하느라 힘들었다며 방에서 자고 놀고 먹고 그러죠;; 아마 새언니도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친정갔다가 저희집에 온적은
한번도 없었고, 친정가면 저희언니처럼 일하느라 힘들었다고 그러겠죠.
저글링아빠
10/02/05 00:56
수정 아이콘
최근 장인어른께서 중환자실에서 죽음의 문턱 바로 앞에까지 다녀오셨는데,
이런 일을 겪고 나니 부모님들이 계실 때 잘 해라, 나중에 뼈저리게 후회한다는 선배들의 말이 대체 뭔지 절절하게 와 닿더군요.
네. 계실 때 잘하셔야 됩니다. 이제 언제 여러분들의 곁을 떠나도 크게 이상하지 않으신 나이들이 되셨어요.

이런 당연한 원칙론은 각설하고 결혼생활을 경험한 입장에서 좀 실천적인 말씀을 드리자면,
이와 같이 소중한 부모님을 나 뿐 아니라 내 배우자도 최대한 존중하고 배려하도록 하는 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내가 상대방 부모님께 꾸준히 그렇게 하면 됩니다. 꾸준히가 중요합니다.
상대방이 내 부모님께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화 내실 필요 없어요.
그리고, 상대방이 내 부모님께 잘하면, 상대방 부모님께 그것보다 더 잘하시면 됩니다. 네, 꾸준히.
이렇게 방법은 간단하지만 사실은 실천은 참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노력하셔야 해요.

이렇게 써 놓고보니 지극히 다시 원론적인 이야기같지만,
실제 저는 주변에서 이 방법으로 실패한 사례를 보지 못했고,
이것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도 알지 못합니다.
진심으로 효자(녀)가 되고 싶으신 분들께 권하고 싶네요.
서늘한바다
10/02/05 01:06
수정 아이콘
사랑했던 사람이 있었는데... 그분의 어머님 성품도.. 그분이 가진 환경도 극악한 것이었지만... 그 분을 사랑하니... 그분의 모든 것까지 다 사랑하고 싶기는 하더라구요... 결국에는.... 진짜 사랑하게 되면... 뭐가 문제가 되겠습니까...
Minkypapa
10/02/05 03:41
수정 아이콘
사랑으로 모든걸 극복할수 있다라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특히 둘사이의 관계가 아닌 다른 사람이 껴있을때는 그게 안됩니다.
일반적인 보통남 사위가 보통 며느리가 시댁에 하는것처럼 처가댁에 하면, 칭찬이 자자하죠.
아무튼 며느리는 딸보다 못하니깐요
10/02/05 08:58
수정 아이콘
로즈마리님//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할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좀 더 미래지향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제 아내 역시 딸이 앞으로 커서 한 다른 집안의 며느리로서의 위상에 대해 불안해 하긴 합니다만 사실 점점 더 남자로서의 효자(본인의 부모님에 대한)는 명절때뿐일 가능성이 많아집니다.
평상시에는 여자로서의 효녀(본인의 부모님에 대한) 역할에 더욱 충실하게 될 가능성이 많아질 겁니다.
뭐 개별적인 경험으로서는 아직도 구닥다리 부부 위치를 점하는 분들도 꽤 되시리라 봅니다만 대세는 거스를 수 없죠.
현재의 "며느리"의 위상에 대해서는 공감합니다만 그 역시도 현재 우리 나이대나 우리보다 나이 적은 세대가 노인 인구가 되었을때는
현재보다도 훨씬 "며느리"로서의 위상보다는 "딸"로서 효녀인 위상이 훨씬 더 중요한 세상이 올 거라고 봅니다.
사실 남자가 말로만 효자이기 때문에 그 효자 역할을 아내가 거부할때엔 특별히 남자가 할 수 있는게 별로 없죠.
그걸 거부하는 여자들은 점점 더 많아져가고 그로 인해 말로만 효자인 남자들은 점점 더 불효자가 되어가고 있죠.
세상이 그렇게 변해가는 걸 어쩔수는 없죠.
10/02/05 10:08
수정 아이콘
양가의 부모를 다 모시지 않는한 모시지 않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그런데 양가의 부모를 다 모시기에는 경제적으로도

그리고 심리적으로도 여이치 않죠... 양가의 부모가 끊임없이 간섭 해댈 것을 생각하면은.... 끔찍하군요....

저는 이것을 개인이 부양해야할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부양해야할 문제로 보거든요... 복지제도가 잘 정립되서 부모가 일을 하지 않고도

연금을 받아 생활할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이런 문제는 나오지 않을것 같은데요... 뭐 욕좀 먹겠습니다만... 과연 그다지 친근하지도 않는

상대방의 부모와 매일 부대끼는게 쉬운것일까요? 그들이 자신이랑 맞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더욱 힘들것입니다...

차라리 한집에 살더라도 각자 생활하고 어떤 경조사나 뭔가 가족적으로 의논해야할 것일 있을때나 아니면 서로가 보고플때 보는게

좋을것입니다...
10/02/05 10:25
수정 아이콘
세대 간 성별 간 갈등이 이런 데서까지 나타나는 게 참 안타깝습니다..
장남/장녀이기 때문에 기피하는 것.. 며느리에게만 유독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것.. 입으로만 효도하고 행동은 배우자에 뒤집어씌우는 것..
전부 다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Into the Milky Way
10/02/05 11:04
수정 아이콘
현실적인 해결책으론

좀 이상하게 들릴 수는 있겠지만
양가 부모님께 다 "잘 안하는것"는 것도 답이 될 수 있습니다.

본가에는 잘하면서 처가에는 잘 안하는 것에서 대한민국의 가정사의 문제가 시작하는 거죠.

차라리 본가에도 별로 처가에도 별로면 싸울일이 없습니다.
10/02/05 11:23
수정 아이콘
용돈 얼마 드려라, 자주 전화드리고 찾아뵈라, 여행 보내드리자, 보약 지어드리자 정도면 그나마 양호합니다.
만약에 시부모님이 아프셔서 거동을 못한다(중풍이라든가...), 치매가 있어서 수발을 들어야 한다, 그런데 남편은 입만 효자다.
이게 제일 난감한 상황이죠.

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어르신 병수발 하는거 보통 일 아니잖아요. 낳아주신 부모님 병수발도 몇년 하면 지친다는데.
근데 남편이 난 부모님에게 효도해야겠으니 우리가 모시자, 근데 환자식 짓고 청소하고 시중드는 건 니가 해라... 음.
물론 이건 매우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한 것이긴 합니다만, 저는 이런 극단적인 상황에 대한 공포(?)도 장남 기피에 일조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지개곰
10/02/05 14:18
수정 아이콘
플링님// 플링님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사람이 만나 사는 것도 어려운데
그 사람의 부모님이 안어려울 수는 없는 거죠 .
서로 기본적인 지켜야할 도리만 지키면 좋겠는데 ...
그게 어렵죠 .. 서로가 지켜야할 도리가 어디까지인지 알기가 힘드니까요
장남의 문제는 서로 지혜롭게 해결해나가는 방법이라는 막연한 방법밖에 생각이 나지를 않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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