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11/09/02 18:42:39
Name 눈시BB
File #1 단종1.JPG (44.2 KB), Download : 16
File #2 단종2.JPG (48.3 KB), Download : 8
Subject 단종애사 - 4. 숙부와 고립무원의 조카




이제는 나이 때문에 안 되겠지만, 역시 단종 하면 정태우씨죠 _-)b



+) 어제 수업 듣는데 1학년 수업인데 정작 1학년은 1/3도 안 되더군요. -_-; 뭔가 허탈해 하시던 교수님... 뭐 복전생은 그냥 웃을 뿐이죠.

1. 정난의 뒷처리
세조대왕께 맞서는 자는 파도처럼 넘쳐났으나 그 위광에는 따르지 못 했으니... (세조 공기. 같은 사료는 없습니다. -_-a)

세조께서는 노산군에게 공이 있는 자를 공신으로 대우하라 청하여 받아들여지니 이게 곧 정난공신입니다. 1등은 12명으로 가족에게 3등급을 초과한 작위와 음직을 주었고 토지 200결, 노비 25명, 하인 17명 등이 주어졌고 그 작위를 장남이 세습하며, 죄를 지어도 영원히 용서한다는 크나큰 대우였죠. 그 첫머리는 당연히 세조였습니다. 2등은 11명에 토지 150결을 받았으며 3등은 20명이었죠. 1등부터가 정인지 같이 아무런 도움이 안 된 자가 있었고 3등 성삼문은 오히려 이를 부끄러워했으니 이것은 필시 다른 자들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 아 오타인데 키보드가 고장나서 지워지지가 않네요. 능력 있는 자를 알아 보는 세조대왕의 크나큰 자비라고 봐야 될 것입니다.
세조대왕께옵서는 이용이 죄가 있다 하나 이름 있는 종친이요 사사로이는 동생인지라 차마 죄를 줄 수 없었으나 국법의 지엄함을 밝혀야 했고 아래에서 계속 죽여라고 했기에 마침내 노산군에게 주청을 드려 이용을 죽이라 하였으니 이는 마치 주나라 주공이 자기 동생인 관숙, 채숙을 울며 참한 것에 비길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역적의 남은 무리인 정분, 조수량, 안완경 등도 유배 보낸 후 죽였으며 감히 김종서, 황보인 같은 역적을 위해 눈물을 흘린 허후 역시 죽였으니 국법의 공명정대함을 알 수 있다 하겠습니다. (허후는 눈물 흘린 것 외에도 그들을 변호하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이 때 문종대왕의 무덤 현릉의 비석 세우는 일을 하던 민신 역시 이용과 결탁했기에 죽였는데 아무리 형님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더라도 엄정함을 잃지 않았다 하겠습니다. 이 민신이 세조대왕께서 명에 가실 때 부사로 삼으려다 병으로 거부했었는데, 아마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다 거부하다가 죽인 거 같아 보이는 건 착시현상으로 신경 쓰면 지는 겁니다.

훗날을 대비해 역적들의 열다섯 넘은 아들은 모두 죽였고 (김승유라고 살아 남은 아들이 있을 법도 한데 신경 쓰지 맙시다. ) 열다섯 이하의 아들들에게는 자비를 베풀어 관노로 살게 해 주셨으며 처와 첩, 딸들은 공신들에게 주었으니 논공행상 역시 박하지 않다 하겠습니다. 아랫것들의 공도 잊지 않아 비록 천한 신분이라 공신이 되진 못 했으나 수괴 김종서를 철퇴로 내리친 임어을운에게는 황보인의 집을 주었고 시녀 내은에게는 김종서의 집을 주는 등 아낌 없는 상을 내려주었습니다.

이러고도 남은 역적의 잔당이 있었으니 함길도의 이징옥입니다. 군권을 가지고 있기에 쉽게 벌을 내리진 못 하고 우선 박호문으로 바꾸게 했는데 이 역적 놈이 사정을 알게 된 후 박호문을 죽이고 역모를 저지른 것이죠. 세조대왕의 선견지명이 이루어졌지만 역시 무관 놈들은 속에 역적질밖에 안 들었나 봅니다. 이를 보면 이순신 등 장수들을 매섭게 다스리신 선조 소경대왕의 모습은... 아 썅.

손이 미끄러졌군요. 아무튼 이 이징옥은 함길도가 대금제국이 일어난 땅이라 하여 스스로 대금제국의 뒤를 잇겠다 하며 역모를 일으켰으니 이것이 바로 이징옥의 난입니다. 이징옥은 경상도 출신으로 야인들에게 두려움을 줄지언정 존경은 받지 못 했는데 금을 잇겠다 했으니 이 얼마나 멍청한 행동이겠습니까. 역시 천명은 역신을 거부해 그는 부하의 칼에 목숨을 잃었죠. 충성과 효성의 상징으로, 그의 형 이징석이 아버지의 유언을 거부하려 해서 반대하자 실컷 두드려 맞도록 우애를 생각해 반항 한 번 안 했다는 일화가 있는데, 이런 자도 역심을 품을 수 있다는 것이니 후세의 사람들은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다만 세조 대왕을 탓 하는 말이 없고 정난에 대해서도 아무런 말이 없었으니 김종서와는 다른 역모를 꿈 꾸었던 것이지 누가 기록을 지우거나 조작한 건 아닙니다. 그 형과 동생 이징석과 이징규는 이미 정난 때부터 그와 의절하겠다 해서 연좌제를 적용하지 않았으니 이 또한 대왕의 공명정대함을 알 수 있는 사례죠.

세조께서는 특별히 공이 높은 고로 노비 6백명, 금 25냥, 은 1백냥 등 다른 공신들과는 차별을 두었으며, 왕이 어리시기에 권력에 욕심이 없지만 어쩔 수 없이 영의정부사 영경연 서운관사 겸 판이병조사를 맡아 고생하시게 되셨습니다. 대충 영의정 + 인사권 + 군권 + 잡학(천문 지리 등) 연구 등의 모든 책임을 맡으신 거죠. 이 얼마나 고된 노동입니까. 과로로 몸이 축나시지나 않을지 걱정이네요. 이러고도 경혜공주의 남편 정종부터 세종대왕의 6남 금성대군 등 역심을 버리지 않은 이가 있었으니 참으로 조선에는 물론 그들 자신에게도 불행이라 하겠습니다.

세조께서 행차하실 때 이미 별시위 검사 1백여 명이 호위했다 하며, 좌의정 정인지는 유일한 원로로 대왕의 훌륭한 딸랑이 아니 동료가 되었고 우의정 한확은 대왕과 사돈지간인데 이는 결탁 같은 게 아닌 영웅이 인재를 알아본 거다고 하겠습니다.

이런 거대한 권력에도 불구하고 감히 왕좌에 욕심 내지 않고 스스로 주공의 길을 걷자 하셨으니, 이 또한 전무후무한 영웅의 조건이라 하지 않겠습니까. 허나 천명은 그를 택해서 노산군은 자기의 부족함을 알고... 아 썅 $)^(*!)$*^!)$*!@)

안 할래요. -_- 승질 뻗쳐서 진짜.

2. 주공의 길 같은 소리하고 있네
예. 이 때 수양의 모습은 주공에 비유되고 있습니다. 수양 자신도 그렇게 여겼고 정인지 같은 딸랑이들도 그랬고, 단종도 그렇게 말 했죠. 이 주공이 누구냐 하니...



봉신연의에 나오는 이 양반입니다. 코끼리를 참 좋아하죠. 주 무왕의 동생으로 그의 아들 성왕이 어린 나이에 즉위하자 섭정을 하게 됩니다. 사실상의 왕으로 반란을 진압하고 주나라의 기틀을 마련한 성인으로 후대 공자가 주나라를 유토피아로 얘기하면서 그를 최고의 성인으로 여기게 되었죠. 가장 신기한 점은 7년간의 섭정 동안 욕심이 날 만 한데도 성왕이 다 크니까 섭정을 그만두고 일개 신하로 돌아갔다는 점입니다.

수양이 이 길을 걷는다면, 그러니까 정권의 실세인 것에 만족한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단종의 희망은 오직 이것 하나였을 겁니다. 아무리 어리다 하나 단종 역시 만만한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황표 정사로 대신들에게 정치를 맡겼을 때도 시간이 지나면서 자기가 직접 결정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죠. 총명했고, 정치를 알았으며, 자기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았던 것입니다. 그러기에 더 안타깝죠.

사헌부에서는 정인지부터 자기 자신들에 이르기까지 별 한 것도 없이 공신에 임명된 자들을 취소하라고 요청했습니다. 이 때 대간들이 안평대군을 죽이라는 청을 계속 하는데, 수양에 의해 장악돼서 어쩔 수 없이 한 것인지, 안평대군이 애초에 단종 보호와는 별 관련이 없기에 그랬던 것인지, 그를 살릴 방법이 없어서 (그렇게 되면 같이 끌려가서 단종을 보호할 수 없으니) 그랬던 것인지는 판단을 내릴 수 없겠네요.

단종은 수양에게는 상피제도(가족 및 친척과는 같은 지역에 일하거나 같은 일을 하지 못 하게 하는 제도)를 적용하지 말라고 명령하며, 이에 대해 반대하는 대간들에게 국문하겠다는 경고까지 하면서 자기 입장을 지킵니다. 이 모습만 보면 단종은 힘 없이 수양의 꼭두각시가 된 거 같죠. 하지만 이 이후의 모습을 보면 생각이 달라지죠.

이런 시비가 붙었을 때 정인지가 한 말입니다.
"영의정은 다른 신하의 예가 아니니, 정히 주공의 일입니다. 주상께서 유충하시어, 영의정이 섭정하는 때에 어찌 상례로 논할 수 있습니까" (단종 1년 11월 29일)

주공. 수양이 권력을 차지해 섭정하는 것에 대한 최고의 명분이었으며, 단종이 의지할 수 있는 마지막 명분이었습니다.

수양은 정난 후 다시 국혼을 요청합니다. 여기에 종친과 대신, 대간들까지 나서죠. 시간이 많이 흐른 것 같지만 이 때까지도 문종의 삼년상이 끝나지 않았을 시점, 단종은 이번에도 거부하지만 수양은 밀고 나가서 두어 달 후 국혼이 성립되죠. 비극을 겪었음에도 모질게 기나긴 삶을 살아야 했던 정순왕후 송씨입니다.

이 때 세간에 수양에 대한 소문이 돌 수밖에 없었는데 아마 이걸 무마시키려 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소문은 계속돼서 단종이 직접 나서서 수습해야 했죠. 근데 단종이 전국에 내린 포고문이 뭔가 의미심장합니다.

"(권신들이 역모를 꾀 했지만) 다행히 숙부 수양 대군의 기미에 밝은 명견에 힘입어 이내 곧 베어 없앴다. (중략) 근일에 거짓말이 또 일어나서 혹은 이르기를, ‘수양 대군이 군사를 거느리고 장차 인민을 다 죽일 것이다.’ 하고, 혹은 이르기를, ‘수양 대군이 장차 과인에게 이롭지 못할 것이다.’ 하여, (이는 역적의 잔당들이 나라를 혼란시키려 하는 것이다) 옛적에 성왕이 어리고 주공이 섭정하니 (무경, 관숙, 채숙이 유언비어를 퍼뜨려 그들을 죽인 이후에야 수습되었는데 이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아아! 숙부의 충성과 공훈은 오로지 과인뿐만 아니라 실로 종묘와 사직이 힘입는 바이다. 어찌 뜬말로 이간할 수 있겠는가?"
"만일 뜬말을 퍼뜨리는 자가 있으면 곧 잡아서 고하라. 반드시 중한 상을 주겠다" (단종 3년 1월 14일)

단종 자신의 바램이 정말 가득 담긴 말입니다. 수양을 찬양하는 척 하면서 그가 하는 일은 주공의 일이고 충성일 뿐이라고 다짐하는 거죠. 이건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소문을 그냥 두지 않고 공론화 한 거니까요. 얼마 안 되는 힘으로 할 수 있는 수양에 대한 경고인 것입니다.

하지만 수양이 그걸 받아들일 리가요. 그가 바란 것은 주공이 아니라 당 태종, 둘째일 뿐이면서 형과 동생을 죽이고 숙청으로 황제가 되어 당나라의 기틀을 잡은 황제였습니다. 수양 역시 마찬가지였겠죠. 정권을 잡는 과정에서의 피를 얼마나 흘리든 왕이 된 후 정치만 잘 하면 될 거라 여겼을 것입니다.

여기에 단종이 대항할 수 있는 건 얼마 안 됐습니다. 그저 왕으로서의 길을 걸을 수 밖에요. 어린아이처럼 울지도 수양에게 모든 걸 맡기고 체념하지도 않았습니다. 수양의 바람대로 왕위를 넘겨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죠. 그저 신하들을 만나고, 경연을 하며 공부를 하는 것밖에 없었습니다.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습니다. 성삼문도 이렇게 신하들을 직접 만나는 것을 권하며 단종의 편이 돼 주었습니다. 계유정난 후부터 악착같이 살얼음 같은 길을 지나고 있던 것입니다. 지금 상황에서 방법은 그 자신이 어른이 되는 것 뿐이었으니까요.

노산군이 세종이 임어하시던 자미당 창가의 난간을 보고 크게 탄식하기를,
“세종께서 살아 계시다면 나에 대한 사랑이 어찌 적겠는가?”
하니, 종자들이 모두 감격하여 울었다. 세조도 이 말을 듣고 슬피 울기를 마지 않았으며, 자성 왕비도 슬피 울었다. (단종 2년, 11월 25일)

계유정난 후 1년, 단종이 했던 말입니다. 수양이 슬피 울었다는 것 따위는 집어치우고요. -_- 얼마나 참았던 눈물이었을까요. 그 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사방이 적으로 가득찬 고립무원의 상황에서 얼마나 애써 왔을까요. 아버지가 얼마나 보고 싶었을까요. 어린 기억에 남아 있는 세종대왕의 적통, 그는 자신의 길을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되었든 그 길을 지켜야 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왕 자리만은 내어 줄 수 없었습니다. 그게 자신의 길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어른들의 세계는 그렇게 쉽지 않았죠.

3. 최후의 일격
단종 3년, 그의 나이 열 다섯 되던 해였습니다. 수양으로서도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을 겁니다. 억압된 상태에서도 총명함을 잃지 않던 왕이었습니다. 성인이 되기까지 몇 년 남았을까요. 최대한 빨리 끝내야 됐습니다. 하지만 무력으로 뺏을 수는 없었죠. 태조 이성계가 공양왕에게 바랬듯, 태종 이방원이 자기 형 정종에게 바랬듯 평화적으로 정권을 이어받아야 했습니다.

그는 단종의 주변인들을 공격하기 시작합니다.

"이유(금성대군)가 몰래 혜빈 양씨 와 결탁하니, 화의군 이영(세종대왕의 9남, 서자)이 이들에게 따랐던 까닭에 (이영의 아내가 이유와 양씨의 집에 드나들었다)"
"이유도 또 금대를 영양위 정종에게, 계집종을 상궁 박씨에게 기증하여서 이들과 결탁하였다."
(단종 3년 3월 21일)

이 밖에도 엮은 사람은 많습니다. 아니 그 수가 참으로 어마어마하죠. 단종 3년 2월부터 시작된 공세에 단종은 금성대군, 화의군 등을 유배보내고 그 수하는 군졸이나 노비로 보냈습니다. 이어서 계속된 공세에 그는 하나 둘씩 요구를 따르면서도 버텼죠. 그들에게 먼저 벌을 주는 것이 그들을 살리는 일이라 여겼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걸로도 끝이 아니었습니다.

단종실록, 노산군일기는 3년 윤 6월 10일자로 끝납니다. 그 다음의 일은 세조실록부터 시작하죠.

이 때 수양은 대신들을 모아 이렇게 얘기했다고 합니다.
"“혜빈양씨·상궁박씨·금성 대군 이유·한남군 이어·영풍군 이전·동지중추원사 조유례·호군 성문치 등이 난역을 도모하여 이에 참여한 일당이 이미 많았으니 가볍게 할 수 없다.” (세조 1년 윤 6월 11일)

최후의 일격이었습니다. 단종은 한계를 느꼈을 것입니다. 수양의 뜻을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을. 더 버틴다면 자기 사람들은 모두 살 수 없을 거라는 것을요. 왕 자리를 지킬 수 없는 이상 그에게 남은 건 수양의 바람을 들어 주어 그들을 살리는 것 뿐이었습니다.

"임금이 그대로 따라서 의금부에 명하여 혜빈양씨를 청풍으로, 상궁박씨를 청양으로, 금성 대군 유를 삭녕으로, 한남군 이어를 금산으로, 영풍군 이전을 예안으로, 정종을 영월로 각각 귀양보내고, (그 수하도 이리저리 벌을 준 후) 환관 전균으로 하여금 한확 등에게 전지하기를,"

그는 한확에게 이렇게 전했다고 합니다.


"내가 나이가 어리고 중외의 일을 알지 못하는 탓으로 간사한 무리들이 은밀히 발동하고 난을 도모하는 싹이 종식하지 않으니, 이제 대임을 영의정에게 전하여 주려고 한다"
“내가 전일부터 이미 이런 뜻이 있었거니와 이제 계책을 정하였으니 다시 고칠 수 없다. 속히 모든 일을 처판하도록 하라.”
하였다. 한확 등 군신들이 합사 하여 그 명을 거둘 것을 굳게 청하고 세조 또한 눈물을 흘리며 완강히 사양하였다."

눈물을 흘리며? 훗. -_-

"성삼문이 그때에 예방 승지로서 옥새를 안고 목놓아 통곡하니, 세조가 바야흐로 부복하여 겸양하는 태도를 취하다가 머리를 들어 빤히 쳐다보았다"
추강집의 기록입니다. 빠안히 쳐다보았다네요. 보면서 뭔 생각을 했을까요?

단종은 성삼문에게서 직접 옥새를 받아 수양에게 전하니, 곧 세조입니다. 그걸로 끝이었습니다. 더 이상의 반대는 없었습니다. 참으로 평화롭게 정권이 이양된 것입니다.

이후 단종은 상왕으로 나름의 대우는 받았습니다. 수양이 직접 문안을 드리거나 사냥터에 초대하거나 했죠.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의 상왕이 무슨 가치가 있으며, 단종 자신의 목숨이 수양에게 얼마나 위험했을까요?

그리고 그 뒷모습을 보면, 그 자신도 딱히 그런 처지로 오래 살 생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니면 어차피 죽을 목숨 힘 없이 가지는 않으리라 생각했을지도요.

"이 날 박팽년이 경회루 못에 임하여 빠져 죽으려 하매, 성삼문이 기어이 말리며 말하기를, “지금 왕위는 비록 옮겨졌으나, 임금께서 아직 상왕으로 계시니, 우리들이 살아 있으니 아직은 일을 도모할 수 있다. 다시 도모하다가 이루지 못하면 그때 죽어도 늦지 않다.” 하매, 박팽년이 그 말을 따랐다." (추강집)

수양이 왕이 됐다 하나 아직 모든 게 끝난 건 아니었습니다. 수양의 하늘 아래 살 수 없다 하는 이들은 남아 있었고, 어쩌면 단종도 거기에 포함돼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사육신 얘기를 하기 전에 외전 내지 특별편 하나 나갑니다. 무슨 내용일지 맞추는 분께는 데이트 신청하겠습니다 (응?)

* OrBef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1-09-05 00:09)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지니쏠
11/09/02 18:54
수정 아이콘
'세종대왕께옵서는 이용이 죄가 있다 하나 이름 있는 종친이요' 이부분 오타 아닌가요? 재밌게 잘 봤습니다. 크크. 요즘은 야구보면서 안쓰시나봐요. 이상하게 단종이라는 말만 들으면 정태우가 생각나더라니, 사극에서 단종만 2번 연기했군요. 크크. 참 잘 어울렸었던 것 같습니다.
하심군
11/09/02 18:55
수정 아이콘
오늘의 키 포인트는 증오의 퍼거스(...) [m]
11/09/02 19:23
수정 아이콘
아 빨리 사육신 이야기해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정태우씨가 단종 역할이였던 것은 몰랐네요.
무리수마자용
11/09/02 20:21
수정 아이콘
읽으면서 단종-수양과 헌제-조비의 관계가 상당히 흡사하네요 아니 이건 거의 표절수준-.-
그렇게 별로인지 몰랐던 이문열 삼국지를 초딩때 재미있게 읽으면서 느꼈던 한 위 양위과정의 아스트랄함과 스무스함을 여기서 느끼네요
그래도 조비는 헌제 안죽였는데 삼촌이-_-;(-_-+) [m]
진리는망내
11/09/02 20:53
수정 아이콘
사육신 얘기 나오고 단종 죽고 끝나는 스토리인가요?
잘 보고 있습니다.
쉐도우포스
11/09/02 21:24
수정 아이콘
근래 pgr에서 보는 글중 님의 글이 가장 알찹니다.
잘 보고있습니다. 다음편 기대됩니다.
Je ne sais quoi
11/09/02 21:56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역시 정치는 힘입니다. 힘 없으면 명분이고 뭐고 소용이 없지요... 관계도 없는 수백년 전 사람 일이지만 참 슬프네요.
강동원
11/09/02 22:52
수정 아이콘
잘 읽고 있습니다. 그런데 김승유가 가공 인물인가요? 세령은 몰라도 김승유는 실존인물인 줄 알았는데;;;
11/09/02 23:00
수정 아이콘
오늘도 역시나!!
하야로비
11/09/02 23:12
수정 아이콘
지난 글부터 시종일관 빈정빈정...이거 글이 보기 좀 즐겁네요^__^
세조, 아니 수양대군 나으리는 좀 까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_-
11/09/02 23:52
수정 아이콘
추게에 비잔티움 글도 있던데 눈시BB님 글도 가면 좋겠네요. 그래서 추천 눌렀습니다.

언제나 잘 보고 있어요~~
11/09/03 00:15
수정 아이콘
**사육신 얘기를 하기 전에 외전 내지 특별편 하나 나갑니다. 무슨 내용일지 맞추는 분께는 데이트 신청하겠습니다 (응?)**
전 무슨 내용인지 알지만 눈시님과의 데이트를 피하기 위해 적지 않겠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1400 살아가는 이야기. [60] 로즈마리7004 11/09/13 7004
1399 그 때 그 날 - 예고편 [15] 눈시BB4491 11/09/10 4491
1398 (09)등급별 종족 벨런스 [19] 김연우7066 09/01/19 7066
1397 (09)어제의 MSL의 조지명식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메세지... [28] 피터피터7997 09/01/09 7997
1396 (09)테저전 메카닉의 트릭... (테란 메카닉의 새로운 패러다임) [7] 피터피터6164 09/01/01 6164
1395 (08)제2멀티로 보는 향후 관전 포인트 [22] 김연우6664 08/11/28 6664
1394 (08)관대한 세금, 인정넘치던 나라 이야기 [38] happyend6402 08/11/14 6402
1393 (08)[서양화 읽기] 우키요에와 서양미술의 만남 1편 [15] 불같은 강속구9511 08/10/20 9511
1392 딸아이의 3번째 생일 [20] 영혼의공원4929 11/09/08 4929
1391 (08)그때는 몰랐던 것들 [7] 탈퇴한 회원5007 08/10/18 5007
1390 (08)임진왜란은 화약전쟁 [52] happyend7782 08/09/19 7782
1389 [경제이야기?] 복지는 세금으로한다. 그런데 우리는 세금을 낼 준비가 되어 있는가. [19] sungsik5419 11/09/06 5419
1388 후배가 결혼하다. [7] 헥스밤9401 11/09/05 9401
1387 지하철 그녀 [10] 크로우7492 11/09/05 7492
1386 (08)천재(天才)가 서역(西域)으로 떠나기 이틀 전... [42] The xian8166 08/11/07 8166
1385 (08)소소한 답사이야기)잊혀진 신화를 찾아 익산으로 [10] happyend4301 08/08/31 4301
1384 [잡담] 글쓰기 버튼에 관한 잡설 [2] 28살 2학년3349 11/09/04 3349
1383 레바논 전 보고 느낀 점 적어봅니다 [38] 생선가게 고양이7032 11/09/03 7032
1382 [연애학개론] 밀당의 기본 [35] youngwon6946 11/09/02 6946
1381 단종애사 - 4. 숙부와 고립무원의 조카 [26] 눈시BB4026 11/09/02 4026
1380 SKY92님 불판 모음집 [11] OrBef4214 11/09/04 4214
1379 lol, 리그 오브 레전드)euphoria의 챔프 가이드 이모저모 #1 Range AD편 (2/2) [18] Euphoria4240 11/08/22 4240
1378 [해외축구]아스날, 클럽의 구심점과 치고 나갈 타이밍. [63] 대한민국질럿6396 11/09/02 6396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