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5/04/28 19:37:52
Name i_terran
Subject [일반] 정의에 분노가 더해지면 실수가 나올 수 있다.

저는 사형집행 찬성론자였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서 찬찬히 생각해보니 사형이라는 것이 많은 실수를 동반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지만 일어날 수 있다는 가정의 수준에서의 실수가 아닙니다. 실제로 너무 자주 일어나는 일이었던 것입니다. 각종 뉴스는 물론이고 흥미롭게 보자면 [그것이 알고싶다] [서프라이즈]등을 보면 억울하게 사형집행의 누명을 쓴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 과학의 발전으로 재판을 다시 받고 감옥에서 나오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아마 억울함이 풀린게 그정도니까. 그냥 억울하게 죽은 사람도 꽤 있겠죠?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요? 충분히 그 사형수들에게도 항변할 기회가 있었을텐데... 왜 이렇게 어이없는 옥살이를 했나 싶었습니다. 그들이 사형을 받았지만, 모든 증거가 완벽했던 것도 아니었죠. 다시 생각히보면, 그들이 사형을 받은게 이해가 가지 않는 수준인 경우도 많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이유는 바로 [정의의 분노]에 있습니다.

우리는 정의에서 어긋나는 일을 보면 분노합니다. 그리고 그 분노는 다른 가능성과 생각자체를 말살시켜 버립니다. 쉽게 말해서 다른 의견에 대해선 눈과 귀를 닫아버리는 것입니다. 우리가 분노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건 오히려 장편소설도 아니고 단편소설도 아니고 인터넷 신문 헤드라인 10글자 이내의 축약된 글에서 분노의 정도를 채우기 더욱 쉽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근거고 나발이고 몇가지 워딩에 충분히 분노할 수 있습니다. 그 몇가지 워딩을 통해서 우리는 사형선고를 내립니다.

저 역시, 그런식으로 분노해서 제 마음 속에서 누군가를 사형시켜 버렸었습니다. 대표적으로 노인을 폭행했다는 영화배우 <최민수>씨가 그랬습니다. 원래부터 최민수씨가 성격이 둥글둥글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던 터라(이것도 줏어들은 이야기) 역시 제대로 한건 했구나. 싶었죠. 최민수씨가 노인을 폭행했다는 말을 듣고 너무 분노했습니다. 예쁜 부인은 그런 최민수가 뭐가 좋다고 사는지 너무 불쌍하게 느껴졌죠. 그런데 시간이 하루 이틀 지난 것이 아닌 그 사건이 완전히 잊혀지고 몇년이 지나고 나니까. 최민수씨가 노인을 폭행했다는 게 사실 무근이라는 것이 밝혀졌죠.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사실 따지고보면 최민수씨는 항변의 인터뷰도 안했고 그냥 사과하고 자숙했었습니다.

다른 예로는, (운이 좋았다고 해야할지) 문희준씨가 무뇌충으로 열심히 까일 때 저는 문희준씨를 왜 까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여기저기 글을 쓰고 다녔습니다. 문희준씨를 비판하는 그 누구도 문희준씨가 했다는 그 어록을 직접 들은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런 논지의 글을 써서 항상 키보드 배틀에서 얻어맞고 그당시 자주가던 구봉숙카페에선 영구추방되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지나서 문희준씨가 군대에 다녀오자 갑자기 여론이 문희준씨의 말을 열심히 들어주기 시작합니다. 전에는 한번도 들어주지 않았던 것을요. 문희준씨가 누명을 벗게 된 것에는 참 좋지만, 그당시 문희준씨의 음악에 대해서 했던 비판들까지 거짓말처럼 사라지는 것은 역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분명히 100% 확률로 저는 지금 뭔가에 대해서 잘못 알고 오해하고 그것에 대해서 심판하고 있을 겁니다. 너무나 분노해서 어떤 사이트를 하는 사람을 쓰레기라고 생각할 것이고 어떤 정치적 견해와 다른 것을 악의 세력으로 몰아세우고 있을 겁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같은 이유로 분노하는데, 그것이 정의가 아닐리가 없고 그 수많은 사람들이 사실 확인을 해보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할 겁니다.
참고로 저는 이딴식으로 세상을 병X같이 만든 신을 저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말입니다. 미워하고 저주하고 심판하고 그렇다하더라도 사형선고만은 내리지 말죠.
사형선고에는 실수가 뒤따르기 마련입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5/04/28 19:50
수정 아이콘
쓰레쉬 : ?
펭귄밀크
15/04/28 21:07
수정 아이콘
메라의 쓰레쉬만 할수있는 말. 메멘
삼공파일
15/04/28 19:51
수정 아이콘
영화 나를 찾아줘 보면 여론이 어떻게 변하는지 잘 보여주죠
Shandris
15/04/28 19:52
수정 아이콘
이건 사형제 논란에 할 얘기는 아니라 봅니다. 오히려 가벼운 형량이나 과징금 등의 문제를 놓고 논란이 벌어질 때 쓰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오큘러스
15/04/28 20:14
수정 아이콘
사형제 논란을 말씀하고 싶은건 아닌듯 보이네요
Shandris
15/04/28 20:17
수정 아이콘
거두절미하고 보면 그렇긴 한데 혹시나 해서요.
15/04/28 20:16
수정 아이콘
감정에 휩쓸리면 시야가 좁아지게 되있습니다.
여론을 주도하려는 사람들이 들려주는 편집된 이야기에 분노하면 다른 이야기를 놓칠수가 있고 괜한 피해자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때론 당사자들끼리 풀어야할 문재가 대중에게 알려져서 사실이 왜곡되기도 하지요.
진실의 판단은 항상 한박자 이상 늦게 그리고 한번이상 반성의 기회는 누구나 가져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15/04/28 20:30
수정 아이콘
전 가뜩이나 논리적이지 못 한데...흥분까지 하면 더 엉망인지라
가급적....어떤 글이나 댓글을 읽고 몹시 마음이 상하면 마음 진정될때까지 댓글을 쓰지 안으려 노력하네요
멘탈도 좋고 키배도 잘 하시는 분들이 부럽...
15/04/28 20:33
수정 아이콘
글쓴분이 지적하신 부분 + 군중심리가 더해지면, 그 효과는 아주 폭발적으로 변하죠.
그걸 아주 잘 이용한 예가 나치스의 유대인 말살정책일테고,
남경대학살이나, 네로의 기독교 탄압이나... 역사적인 예도 무척 많이 있을겁니다.

개인일때에는 절대 하지 못할 잘못된 행동도, 군중과 함께라면 거침없이 행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더 빠르게, 더 간단하게 일을 해치우죠. 그리고 죄책감도 적습니다. 왜냐면, 책임이 분산되거든요.
"내가 안했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했을거야. 나 혼자 힘으로는 어차피 막을 수 없었어." 라는 심리도 생기죠.
그래서, 정의 + 분노 + 군중... 의 경우가, 진짜 돌이키기 힘든 큰 실수를 만들게 되는 듯 합니다.
그렇다고, "저 군중들은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군, 쯧쯧..." 하고 빠져있기도 힘든게, 그랬다간 내가 그 목표가 될지도 모르거든요...
i_terran
15/04/28 20:52
수정 아이콘
제가 위에 적은 글보다 님께서 적어주신 글이 더 정확한 표현이겠군요. 정의+분노+군중. 정말 무서운 단어의 결합인데요. 위에 적은 <최민수>님 이외에도 사실 이리저리 많이 실수를 했었더랬죠. 참 부끄러운 과거이네요.
안암증기광
15/04/28 20:54
수정 아이콘
무척 동감합니다. 그리고 추가하자면

사실 "분노"와 "군중"도 무서운 거지만 "정의"라는 것도 믿을 수 없는 것이긴 매한가지입니다.

절대적인 정의란게 존재하기도 힘들고, 존재한다하더라도 그것을 어떻게 입증할 것이냐에 따라 결국 사람마다 다른 정의가 있게 마련이거든요. 실제로 현실 사례들을 보면 서로 싸우고 있는 세력들, 사람들도 저마다 다 명분이 있고 저마다의 정의가 있고 심지어 그 모두가 설득력을 가진 경우도 심심찮게 있지요.

저 또한 뭐라 쉽게 말할 순 없으나, 개인적으로 "정의"니 뭐니 하는 말 쉽게 내뱉는 사람들은 현실에서 멀리할수록 좋습니다. 일단 골치아프며, 무엇보다 잘못된 결론으로 같이 이끌려들어가기가 쉽거든요.
i_terran
15/04/28 20:58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어떤 사안에 대해서 [쉽게] [확신해서] 얘기하는 사람이 멋져보입니다만, 그런 사람은 신뢰하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이 거짓말장이 이거나 아니면 자기최면에 빠져 있는 사람일 수 있는 것이니까요. 하물며 <정의>처럼 민감하고 상대적인 사인에 대해서 100% 확신을 가지고 얘기한다는 건 위험한 겁니다.
15/04/28 21:12
수정 아이콘
더 냉정하게 얘기하자면, '정의'라는 말 자체가, 어떤 현상 또는 상황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 외에는 결과에 대한 해석의 의미를 담고 있을겁니다.

말하자면, '정의를 위하여'라고 한다면, 정확하게는 '내 뜻(또는 어떤 집단의 뜻)을 이루기 위하여'의 의미를 담고 있는거고,
'XX는 정의였다.' 라고 한다면, 'XX가 현재의 관점에서, 대중들의 일반적 상식에 부합한다.'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죠.
지금은 완전 뻘짓으로 보이는 과거의 미신들이나 폐습들도, 그 당시 대중들의 상식에는 '정의'였던거죠.

그리고, 싸이코가 아닌 이상에는, 누구나 남들 앞에서는 정의로운 말과 행동만을 합니다. 흐흐...
손오공
15/04/28 22:32
수정 아이콘
사형선고는 악의에 의해서도 일어나죠.
우리나라만해도 가까이는 김대중사형선고 부터 조봉암 까지
사법살인의 역사가 수도없이 반복되었었죠.
종이인간
15/04/28 23:00
수정 아이콘
뭐 그냥 어떻게보면 상관없는데 일본드라마 리갈하이 시즌2 9화 마지막에 주인공이 변호하시는 내용 들어보면 좀 재밌으실 겁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bkX7nKehLU
파랑베인
15/04/28 23:02
수정 아이콘
윗 댓글에 정의+군중심리라고 해서 생각나는데 빨갱이논리도 그렇고 학창시절 왕따도 비슷하죠.

초딩시절에 장애가 약간 있는 아이가 있었는데 더럽고 멍청하다고 따돌림을 당하고 있었습니다. 장애있는 아이도 가끔 실수 하고 천사표도 아니였고 저는 전학생에다가 성격도 그렇고 해서 신경 안쓰고 지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말도 안되는 걸 이유를 들어 괴롭히길래 무심하게 그건 아닌데?식으로 말했습니다. 다음 부턴 자꾸 물건이 없어진다며 장애있는 아이의 뒷담화를 시작하더군요. 왕따 분위긴 점점 퍼져나가고요. 그리고 저보고는 둘이 사귀냐로 발전하더군요;;

어쩌면 왕따했던 그 반애들은 그애가 도둑질 했기를 바랬을 겁니다. 그런다고 자기들이 더럽고 멍청하다고 왕따시켰던 사실이 정의가 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깡디드
15/04/28 23:20
수정 아이콘
95%확신하더라도 틀릴 확률이 5%정도가 있다면 스무개의 평행 사건 마다 한 사람씩 죽여나가는 셈이 됩니다.
따라서 자신은 확신하더라도 타인을 넘겨짚는 발언은 굉장히 조심히 언급해야 한다 생각하는데 그러한 발언을 잔인한 어조로, 그것도 군중 속에서 no risk로 일삼는 것은 상당히 비겁한 행동이라 생각합니다. 의혹 제기를 하더라도 서로 간에 최소한의 예의는 지켰으면 좋겠습니다.
manner maketh man
그대가부네요
15/04/29 00:08
수정 아이콘
공감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되네요
어릴때는 흑백논리로 세상을 바라보곤 했었는데
요즘은 어떤 사안에 대해 쉽게 비난하기가 어렵더군요
불같던 성격이 많이 사그라들어 좋은건지
아니면 열불을 낼 열정이 사라져서 슬퍼해야하는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덧붙여 오늘 아침 봤던 뉴스에서 이완구 전총리가
퇴임식에서 진실은 밝혀질것이라고 이야기했다고 하더라구요.
경향신문과 이것저것 들은 이야기들에 의하면 비리 저지른것은 빼박인데
저런 말을 할 정도면 정말 억울한 무언가가 있는걸까?
싶기도 하더군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7848 [일반] [야구] 용병덕을 가장 많이 본 구단은? (KT 추가) [68] 천재의눈물7249 15/04/29 7249 0
57847 [일반] [야구] 프로 선수들이 꼽은, 구질별 최고의 투수 TOP5 [43] Leeka9168 15/04/29 9168 1
57846 [일반] 메이웨더의 숄더롤, 그리고 파퀴아오의 사우스포. [38] 삭제됨7826 15/04/29 7826 1
57845 [일반] [MLB] 커쇼의 아름다운 4년 [60] 발롱도르6054 15/04/28 6054 0
57844 [일반] [MLB] 다나카 마사히로 15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랐네요. [13] 어리버리4283 15/04/29 4283 0
57843 [일반] 1승왕 심수창 [56] 버그사자렝가5823 15/04/27 5823 0
57840 [일반] 4·29 재·보궐선거 마지막 여론조사, 새정연 전패위기... [119] 발롱도르11240 15/04/29 11240 1
57838 [일반] 사랑이란, 존재욕망의 다른 표현이다. (부제 : 갈라테아의 비극) [56] 삭제됨4507 15/04/29 4507 8
57837 [일반] [도전! 피춘문예] 영정사진 찍는 날: 아흔 네 번째 봄 [12] 리듬파워근성4230 15/04/29 4230 5
57836 [일반] 메이웨더의 전매특허...숄더 롤 (Shoulder roll)... [24] Neandertal11524 15/04/28 11524 1
57835 [일반] 27살 모쏠 이번에도 까였습니다 [49] 옆집돌고래14900 15/04/28 14900 6
57834 [일반] LG의 신규 스마트폰, G4의 출고가가 공개되었습니다. [46] Leeka7568 15/04/28 7568 0
57833 [일반] 생애 첫 자동차 사고를 당했습니다.(2) [39] 삭제됨5618 15/04/28 5618 2
57832 [일반] 1 [34] 삭제됨9921 15/04/28 9921 0
57830 [일반] 삼국지 인물들의 실제 중국어 발음 [33] 군디츠마라50718 15/04/28 50718 10
57829 [일반] 정의에 분노가 더해지면 실수가 나올 수 있다. [18] i_terran6485 15/04/28 6485 5
57828 [일반] 명불허전. 폴매카트니 도쿄돔 공연 관람 후기 [16] oh!5277 15/04/28 5277 2
57827 [일반] 朴대통령 대국민 메시지 전문 [119] 어강됴리11239 15/04/28 11239 1
57826 [일반] 2007년 대선 관련 막후 스토리가 나왔습니다. [42] 마빠이7930 15/04/28 7930 0
57825 [일반] [MLB] 요 근래의 메이저리그 소식들 [20] 레이드5074 15/04/28 5074 0
57824 [일반] 숨바꼭질은 세계 공통의 놀이인 듯 하네요(보컬로이드 관련). [38] 카페알파5824 15/04/27 5824 2
57823 [일반] 추신수, MLB학교에서 전교 꼴지가 되다. [33] 은하관제8847 15/04/28 8847 0
57822 [일반] 아이폰. 동기간대비 한국에서 2배이상 팔려 [50] Leeka5720 15/04/28 5720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