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윈 담배연기를 피워올리던 손가락, 창백함을 하얗게 부숴내던 미소. 나에게 너는 그렇게나 눈이 부셨다.
그때 내가 무슨 말을 했었을까. 분명 너는 나를 보고, 그리고 웃었었는데.
위태롭게 달각대던 설레임, 입가에 굳어버린 웃음을 어찌할 수 없어 아찔했던.
수백, 수천번을 힘차게 되감아지는 기억들.
찬란했다. 사랑에 빠진 순간은.
끝내 가질 수 없어서였을까.
줄 것이 없어서 아팠고, 그래서 납득하는 내가 슬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를 바랬다.
조금만 더 나은 나였다면, 돌려세울 수 있었을까, 너를. 때때로 잡아채고 싶을만큼 나를 흔들었던 너를.
가난한 빈 주먹만 수없이 쥐고 펴던 안타까움을, 얼만큼이나 너에게 들켰던걸까, 나는.
끝내 부끄러운 주정으로 너를 보내던 날, 고이 접어둔 섬약한 희망들을 마침내 구겨 털어내던 날.
내 반푼어치 자존심이 눈물 대신 농담을 흘렸었고, 너는 끝내 나를 보지 않고 웃었더랬다.
그날, 네가 불러준 노래는 참 잔인했는데. 나는 어쩌자고 그것에마저 설레었을까.
또 한 번의 계절이 그 가을 위로 눕는다.
언제쯤이면 웃지도, 울지도 않고서 물을 수 있을까. 나는 무엇이었느냐고.
아직도 두근거리는 이름에게,
그 가을날, 기어코 내게도 왔던 너에게.
내, 첫사랑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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