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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12/03/28 04:36:51
Name fd테란
Subject 반상위의 돌부처 - 1 -
그리고 스타판에는 갓영호가 있읍니다.
스망이 오든 오지 않든 그 날까지는 다들 즐겨 봅시다.





- 바둑과 스타크래프트 -

바둑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이세돌이라는 이름 한번쯤은 들어보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사실 이세돌에 대해서 이야기 하자면 그가 바둑판에서 이룬 업적과 파란만장했던 삶의 이야기 만큼
이세돌 하나만으로 책을 써도 모자를 판입니다만.

저의 바둑 기력은 룰만 조금 이해한 18급 바둑도 안될 수 준이고 바둑 팬도 아닌데다가 결정적으로 이세돌의 일대기를 다룬 자서전이 얼마전에 출판되어있으니 이세돌이 궁금하다 싶은 분들은 가까운 서점가서 한번 읽어보셔요.




이세돌이 말하는 '바둑이란 무엇인가'를 스덕들 정서에 맞게 바꿔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흔히 바둑은 몸이 아닌 지혜로서 힘을 겨루는 두뇌스포츠라고 합니다.
신체적인 조건을 줄이고 판단력 고도의 집중력 수싸움을 하는 스타크래프트와 많은 부분이 닮아있죠.
바둑은 흔히 초반,중반,종반으로 경기의 세를 가늠합니다.

현재 세계 최강의 바둑프로기사이자 바둑계의 최종병기라고 불리어도 무방할 이세돌 선수가 말하기를...
바둑의 초반 포석싸움 스타로 치면 빌드싸움의 중요성은 30% 정도라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재밌는 것은 스타크래프트 초반 빌드 싸움 최적화 플레이와 마찬가지로 현재 초반 포석싸움은
아마추어 연구생과 프로기사랑 비교하더라도 별 차이가 없을 만큼 굉장히 체계화 되있으며 상향평준화 됐다고 합니다.

포석이 바둑 전체 판의 형세의 싸움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것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요즘 초반 포석은 모두 다 잘두기 때문에 예전만큼 목숨걸고 매달릴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초반 포석은 연구생 프로기사 할 거없이 거의 밑바닥까지 파헤쳤다고 말합니다.

그래도 초반을 잘 두어야 중반에 가서 좋다라는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초반 포석이 중반보다 중요해요.
근데 초반은 다 잘둬요.


그럼 승부의 향방은 어디서 갈리는냐? 바로 중반에서 온다고 합니다.
초반 포석이 마무리 되고 치열하게 상대 빈틈을 노리고 수상전을 요구하고 전투를 통해서 대마...
스타로 치면 한방 병력을 잡아먹고 여기서 승기를 잡아야 종반 즉 마무리 단계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바둑에서 말하는 '중반'이란 스타에서 말하는 빌드싸움이 끝난후 '운영단계'와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아 제가 바둑을 잘 모르지만 어디서 이런 이야기를 주워들었는데요. 바둑계의 최고수라고 알려져 있는 이창호 기사는 초반,중반은 평범하지만 종반 끝내기 부분에서 엄청나게 강력해서 신산(神算)이라 불릴정도로 정밀하고 완벽한 끝내기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데 초반,중반이 약해도 종반만 쎄면 되는거 아닌가요?'

저도 바둑을 모르기에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었던 사람들 중에 한명인데요.
이세돌 선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건 님들이 바둑을 잘 몰라서 그렇게 말 하는거임.

물론 이창호 부처님은 후반 끝내기 능력이 강력함 계산 실수도 없고 치밀하고 꼼꼼하게 상대의 수를 읽어서
막판으로 갈수록 바둑이 두터워져서 후반 굳히기를 할 수 있는 거임.

옛날에는 이창호 부처님만큼 종반 끝내기 부분에서 꼼꼼함을 보이는 기사가 적었고 이창호 부처님의 출현으로
종반의 중요성이 커지고 또 많은 사람들이 이창호 부처님의 기보를 들고 연구하다 보니깐 종반도 다들 쎄진거임

어떤 사람들은 이창호 부처님이 잘나갈때 종반이쎄고 나머지는 뭐 그냥저냥 이였다고 했는데
내가 볼때는 그냥 중반이 최강임. 도저히 틈이 없음.
이창호 부처님의 완벽한 중반 운영이 있기 때문에 다음에 종반이 있는거임. 암튼 이창호 부처님 만세!'
뭔가 이창호 기사에 대한 이세돌의 격렬한 빠심이 느껴지지 않나요?


참고로 가운데 계신분이 이창호 사범님과 결혼 하신 분입니다.
반상위에 돌부처는 맞지만 진짜 그곳마저 돌부처는 아니였습니다.


아무튼 바둑에서 초반,종반(후반)의 수순이 비슷하다면 결국 실력은 중반에서 나올 수 밖에 없다고 역설합니다.


내가 초반 포석은 좀 약한데...
내가 후반 마무리는 좀 약한데...

이렇게 생각할 수는 있어도 내가 중반이 약한데...
라고 생각하는 바둑기사는 한명도 없다고 합니다.

중반이야 말로 바둑의 전체적인 틀을 잡고 싸움도 하고 세력도 넓히고 상대방과 끊임없이 응수타진을 벌이고 수싸움을 펼치는데
제 아무리 초반 포석을 통해서 그림을 잘 그려놔도 중반 수싸움에서 상대가 안된다면 뭐하러 바둑기사 하냐 그렇게 역설합니다.


내가 중반이 약해.
라는 말은 난 바둑을 못해 라는 말과 별반 다를 바 없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것 중반에서 무너진다면 종반은 없습니다.


스타로 비유하면 견제 실컷 당하고 자기가 내보낸 진출병력은 모조리 족족 싸먹히고
한방 병력 모아서 진출 했는데 그것마저 대패했네요.
여기서 자기 본진에 꽁꽁 틀혀 박혀서 업그레이드 돌려서 한방 병력 갖춰서 나가면 이기나요?
당연히 안되죠.

상대는 이미 올멀티 깔고 스카웃 세부대가 나와있을텐데요.


이쯤되면 스카웃 따발총 다다다다다다다 맞는겁니다.

중반,즉 전체적인 운영에서 말리면 죽도 밥도 안되는겁니다.




- 신수(新手) 그리고 전략 -



스타크래프트에서 수 많은 전략과 빌드등이 있다면 바둑에서는 스타보다 훨씬 더 많은 포석과 다양한 수가 있습니다.
바둑이 등장한지 천년이 훨씬 지난 게임이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수 들이 끊임없이 등장하곤 합니다.
이것이 바둑이 계속 살아남을 수 있는 장점이지요. 바둑에서는 이것들을 '신수' 라고 합니다.

재밌는것은 스타크래프트에서 리플레이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선수들의 여러가지 빌드나 운영들이 노출되서
아마추어 선수들도 리플을 통해 쉽게 분석하고 운영을 따라하기 쉬워졋었고 그로 인해 스타는 대 격번을 맞이하게 됩니다.

바둑에서도 '기보'를 통해서 스타에서의 리플레이와 같이 그러한 점이 어느정도 닮아 있었긴 했습니다만
최근 인터넷의 발달로 누구나 검색 한번이면 가장 최근의 열린 기보부터 수십년전의 기보들까지 싹다 흩어볼 수 있기 떄문에


'엊그저께 이세돌이 둔 경기중에 그 수 봤어?'
'응 어제 그거 봤다 완전히 처음 보는 수던데?'

'끝나고 넷마블 바둑가서 한번 써먹어보는데 그거 좋더라고.'
'근데 경기 끝나고 몇몇 바둑 9단들이 복기하고 분석해 놓은 글 보니깐 별거 없더라고'

'아 그래? 그거 별거 없어?'
'응 나온지 하루만에 다 파훼가 되더라고

이렇게 됩니다.
'
우리가 스타경기에서 처음 나온 빌드를 베틀넷가서 써먹고 따라하는 것처럼
인터넷 바둑 사이트에서 수 많은 바둑 애호가들이 어제 프로기사가 놨던 수를 그대로 따라 써먹으면서
입스타..아니 입바둑을 통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쭈 뼈채로 잘근잘근 씹어먹는다고 합니다.

예전에 새로운 수가 나오면 그것이 파훼되기 전까지 그래도 어느정도의 시간이 걸렸는데...
요즘은 뭐 신수  하나 보여주면 몇일만에 싸그리 다 정리가 된다고 하네요.

그래서 프로 바둑 기사들도 신수 즉 스타로 치면 새로운 전략들을 개발해내기 보다는
좀 더 중반과 후반 운영에서 실수를 줄이고자 하는 생각에 더 투자한다고 합니다.
정말 기가막힌 신수가 나온다고 쳐도 인터넷 검색한번 하면 자기도 따라할 수 있는데요 뭐.


진짜 재밌는것은 최정상급의 기사들은 당연히 새로운 수를 찾는 연습도 게을러 하지 않는데
그 중에서 쓸만한 수는 요긴하게 아껴두었다가 결승이나 중요한 대국에서 써먹는다고 합니다.
근데 그 마저도 1회용 수라고 약간은 자조섞인 뉘앙스로 말을 하네요.
스타에 빌드 깎는 선수들이 있다면 바둑에서도 신수 깎는 기사들이 있다는 이야기겠죠.

재밌지 않나요?



- 최종병기 이영호 잡담 -


이영호는 초반빌드 중반 운영 후반 마무리까지 어디 하나 버릴데가 없는 진짜 강력한 선수입니다.
물론 바둑과는 달리 스타크래프트의 불완전한 요소들 맵,종족상성,빌드상성 즉 운적인 요소들이 바둑보다 좀 더 크게 영향을 받지만

제 아무리 갓이라고 하더라도 위의 여러가지 완벽히 제어 불가능한 요소가 있는 이상 경기에서도 이기고 지고 하는 것인데 이영호는 그런 운적인 요소 조차 심리전을 통해서 기가 막히게 자기 것으로 돌려서 써먹는 플레이를 잘 합니다.
꼼수도 잘쓰는데 경기력까지 물 샐틈 없이 꼼꼼해요.


그래서 이번시즌은 이런 선언을 하게 되죠.
'전승왕을 하겠다!'

도전 실패! 흑흑!

꼼딩이라는 별명 너무 잘 어울리지 않습니까.
근데 지금은 꼼딩 소리 듣기에는 너무 나이가 먹어서 살짝 그렇긴 하네요.


간혹가다가 이영호 선수의 경기들을 보고 이런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이영호 맨날 이기는 경기보면 앞마당 먹고 트리플 먹고 반 갈라먹고 반땅싸움 이끌어내서
후반 운영 질질 끌고가서 업테란으로 끝내는 경기 말고 또 뭐 있냐.
맨날 버티기만 할 줄알지. 별로 공격적이지도 않고 다른건 그냥 그저 그렇던데.'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전 다르게 생각합니다.

이것도 위에서 언급한 이세돌선수의 바둑 이야기를 인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창호 사범님보고 흔히 포석도 약하고 중반은 보통인데 바둑을 전체적으로 두텁게 두다가
종반에서 계산 잘하는걸로 오해들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이창호 사범님도 싸움이 필요한 경우라면 피하지 않고 싸웁니다.
이세돌의 바둑을 일단 무조건 싸우고 보는 전투바둑으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저도 상황을 보고 참을땐 싸우지 않고 참습니다.


경기 스타일이라는 것은 상황마다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한 두 경기 가지고 이렇다 저렇다 평하기 힘듭니다.
진짜 경기 스타일이 나올때는 상황이 확실하지 않은 그야 말로 애매모호한 상황인 공격과 수비 두 가지의 기점에 서있을때 나오는겁니다.

공격가기도 수바히기도 애매한 상황이라면 저는 참는것보단 싸움을 거는 스타일이고
이창호 부처님은 좀 더 참고 인내하면서 다음 수를 기다리는 경기들을 많이 보여주신것 뿐이지요


물론 세월이 흐를수록 연륜과 경험이 쌓이면서 위험하고 공격적인 예전의 모습과 비교했을때
안전하고 차분한 선택을 하는 경향이 짙어졌습니다.

하지만 일류급 기사라면 전투바둑을 잘하니깐 무조건 전투바둑으로 가겠어.
끝내기 계산능력을 잘하니깐 싸움을 최대한 피하고 수비바둑으로 가겠어.
이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이영호 선수는 프로게이머 중에 손에 꼽힐 정도로 공격적인 운영과 전술을 매우 즐겨쓰고 잘합니다.
문제는 스타크래프튼 혼자 하는 경기가 아닌 상대가 있는 게임이기 때문에 상황에 맞게 운영과 판단을 선택해줘야 합니다.
공격적인 선택이건 수비적인 선택이건 이영호는 경기들은 박빙에 상황에서 판단의 실수가 적고 대게 이겼습니다.

뭐 입 아프게 경기 하나씩 열거하지 않아도 그것은 트리플 70% 이라는 3종족전 고루고루 우숭한 승률과 다승이 증명하니깐요.
아, 맞다 토스전 70%가 얼마전에 깨졌죠.
이런 토스전 7할도 못찍는 이영호 같으니...




한가지 고려해야할 점은 이영호 선수처럼 정상에 위치한 선수일수록 다른 선수들의 집중견제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예를들자면..


9회말 투아웃 만루에서 이대호 선수가 타석에 들어선다면 쿨하게 고의사구를 던지는 것처럼!


월드컵 아르헨티나 전에서 메시한테 다섯명이 달라붙는 것처럼!

스타는 일대일 경기이기 떄문에 저런 수는 쓰지 못하지만 대신 소위 말하는 날빌 올인 노림수로 이영호 선수를 질리게 만들 정도로 날카로운 스나이핑 빌드나 타이밍을 연구해오기 때문에 이영호 선수도 상대에 맞추기 위해서 후반운영을 강제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경기도 분명히 생깁니다.

물론 그런것들이 이영호 후반 싸움의 모든것을 대변해주지는 않습니다.



딱 한가지만 더 바둑 이야기를 하자면 세간에서 이창호 사범님을 평하는 것중에...

'이창호는 눈에 번뜩이는 신수는 보여주지 않지만 역시 뛰어난 계산능력과 위기 관리 능력 마무리로 최정상 위치에 섰다.'
라고 말하는데 이세돌 선수는 이것을 적극 부인 하며 이런 말을 합니다.


'제가 볼때는 이창호 부처님은 정말 복잡한 상황에서 남들이 쉽게 보지 못한 어려운 수를 잘 찾아 내시기도 하죠.
그런것은 분명히 이창호 부처님의 특별한 점이라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생각하기에는 어떻게 저런수를 쓸 생각을 했지? 정말 머리를 탁 치게 만드는  깜짝놀랄 수를
이창호 부처님이 매우 자주 보여주기도 합니다.

실제로 이창호 부처님이 대국하면 복기하는 프로기사들도 머리를 갸우뚱하면서 헷갈려하는 부분이 있다가 나중에 가서 머리를 탁치는 그런 상황이 참 많은데 이창호 부처님도 사람들이 깜짝 놀랄 신수를 자주 두지만 사람들이 쉽게 알아채지 못하는 모습이 자주 보여집니다.
평범한듯 보이면서도 깊이있는 이창호 부처님의 한수 한수야 말로....어쩌구 저쩌구 할렐루야!'

아무튼 최정상에 올라간 선수는 자기만의 비장의 수가 분명히 있다 이겁니다.
단지 그것이 일반인들에게 쉽게 보일 수 있는냐 그냥 보이지 않는냐 그 차이일 뿐이죠.'




저게 사람이야 새야...
꼭 이런 눈에 보이는 3단 클러치 만이 마사장님의 포스를 설명하는 것은 아니듯이...



웬지 이세돌 선수가 말한 이창호 사범님에 대한 간증을 보고 있노라니...
종목은 다르지만 감히 이영호 선수를 여기에 빗대도 되는가 생각이 들 정도로 황송해지는데요.

아무튼 이영호 선수도 경기내에서 일반인들은 쉽게 파악하기 힘들 뛰어난 운영과 판단능력
이영호만 할 수 있는그러한 경기력들을 많은 경기에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기들을 전부다 그냥 초반꼼수 후반반땅으로 나눠버리기엔 좀 이영호 선수의 놀라운 경기력이 묻히는 감이 있지요.


물론 이런 세세한 부분들을 시청자가 눈치채고 알아가며 이영호 선수의 경기력에 일일히 환호할 필요는 없으나...
조금 억울한 선입견 편견을 갖는건 그리 좋지 않은 모습인거 같다라는 말입니다.
선수의 뛰어난 경기력을 포장하고 전달해 줄 수 있는 것은 해설가들이 해줘야 할 몫이기도 하구요.


- 허영무 이야기 -



역대로 올라간다면 테란전 잘하는 토스 선수야 여러명이 있었겠습니다만...
스타크래프트가 경기내적으로 초창기와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진화를 거쳐옴에 따라
스덕들이 선수들에게 기대 하고 요구하는 경기력 역시 그만큼 커졌습니다.
현존하는 토스중에서 누가 가장 테란전을 잘하냐 라고 물으면 삼성의 송병구,허영무는 빠질 수 없구요.


사실 두 선수 다 이야기 하고 싶지만...
이미 앞쪽에서 너무 분량을 잡아먹었고 송병구 선수 테란전 강함이야 입아프게
설명 안해도 많은 사람들이 떠들고 인정하는 편이니 제가 생각하는 허영무 선수의 강함을 몇자 적어 보겠습니다.

허영무 선수는 이영호의 프로게이머 인생을 종되게 만들뻔한 선수입니다.
이건 살짝 농담반 진담반 섞인 이야기인데요.

이영호 선수는 모든 프로게이머가 그랬듯이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해서 집안의 반대에 격렬하게 부딪혔고
이영호 선수는 그럼 나 일년만 해보고 안되면 때려치고 공부하겠다며 커리지 매치 준비를 했는데요.
바로 커리지 매치 결승에서 이영호 선수를 꺾고 프로게이머 자격을 딴 선수가 허영무 선수입니다.


어떻게 풀렸는지 모르겠는데 와이고수에 허영무선수와 이영호 선수의 커리지 결승 경기중 러쉬아워3 경기가 있는데요.
러쉬아워3에서 이영호 선수 메카닉 병력을 상대로 허영무 선수의 3~4셔틀과 함께 쏟아지는 환상적인 테란전 플레이를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지금도 그 리플레이가 남아있는지는 모르겠네요.


아마추어와 프로세계의 레벨은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언제나 예외라고 할 수 있는 돌연변이들은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아마추어 시절 치터테란으로 유명했던 최연성 선수
임요환 선수가 베틀넷에서 하도 깨지니깐 익산에서 서울로 불러서 연습경기를 했는데...

최연성 선수가 테란으로 패고 저그로 패고 토스로패고 아무튼 3종족으로 고루고루 돌려가면서패니깐
아 이놈 진짜 물건이구나 했던 일화가 있죠.
이건 언젠가 온게임넷 방송에서 이재균 감독님이 말씀하신거에요.



또 이재호 선수도 있겠네요.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프로게임단에 입단하기 전에
입단테스트 과정을 거치기 마련인데 입단테스트에서 이재호 선수가 당시 잘나가고 있었던
박성준,박지호 선수를 경기력으로 할말을 없게 만들었다고 했던 카더라가 있었습니다.

하태기 감독은 이재호가 진짜 팀에 연습경기에서는 말도 안되는 슈퍼 역전승...
요즘말로 하면 '이재호라면'을 하루에도 수십개씩 끓이는데 방송경기에서 보여주지 못하는게 아쉽다고 했었죠.



뭐 여기에 또 하나 추가해보자면 박성균 선수?
당시 잘나가던 이윤열 선수가 베틀넷에서 테테전을 하는데 도저히 못이기는 정도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테테전을 했는데 나이도 이제 중학생이라는데 완전 물건이더라.

무조건 입단 추천이요.
하면서 박성균 선수가 팬택팀에 입단하게 된 일화도 있었구요.
근데 입단하고 나서 최연소 우승은 했지만 너 요즘 왜 그러니 흑흑.

이 밖에도 수 많은 프로게이머들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존재할 테지요.



아실만한 분들은 아시겠지만 한가지 재밌는 일화를 올려보자면
POS시절 하태기 감독이 현 티원 감독이신 박용운 감독님을 코치로 데리고 왔었는데요.

나이 많고 머리 벗겨진 웬 이상한 아저씨가 코치란 이름으로 떡하니 들어 앉자
조기 탈모증으로 고생하시는 아저씨를 우습게 본 몇몇 반동 무리들이 있었습니다.
겜도 잘 모르실텐데 어줍잖게 아는척 하지마시고 그냥 게임가지고 간섭하지말라 뭐 이런거겠죠.

박용운 감독님께서 '야 그럼 니네들 나랑 스타떠서 내가 이기면 말 들을래?'
그래서 박용운 감독님은 자기를 우습게 보는 반동 분자들을 처단하고 엠비씨 히어로의 전설을 이끌었다는 훈훈한 일화가...

후덜덜...이것은 인증이 필요한 이야기입니다.
설마 요즘도 김택용 선수 테란전 못한다고 막 손스타로 혼내주시는건 아니겠죠?
  


허영무 선수도 위에서 애기했던 아마추어부터 연습생으로 프로 입단한 다음부터 특출나게 잘 했다는 선수 중 하나입니다.
그냥 단순히 립서비스 연습본좌가 아니라 진짜진짜 잘했어요.
이영호 선수가 팬택엔큐리텔 연습생으로 입단하자마자 6개월동안 연습실 랭킹 1위를 놓치지 않았다고 자랑을 햇는데...
그 이영호를 꺾고 준프로 게이머를 자격증을따고 삼성칸에 입단한 선수가 허영무 라니깐요?


이랬던 허영무 선수가 프로게이머가 되자마자 크나큰 시련이 찾아옵니다.
연습경기에서는 허영무가 송병구도 패고 이성은도 패는데 실전만 하면 그렇게 정신을 못차린다더라.
그래서 불명예스러운 별명 하나를 얻게됩니다.


'허필패'


'허필패'선수는 2007년 여름에 있던 천하제일 스타대회 256강 대회에서 이제동 선수에게 안타깝게 패하며
준우승을 획득 위대한 콩라인의 후계자로서 그 서막을 알렸으나...


2008년 클럽데이 준우승을 하기 전까지 오랜시간 동안 부진의 늪에 빠집니다.
사실 아직 꽃도 피워보지 못한 선수에게 부진의 늪은 그렇고 미완의 대기로 남았다는 표현이 적절하겠네요.



미완의 대기 허영무!

사진은 넥센의 박병호 선수입니다.
올해는 터질 수 있을까?



아무튼 미완의 대기 허영무 선수는 2회 연속 MSL 은메달을 목에 거는데 성공!
거기에 곰티비 대회에서도 김택용 선수를 다시 만나 준우승에 그치며 완벽히 콩라인에 발을 담그는데 성공 할 뻔 했으나...

지난 진에어 스타리그에서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백만 토스빠&콩빠들의 저주와 한이 서린 바람이 허영무를 시원하게 날려버리고 있습니다.'

콩라인 탈출에 성공!
감격적인 첫우승을 합니다.



일단 허영무 선수의 경기 스타일을 한마디로 평가하자면 '다재다능' 합니다.
혹은 전지전능이라고 하죠.
이것은 송병구 선수가 갖고 있었던 '무결점의 총사령관' 이라는 별명과 비슷한데...

잘 되는 날의 허영무의 경기는 정말 신들린듯이 잘 싸우고 잘 뽑으며
토스 유저로서는 더이상 바랄 수 없을 정도로 멋진 경기력을 선사합니다.


그래서 허영무 선수에게는 '허필패' 말고도 별명이 하나 더 있죠.



바로 그것은 '허느님'


아 한개 더있구나.


'겜알못'



'다재다능' 혹은 '전지전능'으로 표현되는 허영무 선수 이쯤에서 뭔가 생각나셔야 될 텐데요.

바로 비슷한 별명을 갖고 있는 갓.. 아니 '이영호' 선수 입니다.
사실 이영호 선수를 때려 잡을라면 별게 없습니다.
초반부터 중반 후반까지 완벽하게 상대보다 더 잘하면 이깁니다.


이영호가 딱히 약점이 없고 실수도 거의 하지 않는 만큼 허영무 선수도 토스라는 테플전 상성을 잘 살려서
초반부터 후반까지 완벽하고 초인적인 플레이로 상대를 꺾어 내면 되는 것이지요.


제 기억으로는 이영호 선수가 토스전에서 딱 한번 무승부를 한 경기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허영무 선수와의 블루스톰 경기 였습니다.


소위 2/1업 빌드라고 불리는 업테란 빌드로 이영호 선수가 거진 한시간동안 미친듯이 싸우고 뽑고 오만 짓을 다 했는데
허영무 선수가 이영호 선수의 맹공을 막고 견디고 부수며 버티기에 성공 결국 경기는 무승부로 끝났습니다..

재경기에서는 허영무 선수가 힘 다빠진 이영호 선수를 가뿐하게 물리치며
팀의 플레이오프 결정을 가로짓는 중요한 경기에서 한 몫을 해줍니다.


오래전 인터뷰지만 허영무 선수에게 내 인생 최고의 경기를 꼽아달라고 하니
바로 위의 무승부경기를 언급하더라구요.



물론 지금 지금 다시 인터뷰에서 내 인생 최고의 경기를 꼽아달라고 묻는다면
'바람이 분다' 겠죠?


허영무의 '전지전능'함은 이영호 선수와 서로 작정하고 후반 힘싸움을 갔을 경우
진검승부를 펼쳐볼 수 있는 몇 안되는 상대 중 한명입니다.



'갓영호' 그리고 '허느님'이 맞붙었습니다.



* 信主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2-04-07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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王天君
12/03/28 06:46
수정 아이콘
첫플 꽝... 뭐야 이 할말 없게 하는 필력은....추천 먹으세요 두번 먹으세요!1
ridewitme
12/03/28 08:23
수정 아이콘
글 두개 다 조용히 추게로 가시지요ㅡㅜ
지니-_-V
12/03/28 09:14
수정 아이콘
추게로~ 추게로~

이런글 너무 좋아요 :D
설탕가루인형
12/03/28 09:26
수정 아이콘
아니 뭐 이런 글이 자게에 있나요
빨리 추게로 가시라구요~
sad_tears
12/03/28 10:07
수정 아이콘
바둑과 스타는 참 비유가 많이 되는데.. 9년전에는 이창호가 임요환이 이세돌이 이윤열에 비교되는 글을 이 곳에서 봤었는데..

이제는 스타판 막장. 이영호가 그 둘을 섭렵하게 되었군요.
하우두유두
12/03/28 10:49
수정 아이콘
추게로 X져!!!!!!
행복합니다 이런글 사랑해요 ㅠ
fd테란
12/03/28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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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혹시나해서 말씀드리는데요.
글에서 나온 바둑이야기나 이창호,이세돌 관련 이야기는 이세돌 선수가 쓴 자서전을 보고 거의 그대로 옮겨놓은 내용입니다. 물론 옮기면서 약간의 뉘앙스 차이는 있겠지만 대충 거의 비슷합니다. 제가 상상하고 아무렇게나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이세돌 선수가 정말 저렇게 예를 들어가며 말을 했거든요. 바둑 보시는 분들께 혹시나 오해가 있을까 싶어 말씀드립니다.
王天君
12/03/28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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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궁금한 것 두가지?
임요환 선수가 최연성 선수가 아마시절때 그렇게 깨지고 나서 입단을 추천한건가요? 예전 방송에서 본 기억으로는 최연성 선수가 임요환 선수랑 비프로스트에서 다섯판 붙었는데 다섯판 배럭날리기로 다 졌다고..처음에야 모르고 당한 거라 쳐도 나중에는 알고서도 당해서 이런게 프로구나 하고 완전히 질렸다고 한 인터뷰가 있었거든요.
그리고 이영호 선수 커리지 한방에 뚫은 걸로 아는데, 준우승 해도 자격증 주어지나요?
12/03/28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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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아 그리고 꼼딩이란 표현은 당분간 계속 써도 될 듯 합니다.

지금 이영호는 대학생이죠 대딩이니 아직 꼼딩은 유효한거라는 이상한 이야기? ^^;
겜알못
12/03/28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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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추게가 어울리는 글이네요
완전연소
12/03/28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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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악하악.. FD님 너무 좋습니다.
하나린
12/03/2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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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잘 읽고갑니다. 바둑이야기 나오니까 더 재밌네요!
All Zero
12/03/28 21:14
수정 아이콘
흥미 진진하게 읽었습니다. 갓영호 때문에 스타 볼 맛 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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