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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3/12/04 16:59:50
Name 한빛짱
Subject 유부남 래퍼 김진표의 일기
흥...이제 유부남의 근황따위에 관심이나 있겠어?

아흑...
잘들 지낸겨?

난 월욜에 왔는디...아직두 시차에 허덕이며....밤과 낮이 완전히 바뀐 생활을...
근 7주간의 여행이였던지라...여독이 오래가네...
잠을 자도 시름시름.... 깨어있어도 시름시름....
늙었나봐....^^;

여기와서, 난 요즘 새벽에 뭔가를 먹는거에 아주 매진하고 있지.
아침이건 점심때이건 저녁때이건 온갖 신경들은,
오늘 새벽에는 무얼 먹을까에 집중해...크크크....
어느날은, 싸구려 만두를 구워먹고...
어느날은, 한치오징어를 구워먹구...
또 어떤날은, 심야 떡볶이집에 가서 떡볶이를 먹구....
오늘은, 큼지막한 치즈케잌을 먹구....터질듯한 배를 통통 튀기며,
tv채널을 돌리다가...내모습을 보니, 꼭 푸우같아서, (나 **거야)
정신차릴겸 컴앞에 앉았어.

뭐 대충 예상들은 했겠지만,
살이 너무 쪄버려서 걱정이야.
옛날에 초등학교때 어머니와 함께 한약방에 갔을때,
난 자면서도 에너지를 소비하는 *이라고, 앞으로 절대 살찔일 없다고...
몸도 건강해서, 괜히 한약재먹이면, 손장난이나 할꺼라고 (난 이때 이말의
의미를 몰랐음...한참 후에 알게 됨...^^;) 한약도 필요없다고 했었는데...
다 거짓말이였어!!!!!!!!!!

우찌 어쩜 이렇게 먹는족족 살로 가는걸깡?
몇일전에도 신혼여행 갔다와서, 어머니를 뵈었는데,
울 어머니께서 나보고..
"넌 얼굴이 떡판이 되었구나..."

'헉...떡판이라니...'

당장 담주에 엠넷뮤직비디오 페스티벌에 참석키로 했는데,
걱정이야....다들 쇼크받을까봐.
한참을 고민하다보면, 어느순간...
쳇...내가 뭐 몸으로 사랑받았나? 내가 뭐 언제는 근육질이였남?
라며 애써 날 위로해보지만,
거울앞에 날 보면, 아...이건 아니야...쪽팔려 쪽팔려...
잠깐 다이어트를 생각해보지만,
이거 결혼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같이 밥먹는 재미가 너무나도 쏠쏠하여,
어쩔수가 없다구....크크크....

신혼여행은...
음...
음......
헷헷....
간만에 쓰는 일기인데, 홀민들한테 염장질은 할 수는 없잖아? 그지?
그냥 한마디만 할께.
신혼여행은...

그냥 그랬어.

꺄아~~~~
고짓말 고짓말....
크크크...
어머 나 **나봐. 혼자 이리도 좋아하니...
크크....
자제해야지...
험험...

아!
중간에 홀이 엄청난 트래픽으로 막혔던것은,
방문자가 일시에 몰렸던 것도 사실이지만,
장시간에 걸쳐서 막혀있었던 것은,
추측컨데 내 1차 신혼여행 사진이 온갖곳에 무단링크 되면서 생기는
과부하로 다운되었던것 같아.
뭐 원인을 파악했으니....무단링크를 막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니?
혹시나 아는 사람들은 상세히 갈켜주길 바래.

한동안, 아무생각없이, 놀기만 했더니,
사회에 적응하기가 너무 어렵네 크크....
아....자꾸 입이 근질거려 죽겠어.
자랑질 하고 싶은데.......아 참아야해...참아야지....^^:

암튼, 다들 잘 지낸거 같아, 좋네.

오늘은 이만하고...
담에 또 보자구~

조만간에, '풍경사진'만~ 정리하여 올릴께...
일요일즈음? 될것 같아.
1차로 갔었던 보라보라와 타히티 사진을 올려주징~~~
킁킁킁...

안뇽~~~~
........................................................................................................................
맙소사.

1분, 1분이 흘러가는게 보여.

좀전부터 모니터 우측하단에 있는 시계를 보고 있는데,

1분이 지나면, 1분이 흘러가고...

2분이 지나면, 2분이 흘러가고...

이제 몇시간 남지 않았어.

내가 평생 꿈꿔왔던, 그것이 현실이 되는 시간.

첫발자국을 내딛는 그 시간...

이제 금방 다가오겠지?


맙소사....믿어져? 내가 결혼한다고!!!


금방 감격의 눈믈을 쏟을것 같다가도...

두려움이 엄습하여, 먹구름이 눈앞을 가로막기도 하다가고...

행복한 한 가정의 모습이 보이다가도...

오늘이 부모님과 그리고 이 집에서의  마지막 밤이란 사실에,

아쉬움과 두려움이 엄습하다가도..

마치 ***처럼....실실 웃어제*기도 하다가....
하지만, 난 만끽하고 싶어.

지금 이 모든 기분을, 만끽하고 싶다고...

알수없는 감정분자가 내 몸을 헤집고 다니고는 있지만,
분명한건,

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놈이야.

성은아. 사랑해!

내일은, 내가 평생을 꿈꿔왔던 '그것'이 현실이 되는 시간!!!!

이얏호~ 이제 코앞이라고!!!!

ps: 축복해 줘서 고마워....모두 복받을꺼야.......정말 고마워.
........................................................................................................................
남자들의 질투란 말이야....

오늘 쇼!체인지가 끝나고...
여자친구네 집에가서 저녁을 먹었는데...
여자친구가 이랬어.

"오늘 은지원 진~짜 멋지더라..."

나두 오늘 방송하는 내내...옆에 쭈그려서 방송을 본 입장으로..
오늘 1등이 은지원에게 돌아간것에 대해..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뒤에서 봐도 젤 멋졌음.....) 생각하긴 했었거든...

근데, 문제는, 나의 여자친구의 말투에 있었지.
그냥

"오늘 은지원도  멋지더라"

혹은,

"오늘 은지원 잘하더라"

이렇게 말했었으면,

"그지그지? 내가 봐도 그렇더라~~~"

이렇게 넘어갔었을텐데....

왜 하필...

"오늘 은지원 진~짜 멋지더라" 냐고...

순간 나는 가슴속에서 후~~욱 일어나는 질투심으로...
기껏 한다는 말이...

"내가 멋있어? 은지원이 멋있어?"

아...유치해 유치해....
짭짭.....

이런거 일기에 적어놓으니 민망하군.....긁적긁적....
........................................................................................................................
만끽하고 있어.

오늘 우리 어머니가 그러셨어.

"많은 사람들이 축하해주니?"

"응"

"그래 그때가 제일 좋을때지."

"응?"

"결혼하면, 그때부턴 현실이거든,.."

"응..."

"많은 문제들도 생길것이고, 지금 꿈꾸던 것들도 많이 포기해야 할꺼야."

"응"

"그러니, 지금 마음껏 꿈꾸면서 만끽하려무나"

"응"

때로는, 무서운 생각도 들어.

'과연 내가 잘 해낼수 있을까?'

행복한 꿈을 꾸다가도 어느순간 갑자기 숨이 턱~ 막히면서

불안한 나의 미래가 그려지고 있기도 하지.

사랑과 책임감....그리고 가족...

그 의미를 파악하기에는, 내겐 너무 막연한 단어들이

동시에 머릿속에 떠올라서, 마구 헤집고 다니기도 하지.


근데...

그래도 결국엔 웃어.

그리고 생각하지.

'만끽하자. 난 정말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놈이다~'


내가 맞을꺼야. 그지?


아...꿈같은 오늘같은 날들이....영원하기를....

땅 땅땅따앙~ 땅 땅땅따앙~~~

^^;

그 많은 축하들, 너무 많이 먹어서 배불러.

정말 고마워~ !!!!
........................................................................................................................
왜 '홍길동' 인가...

동사무소 인감적을때 유리밑에 끼워져있는, 견본에는
이름난에 항상 '홍길동' 이라고 적힌다.
공항에서도 그렇고, 구청에서도 그렇고,
심지어 신문광고에서도, 이름이 적혀야 하는 곳에는,
전부 '홍길동' 이다.

왜 하필 '홍길동' 일까...

졸라 생각했다.

한참을 생각하고 시간이 흐르니...
신기한 것은,
'왜' 홍길동이였을까 에 대한 질문에 명확한 해답은 없었으나...
홍길동보다 더 좋은 대안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지..
아무생각없이 '홍길동'이라고 적진 않았겠지.
쩝쩝.

근데, 정말 궁금해.
왜 하필 '홍길동' 이였을까...

누군가 명확한 해답을 얻어조.....

아! 하나만더...

난 청군, 넌 백군...
*바...난 청군이면, 넌 홍군 아니야?
왜 우린 초등학교 때 청군 백군으로 나눈 것일까...

이거 전부다 뉴욕오는 뱅기에서 생각했던거야.
월매나 심심했으면.....
........................................................................................................................
이 얘기는 서태지와아이들이 난알아요를 부를때 얘기야.

1992년이였을꺼야.
난 중학교 3학년이였지.
길거리며, 어디서건,
음악이 나오는 곳이라면,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가 흘러나올때야.

남자들은, 리복에서 나온 검정색 가죽의
마치 드럼통을 옆으로 놓은듯한 모양의 큰 가방이 유행이였고,

여자들은, 전지정도 크기의 아이보리 진 계열의 재질로 된,
가운데 흉측하게 역삼각형 모형의 게스로고가 큼지막하게 들어간, 어깨에 매는
게스가방이 대 유행을 할때였지.

좀 논다는 애들에겐 일명 '말구두'가 유행이였고,
좀 놀다못해 제대로 인생 즐기던 아이들은, '알라딘' 을 많이 신었었지.
알라딘과 말구두는 사뭇 틀려.
그 모양에 있어서는, 아주 비슷한 형태를 띄지만,
제일 큰 차이점은 알라딘은 앞이 모여서 위를 바라보고있고,
말구두는 앞이 모였지만, 그 각도가 꺽여 올라가진 않지.
그리고, 알라딘은 '찡'에서 절정을 이루지만,
왠간한 말구두는, '찡'과는 친하지 않아.
나?
나...말구두 신었지. 고럼~ 신었지. 쿠쿠...
더 확가는거 얘기하면,
가죽보다는 세무를 선호했어.
관리를 못해서, 오래 못신고 버렸었지만,
아무튼, 나는 가죽보다는 세무에 손이 가더라구.
그리고, 옆에 자끄가 있는것보다는 그냥 벌려서 신는, 밴드형을 좋아했지.

근데, 그 당시에, 하필이면, '맨발에 말구두를 신는게' 유행이였어.
이 '맨발에 말구두 신기'는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었던것이...
벗으면 냄새가 예술이였다는 거야.
(어린 나이에 좀 돌아다녔겠니... 계속해 걷다보면, 땀도 예술이였겠지.)

당시에 친구들이 전부다 말구두에 맨발로 다녔는데,
친구네 집에 가거나, 신발벗고 들어가는 음식점에 가면,
냄새가 이루 말할 수 없을정도여서...
결국에는,
친구집에 가면 모두 화장실가서 발부터 씻고...
신발벗고 들어가는 음식점에는 아예 들어가지도 않았었지. ^^;

'오렌지족' 이란 말이 흘러나오던 이 시대에,
우리 중3짜리 애들에게 가장 신선한 충격은,
'락카페'였어.
아직도 기억나는, 캐스케이드...501...마돈나... 쿄쿄쿄.
이 중에서도, 마돈나는 항상 뻬엔찌~ 였지.
그래서, 꼭 오후3시정도에 들어가서...
사람분비기 시작하는 6시까지만 있는다는 조건으로,
새파랗게 어린것들이...그 안에 들어가서,
말구두 신구...회오리 춤을 신나게 춰댔었지.

또한 '포켓볼'이 막 유행타기 시작할때이기도해.
아새*들... 두패로 갈라져서...
4구치는 애들은 포켓치는 애들보고 '기집애냐고...외국물좀 먹었냐고...' **이였고,
포켓치는 애들은 4구치는 애들보고 '꼰대라고...짜장면이나 시켜먹으라고...' **을 해댔었지.

버클리라는 새로운 스타일의 카페가 문을 열면서,
우리는 수차례 진입을 시도했지만, 매번 빼엔~찌를 먹었지.
근데, 내가 홍대에도 버클리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친구를 꼬득여 어느 토요일 오후, 3놈이서, 홍대를 난생처음, 가본거야.
운도좋게, 별로 헤매지도 않고, 버클리에 들어갔지.
보통, 쯩검사 입구에서 들어오면서 하잖아.
근데, 거기 홍대 버클리에서는, 자리에 앉으라고 하는거야.
그래서 우린, "아싸! 통과다~" 무지좋아했었는데,
세상에, 메뉴판 가져다 줘서 쭉~ 한번 훑어보고,
주문하려고 하니까...그제서야, 신분증을 보여달라는거 있지.
*바... 자리도 아주 한가운데 앉았었는데...
제대로 망신살 뻗치면서... 퇴짜맞았짢아.
으메 쪽팔린겨.
나오면서 속삭였지. "내 다신 홍대에 오지 않으리라!"

그래, 노래방도 대 유행이였지.
참고로, 그 당시에는, 커피숍은 물론이거니와,
당구장, 노래방, 모두 고등학생도 출입할 수 없는 곳이였어.

노래방은, 동전식과 카운터에서 노래를 넣어주는 방식,
그리고 컴퓨터방식과 레이저디스크방식이 있었지.
난 음질이 좋은 레이져디스크방식을 좋아했었지만,
레이져디스크는 곡사이에 시간이 꽤나 길었던 기억이야.
처음 노래방을 갈때는, 점수에 목숨을 걸었었지.
갤러리 라는 노래방에가서, 기본으로 6시간 7시간을 노래만 부르다 나오곤 했었지.
난 노래를 못부르거니와, 목소리도 더럽게 안올라가서
맨날, 키 낮추느라고, 노래시작과 동시에, 키 낮추는 버튼 누르기 바빴었지.

그때는 커피전문점이 막 생겨나던 시기이기도 해.
자뎅...커피앤커피...사카...
그땐, 왠지 어른들이 그러니까...
폼으로 커피를 마시던 시기였어.
아마 내 인생에 그때가 가장 커피 많이 마신 시기가 아닐까?
(지금은, 커피숍이나 카페가면, 코코아 아니면 우유거든....헐헐헐)

아...내가 맘에 안들어하는 패션도 있었지.
남방을...입어서...앞은 바지속에 집어넣고 뒤만 빼는거야.
아...난 그 패션을 정말 싫어했었는데...
많이들 그러고 다녔었어....

sbs 개국하면서 꾸러기 대행진이....대 히트였지.
거기에서 매주 춤추는 그런 코너가 있었는데...
거기서... '누구와 턴테이블스' 였는데...(으...기억안난다...누구더라? 김우성? 아닌데...)
아무튼, 그 팀이 독식을 했었지. 계속 1위하구....
아...그때 디게 멋있었는데...
비디오로 녹화해서....조그셔틀도 없던때라...
포워드 버튼과 리와인드 버튼과 퍼스 버튼을 눌러대며
춤동작을 한번 따볼려고 삽질하던때도 있었지.

공부?
헛헛헛....
그러게....공부를 열심히 했던 기억은 하나도 없네.
그러고보면, 1992년 중학교3학년 그 시절이 내 인생의 황금기엿나봐.
추억도 많고, 웃음거리도 많은....
내 중학교 3학년 시절의 이야기...
바로 서태지와 아이들이 난 알아요를 부를때...그때 이야기야.

재밌지?

아....옛날이여.
........................................................................................................................
내 아버지의 말씀.

내가 중학교때야...

색소폰을 불면서...
음악에 심취하면서...
-생각해보면, 그때만큼 음악에 심취했었던 때도 없었던 것 같아.-
난 대중음악을 하겠다고 마음먹었고,
아버지께,
말씀드렸지.

"아버지..
  저 대중음악을 공부하고 싶습니다."

평소에도 말씀이 많지 않으셨던 아버지였어서,
그날도 특별히 많은 대화가 오갔었던 것은 아니였어.

오래전 이야기지만,
그래도 꽤, 명확히 기억해.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어.

"난 너에게 무엇을 하라고 강요하고 싶지 않다.
  대중음악을 하고 싶으면 해라.
  하지만,
  대중음악도 예술이다.
  예술이라는 것은 미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것이다.

  내가 아는 너는 집중력이 부족한 아이다.
  집중력이 부족하면서 어떻게 한가지 일에 미칠 수 있다는 것이냐?"

그때가 중학교 3학년.
난 아무것도 몰랐지.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아무것도 몰랐던 꼬맹이였는데,
그때는 어찌 그리 확신에 찼었는지...

"아버지, 전 미쳐있고, 앞으로 잘 할 수 있어요."

아버지는 다시 말을 이어나가셨어.

"아까도 얘기했지만, 난 평생 너에게 무언가를 강요하지 않을 것이다.
  선택은 니가 하되 그 책임도 니가 지는 것이다."

지금에서 생각해보면, 정말 한마디 한마디가
다 내게 너무나 도움이 되는 말뿐이였는데,
왜 그게 잔소리로 들렸는지,
사춘기 소년에게 꾸짖는 야단으로 들렸는지...
난 바로 말씀드렸어.

"아버지, 저 정말 잘 할 수 있어요. 허락해주세요."

아버지는 조명을 밝게 켜지 않으셔.
항상 필요한 조명만을 켜두시지.
그래서 남들이 느끼기에 조금 어둡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당신에게는, 적절한 조명이야.
그 날도 아버지 방은, 나에게는 조금 어둠컴컴했지.
아버지는 앉아계셨고,
얘기하는 내내 나는 서있었어.

또 내가 책상 맞은편이 아닌,
바로 아버지 옆쪽에 서있었기 때문에,
아버지는 의자에서 반쯤 몸을 튼 상태였지.

어찌보면, 교무실에 불려간 상황과 비슷해.

그 상황으로 약간의 적막감이 흘렀어.
아버지는 내 눈과 책상을 번갈아 가면서 쳐다보셨고,
무슨 말씀을 하실듯 마실듯 하셔서
그 적막감은 계속 길어질 수 밖에 없었지.

마침내 아버지는,
그 어색한 시간을 깨버리고,
몸을 수그려 맨 밑에 책상 서랍을 여시고는,
두툼한 가방을 책상위에 올려놓고,
가방안에서 무언가를 꺼내셨어.

난 놀랄 수 밖에 없었지.

왜냐하면,
꺼내놓은 그것은, 아주 낡아보이는 '수동카메라' 였어.
니콘 Fe 2.

그리고 말씀을 이어나가셨어.

"모든 예술의 기초는 '사진'이다.
  사진을 찍지 않고서, 예술을 말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지금부터 사진을 찍어라.

  그리고 니 눈으로 보는 것들과,
  카메라 렌즈로 보여지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 알려고 노력하라.

  이것이 니가 예술을 해 나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는 말이였어.
그냥 '멋지다' 라는 생각만 연거푸어 들었고,
동시에, 내가 대중음악을 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는 생각에,
-심지어 그것을 '예술'이라고 표현해 주셨잖아.-
난 기쁠수 밖에 없었어.
거기에 멋져보이는 수동카메라까지 생긴거잖아.

정말 인생 최고의 날이였지.


이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약 10년전의 일이야.
솔직히, 아직도 문제의 그 말,
'니 눈으로 보는 것들과 카메라 렌즈로 보여지는 것의 차이점'
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겠어.

심지어 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
어쩌면, 당신도 모르시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
그래, 정말 최악으로, 그냥, 멋져보이기 위해 말씀하셨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불효막심한 생각말이야.

근데, 중요한 건
그 때 아버지와의 그 대화자체가,
내게 있어서 10년이 지난 지금에서도,
엄청나게 큰 힘이 되고 있다는 거지.

내게 힘든 일이 생길때나,
고민하는 일이 생길때나,
심지어, 아무런 관련도 찾을 수 없는 어떤 일이 생길때 조차,
이 때의 아버지 말씀을 생각하면,
알게 모르게 힘이 나고, 용기가 생겨.

정말 대단하지 않니?
10년 전 그날, 잠깐의 대화가
이렇게 내 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는것이...

아마 앞으로 10년이 지난 후에도,
20년전 그날을 회상하겠지?

그 때는 아버지가 말씀하신 그 '차이점'을 알고 있을까?

그것은,
내가 더 노력해야 알 수 있는 것일까?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일까?

아니면, 나도 모른채 훗날 나의 자식들에게
이 낡은 수동카메라를 주며 같은 말을 되풀이 하고 있을까?

인생은 미스테리!

ps1: 우리아버지 멋지지?

ps2: 아마, 여기에 사진을 올리는 것도,
         그 때, 아버지와의 대화가 없었다면, 불가능했겠지?

ps3: jphole에 오는 수험생들... 수능 잘 보길... 훗훗.
........................................................................................................................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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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3/12/04 17:16
수정 아이콘
아버님이 정말 멋지시네요
취화선
03/12/04 17:47
수정 아이콘
결혼생활 ,,부럽슴니다,
그리고 좀 노셧군요 ^^하하
참,,,아버님 정말멋지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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