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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2/06/17 18:58:04
Name 수시아
Subject [기타] [퍼온 글] 박항서

유머게시판에서
스톰 샤~워님 글 읽고 재미나서 관련사이트 게시판 둘러보다
영광속에 우리들이 지나쳐버린 부분도 있지 않나 생각되서 퍼왔습니다..
pgr회원님들~ 박항서 코치에 대한 응원도 많이 해 줍시다...

이하 퍼온 글---


전 70년생입니다. 할아버지 아버지가 축구 참 좋아하셨습니다. 그래서 아주 어릴 때(5-6살땝니다.)부터 축구 많이 봤습니다. 기억을 더듬어서 70년대 말 그 시절 예기 좀 하려고 합니다.

그때는 프로팀이 없던 시절인지라 토터먼트 대회만 몇 개 있었죠. 실업팀이 있었지만 일년에 몇게임 없었었고... 당시 국대는 상비군 형태로 운영되었습니다. 국대 선수들은 보통 태능에 있고 대회있으면 소속팀에 가서 게임 뛰어주고 다시 태능으로 복귀... 그리고 거의 국대 멤버는 고정이었습니다.

지금처럼 평가전 해서 뽑는게 아니라 아예 딱 정해져 있었죠. 나이든 선배가 빠지면 밑에서 올라와서 그 자리 메꾸는 식으로 운영되었습니다.... 옛날 국대는 팀이름이 있었습니다. 화랑... 차범근, 허정무, 김재한, 김진국, 이영무 그런 선수들이 뛰었었죠. 그 때 국대는 이진도 있었는데 이름하여 충무. 그 때도 화랑은 붉은색 유니폼, 충무팀은 아마 파란색 유니폼이었을 겁니다. 무슨 꼭 조선시대 때 당상관은 붉은 옷 입고 당하관은 파란옷 입었던 것처럼....

그 충무팀의 에이스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박항서입니다. 지금 머리카락이 거의 없습니다만 그 옛날 20대 때도 숱이 아주 적었습니다. 포지션은 지금으로 치자면 미드필더 였습니다. 사실 정확히 말하면 올라운드 플레이어 였죠. 거의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화랑에도 잠시 들어간 적이 있었지만 선수생활의 거의 대부분을 충무팀에서 보내고 은퇴했죠. 후배뻘인 조광래, 조영증, 박성화가 얼른 얼른 화랑팀 올라가서 뛰었는데도 이상하게 박항서는 화랑에 별로 올라가지 못했었지요.

기억을 더듬어 보니 화랑에서 뛰던 선수들 이름을 다 기억을 못하는데도 이진인 충무의 박항서만큼은 이름을 기억하는 걸 보면 그 어린나이에도 그의 활약이 인상적으로 보였나 봅니다. 이진의 대명사같았던 박항서는 은퇴 후에 지도자 생활도 화려하지는 못했습니다. 국대 주무 박항서.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는 그런 자리만 맡았습니다. 변변한 팀 감독자리도 못 맡아 본 걸로 기억이 되네요.

박항서처럼 음지로만 골라다닌 사람도 참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 그가 국대 코치로 선출 되었을 때 처음엔 좀 놀라왔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결국 씁쓸해 지더군요. 외국인 감독 밑의 코치. 그것도 혼자 오는게 아니라 자기 코치들 달고 들어온 감독 밑에 누가 코치로 들어가려고 하겠습니까. 그야말로 시다바린데... 그런 자리는 결국 박항서의 몫이구나....

황선홍이 감독 제껴 놓고 박항서와 포옹했다고 머라고 그러시는 분들 있던데 그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입니다. 30년 가까운 세월을 언제나 빛 못보는 자리에서 한국 축구를 위해서 한결같이 온 몸을 바쳐온 사람이 바로 그입니다.

한국축구에 기여한 사람들 많지요. 이회택씨나 차범근씨같은 스타플레이어도 있고, 행정하는 조중연씨나 이용수씨도 있고, 김정남, 김호 감독 같은 사람도 있고, 홍명보, 황선홍도 있고, 그리고 히딩크..... 오늘의 한국축구의 빛나는 꽃이고 그 꽃을 키운 솜씨좋은 정원사이고, 그 꽃이 담겨진 멋진 화분이고 그렇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모르고 있지만 그 꽃을 키운 거름이된 사람도 있습니다. 그가 바로 박항섭니다.



출처:hoochoo.com 글쓴이:daysleeper(송근철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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