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글을 써봅니다.

뭐 한번은 써야한다고 생각했고 그랬기에 쓰려고 했지만 다른 분이 먼저 써주셨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오늘 새벽 리버풀의 심장 캡틴 제라드의 마지막 안필드 고별전이 열렸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이제 한경기 남았습니다. 그 경기 이후로 공식적으로 캡틴은 리버풀 유니폼과 주장완장을 차고서는 뛰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캡틴의 마지막 경기가 홈이 아니라 원정인지라 그게 좀 아쉬웠지만 그래도 37라운드에서 홈 마지막 경기 하더라고요.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러나 이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전라도에서 지인이 올라와서 다른 사람들과 만나고 있었는데 미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핑계를 대고서는 약속을 다음으로 미뤘습니다. 물론 사실 100% 이거때문은 아니고 일이 갑자기 터져서 일을 하다보니 시간도 너무 늦어버린 것도 있었고 그 이후 나가도 보기 힘들기에 다음에 밤도 사고 술도 살 생각을 하고서 약속을 미루었습니다.

일을 끝내고 여러가지를 보다가 보니 1시 30분이었고 경기가 시작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서론은 여기까지고요.

이글에서까지 로저스를 까지는 않겠습니다. 로저스는 시즌 끝나고 까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로저스를 또져스 혹은 루저스라고 부르는 다른 분들께 양보받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냥 씁쓸합니다.

캡틴의 마지막 홈경기 상대는 크리스탈 팰리스. 물론 약팀은 아니고 원정에서 1-3의 완패를 했던 팀이지만 사실 동기부여 자체가 달랐습니다.

크리스탈 팰리스
1.파듀 부임 이후 호성적을 바탕으로 잔류를 확정
2.4연승을 달리다가 최근 4연패를 하는 중이므로 팀 상황이 좋지 않음
3.이청용을 첫 선발로 출전시킬만큼 벌써부터 다음시즌 대비를 하는 모습
4.리버풀의 홈 안필드에서 24년간 무승
5.작년 원정에서 리버풀에게 3-1로 승리

리버풀
1.어쨌든 이겨야 챔스 탈락이 공식적으로 되지 않음
2.로저스 지지 배너가 안필드 상공에 뜸
3.캡틴 제라드의 공식적인 안필드 마지막 경기
4.스터리지와 사코 제외 전 멤버가 풀핏
5.크리스탈 팰리스 상대로 24년간 홈에서 무패기록 진행중

네 그렇습니다.

리버풀은 이겨야할 경기였고 크리스탈 팰리스는 이기면 좋지만 그렇다고 막 간절한 경기는 아니었습니다.

심지어 전반 초반에 전 리버풀선수이자 유스출신 선수인 마틴 켈리가 큰 실수로 친정팀에게 선취골까지 내줬기에 경기는 유리해보였죠. 득점을 한 랄라나의 이적료만해도 크리스탈 팰리스 선수들보다 훨씬 비쌌을 겁니다.

그리고 그 다음은 정말 말하기 싫을 정도로 털렸습니다.

볼라시에... 전반기에도 그러더니 그냥 리버풀 선수들을, 아니 정확히는 로브렌과 모레노는 저 멀리 보내버리더라고요.
전반은 그래도 좀 덜 털리다가 동점골만 먹히고 1:1로 끝났죠.

그리고 후반은 그야말로 탈곡기 모드였습니다. PK가 하나 안 불렸고 볼라시에의 골이나 다름없는 슈팅이 크로스바를 맞고 나와서 겨우 1-3으로 완패를 했습니다. 물론 마지막 PK는 분명 페널티 박스 밖이었지만요.

좌우풀백은 그야말로 아무런 수비도 못하더라고요. 모레노는 수비수가 아닌거 같고 찬은 3백의 센터백이면 모를까 풀백으로는 뭐... 캐러거가 '자유형 라이트백'이라고 했던가요? 아주 못했습니다.
로브렌은 뭐... 좀 살아나나 싶더만 그냥 끝난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끔찍했고요. 스털링은 공격진에서 유일하게 드리블링이 되어서 공을 자기 발 앞에 멈추어줬죠.랄라나도 골 넣은거 빼고는 제대로 한게 없고요. 쿠팅요도 마법사적인 모습이 거의 안나오다시피 했으며 헨더슨은 여전히 결정력과 슈팅력의 약점을 보였죠. 그나마 캡틴이 잘했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스크르텔이 그나마 제몫을 했나 싶고요.

아주 가관이었습니다. 크리스탈 팰리스가 리버풀을 탈탈 털어버린 경기였습니다

전반 3백도 엉망이었는데 후반 4백은 그야말로 이게 팀인가 싶을정도로 털렸습니다. 수비가 3~4명 있어도 볼라시에 하나에게 완전히 털리는 모습만 보여줬습니다.

공격도 수비도 모두 안되는데 전반기 암흑기같은 시기의 경기력이 나와버리네요.

주전 보장이 안되서 팀을 떠난다는 캡틴이 팀의 최다득점자가 되었고 전전 경기에서는 강등이 확정된 QPR 상대로도 캡틴의 극적인 결승골로 홈에서 이기고(이 경기에서는 다른 배너가 떴었죠.) 첼시 상대로도 캡틴이 동점골을 넣어주는 모습을 보여주는걸 보면 마지막 시즌까지 리버풀은 캡틴이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게 참 씁쓸합니다.

답답하네요.

캡틴이 리버풀 팬들이 최고라 말을 해줬지만 리버풀 팬으로서 다시 붙잡고 싶네요.

다음시즌부터는 무엇을 바라보아야 하나 싶을 정도입니다. 우리나라 나이로 36세의 노장 미드필더가 팀내 최다 득점자이자 세트피스시 가장 믿음직한 키커이자 헤더 역할을 모두 해주는게 참 여러가지를 생각해주게 하네요.

제가 리버풀을 응원하고서 처음으로 주장이 바뀌는거 같네요. 히피아에서 제라드로 바뀔때는 사실 그렇게 열성적인 팬도 아니고 해외축구를 볼 환경도 아니었으니까요.

다음시즌 리버풀 주장이 누가 되든 굉장히 부담이 될 겁니다.

리버풀 역대 최고의 레전드 중의 한명이자 주장이라는 자리에 한해서는 최고라 말할 수 있는 선수를 이어받는 셈이니까요.

씁쓸하네요. 캡틴의 마지막 홈경기가 패배로 장식되는건 원치 않았는데 설마 했는데 그게 현실이 되어버렸네요.

어쩌면 리버풀 전체 역사에서는 암흑기라고 불릴만한 시기(물론 리그를 제외한 모든 컵을 우승한게 제라드지만요.)를 거의 홀로 이끌다시피 했던 캡틴에게는 어울리는 결말일 수도 있지만 그러나 결코 원치 않했을 것이고 또한 가장 승리를 바라는게 캡틴이었을 겁니다.

여러모로 뒤숭숭해서 말이 횡설수설했는데요.

리버풀의 캡틴 제라드가 공식적으로 안필드에서 리버풀유니폼과 주장 완장을 차고 마지막 경기를 풀타임 출전했습니다. 이기는 상태에서 교체되면서 박수를 받지 못했고 마지막 경기는 처참한 경기력으로 패배로 장식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리버풀은 캡틴 제라드의 마지막 안필드 공식전에서 공식적으로 챔스 탈락을 스스로 확정지었습니다.

다음 주 운이 좋다면 캡틴의 정말 마지막 경기를 중계로 볼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여러모로 아쉽고 씁쓸하지만...

그래도 리버풀의 위해서 끝까지 버텨준 캡틴 제라드가 리버풀을 떠나서도 좋은 모습을 LA에서 보여주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정말 최종 은퇴식은 리버풀에서 그리고 안필드에서 해줬으면 하고 다시 리버풀에서 볼 수 있기를 간절히 원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