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6/05/17 01:13:04
Name 자리양보
Subject 응원글) 두 검사 이야기
그 가문에 두 사람의 검사가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가진게 많지 않았죠.

검황 'Boxer'와 같은 엄청난 스피드도,

괴물검사 'oov'와 같은 무적의 힘도,

천재검사 'NaDa'와 같은 자유분방함도,

완벽검사 'Xellos'와 같은 철저함도,

어느 하나 월등한 능력이 없었던 두 사람은 '검의 시대'라고 불리우던, 대륙의 검사 열풍을 빛내는 작은 별들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천재와 무적의 강자를 배출해냈던 대륙의 검사들 가운데에서 정상의 자리를 누빌만큼 빛나는 존재가 아니었을지언정,

아직까지 정상을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은 그 가문의 두 검사.

이 이야기는 ClouD와 Alive를 위한 글입니다.

===============================================================================

1. 과거



그것은 기묘한 정적이었다.

'꾸욱-'

승부를 지켜보는 Alive 의 주먹에 땀이 스며든다. 상대는 목동류 마법의 창시자이자, 수많은 초검사들과 혈전을 치뤄온 최강의 마법사 가운데 한 사람 ChoJJa 다.

지켜보는 사람마저도 압도하는 ChoJJa 의 웅대한 마법이 지금껏 얼마나 많은 검사들의 혼을 짓눌렀는지 잘 아는 Alive 는 진정할 수가 없었다.

자존심 만이 아니다. 최후의 이 일전에는 두 가문의 모든 것이 걸려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가문의 모든 일족들의 눈은 광채를 잃지 않았다. 상대가 저 대마법사 ChoJJa 임에도 이 승부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누구도?

명예 만은 아니다. 최후의 이 싸움이 두 가문의 모든 것을 결정지을 것이다.

'파지직-'

강렬한 마력을 발산하는 ChoJJa 의 지팡이가 허공을 가르자, Alive 는 다시 전장으로 시선을 돌린다.

이제 곧 마법이 시작될 것이다! ChoJJa 의 목동류 마법이 시전되면 우리 가문을 대표해서 승부에 임한 저 검사는 목숨을 잃을 것이다!

[['내 차례까지만 넘겨준다면,']]


승부는 찰나였다.

분명 ChoJJa 의 지팡이를 떠난 유형의 마력이 승부에 나선 검사의 가슴을 향했었는데...


[[['목숨을 걸고서라도.']]]


최후의 순간에 바닥에 쓰러진 것은 ChoJJa 와 그의 강함을 상징하던, 지금은 동강나버린 그의 지팡이였다.

기묘한 정적-

은 깨어졌다.

"와아아아아-!!!"

환호와 함께 승리한 검사를 향해 달려가는 일족의 한 가운데에 선 Alive 는 땀으로 흠뻑 젖어버린 자신의 주먹을 내려다보았다.

긴장했던가? 이렇게나 많이?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패배를 준비했어야 했다.

아직 어리고 유약한 Alive 에게 최후의 승부에 기대를 가진다는 것은 너무 무거운 일이었다.

더구나 상대는 최강의 마법사 ChoJJa. 그런데도 그답지 않은 기대와 흥분으로 이렇게 뜨거운 기분을 느끼게 되다니, 그것은 분명...


[[['... 이겨주겠다.']]]


시합 전에 승리를 약속하고 승부에 나선 검사가 ClouD 였으니까.

그가 약속을 지키는 남자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Alive 는 환하게 미소지으며 무대의 중앙, 승자의 환호가 넘치는 곳으로 달려갔다.





2. 현재



'갑자기 왜 그때의 일이 떠오른 거지...'

패배가 문제가 아니다. 승부의 순간에 다른 생각으로 집중력을 흩트리는 것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행동이다.

빈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드는 상대의 연이은 마법공격을 가까스로 피해내며 Alive 는 뒤로 물러섰다.

그 짧은 순간에 이렇게까지 맹공을 퍼부어오다니 '투신'의 칭호는 허명이 아니었다.

"하아앗!!"

July 의 지팡이 끝에서 쉴틈없는 마법공격이 전개된다. 이런 적은 없었다. Alive 가 상대했던 마법사 가운데 이토록 공격적인 자는 보지 못했다.

정신을 집중하여 마력을 모으고, 비로소 지팡이 끝으로 분출하는 웅대한 마법이야 말로 마법사들이 추구하는 전투가 아니었던가?

July 는 다르다. 하나하나가 Alive 의 목숨을 앗아갈만큼 위협적인 마법들이 쉴새없이 급소를 노리고 파고들었다.

이 마법들이 oov 를, Xellos 를, 수많은 강자들을 무찌르고 사상 최고의 마법사라는 칭호를 July 에게 선사했으리라.

"쾅-!!"

뺨을 스치고 날아간 July 의 마력이 뒷편의 바위를 산산조각 내버렸다. 새삼 놀랄 것도 없다. Alive 가 상대하는 자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초마법사였다.

'하지만... 침착하지 못한 건가...'

July 의 날카로운 마법공격은 간간히 Alive 를 스치고 빗나갈 뿐, 아직까지 치명상은 입지 않았다.

Alive 의 생각처럼 초마법사라고 일컬어지는 July 에게 최근의 연이은 패배와 최후의 일전이라는 중압감은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지금의 July 는 높은 곳에서의 승부가 어울리는, 그만한 자격이 있는 마법사다.

'난 잃을 것이 없어.'

또 하나 July 의 마법이 적중하지 못하는 다른 이유가 투신의 상상을 훌쩍 뛰어넘는 Alive 의 엄청난 스피드라는 것을 Alive 본인은 정작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의 맹공을 피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더딘 속도긴 하지만 오히려 이쪽을 향해오고 있다니! 이런 상황은 투신의 수많은 전투기록 중에서도 흔치 않은 경험이었다.

사상 최강의 검사라는 oov 조차도 이런 움직임을 보이진 않았다.

아니, 이정도 스피드로 자신과 대등하게, 혹은 그 이상으로 맞서 싸웠던 검사라면 단 한사람...

"...검황?!"

'스각-'

July 의 단말마 외침과 거의 동시에, Alive 의 칼날이 투신의 지팡이를 잘라내었다.

Alive 는 아직도 성장을 멈추지 않았다.




3. 또 다른 과거



쾅-!

ClouD 의 오른 손이 매섭게 벽을 울렸고, 선혈이 그의 주먹을 타고 흘러내린다.

가문의 일족이 모두 지켜보는 승부다. 누구나 마찬가지다. 단지 '지켜보아야만 하는' 승부였다.

제 아무리 Alive 를 가르치고 아끼는 일족의 ClouD 라도 1 대 1의 정당한 승부에 개입하는 것은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

그 일전은 Alive 와 oov, 두 사람의 것이었다.

"제기랄!!"

가문의 명예를 건 일전이라면 ClouD 가 자청했을 것이다.  Alive 는 역대 최고의 평가를 받는 oov 의 상대로는 아직 이르다.

더 배우고, 더 익힌다면 언젠가는 그에 맞서 싸울 만큼의 재능과, 세인으로부터 '제 2의 검황'이라 불리우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Alive 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Alive 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며, 자신의 모든 것을 가르쳐준 ClouD 는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휘이잉-

"크악!!"

아무리 거구라고는 해도  Alive 보다도 더 큰 엄청난 대검을 저런 속도로 휘두를 수 있다니, 똑같은 검사라고는 생각할 수 조차 없는 광경이었다.

애초에  Alive 의 날카로운 검날은 마법사를 상대로 가장 빛이 나는 것.

육체의 강인함을 극한으로 갈고 닦은 대륙의 무투가들이나, oov 와 같이 괴력으로 밀어붙이는 검사를 상대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Alive 는 아직 힘싸움이 부족하다- 그래서 이 시합을 준비하면서, 노도와 같은 스피드로 oov 의 빈틈을 먼저 노리겠다고 말해왔지만, 역대 최강의 검사에게는 그마저도 통하지 않았다.

"쿨럭... "

힘겹게 일어서는 Alive 의 입에서 선혈이 튀어 나온다. 승부는 결정됐다. 이 시합은 중지시켜야 한다.

그 때.

ClouD 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Alive 의 머리가 천천히 가로지어진다. 입가의 피를 한손으로 훔쳐낸 Alive 는 엷게 미소짓는 것만 같다.

"너는... 이런 승부마저도... 즐거운 거냐...?"

...

...

Alive 는 패했다.

하지만 ClouD 는 저 유약해 보이는 Alive 와 그의 검이, 역대 최강 oov 에 맞서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싸우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았다.

승부가 결정될 때의 Alive 는 이미 ClouD 가 알던 순수한 소년이 아니었다.

소년은 이미 승부사가 되어 있었다.






4. 그리고 미래


승부는 시작되었다.

ClouD 는 예의 둔탁하고 거대한 장검을 꺼내어 눈앞의 상대를 겨눈다. 이렇게 작고 약해 보이는 소년이라니...

ClouD 는 어느 새 미소짓게 된다.

"...응? 뭐가 웃긴 거야?"

"글쎄... 이런 쪼끄만 녀석이 그 oov 를 그토록 몰아쳤다는 사실이 새삼 기가 막혀서."

냉정한 승부의 순간에 미소와 잡담이라니, 전혀 ClouD 답지 못한 분위기다. 모든 것을 걸고 승리한다 - 나는 극한의 상황에 가장 강해지는 남자, ClouD 다! - 라고 최면이라도 걸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 그러는 너도 웃고 있잖냐?"

"아니, 나는 뭐..."

Alive 는 얼굴 가득 웃음꽃을 지우려는 생각도 않고 그 맑은 눈으로 ClouD 를 똑바로 응시한다.

"ClouD 같은 강한 사람과 승부를 겨루고 나면, 나는 좀 더 강해져있을테니... 웬지 기뻐지는걸."

Alive 는 자신의 길고 날카로운 검을 꺼내어든다. - 그는 어떤 상황에서라도 웃음을 잃지 않는 승부사, Alive 다.

두 사람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오늘의 승부가 훗날 ClouD 와 Alive 의 첫 대결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될지.

그들이 앞으로 얼마나 더 빛나게 될지.

지금, 승부는 시작되었다.

===============================================================================

질레트 배 결승을 앞두고, 박성준선수를 응원하는 이런 식의 판타지 응원글(;;)을 올린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예상외로 좋게들 봐주셔서 "언젠가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프로토스 이야기를 써볼테다!"라고 결심했던지도 2년이 다 되어가는군요. -_- (게으른 녀석...)

그러다가 요즘 갱장히 좋은 분위기의 Kor팀과, 역시 굉~장히 좋아져버린 욱브라더스의 일전을 앞두고 다시 허접한 응원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결론은 아무나 이기고, 멋진 경기 보여주세요!


...
여태껏 한번씩 글 올릴 때 마다 그랬듯이, 피지알 명필분들과의 무한비교, 가슴 서늘한 비판, 혹은 가장 슬픈 무관심-_-이 무서워서 또 몇일간은 피지알에 접속 못할 것 같군요. (소심한 녀석...;;)






* 메딕아빠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5-17 23:59)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6/05/17 01:20
수정 아이콘
아.. 누굴 응원해야할지.. ㅜㅜ 아무나 이기고 4강까지 고고고고고~ 8강에 일단 한명이 올라간다는 것에 위안을 삼습니다...
밀가리
06/05/17 01:36
수정 아이콘
Alive가 보니 갑자기 이운재 선수가 생각나는군요.--; 어쨋든 kor파이팅입니다.
T1팬_이상윤
06/05/17 03:16
수정 아이콘
저번엔 한동욱 선수가 4강갔으니 이번엔 차재욱 선수 차례임!!!
06/05/17 08:00
수정 아이콘
이야 이런글은 어떻게 쓰죠? ^^ 이글을 읽으니 눈앞에 검을 들고 마주서있는 예리한 얼굴의 두 미소년이 떠오르네요. 나중에 박명수 선수와 염보성 경기글도 좀 써주셨으면 합니다. ^^
06/05/18 00:18
수정 아이콘
후우... 아 괜히 이글 늦게봤더니 차재욱선수 너무아쉬워요.. ㅠㅠ...
한식구인 한동욱선수도 축하드리지만.. 차재욱선수쪽에 애정이 약간 더 있었나보네요.
06/05/18 00:34
수정 아이콘
휴우.. Alive가 이겼네요.. 욱브러더스팬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음이 아픈걸 보니 살짝 재욱 선수를 더 좋아했나 봐요.. ㅠ.ㅠ

P.S : 하하 이글 에이스 게시판에 올줄 알았어요..^^
06/05/18 10:56
수정 아이콘
헉 어제경기 평점 게시판에 쾌검으로 차재욱선수를 괴롭혔다는 식으로 코맨트를 달았는데 이런 응원글이 있었다니...... 마치 표절가가 된 느낌. ㅡ.ㅜ
My name is J
06/05/18 11:46
수정 아이콘
쿨럭...소년형-에 대한 특별한 애정때문에 차재욱 한동욱 선수에게 남몰래 열광...할뻔- 했었던 과거를 어찌 아시고! 이런- 먼산-

여튼 소년은 다 좋아요~으하하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756 진 삼국무쌍 + 프로게이머 합성입니다. [16] 악동이™10277 06/05/25 10277
755 개인적으로 뽑아본 스타크래프트 최고의 '어휘'들 [63] 볼텍스10780 06/05/24 10780
754 [연재]Daydreamer - 7. The Benissant [3] kama4520 06/05/24 4520
753 [스타 추리소설] <왜 그는 임요환부터...?> -66편(BGM) [31] unipolar6517 06/05/19 6517
752 YANG..의 맵 시리즈 (8) - Cross Over [11] Yang6082 06/05/19 6082
751 YANG..의 맵 시리즈 (1) - Magic Eyes v2.02 [32] Yang7882 06/01/17 7882
750 스타관련 조삼모사 [65] SEIJI16229 06/05/22 16229
749 [스타리그 관전일기] 2006 신한은행 스타리그 1st 16강 2회차 [8] sylent7507 06/05/20 7507
748 임진록 두번째 플래쉬무비.. [19] estrolls7217 06/05/18 7217
747 응원글) 두 검사 이야기 [8] 자리양보5983 06/05/17 5983
746 [write 버튼의 중요성]사자의 기호품은 코끼리 똥이다 [21] pioren6094 06/05/14 6094
745 잊혀지는 나의 프로토스,마지막 남은 애정으로... [40] legend10439 06/05/10 10439
744 유즈맵세계의 방대한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자 합니다. [54] 버서크광기11704 06/05/11 11704
743 남녀 가르기가 아니다! 하지만 여성 PGRer에게 항복 [41] Timeless9829 06/05/10 9829
742 [응원] 소년-이봐요?! 여기좀 봐줄래요? [13] My name is J5677 06/05/09 5677
741 어제 MBC 서바이버 중계진의 재미있는 어록 [29] M.Laddder11727 06/05/10 11727
740 스갤에서 가져온 두번째 글. [17] 폭풍검10690 06/05/07 10690
739 시간과 프로게이머 - Wasted time 백두대간. [22] 이디어트6084 06/05/09 6084
738 명경기 리뷰 : 스타일이 다른 두 전사의 최고 수준의 동족전, 안상원VS염보성 [15] 시퐁5859 06/05/09 5859
737 잘하라는 그 흔한 말 [25] 해원6521 06/05/09 6521
736 명경기 리뷰 : 가장 완벽한 조합을 완성시키다, 이창훈+박성훈 [12] 시퐁7048 06/05/09 7048
735 天才가 싸우는 법, 凡材가 싸우는 법 - 프로리그 감상 [38] Sulla-Felix8507 06/05/08 8507
734 저는 종민선수도 좋아해요! [34] 연이5993 06/05/08 599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