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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3/05/30 11:49:34
Name 공룡
Subject [연재] 최면을 걸어요 (2)
2. 외계인의 등장.

  <20년 후>

  2023년 7월 12일

  불과 20년 사이에 세상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식량난도 다른 행성을 개척해 가면서 조금씩 해결이 되었고, 에너지 역시 대체연료의 개발로 안정을 찾아갔다. 더 이상 석유를 위해 싸우는 나라는 없었다. 석유는 공해물질을 많이 포함한 불필요한 액체일 뿐이었다. 비록 그것이 중동지역 경제의 몰락을 가져오긴 했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더 나은 세상의 꿈을 꿀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

  이제 더 이상 피씨에 앉아서 게임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게임계 역시 엄청난 발전을 했던 것이다. 3차원 입체 게임들이 등장했고, 사람들이 직접 게임 속에 들어가 플레이를 펼치는 가상현실 게임이 주를 이루었다. 군대에서도 시뮬레이션 게임을 자체 제작해서 군인들을 훈련시켰고, 발달된 첨단 전투장비는 가상시뮬레이션 훈련을 거치지 않고는 이제 조정하기가 힘들 지경이었다. 화성과 금성의 식민지 개발을 위해 수많은 우주선들이 만들어졌고, 식민지 개발을 선점하기 위해 힘겨루기를 하는 와중에 새로운 무기들도 많이 등장했다.

  한국의 게임방송은 여전히 계속 진행되었다. 물론 게임의 내용도 질도 바뀌었지만, 게임 캐스터와 해설가들은 아직도 그 자리를 고수하며 수많은 게임팬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그리고 게이머들 역시 물갈이가 되었다. 2000년대 초에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필두로 피어났던 게임방송, 거기에서 플레이를 펼치던 프로게이머들은 이제 모두 중년이 되어 있었다. 많은 이들이 그들의 미래를 피씨방 주인이나 실업자 정도로 생각했지만, 가상시뮬의 등장은 뛰어난 감각을 지닌 그들에게 더 큰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일반 게임의 베타테스터는 물론, 사업체나 군대에서 시뮬 훈련에 대한 초빙강사를 하기도 했다. 물론 군인이 되어 현역 지휘관의 자리까지 오른 이도 있었으며 가상시뮬을 만드는 개발사의 중역이 된 사람도 꽤 있었다. 한국은 게임이라는 장르 하나로 강대국이 되었으며, 우주개발에서도 좋은 자리를 선점할 수 있었다.

  더 이상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전략게임을 즐기는 이들은 없었고, 대부분 RPG 계열이나 대전격투 방식의 가상시뮬을 즐겼다. 반면 군대에서는 모든 것인 시스템화 된 상황에서 뛰어난 작전지휘관이 되기 위해서는 전략시뮬레이션을 계속 갈고 닦아야 했다. 그런 면에서도 예전 프로게이머를 했던 이들은 단연 발군이었기에 그들의 위상은 높아만 갔다.


2033년 8월 22일

  또 10년이 지났다. 과학의 발전은 이제 하루도 지나기 전에 새로운 것이 만들어질 정도로 급속한 성장을 이룩했다. 이미 태양계 내의 행성 중 셋이 식민지가 되었고, 우주를 항해하는 우주선들의 수는 이제 교통정리를 해야 할 정도였다. 심지어 그런 우주선들을 터는 우주해적까지 생겨났다. 그러나 지구인들은 단지 태양계 안에서만 놀고 있는 정도일 뿐이었다. 태양계 밖, 그리고 은하계 밖에는 지구인들보다 더 뛰어난 종족들이 너무나 많았고, 그런 이들이 이제 슬슬 지구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리고 최근 30년 사이에 이루어진 급속도로 빠른 이 과학의 발전에 누군가 개입되어 있다는 사실 역시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이 지구를 향해 몰려오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갑자기 나타난 엄청난 편대의 외계 비행체들이 태양계를 급습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동안 이룩했던 지구의 식민지들은 모두 초토화가 되었고, 이제 그것들은 지구를 향했다. 공교롭게도 그것들은 예전 스타크래프트의 레이스를 닮아 있었다. 그리고 비행체들의 뒤에서 서서히 따라오는 엄청나게 큰 인공의 구조물들은 배틀크루저와 너무나 닮아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 누구도 그런 상상을 하지 못했다. 외계인이 침략했고,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그리 없어 보였다. 지구는 UN을 중심으로 지구방위사령부를 만들었고, 그동안 모아진 기술력을 바탕으로 막아보려 했지만, 외계인의 능력은 대단했다. 이대로 끝장이 나 버릴 것만 같은 분위기 속에서 지구는 절망에 빠졌고, 사람들은 공황 상태에서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기적이 일어난 것은 그 때였다. 침략하는 외계인들의 우주선들이 갑자기 터져나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무언가 외계인들의 우주선을 향해 빠르게 돌진해 자폭을 하고 있었다. 무인 비행체처럼 생긴 그것들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달아나는 비행체들의 궤도를 미리 읽고 달려가 부딪혀 자폭하곤 했다. 많은 수의 비행체들이 그렇게 사라질 무렵 외계인들의 우주선들이 있는 쪽과 반대방향의 우주 공간이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황금색으로 빛나는 거대한 우주선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더니 곧바로 외계인들의 우주선과 맞서기 시작했다. 황금색의 우주선 안에서는 엄청난 수의 작은 비행체들이 쏟아져 나왔고, 그것들은 상대 우주선들을 깔끔하게 차례로 파괴시키기 시작했다. 불과 30여분 사이에 전투는 끝이 났고, 지구를 침략하던 외계인의 우주선들은 모두 파괴되었다. 그리고 외계인들을 공격했던 정체 불명의 생물들과 우주선 역시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지구를 구한 이 구원자들에 대해 세계 언론은 들끓기 시작했다. 단지 외계인들의 싸움에 지구가 끼어든 것 뿐, 다시 이런 일이 없을 거라고 하는 이들도 있었고 어떤 신문사는 그들과 인터뷰를 한 내용을 싣기도 했다. 하지만 모두 거짓이었고, 우연히 30년도 전에 블리자드에서 만든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에 나오는 유닛들과 비슷했다는 여러 한국인들의 제보는 오히려 묻혀버렸다. 하지만 그것이 사실로 알려진 것은 블리자드가 움직였을 때였다. 이미 경제적인 문제로 도산한 블리자드 회사가 있던 자리의 땅이 갈라지면서 유리처럼 투명한 탑이 솟아오르기 시작했고, 거기에서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 그는 두 손을 쳐들어 무언가 외쳤고, 탑 주위로 거대한 피라미드 같은 것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군대가 출동했지만, 그는 적의가 없어 보였다. 오히려 유창한 영어로 자신을 소개하기 시작한다.

  “안녕하십니까? 지구인 여러분! 위대한 종족 프로토스를 이끌고 있는 ‘아이우’입니다.”

  생중계 되는 속에서 그는 말을 이어갔고, 세계 전역이 들끓기 시작했다. 한 시간에 걸친 긴 연설을 마치고 아이우라는 외계인은 자신이 소환한 건물 안으로 들어가 사라졌다. 하지만 그의 거짓말 같은 이야기를 보고 들은 전 세계의 인간들은 여전히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때를 같이 해서 세계 곳곳의 화산지대가 폭발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화산에서 분출된 것은 마그마가 아닌 이상한 물질이었다. 그것들은 점차 퍼져나가면서 주위를 장악했고, 처음 보는 이상한 생명체들이 그곳에 떠돌며 무언가로 변태를 하곤 했다. 아이우라는 외계인의 연설이 없었다면 사람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들이 저그족이고, 이제 지구의 방위를 위해 그들의 크립을 넓히고 있다고 이해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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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우의 이야기는 이러했다. 그는 블리자드를 설립한 이였다. 아이우는 호전적 외계종족이 30년 안에 지구를 침략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약탈자였고, 벌써 수많은 행성이 그들에게 당했다. 그리고 프로토스와 저그족 역시 그들에게 행성을 빼앗기고 다른 곳으로 이주를 한 상태였다. 이대로 가면 우주의 모든 생명들이 그들에게 짓밟힐 것이 분명했기에, 프로토스와 저그족은 연합하여 자신들과 같이 싸울 행성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찾은 것이 지구였다. 지구인들은 매우 독특한 종족이었고, 뛰어난 과학력을 이룰 가능성이 풍부했다. 무엇보다 그 뛰어난 특성이 약탈자들과 너무나 닮아 있었다. 심지어 외모까지도...... 그 약탈자들은 테란족이었다.

  그러나 지구의 과학력은 너무나 부족했고 앞으로 2,30년간 자신들의 과학력을 몰래몰래 빌려준다고 해도 테란족과 싸울 만큼의 전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때문에 프로토스족과 저그족은 자신들의 첨단 무기들과 우주선, 그리고 생체병기들을 다루고 지휘할 수 있는 이들을 양성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전투에서의 감각과 빠른 판단에 있어서 자신들보다는 테란족을 닮은 지구인들이 훨씬 유리했던 것이다. 그래서 만든 것이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이었다. 그것은 실전 시뮬레이션과 같았다.

  지구인들은 게임을 통해 자연스럽게 프로토스족과 저그족의 장비와 병기들의 사용법과 지휘법을 익히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스타크래프트 붐이 일어났고, 프로토스와 저그족이 생각지도 못할 만큼 엄청난 능력을 가진 프로게이머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들의 능력은 놀라웠고, 당장 실전에 배치해도 될 만큼 뛰어났다. 이제 지구인들의 능력과 프로토스와 저그족의 과학력을 합친다면 테란족과 싸워도 충분할 만큼의 전력이었다. 욕심이 생긴 그들은 테란족이 월등히 강하게 설정한 패치를 내놓게 되었고, 프로게이머들은 그것마저도 극복했다. 이제 프로토스족과 저그족은 충분한 우주선과 군대를 갖춘 상태였고, 그걸 지휘하고 조정해 줄 이들을 지구인들 중에서 뽑으면 되는 일이었다. 또한 빼앗은 테란의 우주선과 무기들도 있었기에, 테란을 플레이하던 프로게이머들도 충분히 가능했다.

  그러나 테란이 그걸 그냥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수많은 방해를 했고, 아무도 모르게 뛰어난 프로게이머들을 암살하기도 했다. 지난 30년 간 수많은 프로게이머들이 직업을 바꾸거나 실종되었다. 그리고 최초로 실종된 김정민이라는 게이머는 그 첫 희생자이자 이용물이었다.

  프로토스 쪽에서 마인드컨트롤을 이용해 테란쪽 진영에 잠입시켰던 스파이는 이미 테란은 가장 강력한 전투체계가 갖추어진 상태이고 그 뛰어난 지휘관으로 인해 앞으로는 절대 패배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다소 황당한 내용을 전해왔다. 프로토스족과 저그족, 그리고 인간들의 대표는 머리를 맞대고 의논을 시작했지만 결과를 얻을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프로토스족의 대표 아이우는 그 스파이에게 지휘관의 정체를 찾고 없앨 수 있으면 없애라고 명령한다. 그러나 한낱 중간 간부의 신분을 가진 스파이가 최고 지휘관을 죽일 수 있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눈에 장착된 카메라에 의해 지휘관의 모습을 찍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지휘관의 얼굴은 그들에겐 너무나 익숙한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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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프로토스의 고향 아이우가 사람의 이름으로 변신했군요^^
어쨌거나 제 마음입니다만^^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이 글의 무단 퍼감을 금합니다. 도장 쾅!

ps : 아까 올렸었는데 다시 보니까 토론란에 올려놨더군요. 이런 정신이 있나....-_-
* 항즐이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3-06-07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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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랄은행
03/05/30 12:04
수정 아이콘
환상의 테란이 생각납니다...기대되용~기대되요~계속 최면을 걸어주세요~그러고 보니 예상치 못한 스토리 진행에 제목을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되네요.
03/05/30 12:12
수정 아이콘
읽는 사람이 최면에 걸리는군요. '이건 진짜야...' 하면서 귓가에 대고 중얼중얼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이런 전개는 미처 예상치 못했는데...어어, 하면서 뭔가 당하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웃음)
La_Storia
03/05/30 12:33
수정 아이콘
아.. 정민님 ㅠㅠ; 어쩌다가 악(?)의 세력이;
03/05/30 13:18
수정 아이콘
아앗....왠지 허파가 아파요...거의 뒷통수 맞은 기분입니다. 이런 전개는 진짜 상상도 못했는데, 너무 즐거워요~!
foreversunny
03/05/30 16:19
수정 아이콘
그 익숙한 얼굴은 김정민선수 ㅡㅡ?
icarus[RanGer]
03/05/30 16:21
수정 아이콘
매트릭스2 내용도 이해가 안돼어 사람들이 애기할때 응응!! 거리는 시점에 공룡님의 이 소설도 제가 5번이상을 읽었을때 이해가 갔다는 -_-
아마 제가 스타 스토리를 잘 몰라서 그랬나봅니다..
ㅠ.ㅜ 머리 아파요 -_-;;;;;;;;;;;
후니...
03/05/30 16:42
수정 아이콘
다음편이 기대되요.. 빨리 올려주세요.. ^^; (_ _)
120%coool
03/05/30 17:06
수정 아이콘
혹시 테란족의 지휘관이 임요환 선수나 이윤열 선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봅니다.^^ 스카웃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악역도 프로게이머들이 맡으면 팬들의 반응에 피곤하시겠지만..
자유지대
03/05/30 18:48
수정 아이콘
음 왜 외계인 테란족이 처음으로 살해한 프로게이머가 하필이면 테란유저인 김정민인가요? 테란킬러(?)인 이재훈이나 박경락선수가 되야 할거 같은데요
헉 퍼퍼퍽 (x_+);;
넵 따지지 말께요 ^^;
Hewddink
03/05/30 21:01
수정 아이콘
언젠가 김창선 해설위원이 하신 "국내 프로게이머들의 컨트롤은 외계인도 능가하지 못할 것이다."는 말씀이 기억나는 군요.
한 편 한 편 읽어내려갈 때마다 다음편이 기대되서 하루에도 수시로 pgr에 들락거리면서 "후속편 떳나?"하고 찾는답니다. ^^
공룡님, 빨리빨리 후속편 써주세요 !!! o0o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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