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2/07/05 03:51:30
Name addict.
Subject 잠도 오지 않는 밤에..
우선 이 글이 문제가 될 소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삭제하겠습니다.

자야 할 시간이지만..송병석 선수의 글을 읽고 나니 쉽게 잠이 올 것 같지 않네요.
(이런 상태에서 쓰는 글들이 젤 문제가 많지만요. 훗)
아마도 너무나 멋졌던 KPGA와 iTV 경기를 보고만 다음이어서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송병석 선수가 말하는 예전의 일..이라는 것이라면
모사이트에서 벌어졌던 임테란에 관해 여러 팬들과 이런저런 말싸움을 벌였던 일같네요..
(옛날 일 들추는 식은 아닙니다..)
그 땐 머. 프로게임계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그래서 그냥 구경만 했었는데요.
(물론 그 때 이야기가 좀 끼어들기 힘들 정도로까지..
지금도 아는 거 없긴 마찬가지죠..-.-;;)
암튼 그 사건<?> 이후로 여러 프로게이머들이 자주 글도 남기고 했던 그 싸이트에서
프로 게이머들의 글은 거의 찾아 볼 수 없게 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심지어 임테란마저 크게 뜨기 전에는 실시간 채팅성 리플로
정식사과까지 했던 기억이 나는데...)

그 때 참 송병석 선수가 궁금해 지더군요. 어떤 사람일까..
누가 아주 잘생긴..실력도 대단한 선수라고는 했지만.
속해 있던 구단의 특성<?> 때문에 방송에선 잘 보기도 힘들었고..
온게임넷 라이벌전에서 처음으로 보았을 때.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나 게임의 운영에 있어서나
상상했던 거 보다 훨씬 멋진 게이머라는 인상을 받았죠...

그런데 사실 더 놀랐던 것은 이 곳 PGR21에서의 송병석 선수를 보았을 때 입니다.
굉장히 논란이 많을 만한 이야기들 속에서 불쑥 나타나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모습.
분명히 예전의 일들 때문에 맘 고생도 많이 했을 텐데..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죠.

제가 여기 PGR21의 추천 게시판의 여러 글들중에 가장 좋아하는 글은.
‘아휘’님의 <‘양아취’ 프로게이머를 위하여> 입니다.
워낙에 개성.을 좋아하는 처지라..
농구매니아인 제가 젤 좋아하는 선수가 마이클 조던이나 매직 존슨이 아니라..
데니스 로드맨..이라면 할말 다했죠. ^^;;;
(집에 있는 수많은 시카고 불스 경기 녹화 테잎은 다 로드맨을 간직하기 위한..크)

정말 곱상하고 얌전하며 모범적인 인상들인 프로게이머들이
게임의 내용뿐만 아니라 평소의 언행에 있어서도
그 개성을 드러냈으면 하는 바람이 항상 있습니다.
현재로서 가장 가까운..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프로게이머상에 가장 근접한 것이
송병석 선수가 아닌가 하네요..^^;

물론 구체적으로 절차나 표현에 있어서야 이런 저런 이야기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저는 그런 걸 논할 처지는 못 된다고 생각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선수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성 리플이 하나도 없이
다들 조명받지 못하는 선수들 입장에서 글들을 쓰시는 것을 보고..
역시 PGR은 PGR이란 생각이 드네요.
이 싸이트를 만들어 오신 분들은 정말 자부심 느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여담으로..예전의 geMBC와 OnGameNet간의 지상 논쟁도 그렇고..
재경님께서도 아마 이 곳 전적 게시판에 이윤열 선수 시드 배정문제를 밝힌 것으로
공식적인 발표절차.를 행했다고 생각하신 듯....하는 의심이 드네요. ^^;
정말 대단한 PGR이죠?)

여러분들이 지적하셨듯이 송선수가 개인적인 분노<?>로 쓴 글이라곤 생각되지 않네요.
게이머 사이의 큰형 입장으로서..(직함까지 있는 줄은 몰랐네요..^^;)
개인적으로 전혀 송선수를 모르지만..그 동안의 언행으로 비추어 보았을 때
스스로는 자리가 줄든..늘든..그런 것 보단 자신의 실력에 더 신경 썼을 테니까요.

이윤열 선수는 분명 저번 사태의 피해자이긴 하겠지만..
아직도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선수들의 입장에서 보면..
뜨는 선수에 대한 특혜다. 라는 인상이 있을 수 있겠죠..
결국 게이머의 입장에서 상대 선수가 인기가 많건 팬클럽 수가 얼마건 간에.
상대를 인정할 수 있을 때는 오로지 자신을 이겼을 때가 아닐까 하는 생각....
그런데 그렇게 인정할 수 있을 절차도 없어 졌다는 허탈감...

전 항상 스타크 게임(방송)을 보면서 어떤 처연한 아름다움을 느낍니다.
물론 스타크라는 게임 자체가 이종족간의 처절한 사투를 보여줘서 일수도 있고..
이미 게임으로서의 한계를 다하고도 남은 게임이
아직까지 살아남아 있다는 신기함 때문 일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프로게이머들이 자신의 젊음.을 연소시키면서 발해내는 그 에너지..
때문인 것 같네요.

예전에도 말이 많았죠? 프로게이머가 은퇴하면 폐인밖에 더 되냐는..
어찌 되었건 게임 플레이 기술..이라는 프로게이머만의 특기.는
다른 분야에 호환되기엔 매우 특수하죠.
프로 게이머 자체로 성공하기도 매우 불확실한 상황이라면
폐인론.을 주장하셨던 분들의 표현의 거침을 제외한다면 그 속내는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제가 참 좋아하는 아다치 미츠루의 초기 작품 중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어느 고교에 뛰어난 재능을 가진 투수가 있었는데 아버지가 한사코 반대합니다.
어떻게든 해보고 싶었지만, 결국 야구를 포기 합니다.
그럴 때 주인공의 아버지가 나타나고 알고보니 투수의 아버지와 주인공의 아버지는
당시 유명했던 고교야구 배터리였죠..

투수의 아버지는 결국 프로생활에서 실패하고 나니 다른 직장 구하기가 정말 힘들었고..
그래서 절대 아들에게 그런 고생을 반복시킬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주인공의 아버지는 말합니다.

자네가 힘들었다는 건 잘 알고 있다.
그런데,  힘든 와중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아들을 훌룡하게 키워낸  근성과 끈기.는 어디서 배웠는가?
그건 바로 지금 자네가 그토록 원망하는 그 야구에서 배운게 아닌가?

오늘 김성제 선수의 KPGA 데뷔전(리그에 있어)이 있었죠.
이현주 해설의 멘트가 기억에 남네요.
김성제 선수에겐 굉장히 중요한 경기라고.
이번 리그를 통해 (부모님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아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하려 한다고.
수많은 프로게이머들이 다들 비슷한 과정을 거쳤겠죠?
뿐만 아니라, 남들과 다른 길..그러면서도 그 미래와 보장이 불확실한 일을 선택하는
모든 사람들의 공통적인 통과의례겠죠.

프로게이머 생활의 어려움과 불확실함은 누구보다 프로게이머 자신들이 더 잘 알고 있겠죠.
그런 불안감 속에서도 한 경기를 위해 수십번 연습경기를 하고..
피곤에 지친 얼굴로 경기장에 앉아 있는 그들의 얼굴과..
그와는 너무도 대조적으로 단지 도트.뿐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생기발랄함을 보여주는 모니터의 유닛들이 빚어내는 부조화.가 발산해내는 에너지가
제가 느끼는 처연한 아름다움의 정체가 아닐까 합니다.

아주 훗날..지금의 프로게이머들은 자신의 선택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까요.
프로 게이머로서의 성공과 실패를 다 차치하고 나서 말입니다.
주변사람들에게 그런 비슷한. 위험한 길은 가지 말라고 말리는 사람이...
아니면. 자신이 그러했던 것처럼..타인의 선택 또한 존중하는 사람이 되어 있을까요.
물론 많은 부분이 선택이후의 생활에 따라 달라지고..
또한 전제적인 환경이 어떤 식으로 흘러가느냐에 따라 또 달라지겠지만요.
그러나, 오늘 읽었던 송선수의 글에선 그 어느 쪽에 서든지..
지금 현재 견뎌내야 할 불안감.의 한 자락을 본 거 같아 맘이 좀 아팠습니다.

사실 저 또한. 그런 처지거든요. ^^;

잠이 오지 않는 밤에 몇자 적었습니다.
실명으로 거론된 분들..에게 누가 되진 않았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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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02/07/05 07:59
수정 아이콘
시드배정에 대한 특혜를 윤열선수 쪽에서 요구한것도 아니구..
그냥지나갔어도 별 무리없이 예선치르고 올라오려 했을텐데,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주변의 상황으로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는것도 그리 좋은경험은 아니죠.
송선수의 글에대한 이곳분들의 약간은 너그러움이,
잠시 당황스러움을 느끼게 하네요.
엄재경님께서 글을 올렸을때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인것들로 알고있습니다.
그것이 송선수의 글로인해 갑자기 무명선수들의 '권익보호'
차원으로 바뀌다니요...
그러한 내막을 몰랐기때문에...라고 해명을 한다면 할말은
없지만,,,, 그래도 씁쓸한 뒷맛은 가시질 않네요.
02/07/05 09:53
수정 아이콘
흠 몇가지 그냥 오해가 있을 수 있지 않나 해서.
저도 잘은 모르지만..스타,,,,님은 크게 당황안하셔도 될 듯하네요.
제가 아는 한 여기서 열심히 리플달고 글쓰시는 분들의 기본입장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판자.가 아니라 다 어느어느 선수들의 팬.이라는 거죠.
그러다 보니 많은 부분 게이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일뿐..재경님의 글을 봤을 때는 누구나가 이윤열선수가 피해자였다고 생각했기 때문에..이윤열선수의 입장에서 환영했던 것이고..송선수의 글을 보고 나니..미처 잊고 있었던 또 다른 게이머들이 생각났기에..또 그들의 입장까지 아우르는 방향으로 시각이 확장된 것 뿐이라고 생각 합니다(다행히 다른 피해자는 안 생긴다지만요..) 분명 송선수의 지적이 아니었다면, 이윤열 선수에 대한 안타까움때문에 간과했을 부분이었으니까요..왜 재경님 글 썼을 땐 아무 말 없었냐..고 한다면 좀 그렇죠. 모든 프로게이머들이 PGR21에 올라오는 글들을 읽어야 할 의무는 전혀 없으니까요..온게임넷 측에서 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고지하지 않았다면..

표현이나 절차상의 문제에 대해서 제가 할말이 없다는 것은 이미 본인이 직접 거기에 대해 해명과 사과를 했기 때문이고..같이 달린 리플 어디에도 이윤열선수를 비난하는 글은 없습니다. 사실 더 문제가 된다면..이 바닥의 특성상 송선수 글의 본문만이 '펌글'의 형태로 여기저기 떠돌았을때의 반응이죠. 아마 여기서와는 사뭇 다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과거의 예를 봐선 거의 명약관화하죠..) 그런 와중에 나름의 의도를 이해할려고 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도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게 이곳의 개성.아닐까요?

그리고 머. 위의 글은 그런 논란에 대한 의견이 아닌..그냥 감상.입니다. 똑같이 하얀 바탕위에 쓰여진 검은 글씨지만 거기서 제 나름의 무엇.을 느껴서요..'이렇게 이렇게 해야 한다' 가 아닌 '이런 저런 걸 느꼈다..'는 정도...제 글로 논란이 확대되거나 하진 않았으면 하네요..
스타,,,
02/07/05 18:31
수정 아이콘
addict.님의글에 딴지를 걸자고함이 아닙니다.
리플달린 글속의 비난을 말하고자함도 아닙니다.
글의주인이 '프로게이머'이기때문입니다.
내용은 단순하다지만 다소간의 오해의 소지를 내포하고있습니다
시드배정의 불합리로 생각할수있습니다.
그 불합리함은 어쨓든 방송사의 잘못이겠지만 주인공은 선수입니다.
어찌보면 '낙하산 인사' 와 같은 맥락으로 여겨질수있습니다.
그랳을경우 주위의시선이 곱지만은 않을것입니다.
이런점을 감안할때 거의 만장일치격으로 흐르는 너그러움이
저에게는 당황스러움을 느끼게한다는 것입니다.
모두 누구누구의 팬이기때문에 객관적일 필요가 없겠죠.
좀더크게보면 모든선수를 걱정해야함도 맞는말입니다.
하지만 저또한 팬이기때문에 씁쓸함을 느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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