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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1/07 16:52:40
Name 스타슈터
Subject [일반] [IT 잡담] 시대의 변천, 그리고 변화에 대한 게으름?
[1 - DOS 시대]
1990년대 초반쯤, 컴퓨터는 매우 희귀한 물건이였습니다.
그 당시의 컴퓨터는 아직 윈도우가 보편화되기 이전이였는데,
커맨드 입력의 필요성, 혹은 마우스의 부재로 인해 사용하는게 여간 불편한게 아니였죠.

그러던 어느날 처음으로 컴퓨터를 접해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삼촌께서 L모사의 컴퓨터 서비스를 담당하시던 무렵에 삼촌 집에 컴퓨터가 생겼는데, 삼촌께서 흔쾌히 사용을 허락하셨습니다.
물론 전~혀 쓰는법은 몰랐지만, 필요가 있으면 학습도 빠르다고,
금새 DOS게임 실행 정도는 무리없이 하게 되었습니다.

뭐 이유야 어쨌든, 그렇게 우리집에서 가장 먼저 컴퓨터를 접한건 제가 되었습니다.
약간의 부작용이라면, 삼촌 집에서 버블보블을 엄청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납니다. 흐흐

[2 - Windows PC 시대]
시간이 좀 많이 지난 뒤, 아버지가 갑자기 싼 매물이 생겼다며 컴퓨터를 한대 사오셨습니다.
그때 제 나이가 한 8살 정도였는데, 윈도우 98이 탑재된 그 컴퓨터는 너무나도 매력적이였습니다.
펜티엄 2, 64MB RAM, 4GB 하드디스크 등 그당시로는 매우 좋은 사양이였던 컴퓨터였고,
가족들도 매우 기뻐하며 한 한달동안은 컴퓨터 사용을 멈추지 않았습니다...만,

결국 배우는게 귀찮으셨는지, 부모님은 저만큼 끈질기게 컴퓨터를 탐구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는 항상 습관처럼 던지시는 말들이 있었습니다:
"니가 함 써보고 좀 알려줘! 난 뭔지 모르겠다."
"난 좀 더 편한게 나오면 쓸련다, 너무 어려워!"
"그냥 니가 해줘라, 너무 힘들다 얘"
"뭐 딱히 편해보이지도 않네, 그냥 난 살던대로 살련다."

어렸을 때는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것 만으로도 기쁜 시절이라서,
이런 요구들이 별로 귀찮지는 않았지만, 지금 되새겨 보면 그 말에는 이런 뜻이 있는것 같습니다:
"배우기 귀찮아. 쓰던거 써도 별차이 없는데"

[3 - 스마트폰 시대]
2000년대 후반, 아이폰을 필두로 모바일 기기의 대격변이 일어납니다.
돈이 없어 바로 구매는 못했지만,
리눅스의 열혈 지지자인 저는 htc가 Magic이라는 폰을 내놓을때 부터 안드로이드에 흥미를 가졌습니다.

그렇게 주변에 난 안드로이드 폰을 꼭 살꺼라고 하며 다녔는데,
주변 친구들은 제 안드로이드 사랑에 대해 의견이 크게 두 부류로 갈렸습니다:
1. 그냥 아이폰이 짱. 안드로이드 그게 뭐임?
2. 스마트폰은 너무 복잡해서 싫음. 그냥 피쳐폰 쓸꺼임.

하지만 저는 꿋꿋하게 open 생태계의 장점을 서술하며 제 안드로이드 사랑을 만 천하에 알렸고,
지나온 역사가 보여주듯이, 안드로이드 사랑은 점차 재평가를 받게 되었습니다.
좀 귀찮아진 부분이라면, 그 뒤로 부쩍 이런 질문을 건네는 사람이 늘었습니다:

"야 너라면 써봤을꺼 같은데 이거 좋냐?"
"이번에 나온 이거 어떻게 생각함?"

물론 아무것도 묻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귀찮아서 바꾸지 않는 사람들요.
결국 뒤늦게 대부분 합류하기는 했지만, 그런 분들은 그냥 스마트폰을 피쳐폰처럼 쓰시더라고요.


[4 - 변화의 귀찮음]
이 모든 시대를 거쳐온 현재.
"난 절대로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을거야!"
라고 생각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요새들어 부쩍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것에 대한 귀차니즘이 가득합니다.

"굳이 그게 필요한가?" 라는 삶의 욕구에 대한 해탈과,
"예전것도 충분히 좋아!" 라는 현실적 (이라고 쓰고 금전적이라고 읽는다) 깨달음이 동반된 결과같기는 하지만,
결국 모든건 변화에 대한 게으름에서 출발하고 있었습니다.

예전에 부모님들이 컴퓨터를 배우기 귀찮아 하시던 모습이 자신에게서 보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IT직업에서 종사하는 중인 만큼, 이런 귀차니즘을 지속시켜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대에 뒤떨어지면 어느새 경쟁력을 잃어버리게 되기 때문에...


[5 - 결론?]
자 그래서 말인데, 요새 가장 핫한 IT 이슈가 뭐라고요? 아 웨어러블 디바이스요?
다들 아직 웨어러블은 시기상조라는데, 그래도 까짓거 뭐...



음...
절대로 최근 오랜 고민 끝에 페블 스마트워치를 지르고 나서 푸념하는 글이 아닙니다. 크크

리뷰요? 흐음...그냥 쓰다보니 또 괜찮네요.
자세한 리뷰는 귀찮아서 이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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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1/07 17:02
수정 아이콘
뭐랄까요. 제게는 페블은 약간 IT 덕후느낌...;
너무 늦게 나왔죠.
스타슈터
15/01/07 17:03
수정 아이콘
저도 그런 걱정을 했는데,
막상 써보니 생각보다 덕후느낌은 없더라구요.
아무도 스마트워치인지 모르더군요. 흐흐;
15/01/07 17:31
수정 아이콘
제 개인적인 인상 때문일 것 같네요.
제 주위에 페블 쓰시는 분들은 다 페블에 직접 개발한 자신의 앱을 올리시는 분들 뿐이거든요.
작은 아무무
15/01/07 17:09
수정 아이콘
웨어러블 디바이스=기업에서 뭔가 창의적인걸 내야하는데 낼건 없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내면 위에서 귀찮게 하니 만드는 그런 물건

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중에 하나입니다
이 제품이 실용적으로 쓰일 여지가 지금 당장은 물론이고 먼 미래에도...별로 없을 것 같아요

특히 구글 글래스 형태의 웨어러블 디바이스나 팔찌, 시계 형태는 최악입니다
배터리 성능은 안 올라가는데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작고 그러다보니 잦은 충전이 필요한데다가
화면은 너무 작아서 불편하고 구글 글래스는 아예 음성인식 기술로 모든 인터페이스를 대체하려고 하는 거 같은데 그게 쉽게 될까요? (지금도 시리 써보면 얼마나 답답한데...!)

사실 시대의 흐름은 빨리빨리 따라가는게 맞지만 씨티폰이라든지 세그웨이라든지 태양열 발전같은 거 생각해보면 딱 봐도 효율적이지 않아 보이는 제품이라면 굳이 따라갈 필요가 없죠

결론은 눈치를 잘 보고 살아야 한다는거...
그리고 구글 글래스는 우리같은 안경착용자들을 무시한다는 점에서 실패할 겁니다...크크
스타슈터
15/01/07 17:15
수정 아이콘
결국 저도 여러가지를 고민하다 기본에 충실한 페블에 눈이 가서 페블을 구매했는데,
생각보다 만족스러워서 놀랐습니다.

그래서 순간 "아 내가 새로운 기기들에 대한 애정이 많이 식었구나" 를 느꼈죠. 흐흐흐
전이라면 고민따위 안하고 샀을텐데...크크

배터리라면 구글이 만들고 있는 구글웨어는 아직 저도 불만이 많습니다.
그 방식대로 가면 배터리 수명 3일 이상을 돌파하는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서 ㅠㅠ
글래스도 동감합니다. 안경쟁이의 비애 ㅠㅠ
작은 아무무
15/01/07 17:19
수정 아이콘
어차피 말은 이렇게 해도 제 손목에 애플워치가 생기지 않을 거라고 확답을 못 드리겠네요 크크크크크크크크크

그런데 그 가격이면 아이패드 새로 사는 거랑 차이가 없...어서 고민중이네요 으...
아이폰6도 살려고 했다가 약정이 발목 잡아서 못 사고 애플워치도 고민중이고 아이패드도 장바구니에서 굴러다니니...ㅠㅠ
저도 애정이 식은..아니야 그렇지 않을겁니다
王天君
15/01/08 00:40
수정 아이콘
저는 구글 글래스에는 나름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포터블 디바이스의 기능 중에서 청각적 멀티미디어의 휴대와 이동은 이제 거의 끝나가는데, 시각적 멀티미디어는 아직도 전송기기의 스크린에 국한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언젠가는 화면이 따로 필요없이 개개인의 눈에 보고 싶은 것이 커다랗게 전송되는 시대가 올 텐데, 그 출발점이 구글글래스가 아닐까 기대하는 중입니다.
15/01/07 17:13
수정 아이콘
Nexus One은 국내 정발 KT판 출고가맞아봤고.
Nexus 7은 구글 개발자 버전 다녀온 형님한테 바로 사서 국내에서 거의 1번째로 리뷰를 올렸었고..
Nexus 10도 나오자마자 구매 해서 썼긴 했고, Nexus 7 2013도 지금 쓰고 있는데...

어느순간 직업이 좀 변경되면서 아무래도 안전한쪽에 더 신경을 많이 쓰게 되네요, 아래 글에도 오버클럭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냥 문제가 될 일이다 싶으면 건드리지 말자라는 주의로 점차 변화되는듯 합니다. 감정을 소모하는 추가적인 일을 만들지 말자... 랄까요..

지금 안드로이드폰의 테마와 아이콘 배치, 바탕화면의 아이콘 배치.. 새로운 프로그램이 나와도 신경 안씀.. 역시 귀찮음은 새로운 변화를 잘 받아들이게 못하고 있어요 -_-;;; 신기하다 와......가 사라진지 오래된거 같네요..

근데 페블 어떤가요?!
스타슈터
15/01/07 17:24
수정 아이콘
스마트워치는 그냥 알림 표시 기능만으로도 그 가치가 있는 물건인것 같아요.
다만 화면을 필요할때 켜줘야 하는 불편함과,
대부분이 배터리 수명 3일 미만인 스마트워치들이라 그렇죠 ㅠㅠ

다만 페블은 조금 다른게, 일단 화면이 e-ink를 채용해서 전력소모가 적고 (5~7일에 한번 충전),
심지어 화면은 24시간 켜진 상태라, 그냥 품질 좋고 알림 기능 있는 전자시계 같은 느낌이네요.
페블 스틸같은 경우 외형은 일반 시계랑 다르지 않아서 엄한 분위기에서 차고 있어도 별로 문제가 없고,
알림 표시가 손목에서 되고서부터 카톡 그룹채팅 같은게 한단계 편리해진 느낌이네요. 흐흐흐

사실 제가 페블을 구매한 계기는 스마트워치를 바랬다기보다,
시계를 사고 싶었는데 알림 기능이 있으면 편하겠다 싶어서 눈에 들어온거라,
아직까지는 100% 만족중입니다.
포포리
15/01/07 17:18
수정 아이콘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하드웨어적인 부분은 어느정도 실용화단계에 왔다고 생각하는데
실생활을 혁신적으로 변화시켜줄만한 기반이 잡혀있지 않다는 생각이네요.
위치정보 기술을 바탕으로 많은 서비스들이 갖춰지지 않고서는 대중화되기 힘들다는 생각입니다.
지금상태에선 스마트폰을 보조해주는 스마트워치정도가 한계인것 같네요.

그러다보니 구글글래스에 기대하게 됩니다.
보유하고있는(아니..지금도긁어모으고있는) 데이터베이스로 어떤혁신을 보여줄지 모르니깐요.
스타슈터
15/01/07 17:26
수정 아이콘
요새 페블을 쓰면서 느끼지만,
구글나우가 조금만 더 똑똑했으면....하는 느낌이 좀 듭니다.
아마 구글도 그것을 노리고 구글나우를 개발한것 같은데,
구글나우 알림이 적재적시에 손목에 표시되면 그것 참 편하겠더라구요.

현실은 너무 시도때도 없이 알림을 띄워줘서 결국은 꺼버렸지만 ㅠㅠ
포포리
15/01/07 17:42
수정 아이콘
지금의 구글나우는 그냥 가능성만..... 계속 가능성만...ㅠㅠ
뭔가 엄청나게 편해질듯말듯말듯? 하는 기대감만 주고있는거 같아요. 흐흐
Galvatron
15/01/07 17:43
수정 아이콘
스마트워치가 공짜로 생겨도 남 주고 술 한잔 얻어먹을겁니다.
i제주감귤i
15/01/07 17:44
수정 아이콘
저는 요즘 핫한 이슈는
[사물인터넷 (Internet of Things lOT)] 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오브제의 커뮤니케이션.

스카우터와 포켓몬, 유희왕 현실 배틀이 눈앞에 왔습니다 !!
몽키.D.루피
15/01/07 17:52
수정 아이콘
구글글래스는 도대체 언제 상용화되는 건지.. 써 본 사람은 진짜 신세계라는데 아이폰처럼 생활을 뒤바꿀지는 의문이더군요.
15/01/07 17:52
수정 아이콘
그나마 근시일내에 가장 실현성 있는건 역시 스마트 홈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앱 정도로만 연결 시킬수 있어도, 워낙 범용성이 좋아서요
The Genius
15/01/08 00:37
수정 아이콘
웨어러블 컴퓨터는 지금처럼 구글 글래스나 애플 워치와 같은 건 결국 도태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안경이나 시계는 전화기만큼 컴퓨터가 필요한 곳이 아니에요. 제 예측에는 가정이나 차량 쪽의 플랫폼으로 방향을 잡는 것이 더 가능성이 높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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