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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6/14 00:33:24
Name 딥퍼플
Subject [기타] 이겼는데 하나도 기쁘지가 않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투혼'이란 말은 '끝까지 투쟁하려는 기백'을 의미한다는군요.

자연과 운명에 대한 결코 포기하지 않는 인간의 투쟁...

대표선수들의 유니폼 한쪽에도 수 놓아져 있다는 '투혼'이란 말은

하두 많이 들어 진부하지만, 그래도 참 멋진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왜 축구를 좋아하는지 생각해봤습니다.

바로 '원시적인 인간의 에너지', '그라운드에 대한 순수한 열정' 같은 가치들 때문에,

웨인 루니나 네드베드, 박지성 선수를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과연 오늘 우리가 순수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갈수록 상업화되어 가는 축구와 월드컵, 그리고 국민들의 극성스런 응원...

그런 것들에 짓눌려 우리 선수들이 자꾸 성적과 결과에 매몰되어 가고 있고,

그라운드의 순수한 가치를 우리는 잃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요?




제 생각이 너무 순진하다구요?

맞습니다. '프로페셔널리즘'이 판치는 세상에서 중요한 것은 당연히 '결과'이겠죠.

'프로는 아름답다', '프로는 성적으로 말한다', '프로가 되라'는 말들처럼요.

하지만 저는 '프로페셔널리즘'이 대세인 이 세상에서 마지막까지 순수한 '아마추리즘'을

고수하고 싶습니다.... 최소한.... 최소한 축구에 있어서 만큼은요....

저는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과정에 만족하고 스스로 즐길 수 있는 삶이 진짜 멋진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이 나에게 좋은 성적과 결과를 강요하더라도 코웃음치며

'네가 뭐라 그래도 과정이 결과보다 중요해. 결과는 과정에 따라오는거지'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성적과 결과에 대한 중압감에 찌들어 있는 대표팀을 보는 것은 고통스러웠습니다.

남아 있는 시간을 재며 10명의 토고선수들을 상대로 공을 돌리는 것을 보는게

고통스러웠고, 종료시간 1분전 혹시 모를 토고의 역습에 대한 불안감에 서로

프리킥을 미루며 결국 포기해버리는 우리팀을 보는 것이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렇게 좋아했던 축구였고,

그렇게 응원했던 한국축구였는데,

하나도 기쁘지가 않군요.

어쩌면 이번 월드컵에서 저는 대한민국 대표팀을 응원하지 않게 될 것 같습니다.

내일, 내일의 경기에서는 '生 날 것의' 순수한 인간의 열정을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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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나나송
06/06/14 00:34
수정 아이콘
난 기쁜데?
06/06/14 00:34
수정 아이콘
전 엄청 기뻐요.
솔직히 글쓴 님 너무 배부른 소리 같아요 ㅠㅠ
Grateful Days~
06/06/14 00:34
수정 아이콘
어차피 오늘만 이기면 다 져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기 땜시 -_-;;
루나파파
06/06/14 00:35
수정 아이콘
국민들과 언론이 응원이라는 이름으로 선수들 압박하는걸 보세요. 그걸 다 떠안고 있는 대표팀으로서는 승리에 대해 집착할 수 밖에 없지요.
저도 윗분 댓글처럼 기뻐요. 하지만 이번 승으로 언론들 또 설레발치면서 대표팀 압박할거 같아서 걱정이 되네요.
드래곤볼
06/06/14 00:36
수정 아이콘
난 기쁜데?
스타급센스
06/06/14 00:36
수정 아이콘
토고가 들이대지도 않는데... 우리나라가 무리하게 공격하다 역습상황에서 골을 먹었다면... 님은 뭐라고하실지
고길동
06/06/14 00:36
수정 아이콘
응원하지 않으시면 됩니다.

오늘 보니까 KBS에서는 축구를 안보는 분들을 위해 B형남자 영화 하던데 그런거 보시던가 케이블을 보시던가 아니면 티비 안보시면 됩니다.

투혼이고 나발이고, 이긴 다음에 나오는 겁니다.

그들이 누구를 위해 뜁니까?

어떻게든 1승을 이루기 위해 애쓰는건 그들이고

투혼이고 나발이고를 너무 과도한 기대를 가진 팬이 평가할 권리는 없습니다.
김사무엘
06/06/14 00:36
수정 아이콘
그동안 한국 축구가 보여준 것이 '박지호 스피릿'이었다면 지금은 박태민 혹은 마재윤의 운영 스타일로 바뀐 것 이죠. 좀더 능숙하고 침착해졌다고나 할까요?? 큰무대에서 유리한 상황을 맞으면 무조건 분위기에 휩쓸려 들이댔다가 그르친 기억이 한두번이 아니었죠. 가까운 예로 98년 멕시코전이 있었고, 86년에는 비기기만 하는 상황에서 공격으로 나아가다 16강 놓친 적도 있었으니까요. 지금 지친 상황에서 우리 선수들은 냉철한 운영을 한겁니다.
레로베
06/06/14 00:37
수정 아이콘
기뻐하지마세요
영웅의등짝
06/06/14 00:37
수정 아이콘
혼자 기뻐하지마세요..
psyche4eros
06/06/14 00:37
수정 아이콘
딥퍼플님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닙니다. 확실히 2002년과 지금은 다르죠. 하지만 기쁘지도 않다시니 제가 다 안타깝습니다. 우리는 팬입니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도록 응원을 하는 게 나쁜 모습 하나에 실망했다 말하는 것보다는 순수한 일 아닐까요?
참고로 저희 집이 강남역 근처인데, 지금 밖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즐거움 속에서 다같이 즐기고 있습니다. 우리 같이 즐기면 안 될까요? 저는 여전히 우리 국가대표가 멋지다고 느낍니다.
06/06/14 00:38
수정 아이콘
그럼 보지 마세요
06/06/14 00:38
수정 아이콘
지고도 그런소리 나올까요?
아주 배불러서 음식물이 터져 나왔군요
06/06/14 00:38
수정 아이콘
매너는 강한자의 여유~ 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희망의마지막
06/06/14 00:40
수정 아이콘
뭐, 한국 축구팀 월드컵에서 참 많이 성장했음을 느낍니다.
한번 이기기만 바랬었던 옛날과는 달리
멋지게 못 이겨서 아쉬움까지 느끼게 되는군요.

이렇게 기쁘지 않은 분도, 기쁜 분도
좋게 생각하면... 좋은게 좋은 겁니다.
한국 축구 성장했다는 증거이기도 하겠죠.(오늘 한 경기 경기력은 일단 논외로 하고 말입니다.)
뭐, 어쨌든 전 좋아라 하고 맥주 한 캔 마저 따렵니다~.
06/06/14 00:40
수정 아이콘
난 기쁜데....전쟁도 아니고...스포츠에서 투혼은..좀....졌으면 무슨 소릴 들을지..참..
06/06/14 00:41
수정 아이콘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참;;
제천후
06/06/14 00:42
수정 아이콘
다 좋지만,, 방송사나,,월드컵의 상품성과 우리나라의 국민성? 을 극대화해서 이용하는 자들은,,정말,,;;휴,,
크로우
06/06/14 00:42
수정 아이콘
1:0 으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힘들게 역전승한 선수들에게 수고했다는 말 한 마디 하는게 그렇게 힘든건가요 ?
몽상가저그
06/06/14 00:42
수정 아이콘
이겨도 기쁘지 않다라는 것...
2002년만해도 1승을 기원하면서...16강만 가자고 하던 우리나라였는데...
4강신화를 이루고 나니까...
우리나라 사람들 축구보는 눈만 너무 높아졌네요...
TRUST_NO1
06/06/14 00:43
수정 아이콘
딥퍼플님의 생각도 일리가 있지만.. 너무 "과정"을 중시하다보면 젤 중요한 "결과"를 놓치게 되는 거 아닐까요. 투혼, 성실함. 정말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하지만 그런걸 강조하다보면 냉정한 플레이를 해야할 때마저도 오버하여 실수하게 되고. 결국 결과는 나쁘게 나오는 경우를 수도 없이 목격하시지 않았나요..

승은 승입니다. 하여튼 저는 정말 기쁘네요.
e-motion
06/06/14 00:47
수정 아이콘
네. 그렇게 후반 마지막에 우리 팀의 볼 점유율을 늘리고, 상대방에 공격할 기회 자체를 봉쇄하는 '노련하고 지혜로운 과정'을 통해 우리는 그렇게 원하는 승리를 쟁취하였습니다. 그리고 저, 그리고 제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기뻐하고 있습니다.
06/06/14 00:48
수정 아이콘
난 기쁜데?
아드보카트라
06/06/14 00:50
수정 아이콘
제발 즐기세요. 축제인데...뭘 그리 심각하게 보십니까?
전 기쁩니다. 아주많이매우엄청 ^^
e-motion
06/06/14 00:55
수정 아이콘
그리고 한마디 붙이겠는데. "우리 선수들이 자꾸 성적과 결과에 매몰되어 가고"라는 말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군요. 98년도에 네덜란드에 5:0으로 졌다고 바로 감독 경질에 들어간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2002년을 기점으로야 많은 사람들이 단순한 성적위주에서 축구의 재미를 사람들이 인식하게 된 것이죠.

글쓰신 분께는 죄송합니다만. 순수 '아마추어리즘'인 조기축구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시간끌기 전략을 왜 걸고 넘어지는 것인지 지금도 전 이해가 안되고 있습니다.
lxl기파랑lxl
06/06/14 01:06
수정 아이콘
부담인 동시에 힘이 되는 겁니다. 국민들의 관심은 말이죠.

시간끌기는 극히 당연한 겁니다. 그걸 왜 -_-;; 거기서 간지낸다고 공격하는거야말로 쇼맨쉽이겠죠.
쪽빛하늘
06/06/14 01:07
수정 아이콘
여긴 PGR 내 게시판 아닙니까? 리플들이 왜 이런가요?
06/06/14 01:09
수정 아이콘
쪽빛하늘// 글쓴이가 분명 논란을 일으킬만한 글을 썻기에 좋은 리플이 있을 수 없죠.. 우리 선수들 모두 30도가 웃도는 더위에서 열심히 싸워주었는데 이런말을 하다뇨.. 글쓴이가 한번 30도가 넘는 더위에서 90분간 뛰어보고 그런말씀하시는게 어떨가요
06/06/14 01:22
수정 아이콘
안 보시면 되빈다.. 답이 업ㅂ죠~ 저도 후반에 좀 답답하긴 했지만 이겨서 좋습니다. 응원안하셔도 머라안하니 그냥 다른나라 경기 보세요 ㄳ
06/06/14 01:25
수정 아이콘
참내.... 꼭 한소리 하게 만드시네. 그냥 앞으로 월드컵 시청 하지 마세요.
06/06/14 02:04
수정 아이콘
저도 좋은데요. 공 안 돌리고 역습 당해서 혹시라도 비기거나 졌을 경우, "전 기쁩니다" 라고 하셨을지..
06/06/14 02:18
수정 아이콘
좀 반응이 격하네요. 저도 국대가 이겨서 좋습니다만 우리나라의 모든 축구팬들이 단순한 승리만을 위해서 국대 경기를 본다고 확정할 수는 없는 법 아닌가요. 국적을 떠나서 좋은 시합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점을 인정할 수 없나요.
06/06/14 03:29
수정 아이콘
오늘같은날은 그냥 조용히 넘어가시는게 나을듯 싶습니다 ~허허
가뜩이나 승리로 인해 기분도 좋고 흥분된 상태일 사람들에게 이런 자극적인 글은 위험하죠
FoolAround
06/06/14 09:18
수정 아이콘
오바 즐
FoolAround
06/06/14 09:19
수정 아이콘
저도 사실기쁘지가않군요. 스코어 돈내기했는데져서.한골더넣길바랬는데 ㅜㅜ
Liebestraum No.3
06/06/14 09:33
수정 아이콘
너무 기쁘네요. 뭐 여기서 몇몇 글 쓴 사람들이 안기뻐해도 대다수 국민들은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기 여념이 없습니다.
카에데
06/06/14 10:23
수정 아이콘
저는 매우 기쁩니다~
선토린
06/06/14 10:37
수정 아이콘
전 이겨서 기쁩니다 한편으론 아쉽구요 (K리그 재판을 보는것 같아서)
06/06/14 11:01
수정 아이콘
이뭐병
쪽빛하늘
06/06/14 11:35
수정 아이콘
저는 무지무지 기쁘기만 한데요... (참고로 얘기하는데 저 위의 쪽빛하늘님이랑은 다른 사람입니다 ;;)
06/06/14 13:16
수정 아이콘
저도 무지하게 기쁘기만 한데요.. 어딜가나 꼭 이런글들 올라오죠..
06/06/14 14:01
수정 아이콘
글도 글이지만 몇몇 리플들은 좀 그렇군요.....
혹시 저도 오바하는 건가요???^^;;
WizardMo진종
06/06/14 14:30
수정 아이콘
이뭐병
06/06/14 22:49
수정 아이콘
이뭐병(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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