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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05/24 15:32:51
Name The xian
Subject [스타2 협의회 칼럼] Next Brand, New Brand
* 이 칼럼은 2011년 5월 24일에 스타크래프트 2 협의회 홈페이지 및 디스이즈게임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디스이즈게임에 단독 게재되는 칼럼은 PGR 연재 대상이 아닙니다.)


GSL 하반기 변경안을 비롯한 주변 상황의 변화를 목격하기 전까지 제가 생각하고 있던 칼럼의 결론은 "지금 상황에서 <스타크래프트 2> e스포츠의 브랜드를 다변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으니 GSTL을 '넥스트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것이 당면 과제가 되어야 하며, 그 이후에 다른 브랜드를 성장시키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였습니다. 그렇기에 칼럼의 제목을 '넥스트 브랜드'(Next Brand)라고 예고했던 것이지요. 그러나 지금은 GSL의 하반기 변경안도 공개되었고 KeSPA가 블리자드의 저작권을 인정하면서 <스타크래프트>의 라이선스 협상도 이루어졌습니다. 따라서 이런 주변 상황의 변화를 반영하여 제가 준비한 이야기를 수정하느라 칼럼이 늦어졌음을 알려 드립니다.


지난 두 번의 칼럼에서 <스타크래프트 2> e스포츠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들 중 여러 가지 이야기들에 대해 제 의견을 말했고, 이제는 "리그 진행이 단조롭고 관심 가질 만한 스토리가 없다."라는 목소리에 대한 대답만이 남았습니다. 흔히, <스타크래프트 2> e스포츠에 대해 이런 식의 비판 혹은 비난이 들리게 되면 <스타크래프트> 종목과 너무 불합리한 비교를 한다는 원성이 나오곤 합니다. "10년이 넘게 스토리를 쌓아 온 '스타 1'에 비해 '스타 2'는 이제 1년도 되지 않았으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라고 넘겨버리기 쉽다는 것이지요.

그런 말에 전혀 타당성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단지 그것 때문에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일까요? 고민해 본 결과 저는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스타크래프트 2> e스포츠에 이야깃거리가 정말로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1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화제는 많이 나온 편입니다. 각 종족 별로 GSL 투어 2회 우승자도 나왔기 때문에 중심 인물들이 없는 것도 아니고, 임요환-이윤열, 박성준-이윤열 등의 '레전드 매치'도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콩라인'도 개설되었고 GSTL을 통해서 문성원, 박수호 선수 등의 새로운 얼굴들도 등장했지요.


문성원 선수는 GSTL이 낳은 스타들 중 가장 돋보이는 선수입니다.

지금 GSL 투어의 일정도 '단조롭다'라고 말할 일정은 아닙니다. 오히려 복잡하지요. 1월부터 5월까지 치러진 대회의 면면을 보면 짧은 기간 동안에 휴식 없이 다양한 대회가 치러졌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승 상금 5000만원의 코드S 투어가 세 번, GSTL이 세 번, 그리고 월드 챔피언쉽과 이번 주부터 열리는 슈퍼토너먼트까지. 다섯 달 동안 여덟 개의 대회가 치러졌거나 진행 중입니다. 각 리그의 기간이 짧게는 4일에서 길게는 한 달 남짓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단조롭다고 말하기는 곤란합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화제가 나름대로 있고, 리그의 진행 역시 빠르고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리그 진행이 단조롭고 관심 가질 만한 스토리가 없다'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는 지금 치러지는 대한민국의 <스타크래프트 2> e스포츠의 과정에도 아쉬운 면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세 가지에 주목해 보았습니다. '단일 브랜드'와 '바쁘게 돌아가는 일정', 그리고 '경쟁자의 유무'입니다.


<스타크래프트>와 <스타크래프트 2> 종목을 음식점으로 비유해 보면, <스타크래프트>는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두 개의 한식집과 기업형 프랜차이즈 음식점까지 세 개의 브랜드가 있고 <스타크래프트 2>는 글로벌 트렌드에 맞게 새로 런칭한 'GSL'이란 레스토랑 하나인 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음식’에 비유한 이유는, 대한민국에서 e스포츠 팬들의 공감을 얻으려면 e스포츠 주체들이 이제는 '이벤트'의 관점에 머무르지 말고 '생활'의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보통 밖에서 음식을 먹으려 할 때. 사람들이 한 집에만 가지는 않습니다. 어떤 음식점에서 불쾌한 일을 당했다거나, 직장 지정 식당 같은 것이 있어서 강제로 가야 한다면 몰라도 대부분은 그렇지 않습니다. 주로 찾는 식당이 있다 해도 가끔은 다른 집도 가 봅니다. '오늘의 메뉴' 같은 게 좋은 집이 있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반대로, 한 집의 음식들이 맛있다 한들 그 집의 음식만 매번 먹으면 물리게 되지요. 저는 바로 그런 점에서 GSL이라는 단일 브랜드밖에 없는 <스타크래프트 2> e스포츠의 맹점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열리는 슈퍼토너먼트는 물론 월드 챔피언쉽도, GSL도, 상반기의 GSTL도 GSL이라는 브랜드 내의 콘텐츠일 뿐, 새로운 브랜드가 아닙니다. 물론 올해 처음 진행하는 리그에서 각 대회를 뚜렷하게 차별화하는 것은 힘든 일이지요. 그러나 지금의 대회들이 이름과 방식이 다르지만 모두 GSL 투어라는 하나의 대회로 인식되면서 특색을 찾기는 어려워졌습니다. 심지어 GSTL조차도 'TEAM'글자 하나만 추가해 똑같이 GSL 마크 쓸 정도로 상징적인 차별화조차 이루어지지 않았지요. 이렇게 지금처럼 GSL 브랜드에 묶여 여러 대회가 치러지면 GSL 브랜드의 각인 측면에서는 효과적일지 모르나 <스타크래프트 2> e스포츠의 다양한 맛을 알리는 데에는 한계가 생기기 쉽습니다.


GSTL의 로고는 차별화 차원에서 따로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름은 중요합니다.


다음으로 리그의 진행 부분을 살펴보면 <스타크래프트> 종목은 프로리그 결승 이후 공식적으로 스토브 리그가 있으며 개인리그와 개인리그 사이에는 예선 등을 위한 일정 기간의 브레이크 타임, 즉 휴식기가 있습니다. 그와는 반대로 지금 GSL은 숨쉴 틈 없이 리그가 이어집니다. 상반기를 보면 정규 투어 이후 GSTL이 있고, 또 개인리그 투어가 치러지는 식이었지요. 하반기 계획안은 의견 수렴을 통해 틀이 크게 바뀌었지만 역시 전체 일정에 브레이크 타임이 거의 보이지 않는 점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물론 지금의 GSL에 휴식기가 거의 없는 이유는 GSL이 단일 브랜드이고, 대부분의 프로게이머들이 '대회'라는 기회가 자주 있는 것을 선호하는 부분도 상당히 작용한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여러 대회를 꽉 짜인 일정 속에 열게 되는 것이죠. 그러나 이런 GSL의 흐름이 하루도 빠짐없이 e스포츠를 보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좋겠습니다만 보통의 팬들에게는 - 코스 요리를 즐기는 상황에 비유하자면 - 전채를 다 먹지 않았는데 생선 요리가 나오고 설상가상으로 생선에 손도 대지 않았는데 다음 요리가 나오는 격입니다.


GSL 투어의 일정에 휴식기가 거의 없는 것은 여러 모로 우려됩니다.

아무리 미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날마다 만한전석을 대접받으면 물린다고 하지요. 지금 GSL이라는 <스타크래프트 2> 리그를 보는 e스포츠 팬들은 적든 크든 그런 류의 기분을 느끼고 있는 셈입니다. 리그의 여운을 반추할 시간이 없습니다. 브랜드가 다양하다면 쉬엄쉬엄 봐도 괜찮고, 끝난 리그의 이야기를 곱씹을 수도 있으며, 가끔은 다른 브랜드를 보면서 기분을 전환할 수 있지만 GSL이라는 단일 브랜드에서 끊임없이 경기가 이어지는 지금의 <스타크래프트 2> e스포츠는 그렇게 기분 전환하기가 곤란한 구조를 띠고 있습니다.

리그와 리그 사이의 휴식기가 필요한 이유는 또 있습니다. e스포츠 팬들을 위해서는 물론이고, <스타크래프트 2> 프로게이머들과 팀, 그리고 리그를 개최하는 주체들의 재정비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바쁘게 경기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좋아한다 해도 1년 내내 바쁘게 달리다 보면 결국은 지칩니다. 팬들 뿐만 아니라 프로게이머도, 그리고 리그를 준비하는 곰TV 관계자들도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조금의 여유를 가지면서 달려온 길을 반추해 보는 것은 더욱 빨리 달리기 위한 추진력을 얻을 수 있는 기회입니다.


<스타크래프트 2> e스포츠에 '관심 가질 만한 스토리가 없다'는 식의 비판이 따라오는 마지막 이유는, 같은 종목 내의 다른 브랜드와 비교하면서 성장하는 역사가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금 GSL이 팬들과 프로게이머들의 의견을 반영한 변화를 매우 빨리 이루어내고 있고 그에 따라 GSL이라는 브랜드의 내적 역사를 충실히 쌓아가고 있는 점은 칭찬할 만 하지만, 이런 내적 변화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동반자이자, 선의의 경쟁 상대가 있어야 더욱 큰 발전이 가능하고 게이머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스케일의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스타크래프트 2> 프로게이머로 활약 중인 '스타크래프트 레전드'들의 탄생 배경을 보면 다양한 브랜드에서의 눈부신 수상 경력이 뒷받침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임요환 선수가 황제로 자리잡은 배경 뒤에는 온게임넷과 WCG의 연속 우승이라는 실적이 있었고(참고: 임요환 선수 우승 당시의 WCG 위상은 지금보다 훨씬 컸습니다.) 이윤열 선수가 '살아있는 전설'의 역사를 쌓아나간 시작은 전무후무한 그랜드슬램(3개 방송사 개인리그 제패)의 위업이었습니다. 또한 박성준 선수를 '투신'으로 만든 활약은 개인리그에서의 저그 최초 골든마우스는 물론, 프로리그에서의 팀을 위한 헌신적 활약이었지요.


<스타크래프트 2> e스포츠에도 브랜드를 초월하는 ‘스토리’가 나오기를 바랍니다.

그러므로 대한민국에서 <스타크래프트 2> e스포츠가 장기적으로 크게 발전하려면 GSL이라는 단일 브랜드 체제를 넘어 새로운 메이저급 브랜드가 한두 개 더 존재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최근 발표된 GSL의 하반기 변경안에서 GSTL의 범위를 확대해 '넥스트 브랜드'로 육성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부분이지만, 이것은 차별화된 브랜드를 육성하는 가장 기초적인 작업에 지나지 않습니다. GSL뿐인 <스타크래프트 2> e스포츠에는 브랜드를 초월하는 스토리가 만들어질 수 있는 여건에 분명히 한계가 있기 때문이지요.


물론 GSL은 상당한 어려움 속에서 시작한 <스타크래프트 2> 리그입니다. 아직도 잊을 만 하면 '이벤트리그'라고 왜곡하는 자들이 있고, 이른바 '스타크래프트 레전드'들을 포함해 종목을 변경한 선수들과 관계자들은 기득권 세력들에 의해 부당하게 배신자로 매도되기도 합니다. 더불어 GSL은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국내의 다른 e스포츠 주체들과는 달리 실질적으로도 글로벌 리그를 지향하면서 MLG, IEM 등의 해외 리그와 실제적인 선수 교류를 이루고 있으며 이런 점은 높은 평가를 받아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가 새로운 메이저 브랜드 대회가 필요하다고 말하면 곰TV 측에서는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지금 GSL을 유지하는 것도 힘든데 우리더러 새로운 브랜드를 또 만들라고?'라며 난색을 표하실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저는 곰TV에게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 달라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곰TV는 GSL의 진행 주체로서 GSL이라는 브랜드를 주축으로 삼고 GSTL을 '넥스트 브랜드'로 만들어 차별화하는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면 됩니다.

제가 곰TV측에게 필요로 하는 것은 <스타크래프트 2> e스포츠의 독점 사업권자로서 새로운 <스타크래프트 2> e스포츠의 메이저 브랜드가 나타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 주시고, GSL의 해외 교류처럼 실질적 성과를 보여 달라는 것이지요. 그것이면 충분합니다. 새로 런칭되는 대회들이 메이저 브랜드로 성장할지, 아니면 <스타크래프트> 초반에 존재하던 대회들처럼 사라질지는 그 주체들에게 달린 문제입니다.

저는 곰TV 측이 '열린 리그'를 추구하는 것을 매우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제는 그런 '열린 생각'을 <스타크래프트 2> e스포츠 전체로 확산시켜서 GSL과 때로는 동반자이고, 때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새로운 <스타크래프트 2> e스포츠 브랜드를 양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그것은 단기적으로 보면 GSL의 파이가 줄어드는 일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스타크래프트 2> e스포츠의 토대가 굳건해지는 길이고 GSL에도 '경쟁'이라는 활력소를 불어넣어 더욱 오래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입니다.


4년간 끌어 온 라이선스 문제가 일단락되며 <스타크래프트>와 <스타크래프트 2> e스포츠 모두 e스포츠의 지속을 위해서는 결국 블리자드의 라이선스를 얻는 것이 필수 요소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e스포츠 주체들에게 남은 과제는 '이 게임을 어떻게 e스포츠로 만들어, 판을 넓히고 나의 이익도 높이느냐'겠지요.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이상 공공재 운운하는 망언을 하며 허투루 운영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면 다음에도 e스포츠 주체들이 게임 관련 라이선스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라이선스를 보유한 기간 동안 그만한 명분과 이익을 획득하여야 할 것입니다.

여러 소식을 통해 들려오는 이야기를 종합하면 지금의 GSL은 이익을 거두고 있습니다. 해외에도 진출하였고 유기적인 교류도 이루어지고 있으니 그 이익의 폭은 더욱 커지겠지요. 그러나 지금의 이익에 만족하지 말고, 대한민국의 e스포츠 환경에서 영역을 더욱 넓히는 데에 힘쓴다면 돌아오는 유무형의 이익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GSTL이라는 '넥스트 브랜드'를 만들어 달라진 모습을 보이는 것은 그 시작이고, 새로운 메이저 브랜드가 나타나도록 <스타크래프트 2> 독점 사업권자로서 길을 열고 그 성과를 팬들과 프로게이머들에게 속히 보여 주는 것은 팬들에게 <스타크래프트 2> e스포츠를 더욱 관심 가질 만한 콘텐츠로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일 것입니다.


- 스타크래프트 2 협의회 자문위원 The x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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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랏차차
11/05/25 18:58
수정 아이콘
글 잘 읽었습니다~~!! ^^

글 속에서 한 가지만 질문 할께요.

스타크래프트 1과 스타크래프트 2를 음식점으로 비유를 한 부분에서

스타크래프트 1은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두 개의 한식집과 기업형 프랜차이즈 음식점까지 세 개의 브랜드가 있다고 비유를 하셨는데

여기서 세 개의 브랜드는 OSL, MSL, WCG를 비유 하고 있는 건가요?

아니면 다른 것을 이야기를 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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