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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10/12 11:08:44
Name Chocolatier
Subject [일반] [극장영화추천] 러시 : 더 라이벌 (스포없음)
안녕하세요. 자유게시판에 처음으로 글을 남겨보는 Chocolatier라고 합니다. 그냥 영화와 롤을 즐기는 잉여 학생입니다.

극장 영화추천이라고 써 놓고 현재 핫이슈인 그래비티가 아니라 왠 듣보잡 영화를 추천하냐고요? (아무리 기복이 심하다지만 론 하워드 영화가 듣보잡이라니 어디 가면 맞을 소리지만 현재 예매율, 흥행상 그렇다고 봐야죠...ㅠ) 물론 저도 그래비티 기대중이고 조만간 보러 갈 겁니다만, 현재 딱히 큰 이슈를 못 끌고 있고 그래비티가 전격 개봉되면 그림자처럼 박스오피스에서 내려갈 버릴 이 영화를 놓치면 참 안타까워하실 분들이 이 여초(?) 사이트 pgr21에 계실 거 같아서 한 번 고려라도 해 보시라고 감히 자게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앞에서 영화와 롤을 즐기는 잉여라고 밝혔듯이 저는 포뮬러1 팬이 아닙니다. 그냥 자동차 레이스고 요즘은 한국 영암에서도 그랑프리가 열리고 유명 드라이버들 이름 몇몇 주워들어 아는 정도...일반인의 지식레벨과 같다고 해야죠. 그런데도 제가 영화 보기 한참 전에 어디선가 70년대의 레전드 니키 라우다와 그의 이야기는 주워 들었으니 포뮬러1 팬들에겐 정말로 잘 알려진 이야기겠지요. 실제로 영화를 보고 나서 스토리에 대한 심정은 '대충 배경은 알고 들어갔지만 이게 실화라니!'와 '이게 실화가 아니었으면 작위적이고 뻔한 스토리라고 까였겠군'이란 생각이었습니다. 정말 만화같은 이야기죠. 죽음 반 발자국 앞에서 홀리듯 트렉을 나는 남자들. 그들의 시련과 좌절, 그리고 재기. 더 이상 스토리에 대해 스포일러는 삼가겠습니다. 모르고 보시면 그 감동이 더할 것 같습니다. 단 내용을 알고 들어가고 싶으시다면 기반 실화에 대해서 검색만 하면 되고, 아마 포뮬러1 팬분들은 이미 한글날 다 보러 가셨겠지만 아직 못 보셨다면...그 내용 그대롭니다 크크크.

칭찬하고 싶은 점은 이런 열혈스러운 이야기는 진부한 할리우드 스포츠물 같은 억지전개 억지감동의 함정에 빠져들기 쉬웠을 텐데 영화는 아주 담담하면서도 쫄깃한 강약조절로 두 라이벌, 니키 라우다와 제임스 헌트의 인간적인 면, 또 신화적인 면의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배우들 캐스팅을 실존인물들의 외모에 맞춰서 뽑았다고 하는데 니키 라우다 역의 다니엘 브륄은 현재 생존해 계신 라우다 본인이 만족했을 정도로 완벽하게 배역에 녹아드는 연기를 펼칩니다. 이 배우를 제가 분명 본 곳은 많은데 못 알아봤을 지경이니까요. 한국에서는 세일즈 포인트로 제임스 헌트 역을 맡은 근육피카츄....가 아니라 크리스 헴스워스를 띄워줬는데요, 그래서 영화 보고 헌트가 주인공이 아니라 당황했다는 리뷰들을 보기도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운 초이스였다고 생각됩니다. 못 알아볼 정도로 근육이 많이 빠지고 슬림해져서 할리우드 배우들은 몸이 다 고무라는 속설이 진짜 같아요. 독일계 남자에 대한 편견(?)대로의 성격이고 그래서 역설적으로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라우다와 대비되어 나쁜남자의 로망(??)을 살아가는 망나니지만 그 레이싱에 대한 열정과 라우다에 대한 라이벌 의식은 술과 여자에 대한 갈망보다 더 불타는 헌트를 잘 연기하죠.

주인공의 라이벌이 빠지기 쉬운 악역 포지션이 아니라 둘이 진정한 라이벌이면서도 라이벌이라 서로를 의식하고 만날 때 마다 다투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모습이 아마 여초 사이트인 pgr21에선 어필할 수 있는 포인트지 싶습니다. 그리고 다른 주조연들도 실존인물의 모습을 바탕으로 하여 비슷한 분들을 뽑았다고 하는데 라우다의 아내분이 정말 저렇게 예뻤군요 하 역시 F1은 승리자들의 스포츠...헌트의 여자들 중에 나탈리 도머, 올리비아 와일드 등 미드 좋아하시는 분들은 알아볼 여배우들이 깨알같이 출연도 합니다.

하지만 배우에 대해선 여기까지 하고, 제가 진짜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음향, 연출, 둘의 시너지로 벅차오르는 박력과 긴장감입니다. 한스 짐머가 OST를 맡은 영화인데 2013년 한스 짐머가 참여한 영화 중에 정말 수준급의 결과물입니다. 거기에 솟구쳐 오르는 듯한 음향과 숨막힐 정도로 속도감있는 카메라워크. 카메라는 모든 레이스를 마치 곁에서 보는 것처럼 생동감있게 잡아내면서 관객들을 몰입시키는데, 이게 점점 레이스가 반복되면서 관객들이 거기에 익숙해져 지루해지기는 커녕 갈수록 더 고조되며, 후반부에 가면 트렉 안팎의 상황과 맞물려 뜨거운 아드레날린을 영화관 내에 폭발시킵니다. 필요없는 경기는 과감히 잘라내서 자막처리를 해버리고 주요 경기들만을 어떨 때는 롱샷으로, 어떨 때는 레이서 1인칭 시점으로, 어떨 때는 450마력의 폭주하는 관짝에 흩날리는 잔디와 흙덩이들의 클로즈업으로 쉴새없이 어필합니다.

냉정하게 연출이나 카메라워크에 막 놀랄 정도의 독창성이나 예술성은 없습니다만, 이렇게 담백하고 전형적인 스포츠물 연출이 오직 죽음만 동반승객으로 몇십바퀴를 도는 70년대의 레이싱에 어울리는 거 같기도 했습니다. 사실 레이싱영화를 풀어가는 데 속도감과 아드레날린은 필수요소겠습니다만 거의 바이오픽이나 다름없는 영화에서 이런 박진감을 느낀 건 오랜만이네요. 첫 레이스 장면에서 엔진이 올라가고 카들이 무시무시한 배기음을 내뱉으며 전진하는데 쿵쾅거리는 음향과 거기에 섞여드는 고조되는 음악에 바지 갈아입고 싶은 기분은 이 영화를 극장에서 봐야 맛볼 수 있는 묘미죠. 이 영화를 고급 사운드를 지원하는 특별상영관에 봤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였습니다.

음 더 이상은 제 필력이 딸려서...하 거참 정말 좋은데 설명을 할 수가 없네...결론이 용두사미가 될 위기에 처했는데 일단 보러 가시면 돈값이 아깝진 않을 거라는 이야기였습니다. 단 성적으로 선정적인 장면이 좀 나와서 청소년불가 딱지을 받았고 거기에 부응하여 직접적인 베드씬도 나오고 합니다. 베드씬과 여자들 나오는 씬이 메인메뉴는 절대 아니고...오히려 그런 쪽 장면들이 영화의 흐름을 끊는다는 평이 있었을 정도로 이 영화는 남자들의 레이스! 자동차! 페라리! 멕라렌!이 주요 포인트라서 딱히 기대는 하지 마시고요. 물론 헴스워스의 뒷모습 누드가 나오는 장면에서도 오징어가 되지 않을 자신 있으신 분들은 당당하게 데이트 영화로 보셔도 됩니다.

+) 가독성이 떨어진다기에 문단 조금 더 나누어 봤습니다. 피드백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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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0/12 11:15
수정 아이콘
맛깔나는 추천기 잘 봤습니다.(문단 나눔 몇번만 더 하시면 좀 읽기 좋을 듯) 그런데 바이오픽이 뭔가요? 멋져보이는 단어라 적절히 써먹을라고요.
Chocolatier
13/10/12 11:22
수정 아이콘
biographical film의 약자인데...생각해 보니 한국어로 전기영화란 단어가 있군요 크크크...그냥 전기영화라고 쓰세요 억지 영단어 쓰지 마시고요ㅠㅠ
13/10/12 11:15
수정 아이콘
저도 어제 새벽에 심야로 보고 왔는데... 극장에 저만 있어서 누워서 영화를 봤습니다.
중간에 졸긴했지만 나름대로 수작이라고 생각되었고 이게 정말 실화라는 사실이 참 재미있더군요....

사이버 포뮬러를 보는 듯한 기분도 들었고 잘만든 영화라 생각합니다.
어제내린비
13/10/12 11:26
수정 아이콘
실제 F1은 좋아하지 않지만.. 이 글 읽어보니 영화는 재미있을 것 같네요.
Anti-MAGE
13/10/12 11:42
수정 아이콘
진짜 최근에 개봉한 영화중에서 단연 최고의 영화인데.. 성적이 너무 저조하더군요.. 왜 이럴까요??
13/10/12 11:50
수정 아이콘
괜찮은 영화였습니다
제작비가 조금만 더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F1인기가 낮은 북미에선 3500만 달러정도가 한계였겠죠
제작비 뽑아내기도 힘든 북미 흥행이기도 하고- _-;;

+쓸데없는 부제는 좀 붙이지 말았으면 합니다 크크
Chocolatier
13/10/12 11:53
수정 아이콘
아 저도 쓸데없는 부재가 너무 부자연스럽더라고요 제가 미니멀리스트한 걸 또 좋아해서 크크
뭐 이 영화는 북미흥행보다는 유럽흥행 노리고 만든 영화니까 아마 제작비는 건질 거에요...
Abrasax_ :D
13/10/12 12:22
수정 아이콘
정말 최고의 영화였습니다. 자동차에 관심이 없어서 기대도 안하고 봤는데 재밌어서 충격받았네요.
made.of.more
13/10/12 12:36
수정 아이콘
제가 사이버포뮬러에 빠져살다가 F1을 좋아하게 되어서 영암도 가고 하는 편인데,
러시 보면서 사이버포뮬러에서나 느끼던 두근거림? 같은게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어쩔때는 하야토 VS 란돌 같다가도 하야토 VS 카가 같은 느낌도 들고.
라이벌이라는 관계를 정말 제대로 그려낸 영화였습니다. 쫄깃하다가도 뭔가 찡하고.
무엇보다 F1이라는 스포츠를 그린 영화 답게 속도감이 최고입니다. 감독이 관객을 들었다 놨다.
엘디아이
13/10/12 13:45
수정 아이콘
음향이 참 좋더라구요..
마초적인 부분을 강조해서 드리븐과는 느낌이 많이 달랐지만 충분히 견줄만한 영화였습니다.
비가행
13/10/12 15:27
수정 아이콘
굿입니다. 추천 추천
템파베이no.3
13/10/12 15:32
수정 아이콘
정말 괜찮게 본 영화였습니다.. F1을 다룬 영화답게 머신의 소리를 비롯해서 영화의 음향이 살아있더군요.. 무조건 극장에서 느껴야 할 음향이.. 레이싱만 너무 강조한게 아니라 두 라이벌에 대한 인간적 모습을 중점적으로 보여준게 더 좋았습니다...
王天君
13/10/12 16:02
수정 아이콘
이거 시사회에서 봤는데,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두 라이벌의 대결도 대결이지만, 죽음에 맞서는 태도와 어떻게 삶을 살아나가는지에 대해 전혀 다른 두 사람의 태도를 대조할 수 있어서 좋았네요. 특히나 실제 인물들에 대한 싱크로율이 엄청 높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배우들도 최적의 연기를 펼친 느낌이었구요.
영화 보면서 왜 이렇게 사운드트랙이 좋지?? 하고 의아해하면서 즐겼는데, 엔딩 크레딧 보니 한스 짐머!!!! 이 영화는 음향이 절반은 먹고 들어갑니다.
Abrasax_ :D
13/10/12 19:14
수정 아이콘
저도 검색해보니 실제 인물들과 놀랍도록 닮은 배우들이더라고요.
지금보다 더 관객들의 호응을 받을 만한 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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