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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25/04/19 00:47:40 |
Name |
STEAM |
출처 |
https://arca.live/b/fightgame/134318188?mode=best&p=1 |
Subject |
[게임] 스파6 나는 추악한 버러지다 |
X에서 보고 번역해봄
원문: 【スト6】俺は醜い蛆虫|河童の者
나는 추악한 버러지다
스트리트 파이터6를 하고 있다.
캐릭터는 베가. MR은 1600~1700.
격투게임은 예전부터 좋아했었다.
학생시절에는 길티기어 XX AC를 만지고 벌써 15년쯤인가.
이런저런 게임을 만지고 즐겨왔다.
그렇다고는 해도 애초에 나는 그렇게 게임을 잘하는 편이 아니다.
그래서 랭매를 뛰고 정상을 노리기 보다는 친구들과 놀거나 콤보연습 하는게 주된 플레이방식이었다.
또는 스토리모드를 깨거나 잘하는 사람이 하는 방송을 보거나,
옛 명작 게임의 캐릭터 성능 영상이나 플레이를 보거나 프로씬을 따라다니기도 했다.
즐기기는 하지만 열심히는 하지 않는다.
그게 내가 격투게임과 어울리는 방식이었다.
스파6가 나올때 까지는.
스파6 베타테스트 할 때를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캡콤제작 격투 게임의 집대성이라고 할 수 있는 드라이브 게이지 시스템
스피디한 시합전개. 깊게 파고드는 콤보 판단
이 얼마나 대단한 완성도인가.
베타테스트 기간이 끝날때까지 시간도 잊어가며 대전에 빠져들었다.
곧 스파6가 발매되어 게임의 완성도에 부끄럽지 않는 흥행을 보여주었다.
스트리머들이 빠지지않고 격투게임을 즐기고 캡콤컵이 료고쿠 국기관에서 개최되어 대성황
이런 미래가 올거라고 누가 예상했을까.
솔직히 격겜류가 다시 흥행 할 수 없을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오히려 언젠가 언젠가 쇠퇴해버릴거라는 위기감까지 있었다.
그런데도 이 흥행
스파6를 만들어준 캡콤 스탭
업계를 성행하게 해준 프로나 스트리머, vtuber 들에게는 감사 할 따름이다.
나도 물론 대전에 빠져들었다.
하면 할 수록 이 게임은 재미있었다.
이렇게 진지하게 열정적으로 한 게임만 파고든 적은 이제까지 없다.
콤보뿐 아니라 셋업까지 조사하고 방어법을 배우고 캐릭터 대책을 위해 전캐릭터를 마스터까지 올렸다.
성실하게 하면 할수록 자신의 실력이 는다는걸 느낀다.
캐릭터도 베가를 메인으로 잡고 본격적으로 MR에 도전하여 그랜드 마스터까지 갈 수 있었다.
즐거웠다.
좀 더 강해지고 싶다,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 스파6를 하는게 많이 괴롭다.
일에서 돌아와서 저녁밥을 먹고 난 스파6를 켠다.
낮에 휴식시간에 생각해 놨던 과제나 조사했던 부분을 끝내고 가볍게 트레이닝으로 손풀기
그 이후에 목표를 설정하고 랭매를 돌린다. 카운터 확인을 잘하자 같은거
한동안 랭매를 돌리고 반성회. 졌던 시합 리플레이를 돌리고 다음 숙제를 찾는다.
플레이가 끝나면 목욕탕에 들어가고 프로 시합영상을 유튜브로 보면서 취침
이런 생활을 한지 몇달
졌을때 갈데 없는 자기 혐오가 치밀어 올라오게 된게 언제부터였을까
어찌하여 이런 콤보를 실수 했지
어째서 그 기술을 썼나
왜 대공을 못쳤냐
이제까지 없을정도로 진지하게 파고들었기에
이제까지 없을정도로 게임을 이해하고 있기에
자신이 얼마나 부족한지 알게된다
오늘도 콤보실수를 해서 졌다. 트레이닝엑서 몇시간이고 몇백번이고 연습한 콤보였다.
자신의 한심함을 곱씹어가며 실수했던 콤보를 다시 연습한다.
허접새끼 허접새끼 허접새끼
왜 이걸 실수하냐. 그렇게 몇번이나 연습했는데
오늘도 리버설을 무의식적으로 질러서 죽었다.
왜 버튼을 누르냐. 보조 모니터에 붙여둔 「리버설로 지르지 않기」 메모는 장식이냐.
왜 너는 그따구냐.
한번 지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움직임이 나빠지는걸 자각하면서도 개선이 안된다.
MR이 볼때마다 줄어드는걸 보면 구역질이 올라온다.
리플레이를 본다.
거기엔 처음에 걸어두었던 목표나 캐릭터 대책을 내던져버린
볼썽 사나운 자신의 움직임이 비춰지고 있다.
자신에게 싸대기를 날리고 싶어지는 혐오와 수치를 견뎌가며 반성해야 할 점을 적어둔다.
무엇을 위한 반성이냐 왜 나아지질 못하냐 허접새끼 허접새끼 허접새끼.
깨닫고 보면 격투게임을 플레이 하는 시간의 반절은 자신을 매도하는 시간이다.
이겨도 기쁘다는것보다 그 시합에서 실수한 부분에 눈이 간다. 운이 좋아서 이겼다. 그렇게 밖에는 생각 할 수 없다.
유튜브로 MR이 올라가지 않는데 대해서 프로가 조언을 해주는 동영상을 봤다.
MR은 어디까지나 기준이고 오르내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자신의 움직임을 개선해 나갑시다 라고 하고 있었다.
져도 신경쓰지 말자
MR을 신경쓰지 말자
그렇게 다짐하려고 해본다.
그래도 바보같이 질때 실수를 할때 대공도 임팩트도 반응 못하는 자신을 볼때 내려가는 MR을 볼때마다 어떻게 해도 격한 자기 혐오가 엄습해 온다.
잘하기 위해 하는거라고
MR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데
질때마다 기분이 가라앉는다. 자신을 마구 때리고 싶어진다.
MR을 신경쓰는 자신이 사라지지 않는다는건
졌을때 기분이 가라앉버리는 자신이 사라지지 않는다는건 즉
실력을 올리기 위해서나 잘하기 위해서라는건 겉치레고
결국 자신은 자존심만 세고 MR이라는 숫자만 쫒아다니는 성과욕구에 절여진 병신새끼라는게 아닌가
그리고 궁극적으로
어느날 X에서 버튜버가 얼티밋 마스터에 도달했다는 포스트가 돌아다닌다.
순간 이렇게 생각했다.
(좋겠네 프로한테 가르침 받을 수 있는 새끼는)
그렇게 생각하고 생각해버리고 만 다음 아연실색했다.
그건 너무나도 추하고 더러운 감정이었다.
격겜씬의 흥행에 일조하고 있는 스트리머에게 조차 질투하고 있는거다 나는!
버튜버들이 진지하게 대회에 임하는 모습에 감동했었다. 진심이다.
격투게임을 흥하게 해준것에 대해 마음 깊숙이 감사하고 있다. 거짓말이 아니다.
그래도 필드전에 고민하고 있을때 캐릭터 대책이 막혔을때
「방송인이면 이럴때 프로한테 물어보면 한방에 해결되겠지」 라고
그렇게 토하듯이 생각해버리는 자신이 사라져 주지를 않는다.
그런 감정을 자각하고 나서 더욱 자신이 싫어졌다.
구제할 도리 없는 버러지다 난
격투게임의 신 우메하라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얼마나 잘하는 사람이라도 센 사람이라도 반드시 자신의 연장선상에 있다는걸 알아줬으면 합니다. 반드시 자신이 걸어왔던 것과 같은 길 너머에 있어요. 길은 단 하나만 존재합니다. 얼마나 강한 사람이던지 『비행기로 워프 했다』 라던가 『자신만 살짝 다른 지름길로 왔다』같은건 없습니다. 물론 재능차이 같은건 있지. 인생에서 남은 시간도 달라. 평생 쫒아가지 못할 사람도 있을겁니다. 그래도 그 사람이 지나간 길은 우리들도 반드시 지나갈 수 있습니다.」
처음 들었을때 감동했다고 기억한다.
실제로 스파6를 진지하게 파고들때도 몇번이나 기억해내고 격려해 주던 말이다.
하지만 가끔 이런 생각도 든다
계속 걷다보면 체력은 줄어들고 다리에 유산도 뭉치고 숨이 차고 땀도 흐른다.
걸음이 느리면 빠른 사람에 비해서 같은 장소에 도달하기까지 시간도 걸린다
긴 시간을 계속 걷는다는건...매우 지치는 일이다.
그런 당연한 이야기
다리를 그저 막대기처럼 만들어 숨을 헐떡거리며 계속 걸어가는 도중에
프로에게 부축을 받으며 자신보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나가는 스트리머를 보면서.
나는. 나라는 추악한 인간은.
스파6라는 게임은 훌륭한 완성도다. 만들어준 스텝들에겐 감사의 마음뿐이다.
매일 계속 노력해서 훌륭한 플레이를 보여주는 프로들에게는 마음으로부터 존경하고 있다.
몇번이고 이벤트로 스파6를 흥행하게 해주고 지금도 플레이 해주고 있는 스트리머들에게는 정말로 감사하고 있다.
무엇보다 과거엔 생각할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격겜을 해준다는 사실만으로도 최고로 행복하다
게임도 그걸 운영하는 사람들도 플레이 하는 사람들도
모두 밝게 빛나는 와중에 그저 나만이 추악하다.
그냥 그만두면 되잖아
그렇게 괴로움을 안고 계속할 필요는 없어
그렇게 말하는 자신도 있다.
하지만 그만둘 수 없다. 고집인건지 프라이드인건지는 알 수 없다.
그만두고 싶지 않다 여기서 끝내고 싶지 않다.
정말로 사랑하는 격투게임을 이런 감정으로 떠나가고 싶지 않다.
깨닫고 보면 스파6를 켜고 랭매에 빠져든다.
밤에 이불속에서 그날의 랭매를 반추한다.
그게 안좋았지 이건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텐데.
왜 안되지. 왜 이렇게나 못하는 걸까
자기혐오의 악순환이 멈추질 않고 견딜 수 없어져서 벌떡 일어나 한밤중에 랭매를 시작할 때도 있었다.
그렇게 다시 지고나서 자신을 혐오하게 된다.
그저 게임일 뿐이잖아
뭘 그렇게 필사적으로 하는거야 좀 더 가볍게 즐기라고
그렇게 말하는 자신도 있다.
그런 자신을 마음껏 때리고 싶은 자신도 있다
「그저 게임일 뿐」? 격투게임을 진심으로 대하는 프로나 스트리머들을 보고 너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거냐?
격투게임은 필사적으로 할 만한 가치가 있잖아!
이제는 그게 내 자신의 본심인지도 알 수 없다.
나는 대체 뭘 위해 격투게임을 하고 있는걸까
잘하게 되어도 칭찬해 주는 사람 하나 없는데
이런 자기혐오의 악순환에서 빠져나올 날은 있는걸까?
좀 더 잘하게 되면 좀 더 MR이 오르면
자신을 혐오하는것 이상으로 칭찬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드는 날이 오게 될 것인가?
하지만 프로들도 실수를 한다. 판단을 그르친다. 진다.
애초에 자신이 프로급으로 잘하게 되는건 아주 그렇진 않지만 생각하기 좀 어렵다
자신을 혐오하게 되는 요인은 얼마나 잘하게 되든 사라지지 않는게 아닐까?
이 길의 끝에 자신을 긍정하게 될 미래가 올거라곤 도저히 생각하지 어렵다
그럼 계속 이대로인가?
격투게임을 계속하는 이상 추악한 질투심도 잠도 안올만큼의 초조함도 눈물이 나올 정도의 자기혐오도
언제까지고 계속되는 걸까
모르겠다. 그걸 알려줄 사람은 아무도 있을리 없다.
잘해지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좋았으려나
오늘도 지금부터 스파6를 켠다.
또 자신을 혐오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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