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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09/13 05:43:35
Name 윤여광
Subject Fallen Road. Part 1 -1장 15화- [-조우#6-]
Fallen Road.
[윤여광 作]

Part 1.
1장 15화.
[-조우#6-]

#
  이 날 라임턴 시내는 갑작스러운 사절단의 방문 일정으로 인해 이른 아침 소문이 퍼지자마자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사절단이 지나갈 광장을 거쳐 시청으로 향하는 대로는 잠에서 깨어 바쁜 하루를 시작하려는 모험가들과 그들을 상대로 하는 가판이 세워지는 대신 관악대와 급히 편성된 호위 병력들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3일후에나 벌어져야 할 광경이 생각지도 않은 날 준비되자 곳곳에서 혼란이 생기기도 했으나 곧 별 일 아니라는 듯 제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사실 그리 반가운 손님은 아니었다.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르는 전쟁의 중심에 서 있는 국가의 왕녀가 아닌가. 그러나 그 왕녀가 이끄는 군대가 자국의 국경 북방 일대의 분쟁에 지원군으로 참전했다는 사실이 시민들이나 다른 모험가들로 하여금 그들의 행진을 극도로 경계하게 만들지는 않았다.
  나름대로 준비는 깔끔하게 완료되었다. 전 날 있었던 사건 현장의 마무리는 시에 남아있던 두 사람의 레인저들이 담당했고 북서로에서 사절단을 먼저 맞이할 시장은 다른 레인저들과 시청 수비를 담당하는 사병으로 부대를 구성했다. 타국의 왕녀를 맞이하는 자리에서 자신의 사병을 이끌고 나오는 것은 자칫 결례로 비춰질 수 있었으나 사절단의 일정변경을 알리기 위해 왕녀의 전갈을 갖고 먼저 도착한 헬릭에게 준비과정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수 있었다. 시장은 미흡한 준비에 왕녀가 혹여나 불쾌해하지 않을까 불안했으나 한편으로는 일방적으로 일정을 변경하여 빨리 도착한 그들을 원망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런 시장의 속마음과는 별개로 다행히 북서로에 당도한 시간은 헬릭이 예고한대로 모습을 드러낸 로즈 왕녀와 그녀가 이끄는 사절단은 시장과 그 수하들이 준비한 보잘것없이 어설픈 환영조차 아무런 내색 없이 받아들이고 시내를 행진하여 시청으로 가는 과정마저 생략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 시장은 물론 헬릭마저 당황하게 만들었다. 왕녀는 오히려 시장에게 환영 행사를 생략하고 전 날 시 외곽 지역에서 벌어진 소동을 정리하는데 힘이 되고 싶다며 청해왔다. 왕녀의 생각이 무엇인지 모르는 바는 아니었으나 일개 시장으로서 타국의 왕족에게 사견을 달 수 없었기에 일단은 여독을 풀 것을 권유하며 그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시내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지나가는 왕녀의 생김새 따위를 관찰하려던 무리들은 헛수고를 한 셈이 되어버렸다. 예고대로 그들은 광장대로를 통해 시청으로 향하긴 하였으나 거리에 모인 인파의 호응이나 관악대의 멋들어진 연주에 맞춰 손을 흔든다던지 잠시 멈춰서 집중되는 시선을 즐기는 등의 행위는 일체 없었다. 말 그대로 그들은 대로를 지나갈 뿐이었으며 심지어 선두에 선 왕녀는 자신에게 집중되는 시선에 심지어 눈웃음조차 허락하지 않아 그 아쉬움을 더하게 만들었다. 아니 그 표정은 오히려 불쾌함이 가득했다. 다만 그녀의 불쾌한 감정의 과녁이 자신을 맞이하는 과정 자체에 맞춰져 있지 않은 것은 시장과 그 수하들에겐 참으로 다행인 일이었다.

“헬릭경.”
“예. 전하.”
“시장에게 내 뜻을 확실히 전한 것이 맞나요?”
“예. 전하께서 친히 적어주신 전갈과 함께 말씀하셨던 모든 사항을 전달하였습니다.”
“이상하군요. 오늘 그들의 모습을 보자면 경은 분명 한 가지를 잊으셨습니다만.”
“예? 그 무슨…….”
“나는 분명 거창한 환영 행사 따윈 필요 없다고 했습니다.”

  시장은 연합회의가 시작된 이후로 라임턴을 경유하여 수도로 향하는 쇼넬 사절단의 경로를 감안하여 시청에 근접한 위치에 세워진 오직 국빈만을 응접하기 위한 베니자크궁으로 그들을 안내했다. 곧 연향이 준비됨을 알린 시장은 그들에게 궁을 끝까지 안내하려다 한사코 그 배려를 물리친 로즈 덕분에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했다. 시간에 늦지 않게 다시 모시겠다는 인사마저도 그녀는 건성으로 듣는 듯 했다. 그리고 허술한 모습을 보여 지위에 위태로움을 느끼는 시장이 물러가자마자 그녀는 짧은 시간 동안 꽤나 크게 쌓인 듯 한 불쾌함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사절단이 여독을 풀며 궁 곳곳에 자리 잡기 시작한 그 시각 로즈 왕녀와 멀린가의 두 사내는 그런 시간을 맞이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하. 이것은 엔트릴을 방문하는 쇼넬의 국빈으로서 받으셔야 할 마땅한 처사입니다. 전하께서는 간결하고 신속하게 움직여 빠르게..”
“경을 출발시키기 전 나는 분명히 말했습니다. 지금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목적이라고 말입니다.”
“…….”
“우리가 그토록 목을 매던 진이 바로 이곳에서 그것도 어제 발생했습니다. 간발의 차로 그 시작과 끝을 놓치긴 하였으나 지금이라도 움직인다면 우리가 원하는 충분한 증거를 찾아낼 수 있을 것 입니다.”
“하지만 전하…….”
“전하의 말씀은 아직 끝나지 않으셨습니다. 헬릭경. 이 무슨 무례한 행동이십니까.”

  로즈의 곁에서 묵묵히 헬릭을 쳐다보면 파벨이 노골적으로 심사를 드러내며 말했다. 헬릭은 국빈으로서 당연히 받아야 할 대접을 명분 삼아 자신을 변호하려 하였으나 명분에 앞서 목적을 우선시하는 로즈에게 그 말이 들릴 리가 없었다. 오히려 그 감정의 골만 더 깊게 파고 내려갈 뿐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 서 있는 파벨 멀린까지.

“죄송합니다.”
“시장은 아마 우리를 맞이하러 나오는 와중에 몇몇을 현장으로 보내 마무리 정리를 하도록 지시했을 겁니다. 그들이 멋대로 현장을 훼손해서는 우리가 원하는 바를 가져올 수 없단 말입니다.”
“제가 지금 당장…….”
“됐습니다.”

  로즈는 망설일 것 없이 헬릭의 말을 자르고 들어왔다.

“피해자를 보셨다고 했습니다.”
“네?”
“진을 타고 넘어온 몬스터들에 공격당한 모험가가 있다고 하셨지 않습니까!”
“아아! 예. 3명의 남자였습니다. 북서로 근방 숲지대 에서 봉변을 당했다 들었습니다.”
“그들이 체류하고 있는 곳이 어딘지 알아두셨습니까?”
“아. 그것은 레인저들에게 물어본다면 금방......”

  침묵. 방금 전까지만 해도 노골적으로 드러내던 화를 삼킨 채 아무 표정 없이 자신을 노려보는 로즈의 기색을 눈치 챈 헬릭은 그대로 뒷말을 이어가지 못하고 입을 다물고 말았다.

“시장이 연향을 준비하고 다시 이 궁으로 돌아오면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리게 될까요?”
“아까와 같이 어설픈 환영연이라면 야 얼마 걸리지 않겠지만 아까의 실수를 만회하려 아마 시간이 더 걸리게 될 듯 합니다. 준비가 된다고 하여도 어차피 연은 해가 저문 뒤 저녁에나 열리게 될 것입니다.”
“시간은 충분하군요.”
“예. 전하.”
“난 어제의 사건 현장으로 나가보겠습니다.”
“하지만 전하. 그것은 제가 가보는 것이…….”
“아니오. 내가 직접 가서 납득할 수 있는 수준까지 살펴봐야겠습니다. 헬릭경은 궁에 남아 병사들과 다른 이들이 휴식을 취하는데 도움을 주도록 하세요. 이곳에서 머물 시간은 오늘과 내일 뿐이니 너무 많은 짐을 풀어 다시 정비하는데 시간 낭비 하지 않도록 지시하세요.”
“전하…….”
“본영보다 하루 먼저 움직이느라 고생이 많았습니다. 이만하면 내가 직접 움직여도 상관없으니 경은 궁에 남아계시라는 말입니다.”
“…….예.”

  로즈는 헬릭에게 분명 휴식을 권하고 있었으나 그녀의 일방적인 말과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대꾸도 하지 못하는 헬릭의 처량한 모습에서 그것은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이는 패를 뒤로 빼내는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로즈가 자리에서 일어난 뒤에도 옆에 서 있던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던 파벨의 입가엔 희미한 미소가 감돌았다.

“파벨경.”
“예. 전하.”
“경은 내 명에 따라 조금 더 움직여줘야겠습니다. 힘들겠지만 들어주시겠지요?”
“물론입니다. 전하. 명하시지요.”
“나는 지금부터 시장에게 조사에 힘을 보탤 것을 알리고 즉시 현장으로 나갈 것입니다. 전갈을 통해 뜻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그를 만나 말할 것입니다.”
“예. 전하. 저는 그럼…….”
“파벨경은 지금 즉시 레인저 하우스로 가 헬릭경이 말한 공격받은 모험가들이 머물고 있는 곳으로 찾아가세요. 가서 그들에게 당시의 상황을 듣고 오세요. 그리고 파벨경이 그들을 만나는 즉시 그들의 신변은 경께서 책임지고 보호하도록 하세요.”
“그 말씀은…….”“나는 그들과 이 곳 레인저 하우스의 대장을 수도로 데려가 연합 회의에서 증언하도록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이 곳 시장의 이해를 구해야…….”
“파벨 경까지 답답하게 말귀를 못 알아들으실 작정이십니까? 나는 분명 지금 당장 시장을 만나러 가겠다고 했습니다.”

  단순히 조력의 의지를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필요한 도구를 수집하기 위한 작은 걸음. 그녀는 파벨의 그 뜻을 이해해주길 원했으나 그마저도 답답한 모습을 보이자 헬릭이 저지른 실수에 끓어오른 화가 더해져 참고 있었던 분의 일부가 입 밖으로 새나오고 말았다.

“더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지금 바로 움직이겠습니다. 파벨경.”
“예. 전하.”
“할로는 잠시 내가 데려가겠습니다.”
“아. 예. 전하.”

  로즈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방을 나가버렸다. 짜증이 섞인 일방적인 명령. 그리고 퇴장. 방에 남은 두 사내는 한 동안 말없이 로즈가 나간 뒤 숨소리만이 어울리는 조용한 선율에 순응했다.

“어째서…….”

  그리고 어울림을 먼저 깨 버린 것은 헬릭이었다.

“뭐가 말입니까?”
“전하의 호위대장은 나다. 나는 이 원정에 전하의 호위대장으로서 자랑스러운 이름을 올렸고 지금까지 그래왔다.”
“…….”
“헌데 어째서 네 개인 수행원 따위를 곁에 두시겠다는 것이냐. 이해할 수 없다. 아니. 받아들일 수 없다.”
“제 개인 수행원이기는 하나 그 충심과 검술만큼은 저나 형님보다 훨씬 위입니다. 그리 억울해하실 것 없습니다.”
“뭐야?!”

  웃는다. 웃는 이의 등을 보고 서 있는 그는 그러나 그렇지 못하다. 시작부터 위아래의 위치가 명백히 정해진 일방적인 싸움. 아니 조롱.

“뭘 그리 억울해하십니까? 형님께서는 전하의 전갈을 제대로 전하지도 못하고 행하지도 못하셨습니다. 그것이 얼마나 큰 불충인지는 형님께서도 잘 아실 텐데 말입니다.”
“흥! 나는 당연히 해야 할 것을 한 것이다. 전하께서 아무리 시간이 급하다고 하셔도 타국에 비춰질 우리 가문과 왕가의 이름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받았어야 했을 대접인 것을! 지금 우리가 발을 들이고 있는 이곳이 타국인만큼 목적도 좋지만 명분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냐!?”
“형님의 생각 따윈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내가 모셔야 할 주군은 로즈 쇼넬 왕녀 전하시지 헬릭 멀린…….형님이 아닙니다.”
“파벨!!”
“지금 형님과 나는 한 사람의 주군께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한 사람의 신하로서 동등한 위치에 서 있는 겁니다.”
“닥쳐!”

  한 계단 아래 서 있는 이는 거칠게 올라서며 주먹을 내뿌리려 했으나 오히려 그것을 반기는 듯 한 그의 얼굴을 보고서 겨우 그 움직임을 멈췄다. 이제 와서 보니 때리지 않은 것이 오히려 아쉬운 모양이다.

“전령으로서 이곳에 하루 먼저 도착한 형님을 궁에 남게 하여 쉬게 하시고 의심할 여지없는 강한 사내를 호위병으로 데리고 가셨습니다. 그리고 전하께서 갖길 원하는 패를 확보하기 위해 저를 택하셨습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전하의 방금 전 말씀은 명판이십니다.”
“너 이 놈…….”
“쉬십시오. 형님. 저는 이만 전하의 명을 받들기 위해 움직여야겠습니다.”
“너…….너…….”
“혼자 그렇게 노여워 마시지요. 형님께서 얼마나 어떻게 화가 나시든 상관없습니다.”

  파벨은 한 발작도 움직이지 않고 어깨만 떨고 있는 헬릭을 등지고 서 한 구석에 풀어두었던 롱 소드를 다시 채웠다. 왕가의 문양이 검신에 새겨진 찬란히 빛나는 은의 검.

“나는…….”
“사실은 형님께서 이렇게 곤란해지시리라고 어느 정도 생각은 했습니다.”
“…….”
“사실 형님은 잘 해주고 계시는 겁니다. 전하께서는 어떠실지 모르겠으나 저는 지금 형님의 모습이 참 마음에 드는군요. 하하.”

  또 다시 침묵.

“사실이었군.”
“뭐가 말입니까?”
“네 놈이 날 이번 원정에서 쳐내려고 작정했다는 것이 말이야.”
“…….”
“너무 흥을 내진 말거라. 아우여. 이미 알고 있는 패만큼 대처하기 쉬운 것도 없는 법이지.”
“그 대처하기 쉬운 패가 막지 못하면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는 사실도 알고 계십니까?”
“닥쳐라!!”

  그의 인내는 거기까지였다.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그대로 뽑아내 아직도 자신을 정면으로 바라보지 않고 있는 아우의 목을 향해 치고 나갔다. 종이 한 장 정도 겨우 끼어 넣을 수 있을만한 틈을 두고 그의 검은 잃었던 이성을 되찾아 다행히 잃어버린 은빛 날에 붉은 빛을 담지 않을 수 있었다.

“알고 계시다니 다행입니다.”
“더 이상 지껄이지 마라.”
“혹시나 날 믿고 있었을까 걱정했습니다.”
“네 놈을 믿었던 적은 살아온 자랑스러운 멀린의 이름 아래 이 날까지 단 한 순간도 없었다.”
“형님은 가문을 참 하찮은 곳에 팔아먹으시는군요.”
“너…….”
“그러니까 형님은 안 된다는 겁니다. 가문을 위해서도…….나를 위해서도 말입니다.”
“닥쳐라! 네 놈의 오만방자한 언행을 참아주는 것도 여기까지야! 네 놈을 쳐낸 다음엔 그까짓 왕녀랍시고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까불어 치는 계집 하나 끌어내리는 일 따위 아무것도 아…….”

  헬릭은 또 다시 기세 좋게 이어가던 말을 끝내지 못했다. 한 순간. 습관적으로 눈을 깜빡이는 그 한 순간. 파벨의 목에 닿아 손에 떨림이 전해져 옅은 상처를 내던 헬릭의 검은 짧고 맑은 소리와 함께 그의 등 뒤로 튕겨 날아가 버렸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파벨을 쳐다봤을 때 그는 그제야 아우의 눈을 볼 수 있었다. 같은 눈. 자신을 내려다보던 로즈와 같이 아무 빛 없이 검게 칠해진 어두운 눈동자. 그리고 그 검은 빛마저 바로 쳐다볼 수 없이 턱 밑에서 빛나고 있는 파벨의 검.

“네 놈이야 말로…….”
“…….”“네 놈이야 말로 한 번만 더 그 입을 놀린다면 여기 이 베니자크궁은 더 이상 국빈의 침소가 아니게 될 것이야.”
“죽인다. 네 놈.”
“전하를 모욕하지 마라.”
“네 놈과 저 겁 없는 왕녀 따위.”
“나의 전하를 모욕하지 말라 했다.”
“둘 중 하나다. 내가 못하게 되거나. 네 놈이 듣지 못하게 되거나.”
“이왕이면 첫 번째로 하지.”

  파벨은 검을 거두며 분에 못 이겨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만지작거리며 다시 옷매무새를 추스렸다. 목에 난 옅은 상처가 간지럽다. 옷깃으로 가리면 보이지 않을 위치를 확인한 후 균형이 맞지 않아 우습게 보일 수도 있으나 일단은 상처를 가리는 것이 우선이었으므로 크게 개의치 않았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형님께선 편히 쉬고 계시지요.”
“꺼져라. 웃기지도 않은 놈.”
“그렇게 싫어라 하셔도 할 수 없습니다. 당신과 나는 멀린의 이름을 나눠 받고 태어난 피로 이어진 형제 아닙니까. 뭐. 사실 나 역시 그게 썩 맘에 드는 건 아닙니다.”
“네 놈이 없어지면 참 좋을 텐데 말이야.”
“어째 소원대로 없어져드리는 것 같아 좀 걸립니다만…….나 역시 이 방이 편하진 않군요. 그럼 이만.”

  파벨이 튕겨낸 그의 검은 로즈가 나가기 전 앉아서 자신을 내려 보던 그 의자에 박혀 있었다. 이제는 흔들림 없이 멈춰있는 그 검을 보며 헬릭은 눈앞의 광경이 미래가 되기를 간절히 원했다.

‘결국에 승리는 나와…….’

  검 끝이 무뎌진 듯하다. 헬릭은 궁내를 돌며 병사들과 나머지 일행들을 위치에 맞게 배치한 후 다시 검을 손질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끝이 무뎌져버린 검을 들고 전장에 나가봤자 웃음거리가 될 뿐. 혹은 그 목숨을 보전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의 목을 노리는 적은 시선 너머 먼 전장이 아닌 지금도 돌아보면 웃으며 서 있을 것 같은…….

“젠장.”






[안녕하세요. 윤여광입니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었습니다. 다만 저는 추석 연휴 중 토요일 월요일 9시 출근 6시 퇴근해야 하는 비극적인 사태(?)를 맞이하여 약간 침울한 상태입니다....만!!!! 그래도 좋게 좋게 생각하자며 스스로를 위안중에 있습니다.

짧은 연휴 덕분에 먼 고향길 어찌 하지 못하여 나서지 못한 분들도 많으시리라 생각합니다. 불경기라 차라리 연휴가 짧은게 핑계거리가 될 수 있어 다행인지도 모르겠다는 말도 있지만 그래도 그냥 지나가는 명절은 아쉽긴 아쉬우리라 생각합니다. 꽉 막힌 고속도로를 힘들게 뚫어내고 드디어 도착한 고향의 달콤한 공기를 들이키며 가슴 속 탁 막힌 체증을 확 풀어내시는 분도, 아쉽지만 이번 명절 연휴는 그 동안 일상에 시달려 미처 신경쓰지 못한 가족과 함께 조용한 일상을 즐기시는 분들도, 모두 모두 풍요로운 추석 보내시길 바랍니다.

연휴 시작일에도 불구하고 게시를 쉴 순 없지요! 연재의 생명은 꾸준함!
앞으로도 어떤 변수가 닥쳐와도 처음 내건 약속 져버리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럼. 부족한 글쟁이는 여기서 이만 물러갑니다. 슈슈슉~~~!!!!

ps.
추석 당일에 혼자 영화보러 가면 막장인가요? 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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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8/09/13 23:02
수정 아이콘
오오- 꾸준한 연재!- 좋습니당~
비빔면
08/09/14 14:09
수정 아이콘
안 막장이십니다. 문화생활은 삶의 원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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