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JUNG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5/04/17 02:49:05
Name SaiNT
File #1 IMG_8337_md.jpg (42.3 KB), Download : 86
Subject [일반] 벽 위에 핀 꽃


오늘 서울광장에서 출발한 행진이 광화문 광장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끝없이 쳐진 폴리스라인(라인이라기보단 벽이죠)과 차벽이 있었습니다.
누군가 폴리스라인에 헌화를 했더군요. 보는데 느낌이 묘했습니다.
폴리스라인에 그려진 단호한 경찰, 눈앞에 두고도 들어가지 못하는 광화문 분향소, 벽처럼 꽉 막힌 박근혜 정부와의 소통, 게다가 대통령은 부재중.
왠지 이 날 현장의 모든 역설을 한 컷에 담아낸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저는 현장에 자주 나가는 사람은 아닙니다. 세월호 관련해서도 오늘까지 총 4번이었죠.
작년 7월 24일 세월호 100일때 블로그에 쓴 일기중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절박함에 대한 것이었는데요,

"이 절박함이란, 사건의 파장에 비하면 말도 안되지만, 이렇게 가다가는 어쩌면 우리 사회를 총체적으로 진단하고 다시 세울만큼의 제대로 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그런 절박함입니다. 정말 말도 안되지만, [혹시라도 누군가의 완력에 의해 어영부영 넘어가고], 수년 뒤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는 않을까 하는 그런 절박함입니다."

불과 1주일 뒤 재보궐선거에서 압승한 새누리당은 우려대로 '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죠. 현직 국무총리이신 분을 앞세워서 말이죠.
그리고 100일 뒤인 11월 1일 세월호 200일 집회에 다녀와서 쓴 일기에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오늘 나가게 된 것은 이런 환경도 있지만, 얼마전 국회에서 유가족들을 눈 한번 마주치지 않고 싸늘하게 외면한 대통령의 모습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이건 아니다 싶어서 보다못해 나간거죠. 여기서 생각하고 또 기도했습니다. 오늘이 마지막으로 나가는 날이었으면 좋겠다고. 특별법은 수용한 것으로 보이니 특별법 제정하라고 외치러 나올 일은 일단 없을거 같고, [이후에 뭔가 잘 안풀려서 다시 나오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의미]이지요."

결국 뭔가 잘 안풀리는 일이 벌어졌고 다시 나갔습니다. 지난 4월 6일 부활절, 그리고 10일 뒤 또다시 말이죠.

이렇게 완력으로 버티는 이들, 참으로 '벽'같은 존재입니다. 그 벽에 꽃을 심으면 언젠가는 넘을수 있을런지요.

마속 나무위키 문서 2.3. 가정의 패전 인용

"그런데 여기서 마속은 제갈량의 명령을 무시하고 길목에 세워야 할 방어진지를 산 꼭대기에 세우는, 전쟁사상 다시 없을 바보짓을 한다.
부장 왕평이 필사적으로 말렸지만 이마저도 무시해버린다."
15/04/17 09:34
수정 아이콘
현장에 있었던 또 한 사람으로서 정말 절망스러웠네요..
생기발랄
15/04/17 11:08
수정 아이콘
어제 늦은 시간까지 광화문에 남아있었습니다. 가슴 가득 먹먹함과 절망감을 품고 돌아왔네요. 참 마음 추스리기 어려운 금요일입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7610 [일반] 벽 위에 핀 꽃 [2] SaiNT2230 15/04/17 2230 4
57609 [일반] 시위, 파업, 거리와 법, 민주주의의 모순. [33] 바위처럼6115 15/04/17 6115 26
57608 [일반] 쉽게 보는 세월호 쟁점 + 약속의밤 참석 후기 [33] 리듬파워근성9097 15/04/16 9097 57
57607 [일반] SBS뉴스 - 법정에 선 세월호 잠수사 [22] 발롱도르6014 15/04/16 6014 4
57606 [일반] 우리 안에 일베, 너네 안에 일베, 그리고 내 안에 일베. 하지만 어느 안에도 없는 세월호. [29] 삼공파일7442 15/04/16 7442 11
57605 [일반] 수건은 밖에 있네, 친구... [4] Neandertal3850 15/04/16 3850 3
57604 [일반] '완사모' 회장 65억 횡령 혐의 구속 [22] 최종병기캐리어7433 15/04/16 7433 1
57603 [일반] [해외축구] 맨시티 vs 맨유 분석 feat 캐러거,게리네빌 [9] 낭만토스6075 15/04/16 6075 3
57602 [일반] [세월호] 안산 합동분향소를 다녀왔습니다. [14] 텔레그램2777 15/04/16 2777 13
57601 [일반] 천 개의 바람이 되어 [4] 하심군3861 15/04/16 3861 7
57600 [일반] 세월호 사건에 대한 저의 생각 [128] Rated9268 15/04/16 9268 0
57598 [일반] 고든램지식 스테이크 굽기 후기 [41] 바위처럼13635 15/04/16 13635 2
57597 [일반] 세월호 1주년, 다시… 별 헤는 봄 [10] 두괴즐2859 15/04/16 2859 5
57596 [일반]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팝콘장사하는 피지알 [78] 탑망하면정글책임8357 15/04/16 8357 15
57594 [일반] NC 다이노스의 세월호 추모방법 [23] 제논8006 15/04/16 8006 0
57593 [일반] NBA 플레이오프 대진이 결정되었습니다. [36] 常勝6659 15/04/16 6659 2
57592 [일반] 다음주 개봉하는 어벤져스2 얼마나 벌어들일까요? [45] 에릭노스먼5776 15/04/16 5776 0
57591 [일반] [연재] 웃는 좀비 - 2 [2] 드라카2443 15/04/16 2443 3
57590 [일반] 오늘의 말, 말, 말. [98] 발롱도르8514 15/04/16 8514 2
57589 [일반] 재능기부 후기/운동을 합시다 [5] 새님4031 15/04/16 4031 1
57588 [일반] [장편?] 찌질이를 캐치코치! - 0 (연애하세요.) [6] aura4590 15/04/16 4590 0
57587 [일반] 세월호 1주기입니다. [46] 5437 15/04/16 5437 19
57586 [일반] [노래] See You Again _ Furious 7 (오늘은 추모의 날..) [2] AraTa_Lovely3180 15/04/16 3180 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