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1 이 날 이렇게 애타게 만들 줄 누가 알았을까?


"뭐해?"


어느날 저녁, 막연하게 생각없이 그녀에게 보낸 카톡.
문자를 보낸지 10분, 20분, 30분, 1시간이 지나도 메세지 앞에 붙은 1 은 없어지지 않는다.

연락을 먼저 하는건 당연히 나.
카톡을 하는 것도, 전화를 하는 것도, 밥 먹자고 떠보는 것도, 커피 한잔하자는 말도 당연히 나.

'오늘 안에 답장받을 일은 없겠네' 라고 생각하고 컴퓨터 바탕화면만 멍하니 쳐다보던 그때..

"까톡"

나의 귀를 타고 흘러 심장을 두드리던 알림음. 그토록 기다렸던 알림음이다. 당장 읽을까? 조금 기다려볼까?
카톡 확인에 고민하는 내 모습이 씁쓸해서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온다.


"집이야. 몸이 안 좋아서 일찍 잘려고."


환절기라 감기 걸렸나? 약은 먹었을까? 혼자 괜찮을까?
어떻게 답장을 쓸까 고민을 하고 문자를 썼다 고쳤다 지웠다가 머리를 긁적인다.
자연스럽게.. 평소처럼..


"아 그렇구나. 알았어 푹 쉬어"


됐어. 자연스러웠어.
이제 전송.


...어휴 이런 멍청이.
뭐라고? 알았어 푹 쉬어? 장난쳐? 내 뇌는 근육인가?
답장을 보내고 한숨을 푹 내쉰다. 의자 밑에서 물끄러미 쳐다보는 애완견조차도 날 한심하게 바라보는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건 그저 그녀가 내일은 나아지기를, 내일은 먼저 연락해주기를 바라는 것 뿐이다.


물론 그럴 일은 없다는 것도 알고있지.
결국엔 내일도 모레도 다음주도 다음달도
"뭐해?" 라고 보내는 사람은 나일테고,
"밥먹을래?" 라고 물어보는 사람도 나일테고,
"커피마실래?" 라고 물어보는 사람도 나일테고,
카카오톡의 숫자 1 이 없어지길 바라는 것도 나일테니까.


한동안 심란하게 모니터만 우두커니 보고 있다가 잠이나 자야겠다는 생각에 누워서
평소처럼 자기 전에 스마트폰의 페이스북을 키고 뉴스피드를 훑어본다.


응?


그녀가 어느 장소에 태그되어 있다. 한국 사람들이 자주 찾는 술집이다.
많은 수의 사람들이 태그되어 있는걸 보니 누군가의 생일파티인가보다.

아... 아파서 일찍 잔다는건 거짓말이었구나.

그녀는 나에게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날 떼어놓고 싶었나보다.

그래, 이해해. 나 같아도 누군가 마음에도 없는 사람이 계속 연락했다면 그랬을거야.
너무 착해서 그동안 늦게라도 나의 연락을 받아준거였나보다.
야속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녀가 불편해했을 것이라는 생각에 미안하기도 하다.


다음날 페이스북에는 생일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의 사진들이 업로드 되있고
그곳엔 날 만날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치장한 그녀가 친구들과 다정하게 찍은 사진들도 있었다.


더이상 그녀에게 연락하는건 의미가 없다.
그녀가 나에게 거짓말을 했다는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그녀가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명확하다.

그래왔던 것처럼 내가 먼저 연락을 하지 않아도, 그녀가 먼저 나에게 연락을 하는 일은 없겠지.


더이상 카톡메세지 앞의 숫자 1 이 없어지길 기대하는 일도 없을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