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쿄에서 고미술 관련 물건을 다루면서 입에 풀칠을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 일을 하고 있노라면 가지각색의 불가사의한 현상에 마주치곤 합니다.
이 이야기는 지금까지 겪었던 일 중 가장 강렬했던 일에 관한 것입니다.
사건은 3년 전에 일어났습니다.
나는 아니기시의 어느 큰 농가에서 창고의 정리를 의뢰받았습니다.
무엇이든 팔아서 아들의 사업 자금을 마련하려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바로 그 훌륭한 창고 속을 친구와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눈에 띈 물건을 살펴보고 있는데, 갑자기 친구가
[오호.] 라고 중얼댔습니다.
무엇인가 흥미로운 물건이라도 찾은 것인가 싶어 다가가보니 친구는 1장의 그림을 열심히 보고 있었습니다.
[카노우파인가?]
[음, 틀림 없지.]
[누가 그린건데?]
친구는 그림이 들어 있던 상자의 감정서를 살펴보았지만 아무 것도 써져 있지 않았습니다.
[무명 화가 작품인가?]
[아니,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상태로 봐서는 에도 중기 작품이야. 메이와나 안에이쯤?]
[어쨌거나 밝은 곳에서 낙관이랑 서명을 조사해보자구.]
우리들은 밖으로 나와 다시 한 번 그림을 보았습니다.
그림은 눈이 확 뜨이는 미인도였습니다.
화풍은 확실히 카노우파였고, 선은 두껍고 색은 선명했습니다.
그러나 그림 어디에도 서명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무명이라지만 이건 훌륭한 그림이야!]
[빨리 돌아가서 조사해 보자!]
우리는 의견을 합치고 주인에게 돈을 지불한 다음, 다른 두어개의 잡동사니와 함께 그 그림을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그 후 그 그림이 초래할 불행은 생각조차 못하고 말이죠...
이나기에서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차 안에서 그림에 관해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카노우파는 에도 화단에서도 보수파로 알려져 있습니다.
작품의 대상은 대부분 풍경이나 동물, 정물이지요.
그러나 에도 문화의 본류가 사무라이에서 상인들에게로 옮겨감에 따라 그림의 대상도 배우나 미인, 귀신 등으로 변해갑니다.
그것이 바로 우키요에 문화라는 것이죠.
그러나 카노우파는 그런 변화에 순응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카노우파의 화풍을 따른 화가 중에도, 그런 격식을 싫어한 나머지 야인으로 살아간 젊은 화가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만약 그렇다면 이 그림에 작가의 이름이 없는 것도 이해할 수 있는 일이죠.
[혹시 영국산일지도 몰라!]
[에이, 설마 그럴리가.]
그렇게 떠들면서 가고 있는데, 문득 창 밖으로 시선을 돌리니 평소와는 전혀 다른 광경에 눈에 들어왔습니다.
우리들은 어째서인지 후키가와 부근을 달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나는 놀라서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너, 외원에서 고속도로 빠진거 맞아?]
[응... 왜 이런 곳에 있는거지?]
친구도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습니다.
외원에서 고속도로를 나온 것은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단지 5분 정도 사이에 후키가와에 와 있던 것입니다.
우리는 여우에 홀린 것 같다고 생각하며 차를 가게가 있는 미나모토구로 향했습니다.
가게에 돌아온 우리는 다시 그 미인도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림에는 여자가 한쪽 무릎을 세운채 단정하지 못하게 앉아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여자는 하급 유녀인 듯 했습니다.
흐트러진 머리에 비녀가 1개, 빗이 1개 있었고, 풀린 머리는 윤기가 납니다.
마로 된 옷은 세밀한 세로줄 무늬에 나팔꽃이 그려져 있었습닏.
옷을 걸쳐 입고, 허리띠를 수수하게 허리에 감고 있는 모습은 여름에 정사를 끝마친 후를 그린 듯 했습니다.
옷자락이 흐트러져 새하얀 넓적다리가 보입니다.
마치 그 안의 비밀스러운 곳마저 보일 것 같았습니다.
여자는 옆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 입가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
우리는 말을 잃었습니다.
흐트러진 머리를 묘사한 그 세밀함과, 나전으로 만든 빗의 치밀함, 기모노의 선명함까지!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화가는 도대체 누구인지 궁금했습니다.
그렇지만... 무엇인가... 기분 나쁜... 꺼리껴지는 감각이 느껴졌습니다.
마치 한밤 중에 아무런 이유 없이 불현듯 불안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이유는 여자의 눈이었습니다.
우리들에게 곁눈질하고 있는 찢어진 것 같이 길고 세밀한 눈 속 눈동자는, 마치 바늘로 찍은 것 같이 작았습니다.
친구 역시 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던 것인지, 순식간에 그림을 말아서 원래 있던 상자에 집어 넣었습니다.
그리고 나에게 말하는 것입니다.
[뭐랄까... 뭐라고 해야할까...]
[기분 나쁜 그림이지?]
[응... 조금 그렇네. 시간도 늦었고 오늘은 이쯤 하고 갈까.]
그리 늦은 시간은 아니었지만 친구는 빠르게 자동차에 올라타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나도 가게의 불을 끄고 집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갔죠.
그리고 이상한 일은 그 날 밤부터 시작됐습니다.
그 날 밤 나는 돌아가신 할머니의 꿈을 꾸었습니다.
할머니는 내가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셔서, 나는 얼굴조차 본 적이 없었지만 영정에 있던 얼굴과 옷을 입고 계셨습니다.
할머니는 슬픈 듯한 얼굴로 내게 말을 걸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요란스러운 전화벨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전화는 친구의 아내가 건 것이었습니다.
[이런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신가요?]
[우리 그이가... 교통 사고가 나서... 의식 불명의 중태래요...]
흐느껴 우는 그녀를 달래가며 사정을 들으니, 친구는 자동차로 전봇대에 돌진해서 두개골이 골절됐다는 것입니다.
병원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다고 했습니다.
[도대체 어디에서 사고가 난 건가요?]
[그게... 후카가와래요. 왜 그런 곳에 간 건지...]
[후카가와요?!]
나는 무심결에 부인의 이야기를 끊어버릴 정도로 큰 소리를 질렀습니다.
[어쨌든 바로 병원으로 가겠습니다.]
[아니요, 면회를 할 수 없는 상태라 와 주셔도 만나지는 못한대요... 상태가 변하면 바로 연락드릴게요.]
나는 무거운 기분으로 수화기를 내려 놓고, 깜짝 놀라서 나를 바라보는 아내에게 사정을 설명했습니다.
그 날은 밤을 새며 걱정했지만, 다행히 친구의 상황이 악화됐다는 전화는 오지 않았습니다.
다음날은 몹시 바쁜 하루였습니다.
우선 친구가 입원한 병원에 가서 부인에게 위문금을 건넸습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겨우 한고비 넘기기는 했지만 아직 안심할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그 후 나는 친구의 일까지 떠맡아 처리하고, 한밤 중에야 몹시 지쳐서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악몽에 시달리다 잠에서 깼는데, 옆자리에 아내가 없었습니다.
어디 갔나 싶어 두리번대고 있는데, 아래층 가게에서 여자의 우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내의 우는 소리였습니다.
나는 초조해하면서 계단을 내려갔습니다.
어두운 가게 속 말 없이 울면서 목이 멘 아내가 보였습니다.
그리고 내 몸에는 소름이 돋았습니다.
아내는 손님 맞이용으로 만든 가게 안의 도코노마 앞에 엎드려 울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도코노마에 걸려 있는 것은... 그 미인도였습니다.
아내가 상자에서 꺼내 걸어둔 것 같았습니다.
나는 멍하니 걸어가 아내의 곁에 가서 어깨를 살짝 감싸안았습니다.
[무슨 일이야?]
아내는 흐느껴 울며 내 손을 밀어 버리고, 더 큰 소리로 울기 시작헀습니다.
나는 그런 아내의 어깨를 껴안으며 걸려 있는 그림을 내렸습니다.
울부짖고 있던 아내는 내가 그림을 내린 순간 갑자기 축 늘어지며 잠들었습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온화한 숨소리였습니다.
다음날 아내에게 무슨 일이었냐고 물었지만 아내는 어제 일을 전혀 기억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친구의 상태는 양호해졌지만, 아내의 이상한 행동은 그 다음날에도 이어졌습니다.
그림을 꺼내놓고 우는 것입니다.
딸마저 그것을 알아차려 셋이 함께 잠을 잤지만, 아내는 어김없이 울고 있었습니다.
대학 병원에 가니 아내는 뇌종양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막막한 마음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내를 병원에 입원시키고 돌아온 날 밤 꿈에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꿈 속에 내가 그간 애지중지해왔던 도자기가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그리고는 내게 말했습니다.
[당신이 찾아온 미인도는 액운이 가득한 물건입니다. 후카가와에 가져가서 태우세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 주변에 계속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겁니다.]
평소라면 그런 꿈은 신경도 쓰지 않았겠지만, 친구가 다치고 아내가 입원한 이상 장난으로 생각할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나는 그 그림을 후카가와에서 소각하고 공양했습니다.
다행히 그 이후 친구는 완쾌했고, 아내의 뇌수술도 안전히 끝나 모두 건강해졌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도 아내가 그 그림을 꺼내놓고 울던 이유는 도저히 알 수 없습니다.
그 그림에는 화가나 여자의 한이 서려있던 것일까요?
신비로울 정도로 잘 그려졌던 그 그림이 지금도 가끔 떠오르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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