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3/09/23 21:18:22
Name Neandertal
Subject [일반] 아버지가 맹장 수술을 하셨습니다...
어제가 저희 할아버지 제사였는데 제를 지낼 때부터 아버지 컨디션이 안 좋아 보이더군요...
배가 아프시다는데 저는 그냥 단순 복통 정도로 생각했었고 아버지도 활동을 잘 하셨기에 제사 후에 내일 병원에 꼭 가보시라는 말씀만 드리고 별 다른 생각 없이 집으로 왔습니다.

그런데 오늘 다시 어머니께서 전화가 오시더니 아버지 상태가 심상치 않다고 하셔서 종합 병원에 모시고 갔습니다.
혈액검사, 엑스레이, CT를 찍어 보더니 소화기 내과 의사가 맹장염이라고 바로 수술해야 된다고 하더군요...
다시 외과로 가서 담당 의사 만나고 입원하고 저녁 6시에 수술 들어가서 8시 30분 경에 끝나서 나오셨습니다...
다행이 수술도 잘 끝났고 의식도 돌아오셨습니다...요즘 맹장 수술은 개복 수술이 아니라 복강경 수술로 하더군요...

의사 말로는 맹장이 거의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고 했습니다...그 말을 들으니 이만하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제 밤을 어떻게 견디신 건지...어머님 말로는 밤새 주무시지도 못하셨다고 하시더군요...
저 한테라도 연락 하셨으면 바로 응급실에라도 갔을 텐데...어미니 말로는 아버지께서 또 고집을 부리셨다고 하시더군요...

아버지가 검사 받으실 때 링거 꽂고 처량하게 앉아 계시는데 제가 알던 아버지는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왠 나이든 노인 한 분이 힘 없이 처량하게 앉아 계시더군요...
세월이 무게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병원에 있다보니 중환자실의 환자들도 보게되고 교통사고가 나서 응급실로 실려오는 환자들도 보게되고...나이 90이 넘으신 쇠약한 노인 환자분도 보게 되고...내가 죽을 때가 되면 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떠올려 보게도 되고...
아무튼 여러 가지 생각이 든 하루였습니다...

피지알 회원님들도 부모님 건강 챙기세요...본인들 건강은 물론이고요...
노인 분들은 언제 어떻게 될 지 모른다는 말이 정말 실감이 나는 하루였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3/09/23 21:20
수정 아이콘
더 큰일이 되기전에 수술받으셔서 다행이네요. 쾌차하셨으면 좋겠네요.
소녀시대김태연
13/09/23 21:23
수정 아이콘
저희어머니도 가슴에 혹이 생겨서. 조직검사때문에 수술을 한번 한적이있는데. 이번에 또생겼다네요 또 검사해봐야하는데 걱정입니다.

쾌차하셧으면좋겠네요.
데스벨리
13/09/23 21:51
수정 아이콘
맹장수술 경험자 입니다....

당시 대학교 3학년때 혼자 자취를 하던 시기였지요...아침에 일어나보니 그냥 속이 좀 불편한 느낌? 정도의 복통이 있었습니다.전날 먹은 술때문인가 보다 하고 그냥 있었는데 점심이 되도 계속 거슬리고 불편해서 밥이 안넘어 가길래 그냥 소화제 하나 사먹었습니다. 저녁이 되니 아랫배에 가스가 찬 느낌이 너무 너무 불편하고 아파와서 약국에가서 아랫배가 아프다고 하고 장염약을 받아다가 먹고 좀 일찍 잠자리에 누웠습니다.그때부터 지옥이었습니다.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배 전체가 줘여올만큼 고통스럽고 조금 지나니 그냥 있어도 아랫배가 너무너무 심각한 고통이 밀려왔습니다. 이건 아니다란걸 알아차린 시간은 새볔 2시즘이었고 아침이 되면 바로 병원을 가야겠다는 생각에 일단 참고 버틸려고 했는데 식은 땀으로 침대가 온통 젖어버린 새볔 5시즘이 되서야 속으로 멍청했던 나에게 쌍욕을 날리며 119를 불렀습니다......

병원으로 가는동안 영화에서나 볼법한 가는비명을 질러댔고 사실 지금도 병원에가서 검사받으며 링거맞을때 까지 상황이 기억이 안남니다.....몇가지 촬영을 하고 충수염-흔한말로 하는 맹장염이라는 진단을 받고 곧장 수술실로 들어갔고 수술후 가족들에게 연락을 했었지요.....수술후 담당의사가 가족들에게 해준말이 많이 위험했다고 합니다.....맹장의 고름이 조금 삐져나올만큼 터지기 직전이었고 그때문에 자칫 개복 수술을 해야할지도 몰랐는데 정말 간발의 차이였다고.......1시간정도만 늦었으면 뱃가죽 열었어야 했다고 합니다 ㅡ_ㅡ 그리고 나서 한 일주일쯤은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했습니다.....

드라마나 주변말로 듣기로 맹장수술 별거 아니다, 일주일즘 있다가 방구끼고 나오면 그만이라도 들어왔는데.....방구는 고사하고 제몸하나 못가누니 왜이렇게 아픈거냐 의사에게 물어보니 위험한 상태까지 갔다와서 그런거라고 아파도 계속 걷고 움직여서 뱃속에 고름 있는 피들을 빼내야 한다고 하는겁니다.....그때알았지요 내 옆구리에 웬 고무 호스가 꼿혀 있다는 사실을요 ㅡ_ㅡ 한 2주일즘 되서야 절뚝이며 병원 복도를 왔다 갔다 하기 시작했고 수술 경과가 좋아지지 않는걸보고 담당의사가 중간에 무슨 촬영을 해보니 수술 부위에 물이 조금 찬걸 확인하더군요.....그 물빼는 링거 맞느라 또 1주일 지나고 결국 한달정도 입원치료 받고 겨우 퇴원할 수 있었습니다....퇴원하고 병원 왔다갔다하며 체중을 제보니 거진 10kg가까이 빠져있었습니다....하긴 입원해 있는동안 밥 한공기 다 먹어본 적이 단 한끼도 없었으니까요....수술 부위 실밥 풀고 호스 구멍 꼬맨거까지 실밥 풀고 완전히 몸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생각되기까지 거의 석달 걸렸습니다....

흔히 하는 말로 맹장염 별거 아닌 수술이라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조금만 지채하면 정말 큰일날수 있습니다......방구 끼고 나오면 그만인 간단한 수술이 아니니 아랫배에 가스가 찬 불편한 느낌이 반나절 이상 지속되면 무조건 바로 병원 가세요.....제 주변이나 가족들중 이런 맹장염 수술을 하는걸 본적이 없어 제가 느낀 통증이 맹장이랄거란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던게 문제였지요....5년이 지난 일이지만 아직도 제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순간이어서 기억이 생생이 납니다.....여러분 아프면 참지말고 바로 병원가세요
Neandertal
13/09/23 21:54
수정 아이콘
저희 아버지 경험과 비슷하네요...아버지도 오전에 동네 의원 가셔서 장염약 처방 받고 오셨더라구요...
몸 아플 때 버티는 것 만큼 어리석은 일이 없다는 걸 오늘 제대로 실감했습니다...
귤이씁니다
13/09/23 21:55
수정 아이콘
어르신분들은 어제 괜찮다가도 오늘 갑자기 아프시곤 하시죠.

아버님이 얼른 쾌차하시길 기도합니다.
히히멘붕이
13/09/24 00:41
수정 아이콘
이런...그래도 수술이 잘 됐다니 다행이네요. 저도 아버님께서 쾌차하시길 바랄게요!
minimandu
13/09/24 01:32
수정 아이콘
저도 서른 넘어서 맹장 수술 받았습니다.
요즘 세상 맹장수술은 수술도 아니란말.. 안 겪어본 사람이 쉽게 할 얘기는 아니더군요.
수술 후 아무 이유없이 2달 동안 뭄무게가 5키로나 빠졌습니다. 저는 이미 상당히 마른 편이었는데도 말이죠.
얘기 들어보니 저랑 같은 경험을 하신 분들 많더군요.
필요없는 부위라고는 하지만 째고 봉합하고 하는 엄연한 수술인지라 몸에 무리가 가는 것 같습니다.
수술 끝난 후 같이 맛있는거 많이 드시러 다니세요~
런던아스날
13/09/24 03:49
수정 아이콘
맹장수술 복강경으로 하셨으면 1cm 구멍 3개 뿅뿅뿅 뚫어서 간단하게 끝나는 수술입니다
보통 입원하고 3일정도면 퇴원가능하니 너무 걱정하지마세요 힘내세용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46630 [일반] 심슨가족의 한 에피소드. [18] 삭제됨6614 13/09/24 6614 1
46629 [일반] 어제 친가쪽 식구들과의 연이 끊어졌습니다. [102] 쉬군12908 13/09/24 12908 10
46628 [일반] 김치찌개의 오늘의 메이저리그(클레이튼 커쇼 7이닝 10K 무실점) [7] 김치찌개4384 13/09/24 4384 0
46627 [일반] 奇談 - 다섯번째 기이한 이야기 (1) [6] 글곰4613 13/09/24 4613 3
46626 [일반] 굽시니스트가 그린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 [41] 곰주11348 13/09/24 11348 0
46624 [일반] MS, 서피스 2세대 출시(부제: 정말... 왜 내니..) [42] 스타본지7년7303 13/09/24 7303 0
46623 [일반] 아이폰5S/C 출시첫주말 9백만대 판매, 갤4 5천만대 판매돌파 [52] 삭제됨8138 13/09/23 8138 3
46622 [일반] 기초노령연금 공약 축소 논란에 대해서 [63] Alan_Baxter6733 13/09/23 6733 3
46621 [일반] 그녀를 처음 만나다. (1) [6] 삭제됨3509 13/09/23 3509 0
46620 [일반] 아버지가 맹장 수술을 하셨습니다... [8] Neandertal4922 13/09/23 4922 0
46619 [일반] [대학생활] 여러분은 얼마나 돌+I 교수를 만나보셨나요? [102] 대구완소남필립9835 13/09/23 9835 0
46618 [일반] 1918년 1차 대전의 마지막(3) - 붕괴의 이탈리아군 [5] swordfish4859 13/09/23 4859 1
46617 [일반] 이리새끼의 부모가 이리가 아닐리 없지 [39] 절름발이이리9030 13/09/23 9030 1
46616 [일반] 법원이 검찰에게 국정원 전·현직 간부 2명에 대한 공소제기 명령을 했습니다. [9] 젊은아빠5139 13/09/23 5139 0
46615 [일반] 국사편찬위원장으로 유영익이 내정되었습니다. [231] Rommel9896 13/09/23 9896 0
46614 [일반] [이벤트 경과] 과연 피자의 향방은... (야구 계층) [13] 저글링아빠3853 13/09/23 3853 0
46613 [일반] 내가 듣는 팟캐스트 [21] 니누얼6113 13/09/23 6113 0
46612 [일반] [농구합시다!] 농구 모임 일정 확정 공지~ (참가하실분 막차 타세요~) [21] RENTON4044 13/09/23 4044 3
46609 [일반] 아이유의 티저와 트랙리스트가 공개되었습니다. [59] 효연짱팬세우실10684 13/09/23 10684 2
46607 [일반] 캠핑, 좋아하세요? [7] 삭제됨4557 13/09/23 4557 0
46605 [일반] 단순한 아이디어로 IT업계에 빅뱅을 일으킨 소셜커머스의 신비 [20] nameless..8175 13/09/23 8175 1
46604 [일반] 안녕하세요 그냥 새벽에 스포츠를 보고 나서... [15] 버러우없는러4966 13/09/23 4966 0
46603 [일반] 유게의 야 신병 휴일에 기상 몇시냐?? 글 관련 [75] 타츠야8896 13/09/23 8896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