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6/08/17 13:13:31
Name 미친잠수함
Subject 정말 아름다운 사진....
이런 글을 올려도 되는 건지 아닌지 모르겠네요..
매번 느끼지만 PGR의 Write 버튼은 참..
팀장님이 야려보시는 가운데 얼른 편집해 보렵니다..
참고로.. 전 HTML을 처음 써보는 전기쟁이입니다.. 서툴어도 부디 너그러이..

아래 사진과 글은 제 동생이 2004년 가을 즈음에 주산지에 다녀와서 네이버 사진 갤러리에 출품, 당선된 작품입니다.

호응 좋으면 동생 작품 두어개 더 올려드리겠습니다..

사진과 글이 너무 이뻐 여기 올립니다.

감상...   시작하시죠^^

==================================

주산지 가는길....

차도 없이 혼자서 찾아간 주산지는 꽤 멀었다...

버스에서 내려서 또 걸어서 40분은 올라가는 길이었다...

하지만, 가을 햇살을 듬뿍 받은 시골의 들판을 바라보며 여유있는 산책을 하는 건

꾀나 멋진 일이었다..

아니, 어쩌면 사람들로 북쩍대는 그리고 잎 진 늦가을의 주산지 보다도

더 깊은 인상을 주었다..

거기에 한 몫을 한 것은 바로 그 길에서 만난 한 사람이었다..

외따로 떨어진 낡은 기와집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기에 기웃거리며 들여다 본 마당에는

참 오랜만에 보는 아궁이에 바알간 장작불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사람을 만났다....





안녕하세요?

주산지에 사진 찍으러 온 학생이라고 하자, 할머니는 금방 쓰고 계신 수건을 벗으시더니

머리를 가다듬으신다...

병석에 누워 계신 친할머니가 생각이 나 왠지 남같지 않았다...

아궁이 불을 때 놓으면 밤새도록 얼마나 따뜻한 줄 모른다고 하셨다...

그러시면서 시작하시는 이야기가

엉킨 실타래를 풀 듯 구구절절 하염없다..

두 아들은 내가 사는 부산에 있다 하신다...

자주 오지는 못해도 그저 탈 없이 잘 살아 주는게 더 고맙다고 하신다..

영감은 마흔살에 지 혼자 먼저 가뿠다고 하신다..

지금은 허리에 병이 나서 앉았다 일어서는게 힘들다고 하시는데,

옆에서 부축해 드리니 한결 수월하다며 함박 웃음을 지으시지만

그 웃음이 왠지 서글퍼 보이는건 왜일까?

구구절절 옛 이야기를 늘어 놓으시는 할머니의 얼굴에

미묘한 차이지만

웃음이, 슬픔이, 눈물이......

때로는 아스라한 추억이...

만감이 교차하고 있었다












평생을 자식 위해 바둥거리다

이제는 다 낡고 닳은 헌 고무신처럼...






누구하나 거들떠 보지 않는 이 사람에게도

친구가 필요한 것일까..

떠나려는 내게 할머니는 왜 벌써 가냐며

커피를 한 잔 끓여 주겠다 하신다..

그리고는 같이 한 장 찍자고 하신다.

나는 얼른 삼각대를 펼쳤다..

그래..

어쩌면 난

이 아름다운 계절에 떠난 마지막 가을 여행에서

사람들로 붐비는 유명한 명소의 비경보다도

사람 냄새 풀풀 나는 더 아름다운 사진 한 장을 얻을 수 있었기에

행복한 사람이다..

할머니가 오래도록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주산지 가는 길에....






Edited by 비닐우산





















* 메딕아빠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8-18 15:27)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이도훈
06/08/17 13:21
수정 아이콘
와...사진 좋네요. 할머니의 꾸밈없는 표정이 동생분이 좋으신 분이란 걸 말해주는 듯......이것 저것 꾸민 사진 보다 훨씬 느낌이 좋습니다. 사진적으로도 굉장히 잘 찍은 사진이구요~
paramita
06/08/17 13:22
수정 아이콘
너무 아름답네요...사진도, 글도...할머니 오랫동안 행복하게 사세요...
수미산
06/08/17 13:22
수정 아이콘
정말 아름답군요.
여행가고 싶습니다.
추억속의 재회
06/08/17 13:23
수정 아이콘
가슴이 찡~
갑자기 시골에 혼자계시는 할머니가 보고싶어지네요
lilkim80
06/08/17 13:26
수정 아이콘
글도 사진도 모두 아름답네요
좋은 글 좋은사진 감사합니다. 저도 할머니가 보고싶어지는 데요
kiss the tears
06/08/17 13:27
수정 아이콘
정말 사진 좋네요~~!
보는 내내 " 이야 이야" 를 입에 달고 봤습니다
좋은 사진 감사합니다
06/08/17 13:29
수정 아이콘
사진 너무 푸근하네요.
왠지 SLR클럽 니콘포럼 분인듯한 느낌이 드는군요.
대략낭만
06/08/17 13:54
수정 아이콘
정말 좋은 사진이네요..
감상 잘 했습니다....
06/08/17 14:02
수정 아이콘
인물사진은 찍는 사람의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이 피사체와의 교감이라고 하던데, 모르는 분이지만, 사진 찍으신 분도 참으로 좋은 분이실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06/08/17 14:04
수정 아이콘
저두 자주 못찾아 뵙는 할머니 생각에...ㅜ.ㅜ
조은 사진, 조은 글 감사합니다.
아직 휴가 못갔는데 꼭 울할머니 찾아뵙고 같이 계곡이나 갈까해여.^^
06/08/17 14:27
수정 아이콘
아 주산지 갈겁니다
06/08/17 14:44
수정 아이콘
저도 사진을 배우고 싶어요..
하드코어
06/08/17 14:46
수정 아이콘
저절로 로그인 하게 해주는 글과 사진이네요^^
몇해전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생각나게 해주시네요..
감사합니다.
06/08/17 14:59
수정 아이콘
아.. 정말 따뜻한 사진이네요..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06/08/17 15:48
수정 아이콘
이런 사진보고 가슴 찡하지 않을 사람이 있나 할 정도로 너무나 감동적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갈 수록 노인들을 짐덩어리 취급하고 있는데 자신들도 언젠가는 노인이 된다는 걸 빨리 인지하고
북유럽 부럽지 않은 복지국가가 됐으면 좋겠습니다...제도적인 면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말입니다...^^
darksniper
06/08/17 17:10
수정 아이콘
작년 가을에 주산지 갔었는데.. 참 멋지더군요^^
사진 좋네요 잘봤습니다
너에게간다
06/08/17 17:51
수정 아이콘
따뜻한 사진입니다. 할머니 오래오래 사세요!!
KimuraTakuya
06/08/17 19:12
수정 아이콘
음,,형언할 수없는 뭉클한,,느낌,,,이네요^^;;
Grateful Days~
06/08/18 00:06
수정 아이콘
저 사진찍은 디카의 기종과 가격을 먼저생각해버린 때투성이의 나 자신.
아케미
06/08/18 00:16
수정 아이콘
고맙습니다. 이 글을 써 주셔서.
심야극장
06/08/18 15:48
수정 아이콘
아흐 좋다 ㅠㅠ
노래쟁이플토
06/08/18 18:44
수정 아이콘
사진도 좋고 글 내용도 좋고 ^^ 정말 멋지시네요~ ^^;;
Mr.Children
06/08/18 20:33
수정 아이콘
따듯합니다.
민간인
06/08/18 20:53
수정 아이콘
사진이 너무 멋있어서 정말 오랜만에 글을 적어봅니다..
색감이 정말 좋네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빛깔의 색...좋은 사진 계속 올려 주세요..
카르패디엠
06/08/18 21:53
수정 아이콘
할머니 김태희보다 더 미인이세요...,^^
06/08/19 00:19
수정 아이콘
색감 연출.... 가장멋진건 거기에 담겨있는 소중한 글.. 최고입니다.
영혼을위한술
06/08/19 00:22
수정 아이콘
할머니 모습과 마지막 사진을 보니가 눈물이 왈칵 쏟아 질려고 하네요
정말 멋지네요
지금 친할머니께 전화 한통 해드려야 겠습니다^^
종합백과
06/08/19 11:21
수정 아이콘
뒤늦게 좋은 사진과 글을 보게 되었네요.

가슴 한켠이 따뜻해집니다.
KILL_MASS
06/11/10 16:30
수정 아이콘
손을 찍은 사진...그 손에서 할머니의 살아온 여정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300 나는 게임에 대한 이런 관심이 즐겁지 않습니다. [16] The xian10406 06/08/24 10406
298 이번 신인드래프트를 주목하라!! [39] 체념토스15525 06/08/21 15525
297 [yoRR의 토막수필.#24]에고이스트의 손목. [5] 윤여광7599 06/08/21 7599
296 제목없음. [18] 양정현8758 06/08/21 8758
295 정재호선수에 관한 이야기...^^ [27] estrolls10397 06/08/21 10397
294 [yoRR의 토막수필.#23]*외전*아픔에 기뻐해야 할 우리 [7] 윤여광7636 06/08/18 7636
292 앙갚음 - 공평 [24] homy11600 06/08/18 11600
291 정말 아름다운 사진.... [29] 미친잠수함13570 06/08/17 13570
290 [yoRR의 토막수필.#22]Photo Essay. [11] 윤여광8329 06/08/16 8329
288 오영종과 오승환 [35] 설탕가루인형14370 06/08/09 14370
287 최연성과 아드리아누 [51] 설탕가루인형15689 06/08/07 15689
286 '슬레이어즈 박서' 와 '라울 곤잘레스' [27] 설탕가루인형15002 06/08/05 15002
285 강민, 몽상가는 아드레날린 질럿의 꿈을 꾸는가 [94] Judas Pain20166 06/08/04 20166
284 [sylent의 B급토크] 가을이라 오영종 [44] sylent13130 06/08/01 13130
282 [PHOTO] 광안리 결승전, T1의 우승을 축하합니다 [59] 오렌지포인트13216 06/08/01 13216
281 레벨 다운을 피하는 법 [12] Timeless10336 06/07/30 10336
277 날개를 이렇게 접을껀가요? [17] 한동욱최고V11516 06/07/27 11516
276 함께 쓰는 E-Sports사를 제안하며. [14] The Siria8254 06/07/25 8254
275 [sylent의 B급토크] 타도 T1! [102] sylent15708 06/07/23 15708
274 닭사진 [79] 근성벌쳐19282 06/07/19 19282
271 '축구는 □다' 총정리 [18] Altair~★11710 06/07/11 11710
270 '손'에게 감사합니다. [19] 구라미남10198 06/07/08 10198
268 변은종의 5드론, 그 짜릿함. [37] 시퐁13729 06/07/03 13729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