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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6/26 08:35:32
Name forgotteness
Subject [기타] [펌]차범근 해설위원의 글...
읽다가 좋은글이어서 퍼왔습니다...
출처는 중앙일보 입니다...
여기서부터 기사전문 입니다...


갑자기 허전해졌다.

두리가 새로 옮긴 팀(마인츠) 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어제 떠나면서 나 혼자 남게 된 이유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우리 축구대표팀이 짐을 싸 귀국해 버린 이유가 더 큰 것 같다.

독일에 들어온 뒤 대표선수들과 함께 그라운드에서 뛰지는 못했다. 그러나 중계방송석에서 그들과 함께 호흡을 해 왔다. 이운재.박지성.이천수.최진철 등 선수들의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를 느끼며 때로는 안쓰럽고 때로는 너무나 자랑스럽던 자식 같은 우리 선수들이 훌쩍 떠나버렸다.

오락기처럼 빈틈없이 움직인다는 아르헨티나가 기세를 올리고 있고, 나도 응원을 마다하지 않았던 홈팀 독일이 연승을 이어가면서 팬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브라질 역시 그간 막혔던 호나우두의 골이 무더기로 터지면서 '아무도 우승컵을 건드리지 말라'는 경고를 한다. 거기다 잉글랜드와 네덜란드, 그리고 이탈리아까지 예외없이 16강에 가세하면서 독일 월드컵은 열기와 흥분을 더해가고 있다. 하지만 어제오늘 도무지 흥이 나지 않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16강, 당연히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 건 아니었지만 해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끝까지 버리지 않았다. 부심이 깃발을 한참 들고 있어서 우리 선수들은 경기를 멈췄다. 우리도 모두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부심의 깃발은 순식간에 내려가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무심하게 골 사인을 보내는 게 아닌가. 중계석 옆자리에 앉아있던 두리가 "저건 사기예요!" 하고 소리를 높였다. 너무 깜짝 놀라 두 눈을 부릅뜬 채 두리에게 조심하라는 사인을 보냈지만 그순간 그렇게 외치고 싶은 사람이 왜 두리 혼자뿐이겠는가. 물론 오프사이드 논란이 일어난 두 번째 골 때문에 16강행이 좌절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부심의 무책임한 행동은, '잘 싸웠다'며 우리 선수들을 격려하고 상대를 축하하며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하고 싶었던 우리의 마지막 자존심을 흔들어 버렸다. 그게 아쉬운 거다.

이제는 받아들이자. 월드컵은 더 이상 단순한 축구경기가 아니다. 세계를 아우르는 문화다. 이미 하나로 묶여버린 세계는 희로애락은 물론 호흡까지 같이 한다. 벌써 우리의 억울함을 탓하는 듯 현지에서는 "2002년 한국에 진 이탈리아나 스페인과 비교한다면 한국의 억울함은 아무것도 아니다"며 정중히 질타한다. 당시 화면까지 곁들인다. 우리의 억울함을 덮고 상대를 인정하자. 그러면 그들도 우리를 인정할 것이다.

스위스는 많은 사람의 예상처럼 탄탄한 팀이었다. 프랑스 역시 그 이름만으로도 무시하기에 벅찬 팀이다. 우리 팀의 경기 내용이 특별히 나쁘지는 않았다. 특히 마지막 스위스와의 경기는 월드컵 세 경기 중 가장 훌륭했다. 그럼에도 우리의 16강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우리가 다른 조에 비해 특별히 까다로운 조에 속한 것은 아니다. 모든 조가 그 정도 수준은 됐다. 그렇다면 다음 월드컵에서는 지금보다 나은 모습이라야 16강을 넘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이번 독일 월드컵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냉정한 현실이다.

축구는 선수가 한다. 지금의 대표팀이 4년 후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선수들의 몫이다. 이제는 국가대표나 축구선수가 더 이상 춥고 배고픈 희생의 자리가 아니다. 어느 나라보다 훌륭한 보상이 충분히 뒤따르고 있다. 감사해야 할 만한 수준이다. 우리 선수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반드시 보답해야 한다. 그리고 대표팀의 경기를 보면서 참고 인내해 준 수많은 팬, 그들의 사랑 역시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 약속하자


여기까지가 기사 전문이었습니다...


16강을 가기 위해선 지금보다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조를 탓하고 심판판정을 탓하고 여러가지 상황과 환경을 탓하기보단...
그런 환경들 속에 있을지라도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는 팀이 되었으면 합니다...
한국은 충분히 강해질 수 있으며 그 가능성을 이번 월드컵을 통해 확실하게 보여주었습니다...
4년뒤 가능성이란 물감을 얼마나 현실이란 종이위에 마음껏 색칠 할 수 있을지 궁금하군요...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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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06/06/26 08:42
수정 아이콘
볼때마다 느끼는거지만 차붐의 글은 참..
많은 느낌을 가지게 하는군요.. 좋은글입니다^^
폭렬저그
06/06/26 08:46
수정 아이콘
정말 축구에 대한 열정과 사랑으로 뭉치신분..
핵주먹 타이슨
06/06/26 08:53
수정 아이콘
아 역시 멋진 글이네요. 덧붙여서 쓰신 글도 참 멋집니다.
after_shave
06/06/26 10:37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 축구환경을 생각하면 지금 이정도 해주는 것도 너무나 고마운데 엄청난 투자의 다른나라 팀들에 비해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는 팀이 되길 바라는건 욕심이 너무 지나친것 같네요.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가 일본, 중국보다 잘할 이유 단 1가지도 없지 않나요?
선수들은 자랑스럽죠. 주심이 문제일뿐.
forgotteness
06/06/26 10:47
수정 아이콘
after_shave님//

애매한 상황에서 전부 우리나라 손을 들어주었다는건 타국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분명 오심논란이 되고도 남는다고 생각합니다,..
밑 글에 여러 글들에서 확인해보시면 될것같구요..

절대적인 팀 이야기가 나온건...
너무나 안타깝고 여러 잡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심판 판정도 그렇고, 원정경기라는 것도 그렇고...
주위에서 이런 저런 잡음들 넣는게 보기 안 좋았습니다...
16강에 가기 위해선 어찌되었든 우리가 한발 더 나아가야 되고 발전해야 합니다...
거기에 대한 개인적인 염원을 절대적인 힘이란 것으로 표현했을 뿐 입니다...
after_shave
06/06/26 10:48
수정 아이콘
forgotteness 님// 오심관련 동영상이 아래 있길래 오심 내용은 지웠습니다.
사라만다
06/06/26 11:51
수정 아이콘
차범근해설 글 멋지네요
[couple]-bada
06/06/26 15:08
수정 아이콘
정말 멋진글이네요. 정확한 상황파악과 그 후를 대비하는것까지.. 이정도로 글을 쓰면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습니다. 대놓고 결과에 승복하라느니... 같은 말이 있으니 문제가 되는거였죠. 차범근 해설위원 말처럼 지금까지 논란이 되고 있었던것은 우리의 마지막 자존심이 흔들려서... 아쉬움때문에... 그것때문입니다.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하기엔 과정이 문제가 많았다는거죠. 결과 자체를 뒤집자는 얘기는 아니었습니다. 뭐 어쨌든... 이정도면 깔끔하게 정리되는 것 같네요.
제천후
06/06/26 16:09
수정 아이콘
하늘은,,어찌하여 차붐에게 축구실력과,,글재주 ,,감독능력(?) 모두를 주셨단말인가,,,
SKT_T1빠~
06/06/26 16:14
수정 아이콘
제천후///감독능력에서 피식^^
세리스
06/06/26 16:14
수정 아이콘
다음주부터 k리그 구단으로 선수들이 복귀한다고하는데....
아직 수원감독 아니셨나아요...; 월드컵 끝날때까지 코치가 팀을 보는건가... 아마도 개막은 8월 5일 ㅡㅡ;;
Zakk Wylde
06/06/26 17:21
수정 아이콘
정말 못하는게 없는 탤런트입니다.
해설도 잘하고 글도 잘쓰고 연기도 잘하고..물론 축구는 더 잘하고 대단하십니다.
아이스버그
06/06/26 19:30
수정 아이콘
외모도 20년전 그대로... ^^
한지니
06/06/26 19:47
수정 아이콘
아이스버그// 피식^^;;
GrandBleU
06/06/26 19:47
수정 아이콘
감독은 못하잖아요 --;;
거기서 놀지 말고 빨랑와서 수원이나 좀 어떻게 해봐요 차감독
설마 얼마전에 우릴 실망시켰던 오코치님이 조련하는건 아니겠지요.
forgotteness
06/06/26 22:00
수정 아이콘
수원팬 및 서포터 분들은 난리군요...
감독이 자리비우고 해설하고 있으니 속 뒤집힐 노릇인줄 압니다만...
감독이 아닌 차범근 해설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써...
이번만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월드컵이 매년있는것도 아니고 4년만에 한번에 있는건데 어떻게 안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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