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9/10/13 00:02:46
Name 세레나데
Subject (09)홍진호. 그 가슴 벅찬 이름에 바치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피쟐 생활 5년만에 하루에 글을 두개나 쓰네요. 글이 많이 깁니다.
글에 제스스로 몰입하기 위하여 반말체를 썼습니다. 거슬려도 조금만 참아주세요. :)

1. 인간이 죽는다는 것.
만화 원피스에 보면, <해적왕 골드 로져>는 병에 걸려 죽기 전에 큰 결심을 한다.
자신의 자수, 그리고 죽음을 통해 대해적시대를 열기로 한 것이다.

"내 보물말인가? 원한다면 주도록 하지...... 온 세상을 거기에 두고왔으니 잘 찾아봐"
그는 죽었지만, 죽지 않았다.
그걸 알기에, 그의 오랜 동료들은 로져의 자수를 말릴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마시고 마셨으며, 울고, 웃었다.

그가 왜 죽지 않았는가 하면, 잊혀지지 않기 때문이다.
계속 원피스 얘기로 이어가서 Dr. 히루루크가 말했듯, 사람이 죽는 것은 모두에게서 잊혀질 때이다.(16권 참조)
로져는 죽기 직전 자신의 이름으로 대해적 시대를 열었다. 그러니 그는 모두의 기억속에 생생히 살아있는 것이다.


2. 홍진호는 죽지 않았다.
나는 개인적으로 "우승"이라는 것은 굉장히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6룡시대란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사실 택뱅시대 아닌가? - 송병구는 조금 나중에 우승하긴 했지만 - 허영무가 강하다 한들, 우승을 못한 이상
택뱅과는 구분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ㅡ그러나, 나는 홍진호 만큼은 예외라고 생각한다.
그는 "그깟 우승경력"따위로 함부로 재단할 수 없다. 그는 저그의 심장이었고, 저그의 로망이었으며
최강자들이 자리를 바꿔 갈때 오랜시간 2인자의 자리를 지켜내었다. 그리고, 너무도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우승을 하지 못함으로써 모두에게 각인 되었다.
로져가 죽음으로써 모두의 뇌리에서 살아 숨쉬듯,
홍진호는 5번의 걸친 우승 실패로 모두의 뇌리에서 이렇게 지금도 살아숨쉬고 있다.
이 스타판 역사의 아이러니 속에서 나는 숨막히는 감동을 느낀다.

우승자 출신 중엔 변길섭도 있다. 물론 올드 팬들은 내가 그의 이름을 꺼내면 쉽게 그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변길섭과 홍진호는 다르다. 변길섭은 잊혀졌다. 그를 언급하기 전엔 그를 의식할 수 없다.

안타까운 2인자로는 조용호도 있다. 그는 저그의 위대한 역사에 그 이름을 아로새겼지만,
그 역시 잊혀지는 중이다. 내가 이름을 꺼내야, 올드팬들은 향수에 젖은 눈으로 그의 울트라를 추억할 것이다.

홍진호는, 다르다.
홍진호는 항상 살아 숨쉬고 있다. 그것이 비난이든, 비판이든, 혹은 단순한 조롱거리이든.
중요한 것은, 그가 단 한순간도 스타 팬들의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단 한순간도.

더욱 중요한 것은, 홍진호를 조롱거리 삼는 사람들 조차 홍진호의 부활에 열광한다는 사실이다.
가슴에 손을 얹고 정말 홍진호가 미운 사람이 있을까?
홍진호가 결승에 진출하면 미친듯이 흥분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그는. 단 한순간도 스타계에서 잊혀진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3. 가슴 벅찬 그 이름, 홍진호
가수 정양은 큰 문제를 일으키고 연예계를 떠났다. 그로부터 몇년이 흘러, 지금 다시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가수 백지영은 더욱 큰 문제에 휘말려 연예계를 떠났으나, 다시 복귀하여 훌륭히 가수 생활을 하고있다.
연기자 황수정도, 가수 아이비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왜 그랬을까?

무대(혹은 브라운관)에 대한 열망. 그 가슴벅찬 영광의 시간이 그들을 다시금 연예계로 뛰어들게 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프로게이머는 어떠한 경우에 그와같은 열망을 맛볼까.
나는 그 것을 "개인리그 결승전"이라고 생각한다.

한사람의 모든 노력과 인고의 시간이 응집되어 힘들게 또 힘들게 한사람한사람 꺾고 드디어
영광된 무대에 올라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붇는 그 희열. 나로서는 상상조차 가질 않지만......
승자는 오르가즘을 능가하는 황홀감을, 패자는 턱밑까지 차오른 기회를 걷어찼다는 좌절감을 맛보았을 것이다.
그걸 쉽사리 잊을 수 있을까?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졌던 그 시간을? 그 열망을, 그 기억을!

홍진호는 우승하지 못했지만, 그 열망을 다섯번이나 맛보았다.
그가 분명히 다시 날아 오를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그가 스타판에 불러일으켰던 폭풍의 흔적은 넘치도록 생생하다.
그의 오랜, 너무도 오랜 부진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그를 잊지 않았다.

홍 진 호.

그 가슴 벅찬 이름에 바친다.
다시 날아 오르기를...............!
몰아쳐라 폭풍이여--!!

------------------------------------------------------------------------

부족한 글솜씨라 영 논리전개도 어색하지만...... 홍진호의 부활을 바라는 진심어린 마음으로 썼습니다.
그의 부활을 가슴깊이 바랍니다. 그는, 언제나 제게 있어 최고의 게이머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OrBef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1-10-25 14:50)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blackforyou
09/10/13 00:39
수정 아이콘
저에게 스타크래프트 라는 큰 재미거리를 준 장본인이 홍.진.호 이름 석자입니다...

오늘 에결갔을때 심장이 벅차 오르더군여.... 혹시나 홍진호선수가 나오진 않을까...

전 요새 이 맛에 스타보고 있습니다!! [NC]..Yellow여!! 영원하라~~
학교빡세
09/10/13 00:46
수정 아이콘
부족한 글솜씨라니요....., 저도 골수 홍진호 팬이라서 그런지 글쓴분의 느낌이 절절하게 전해져 옵니다.
09/10/13 01:49
수정 아이콘
추천드리고 갑니다.^^ 저도 역시 그의 폭풍을 기대하는 한명의 저그유저로서...^^
Disu[Shield]
09/10/13 02:19
수정 아이콘
홍진호선수가 결승에 올라간다면.. 상대가 김택용선수라도, 악질 택빠로서 자존심을 버리고 홍진호 선수를 응원하게 되겠죠.
오직니콜
09/10/13 05:30
수정 아이콘
스타에서는 2인자이지만 저한테는 영원한 1인자입니다.
뱀다리후보생
09/10/13 09:22
수정 아이콘
아직 스타보는 몇가지 이유중 하나는 홍진호입니다 캬캬~
Chizuru.
09/10/13 11:18
수정 아이콘
바꿔말하면, 홍진호가 결승에 올라갔을 때
그 상대는 진짜 이도저도 못하게 생겼네요.
이기자니 백만년쯤 까이겠고 지자니 우승 못해서 안타깝고..
(예선에서만 이겨도 까이던데)

그래도 콩이 결승에 간다면 나는 기뻐 춤을 덩실덩실..
와룡선생
09/10/13 12:26
수정 아이콘
이판를 알린건 임요환이었다면 빛낸건 홍진호였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많은 이들을 빛나게 해주었죠..

임요환, 이윤열, 서지훈, 최연성.. ㅜㅜ
09/10/13 14:31
수정 아이콘
요즘 얼마 전 홍진호vs김택용의 경기를 하루 한번 이상씩 보고 있네요. 볼때마다 감동에 젖는 명경기 T^T
떨리는 손으로 경례를 붙이는 그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사실상 개인리그 우승은 힘들테지만 최선을 다하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 만으로도 제가 아직까지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충분한 이유가 됩니다.
홍진호 화이팅!!!
안단테
09/10/13 21:53
수정 아이콘
언제나 첫사랑의 아련함으로 기억되는 홍진호 선수!!
그를 통해서 스타를 알았고 또 그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스타를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슴벅찬 그 이름... 폭풍을 기다립니다.
I.O.S_Lucy
09/10/14 00:47
수정 아이콘
우승한 박성준선수도, 마재윤선수도, 김준영선수 이제동선수도 못 하는 일을
홍진호선수만이, 그이기에 해내고 있다는 생각도 드네요.

스타판에 저를 초대했던 최초의 선수, 홍진호선수를 여전히 응원합니다.
BoSs_YiRuMa
09/10/14 12:11
수정 아이콘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주는, 임기응변에 강한 선수.
그래서 준비가 덜되서 나올수밖에 없던 이벤트(비공식)전에선 언제나 최강이엇던 선수.
저그가 강하다고 믿게 만들어주셧던.. 희망고문의 선수..
아직도..응원합니다. 역사를 쓴 YelloW...
09/10/15 00:51
수정 아이콘
예전에 만년 2인자 하면서 맨날 홍진호를 비아냥거렸는데 ..
우승자만이 가질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홍진호 선수는 우승자'도' 가질 수 없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리니시아
09/10/15 11:10
수정 아이콘
같은 공군인으로써 응원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1515 꿈은 조금 멀어지고 죽음은 조금 가까워진. [19] 헥스밤6597 11/10/11 6597
1514 (09)Neo Kursk - By Flash & Firebathero, 경기 분석글. [14] I.O.S_Lucy5755 09/10/21 5755
1513 (09)옛날 옛날 어느 마을에 구두 만드는 일에 일생을 바치기로 결심하고 결혼도 안하던 초식남 구두장인이 있었습니다. [36] 양치기7002 09/10/19 7002
1512 (09)매혹적인 행성들 [30] 세린6575 09/10/13 6575
1511 windows 8 사용기 [31] 5983 11/10/25 5983
1510 최대한 쉽게 써본 무선공유기 이야기 - (상) 무선공유기의 선택 [27] 마네6214 11/10/25 6214
1509 잃어버린 낭만에 대하여 [17] nickyo5556 11/10/24 5556
1508 (09)홍진호. 그 가슴 벅찬 이름에 바치다. [14] 세레나데8046 09/10/13 8046
1507 (09)[스타리그 10년-5]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스타리그 10년 [13] Alan_Baxter5394 09/10/11 5394
1506 (09)[인증해피] 신발에 관한 잘못된 상식들과 올바른 관리법! Part - 2 [28] 해피7303 09/10/06 7303
1505 그 차장 누나들은 어디 계실까? [11] 중년의 럴커6456 11/10/24 6456
1504 은은하게 멋내고 싶은 남성들을 위한 정장 50계명 [56] 월산명박11264 11/10/24 11264
1503 불휘기픈 나무 - 정도전, 태종, 세종대왕 [55] 눈시BB7680 11/10/22 7680
1502 ‘病身’에 대한 짧은 생각, 긴 여운… [9] Love.of.Tears.5670 11/10/22 5670
1501 [정보&팁]인터넷서점 비교 및 책 가장 싸게 구매하는 법(내용 쪼끔 깁니다~) [28] 하늘의왕자6924 11/10/22 6924
1500 (09)가을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 [20] 네로울프6632 09/09/24 6632
1499 (09)프로리그 09-10 맵 테스트 1주차 맵 특징/경기 결과/요구 사항 정리 [16] Alan_Baxter6449 09/09/10 6449
1498 (09)방한복 이야기 [14] 김연우6230 09/09/10 6230
1497 자취 생활에 유용한 물건이나, 팁에 대해 공유해 봅시다. [86] Red Key6942 11/10/20 6942
1496 에반게리온의 미스테리 해설 [77] 凡人8206 11/10/19 8206
1495 리그오브레전드 탱커를 해봅시다.!! [54] 마빠이6038 11/10/14 6038
1494 (09)So1 <4> [23] 한니발8743 09/09/07 8743
1493 (09)‘스타무한도전’을 아시나요? - 5명 대원들의 입담으로 유즈맵 정복하기 [26] 오만과나태7452 09/09/02 745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