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6/08/30 11:27:16
Name The xian
Subject [Book Review] "게임세대, 회사를 점령하다"를 읽고 - 1
어떻게 책을 읽고 난 다음의 감상을 이야기할까 하다가. '대담'형식을 차용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되어 그 형식을 차용했습니다.
쓰다 보니 본의 아니게 S모님의 칼럼과 유사한 형식이 되어 버렸는데요, 너그러운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다만 그 분의 칼럼과 다른 점이 있다면, 제가 쓴 이번 독후감은 "자아와 자아와의 대담"이라는 형식이라는 점입니다.
저기에 나오는 X군도 P군도 모두 저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마치 "천문 대화"에서 갈릴레이가 대담 형식을 빌어
지동설의 옳음을 주장한 것과 같다고나 할까요... 뭐 그렇습니다.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X : 이봐, "게임세대, 회사를 점령하다"라는 책 읽어 봤지. PGR21 게임뉴스게시판에도 나왔던.

P : 당연하지. 너와 같이 읽었으니까.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 할 말 꽤 많은가보다.

X : 그럴 수밖에 없어. 프로게이머는 아니지만 명색이 게임으로 밥을 먹고 사는 처지라 그런 데에 민감하거든.

P : 또, 또 성격 나온다. 좌우지간 저 민감한 성격은 개한테 던져줘도 물어 가지 않을거야. 그러면서 이런 멍석이라도 깔아 주지 않으면 담아 두고 있는 말들을 주위에 한 마디도 안 하니 매번 속병이 생기지. 자. 하고픈 이야기는 뭐야? 꺼내 보라고.


일단 부럽다

X : 일단 이 책이 실제로 최고 경영자(CEO)에 의해 쓰여졌다는 것이 나는 부러워.

P : 어째서?

X : 간단해. 너무 비교되거든. 사회이건 경제이건 지도층 인사나 돈줄을 쥔 CEO들이(심지어 게임업계의 CEO들 중 상당수도 말야)
게임을 '악의 축'이나 '한철 장사'라는 식으로 인식하는 대한민국과는 달라도 너무 달라.

P : 이를테면, '바다이야기'같은 문제가 이슈화되는 대한민국과, 이런 책이 나오는 미국과 비교된다는 거냐?

X : 야. 그 '바다이야기'는 제발 빼자. 그건 게임이 아니라 도박이고, 무엇보다 정치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아. 게임계의 난맥상이나 고질적인 모순과 관련된 이야기에 대해서까지 정권의 음모다 정치가들의 돈줄이다 하는 식으로 자기가 전문가인 양 제멋대로 추측하는 이야기들은 듣고 싶지 않거든.

P : 제멋대로군. 뭐 싫다니 더 언급 안 할게.

X : 일단 서문부터 이 저자가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전제 조건 중 하나는 "게임 세대는 양적, 질적인 면에서 지금 중간자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를 압도할 것이다"라는 것이야. "게임은 애들이나 하는 것이다"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고, 거기에 애들과 어른의 경계를 지어 어떻게든 "게임을 하는 애들"의 이미지를 빨리 탈피하려고 하는 게 정상적이라고 받아들여지는 대한민국에서는 돌 맞을 가능성이 높은 소리지.

거기에 첫 단락의 소제목 부터 의미심장하기도 하고. "게임이 만든 최강의 인재"라. 말이란 것이 아무리 본질이 따로 있을 수 있다고 하지만 그 말이라는 "담는 그릇"이 중요하다고 보았을 때 게임이나 인터넷과 관련된 사람들이 모이는 커뮤니티에서 "폐인"이라는 말이 일상화된 것과 이 책에서 언급한 "최강의 인재"라는 말은 그 표현상으로 볼 때 너무 비교되잖아.

P : 하긴 그렇네. 내가 생각해도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이 정도의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게임에 대해 이런 식으로 서술하기는 힘들다고 봐.

X : 게다가 연령대로 따지자면 직장에서는 '중간 관리자'격에 해당하고 가정에서는 10~20대 자녀가 있는 부모에 해당하는, 베이비붐 세대에 태어난 이들에게 책의 곳곳에서 직격탄을 날려버리지. 게임과 게임 세대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베이비붐 세대의 어른들에 대해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게임 세대의 장점을 인정할 줄 모른다" 라는 비판을 넘어, 아예 "중간 관리자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투로 말하고 있어. 사실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이런 말을 했다간 맞아죽을 텐데 말야. "그깟 게임 좀 모른다고 '자격이 없다'는 소리가 가당키나 하냐. 이 건방진 XX야"라는 욕까지 들으면서.

P : 죽을 것까지야 없지. 뭐 언제 그런 거 생각하고 우리가 게임을 즐겼냐.

X : 어쨌건 간에. 나는 최고 지도층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또 다른 '미국의 힘'이라는 생각이 들어.

P : 미국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네가 그런 생각을 할 정도면 정말 그 느낌이 각별했나보다.

X : 두말하면 잔소리.


약간의 동질감

X : 뭐 그리고 한편으로는 대한민국의 현실과 비교해 봐도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 면이 있어.

P : 좀 이해가 안 간다. 앞에서는 대한민국에서 게임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푸념을 늘어놓더니 이번엔 또 동질감이냐? 그래, 어떤 면인데?

X : MP3이나 휴대폰 같은 것들도 새로운 세대에게 영향을 미쳤을 텐데 왜 "게임 세대"가 생겼는지에 대해 여러 각도로 분석하는 대목에서, 과거(또는 현재) 게임이 푸대접당한 현실을 저자는 한 마디로 묘사하지.

"게임만큼 윗세대에서 철저하게 외면당한 과학 기술은 없다"라고.

비록 미국의 예이긴 하지만 - 경험담이 아닌 구체적 통계자료를 들이대면서 그렇게 말하는데, 그에 대한 반박의 여지가 과연 있을까?

P : 야. 촌철살인이라고 말해도 되겠다.

X : 대한민국에서 게임회사의 임금이나 복리후생이 - 아무리 벤처기업이 많다고 해도 - 타 업종에 비해 열악하기 그지없고, 거기에 인식도 무지하게 안 좋은 점을 생각한다면 이건 정말 뼈속 깊이 체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야. 아마 내가 게임회사 명함 가지고 다니면서 지난 3년여 동안 당한 수모들을 생각하면 정말이지 3박 4일 동안 밤 새면서 떠들어야 할걸?

P : ......술 마시고 이야기만 안 하면 돼.

X : 나 술 별로 안 좋아해. 콜라라면 모를까......


다음 이야기는?

X : 어쨌든, 책의 서두만으로도 꽤 호감이 가고 읽어볼 만 해. 하지만... 이제부터 '자칭 게임강국'인 대한민국에서 게임 일을 하면서 느낀 현실과, 이 책에서 서술한 '진짜 게임강국'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미국의 차이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할 거야. 이 책에는 미국의 '지도층'에서 -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이 책의 저자가 지도층의 전부를 대변하지는 않는다 할지라도 - 게임 세대를 희망적으로 바라보는 내용과 긍정적인 서술이 담뿍 담겨 있는 반면, 대한민국의 게임 현실은 '그렇지 않다'라고 단언할 수 있기 때문이지. 아직 게임계에서 일한 지 3년 남짓밖에 되지 않는 내가 봐도 말야.

P : 또 뭔 이야기를 얼마나 풀어놓을 지 걱정 반 기대 반이다.

X : 걱정 마. 이 이야기는 다음에 할 거니까.

P : 뭣!! 변죽만 울려놓고 빠질 작정이냐? 너 그런 이야기 길게 하는 거 두려워하지 않잖아.

X : 어쩌겠냐.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얘기할 거 다 여기에 옮기면 스크롤 내리다가 사람들 다 잠들고 말걸.

P : 알겠다. 하지만 다음에 할 이야기가 너무 난해하고 길지 않았으면 해. 내가 보기에, 다른 사람 독후감 다섯 장 쓸 거 50장으로 만드는 재능은 내 주위 사람들 중에서 아마 너밖에 가지지 않았을 거야.

X : (칭찬인지 욕인지...)좀 짧게 쓰도록 노력해 봐야지 뭐.


To Be Continue......


- The xian -
* homy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8-31 15:41)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초스피드리버
06/08/30 11:46
수정 아이콘
책과 그닥 친하지 않은 저도 왠지 읽어보고 싶을만한 생각이 드는 책인것 같네요... 어려울거 같기도 하고...

뭐 어쨋든,The xian님의 리뷰 계속 기다리겠습니다.
저 책을 사야할지, 말아야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거든요ㅠ_ㅠ
루크레티아
06/08/30 12:20
수정 아이콘
게임이 취미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의 대한민국...
3박 4일동안 비디오방에 틀어박혀서 영화만 보는 폐인은 당당하게 취미가 영화감상이라고 말할 수 있고, 하루에 3시간씩 게임하는 일반 게이머는 게임이 취미라고 했다간 정신 연령을 의심받죠...사실 우리나라의 주류라고 할 수 있는 30~50대층의 일반 국민들에게 우리나라가 게임강국이냐고 물어본다면 예, 아니오로 답하는 사람보다는 게임 가지고 강국 운운하냐는 사람이 절반 이상은 나올듯 합니다..정부가 지어낸 이야기에 불과하죠 게임 강국...저변이 이렇게 개판인데 강국은 무슨 강국입니까...-_-
카이레스
06/08/30 13:19
수정 아이콘
이런 책이 나왔군요...저도 한번 봐봐야겠습니다+_+
다음 리뷰도 부탁드려요~
쇼미더머니
06/08/30 15:08
수정 아이콘
루크레티아님 말씀에 대공감
연예인들이나 음악가사 좔좔 외우면 팬이고, 프로게이머를 외우면 폐인.
스포츠 일정 외우고 보면 열성팬, 스포츠맨이고, 스타리그 일정 외우고 보면 폐인.
음악시디 사면 당연한거고, 게임 팬북, 팬디스크 사면 또 폐인(실제로 저희학교에서 이랬습니다 -_-)
다른건 전부 고상한것처럼, 좋은것처럼 말하면서 게임만 유독 색안경 끼고 보더군요.
그것도 20대 제 또래들이 말이죠.
06/08/30 16:41
수정 아이콘
재밌어보이네요 +_+
그나저나 저자 이름이 어떻게 되나요...그래야 살수있을듯~
The xian
06/08/30 20:12
수정 아이콘
Min_Fan 님// 게임뉴스란에 책 소개 뉴스가 링크되어 있습니다. 아래의 링크에 가서 관련 기사를 읽어 주시면 되겠습니다.

https://ppt21.com../zboard4/view.php?id=GameNews&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2799
06/08/30 20:26
수정 아이콘
The xian // 감사합니다~ 내일 당장가서 사야겠네요. 과외하는학생한테 문화상품권 강매당해서-_-;;; 남은게 있었는데
율리우스 카이
06/08/31 00:40
수정 아이콘
신한은행이 스타크래프트 펀드 인가 통장인가 여튼 E-sports 관련한 금융상품인가를 만들었죠. 전 상당히 긍정적이고 효과적인 전략(왜냐면 누구나 처음 만든 통장이 있는 은행에 평생 애착이 가는게 인지상정인지라)이라고 생각했는데, 게임 안하는 친구들이 하는말.

"신한은행 왜그래? 쪽팔리게.."
sway with me
06/08/31 16:23
수정 아이콘
1년 선배인 누나가 그랬습니다.
'너처럼 멋진 남자가 왜 게임을 좋아할까?'
멋지다는 말에 기분이 좋아져서 헤벌쭉~ 해지고 뒷부분을 신경을 쓰지 못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게임에 대한 편견이 묻어나오는 말이더군요.
멋진 사람은 게임을 안한다는 건가?^^;;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332 Who sad strong is nothing. [21] 김연우211859 06/09/20 11859
331 그들만의 송별식.......(임진록월페이퍼 첨부) [29] estrolls11800 06/09/19 11800
329 미스테리한 그녀는 스타크 고수 <첫번째 이야기> [21] 창이♡10515 06/09/18 10515
328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5th』제목없음 [9] Love.of.Tears.7746 06/09/17 7746
327 서로 거울을 보며 싸우는 듯한 종족 밸런스 논쟁... [52] SEIJI8570 06/09/17 8570
326 가을에 듣는 old song [26] 프리랜서10335 06/09/11 10335
325 김원기여, 이네이쳐의 기둥이 되어라. [17] 김연우29563 06/09/11 9563
323 PGR 회의........... [35] Adada14208 06/09/05 14208
322 YANG..의 맵 시리즈 (11) - Lavilins [18] Yang9271 06/07/20 9271
321 과연 이제 맵으로 프로리그의 동족전을 없앨 수 있을까? [28] SEIJI9464 06/09/06 9464
319 "게임세대, 회사를 점령하다"를 읽고 - 후기 [9] The xian7279 06/09/06 7279
318 여성부 스타리그가 다시 열립니다! [33] BuyLoanFeelBride12682 06/09/05 12682
317 알카노이드 제작노트 [48] Forgotten_11652 06/09/04 11652
315 [Book Review] "게임세대, 회사를 점령하다"를 읽고 - 4 [7] The xian6556 06/09/04 6556
314 프로리그의 동족전 비율을 줄이기 위해서... [12] 한인7918 06/09/04 7918
311 [Book Review] "게임세대, 회사를 점령하다"를 읽고 - 3 [6] The xian6390 06/09/02 6390
310 [Book Review] "게임세대, 회사를 점령하다"를 읽고 - 2 [8] The xian7346 06/08/31 7346
309 제목없음. [5] 양정현8213 06/08/31 8213
308 어느 부부이야기3 [26] 그러려니9313 06/08/30 9313
307 [Book Review] "게임세대, 회사를 점령하다"를 읽고 - 1 [9] The xian8202 06/08/30 8202
306 프라이드와 스타리그 [8] 호수청년9338 06/08/28 9338
305 <리뷰>"악마가 영웅의 심장을 빼앗아 버리네요" 경기분석 [2006 Pringles MSL 16강 B조 최종전 박용욱 VS 박정석] [12] Nerion11901 06/08/28 11901
301 [설탕의 다른듯 닮은] 조용호와 김두현 [20] 설탕가루인형9341 06/08/25 934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