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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11/13 01:35:40
Name 눈시BBver.2
Subject [일반]  왕자의 난 - (5) 무인정사

이번 시리즈 내내 아이리스 ost 쓰네요. 이제 동났습니다. (...)


"이 나라는 전주 이씨의 나라지 봉화 정씨의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시오"
+) 이에 대한 정도전의 대답 : "아닙니다, 아니예요. 이 나라는 어느 누구의 나라도 아닙니다. 바로 백성의 나라지요"


"봉화백. 그렇게 죽고 싶으시다면 이 손으로 죽여 드리리다."
조금 다른 것 같아도 신경 쓰지 마시길...


"그 자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어. 내가 정몽주를 죽였고 내가 그 자 대신에 명에 볼모로 갔고, 내가 고려왕을 쳐내고 아바마마를 왕위에 올렸어. 그 자들은 정몽주를 죽이고 싶어 해도 명분 따위에 휘둘려 그러지 못 했어. 그 자들은 더러운 물에 손을 담그려 하지 않았어"
"내가 세운 조선이다! 내가 더러운 물에 손을 담그고 세운 나의 조선이야! 내가 온전히 모두 가져야 마땅할 권력이다! 그것이 나의 조선이고, 나 이방원의 대의이다! 나 이방원의 대의가 곧 조선의 대의인 것이다"

1차 왕자의 난. 조선시대에 이 사건은 무인정사로 불리었습니다. 계유정난과 비슷하죠 뭐.

-----------------------------------------------------------------------------

"신은 본래 우매하고 배운 게 부족해 움찍만 하면 비방이 사방에서 일어나 목숨을 보존하기도 어려웠는데, 전하의 보살핌 덕에 목숨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정도전이 동북면에 파견됐던 시절, 태조가 보낸 글에 대한 답변입니다. 그 편지를 보면 둘 사이의 마음이 어땠는지를 알 수 있죠.

강경한 이상주의자였고 그의 말처럼 사람들을 포섭하는 능력은 딸렸던 정도전, 안 그래도 이성계가 전적으로 신임하면서 많은 권력을 쥐게 됐고, 그건 많은 정적을 낳았습니다. 그런 그가 의지할 수 있는 것 역시 이성계 뿐이었죠. 정도전만은 명에 넘기지 않겠다는 태조의 굳은 방침, 하지만 -_-; 그런 상황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좋게 보이지는 않을 겁니다. 조준과의 사이가 벌어지기 시작한 것도 조준이 정도전을 넘기자고 해서 그런 거였거든요 (...)

이방원은 그런 반 정도전 세력의 구심점이 됐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됐을 겁니다. 정도전의 반대파가 늘어날수록 자기의 힘이 커지는 거니까요. 거기다 가장 큰 공을 세운 왕자인데도 대우가 좋지 않다는 동정론도 있었을 거구요. 정도전도 그를 계속 견제한 듯 합니다. 이성계도 이방원에게 "바깥에 이런 저런 말이 도는 게 무시할 게 아니니 행동 조심해라"고 하기도 했죠. 뭐 그렇다고 그를 아예 숙청하겠다는 생각 역시 못 했을 겁니다. 이게 문제였죠. 설마 아버지이자 나라의 왕인 이성계가 있는 상황에서 칼을 빼 들겠느냐... 사실 합리적이긴 했습니다. 그 세조조차도 아버지 세종이나 형 문종이 있을 땐 아무것도 못 했으니까요.

하지만 이방원은 달랐습니다. 충분히 일을 저지를 인간이었죠. 사병을 뺏긴 상황은 오히려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자신에 대한 경계가 줄어들 테니까요. 병력도 준비돼 있었습니다. 안산의 이숙번이 거느린 병력이 정릉, 신덕왕후의 무덤을 이장하는 일로 와 있었거든요.

하륜은 왕자의 난이 있던 8월 초, 충청도 관찰사로 부임됩니다. 사병 혁파 과정에서 이방원의 힘을 빼기 위한 정도전의 작전이라고 평가받습니다만... 이게 맞더라도 이미 너무 늦은 상황이었죠. 송별연 때 그는 실수인 "척" 술상을 엎질러 이방원의 옷을 더럽힙니다. 이방원은 화가 난 "척" 나가 버리고, 하륜도 사과하러 가는 "척" 하며 이방원의 집으로 가죠. 거기서 모든 계획이 짜입니다. 마침 이 때 이성계가 와병이 들어 자리에 눕게 됩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이 때를 골라 노린 것이고 (이성계가 직접 갑옷 입고 나오면 -_-;) 아니라면 조작한 거겠죠. 다만 이성계가 아무것도 못 한 걸 보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방원이 더 기다릴 수도 없었을 겁니다. 세자 이방석의 나이도 어언 열일곱, 아들까지 보았고 대를 이어도 좋을 정도까지 갔으니까요.

1398년, 태조 7년 8월 26일, 마침내 모든 것이 시작됩니다.

1. 약자의 선수(先手)
그 날 밤, 이성계의 병을 핑계로 정도전은 모든 왕자들을 불러 모았다고 합니다. 안에서 그들을 붙잡아서 없애고 자신들은 "바깥에서" 호응하기로 했다는 거죠.

헌데 이 때 전혀 앞이 맞지 않은 글이 살짝 끼워져 있습니다. "민무구가 이방원의 명령으로 이숙번을 불렀다"는 것이죠. 이방원은 정도전의 계획을 이미 알고 있었고, 그 때문에 "부득이하게" 이숙번의 병력을 쓰게 됐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 장면에 바로 흔히 아는 말이 나오죠. 이방원의 부인 원경왕후가 민무질과 함께 있다가 배가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종을 보내 이방원을 불렀고 이 때 조심하라고 했으며, 이방원은 "형들이 모두 안에 있는데 내가 안 가면 안 된다"면서 뿌리치고 나왔다는 식으로요.

이렇게 서로 다른 내용이 섞여 있어서 한 줄기 진실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겠다던 이방원은 다른 형들은 모두 말을 놔두고 가는데 혼자 종에게 말을 맡겼고, 이화 등이 먼저 들어가는데 형들을 붙잡고 궁중에 불이 꺼져 있다면서 위험하니 돌아가자고 설득했습니다. 그는 준비된 말을 타고 급히 집으로 향했고 형 방의, 방간은 뒤따라가다가 넘어지기도 했다고 합니다. -_-; 돌아가는 길에 방번도 불러서 함께 하면 살 수 있을 거라 했는데 방번은 그 말을 듣고도 별 생각 없이 다시 방에 누워 버립니다. 이방원과는 배가 다른 형제요 자기가 세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을 동생에게 뺏겨버렸던 방번, 그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으려나요. 어쨌든 그는 참가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일러바치지도 않고 모른 척 합니다.

집에 가니 이숙번이 기다리고 있었고, 그의 뜻을 따른 형들 역시 나와 있었습니다. 여기에 그가 포섭한 이거이, 조영무 등도 있었죠. 여기에 원경왕후가 '이끄는' 민무구, 민무질 역시 이방원의 손발이 되어 움직이고 있었죠. 이를 보면 장인 민제부터 아내 원경왕후 등 민씨들이 모두 여기에 올인한 것으로 봐야 될 겁니다. 물론 그 뒤는...

이 때 원경왕후가 기지를 발휘해 사병이 몰수된 상황에서 몰래 병장기를 숨겨 두었다가 병력을 무장시켰다고 했는데 그래도 수가 부족해서 창을 둘로 쪼개서 나눠주고 동원된 노비들은 막대기 정도밖에 없었다고 하고 있습니다. 대충 합쳐 봐도 30명에서 조금 넘는 수준으로 보이죠. 이런 모습을 보며 이방원이 두려운 듯 이숙번에게 묻자 이렇게 말 합니다.

"일이 이미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군호(암구어?-_-a)를 내리기를 청합니다"

이 말을 듣고 이방원은 산성이라는 두 글자를 군호로 삼고 삼군부 앞으로 나아가 "천명"을 기다립니다. 자... 이에 대한 반응이 어땠을까요?

세자 이방석은 곧바로 병력을 몰아 나갑니다만, "광화문에서 남산까지 병력이 가득찼다"는 말을 듣고 물러납니다. 이에 대해 실록은 "신의 도움"이라고 적고 있습니다만...

용재총화에는 이렇게 돼 있군요. 우선 이숙번의 말부터 바뀝니다.

"이런 일은 손바닥을 뒤엎는 것보다 쉬운 일인데, 무엇이 어렵겠습니까"

사건 당일날 그는 군기감을 탈취, 갑옷과 병장기를 모두 빼내서 병력을 무장시키고 경.복.궁을 둘러쌉니다. 실록의 기록과는 상이하죠. 실록에서는 어디까지나 남대문 밖에서 천명을 기다리는... 에 뭐 그냥 군사 시위를 했다 정도로 이해합시다. -_-; 이러다가 방석이 알아서 내뺐고 모든 일이 끝날 때까지 이성계고 이방석이고 궁 안에서 숨죽이고 있었다는 건데... 용재총화에는 시작하자마자 경복궁을 아예 포위하고 있었다는 게 되죠. 이성계에게 직접 칼을 들이대진 못 했겠지만 이걸로 궁 안의 저항은 완전히 무력화 됐을 겁니다. 또한 용재총화에는 이방원이 남산에 앉아서 왼쪽 자리를 비워뒀는데 하륜이 나타나 앉았다는 것으로 이 쿠테타의 주모자가 누군지를 확실히 밝힙니다.

이어 이방원은 이숙번과 의논해 정도전과 남은이 있는 곳으로 향합니다. 이 때 그는 명분을 "약자로서 당할 수 없어서 선수를 친 거다"고 했습니다.

지금까지의 일들을 보면 궁 앞에서 집으로 돌아갔다는 것을 사실로 본다면 아마 이방원은 이성계의 몸 상태와 궁 안의 경비를 확인하고 할 수 있겠다 싶어서 간 게 아닐까 싶습니다.

2. 자조
정도전과 남은이 있던 곳은 남은의 첩의 집, 아무리 힘을 쥐고 있다고 해도 왕족들을 몰살시킨다는 무서운 계획을 하고 있던 주모자들은 한가하게 호위병도 없이 술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

묻고 따지고 할 것도 없었습니다. 이방원의 병력은 집을 둘러싼 후 불화살을 퍼부었습니다. 이 때 세자의 장인 심효생, 이근, 장지화 등은 도망쳐 나오다가 죽었고, 정도전은 이웃집 판사 민부의 집으로 도망갔습니다. 남은은 다행히 몸을 빼내 달아났구요. 하지만 민부가 이런 상황에서 목숨 걸고 정도전을 지킬 거라는 기대는... 하기 어렵죠.

"배가 불룩한 사람이 내 집에 들어왔습니다."

이렇게 알아서 고발한 건지, 집을 뒤지다가 알게 된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결국 정도전은 붙잡혀 이방원 앞으로 끌려옵니다. 실록은 그 마지막을 참 비굴하게 적고 있습니다. 작은 칼을 숨기고 기어 나오다가 들키자 이방원 앞에 무릎 끓고 빌었다고 하죠. 이런 말과 함께요.

"예전에 공(公)이 이미 나를 살렸으니 (정몽주 때) 지금도 또한 살려 주소서"
혹은 이렇게 말했다고도 합니다.
"만약 나를 살려 주시면 힘을 다하여 보좌하겠습니다"

하지만 이방원은 이런 꾸짖음과 함께 그를 죽이죠.

"네가 조선의 봉화백이 되었는데도 도리어 부족하게 여기느냐? 어떻게 악한 짓을 한 것이 이 지경에 이를 수 있느냐"
"네가 이미 왕씨를 저버리고 또 이씨를 저버리고자 하느냐"

참 비굴한 죽음... 하지만 실록은 시간차도 주지 않고 전혀 다른 사실을 적습니다.

"내가 이미 고려를 배반했는데 지금 또 이편을 배반하고 저편에 붙는다면, 사람들이 비록 말하지 않더라도 홀로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겠는가"

살려달라고 빌자는 아들 정담에게 한 대답이었죠. 글쎄요... 왜 이런 걸 슬쩍 끼워놨을까요? 삼봉집에는 이 때 그가 썼다는 시, 자조가 있습니다.

조존 성찰 두 가지에 공력을 다 기울여 / 操存省察兩加功
책 속의 성현을 저버리지 않았노라 / 不負聖賢黃卷中
삼십 년 이래에 근고를 다한 업이 / 三十年來勤苦業
송정에 한 번 취해 허사가 되다니 원 / 松亭一醉竟成空

딱 봐도 방심했다가 당했다는 느낌이 들죠. 아 이게 아니라 -_-; 그가 구차하게 목숨을 구걸하지 않았다는 느낌을 확실히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게 후대에 쓰여진 것이니 정말 이걸 읊은 다음 죽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죠. 뭐 세종 때 만들어진 거니 아예 나중에 만들어진 건 아니겠습니다만.

용의 눈물의 정도전은 이런 모습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근데 정도전이 죽었을 때의 모습을 찾을 수 없네요. 아쉽습니다.

이렇게 이방원은 궁을 봉쇄하고 정도전을 죽임으로써 일을 성공시킵니다. (다만 동각잡기에는 이 때 불을 보고 이방석이 급히 군사를 몰고 나갔다고 돼 있습니다) 하지만 이 불길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습니다.

당시 정도전의 집에서 화살을 맞고 나온 사람이 있었으니, 이무였습니다. 사람들이 그를 죽이려 하자 이방원은 말리죠. 왜냐... 스파이였거든요. -_-; 정도전의 신임을 받고 있었지만 이방원과 내통하고 있었던 겁니다. 정도전이 있는 곳도 그가 알려줬겠죠. 그뿐만 아니라 이성계의 이복동생 의안군 이화 역시 그와 내통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엄청나게 작전을 짠 거 같네요.

이어 이방원은 조준과 김사형을 만납니다. 좌우의 정승들을 포섭하려 한 거죠. 정도전과 같은 급으로 이성계의 신임을 받았던 조준, 하지만 지금은 정도전과 틈이 생긴 때였죠. 이 때 조준은 "점을 쳐서" 어찌할까를 결정했다고 합니다. 이방원 측이 이긴다는 결과가 나와서 그대로 따랐다고 하죠. 개국공신이었던 조준, 이방원으로서는 대의를 위해 반드시 포섭해야 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 후 조준은 실권을 완전히 잃은 채 얼마 안 돼서 고향으로 물러나게 됩니다.

이후 이방원은 이숙번과 함께 다시 삼군부로 돌아옵니다. 이 과정에서 역시 공신인 유만수를 만나는데, 역시 죽이죠. 한편 무슨 일인가 싶어 나왔던 박위도 죽습니다.

+) 대마도 정벌했다는 그 박위 맞습니다. 헌데 이 양반, 조선 개국 후에 "왕씨와 이성계 중에 누가 운수가 좋은지 알아보라"는 말로 역심을 드러냈고, 이 때문에 왕씨들이 몰살당하죠. 정작 그는 목숨을 건졌는데 이게 애초에 짜고 친 고스톱인지, 그의 군사력이 여전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군요. 어쨌든 줄타기의 달인이었던 모양입니다.

죽일만큼 죽인 이방원, 그는 곧바로 다음 수순을 밟습니다.

3. 목에 걸려서...
날이 밝아오면서 온갖 왕족과 신하들이 이성계의 명령(일까요?)을 듣고 궁으로 옵니다. 이방원 쪽이었던 노석주는 도승지 이문화에게 급히 교서를 지으라고 협박합니다. 이문화가 "적의 괴수가 누구냐"고 하니 "그건 좀 있다 생각하고 글부터 쓰라"고 하죠. (...) 이렇게 만들어진 초안입니다.

"아무개아무개 등이 몰래 반역을 도모하여 개국 원훈을 해치고자 했는데, 아무아무 등이 그 계획을 누설시켜서 잡히어 모두 죽음을 당했지만, 그 협박에 따라 반역한 무리들은 모두 용서하고 문죄하지 않는다"

이 때 이성계의 곁에는 사위 이제와 이복동생 이화가 있었는데, 이를 보면 이화는 이성계 옆에서 궁 안을 컨트롤 하는 역할을 맡았던 모양입니다. 조금 후 백관들이 이성계에게 말하기를, 정도전 등이 반역을 일으키려 했는데 시간이 급해 말 하지 못 하고 먼저 죽였으니 놀라지 말라고 아뢰고 갑니다.

이성계가 밤 동안 이 일을 몰랐다는 것인데... 글쎄요.

이 때 이제는 분노해서 치고 나가려고 하는데 이성계가 말립니다. 그런데 이 때의 대화가 또 재밌네요.

"여러 왕자들이 남은 등을 죽였으니 화가 제게 미칠 것이니 공격하겠습니다."

자기 몸 하나만 걱정된다는 식의 말이었죠. 이성계는 "어찌 화가 너한테 미치겠느냐"면서 말렸다고 했는데... 과연... 이 때 이화가 "내부에서 일어난 일이니 서로 싸울 필요가 없다"면서 말립니다. 그러자 이제가 이화를 노려봤고, 이화는 무시하고 편안히 있었다고 하죠. 이들의 역할이 어땠는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 때 이성계의 병이 회복되기를 빌기 위해 나가 있던 영안군 방과가 들어옵니다. 소식을 듣고 김인귀의 집에 숨어 있다가 이방원이 찾았다고 하죠. (...) 거기다 이방원은 뜬금 없이 세자가 돼 달라고 합니다. 거부했지만 뭐 그게 되겠어요. 그는 이런 아리송한 말을 남깁니다.

"그렇다면 내가 마땅히 처리함이 있겠다"

이렇게 무인정사, 1차 왕자의 난의 명분이 모두 마련되었습니다. 교서가 나오니 내용은 이랬습니다.

"개국 공신 정도전과 남은 등이 몰래 반역을 도모하여 왕자와 종실들을 해치려고 꾀하다가, 지금 이미 그 계획이 누설되어, 공이 죄를 가리울 수가 없으므로, 이미 모두 살육되었으니, 그 협박에 따라 행동한 당여는 죄를 다스리지 말 것입니다"

정도전과 남은은 서자를 내세워 권력을 쥐었고, 왕자들을 모두 죽이려 했지만 다행히 모두 진압되었다, 그러니 이제 순리에 따라 적장자를 세자로 세우라는 것이었습니다. 첫째 방우가 죽었으니 둘째인 이방과를 세자로 세우라고 한 것이죠.

이성계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아주 잠깐만 나옵니다. 하지만... 그게 참 씁쓸하죠. 싸인을 완료한 후 이성계는 누웠는데, 병이 심해 토하려 했지만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하죠.

"어떤 물건이 목구멍 사이에 있는 듯하면서 내려가지 않는다"

단 하룻밤 사이, 그는 정도전이라는 평생의 동지를 잃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실권을 잃고 궁궐 구석에 갇혀야 했죠. 하지만... 아직 그가 잃을 것은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 상대는 다른 사람도 아닌 바로 자기 아들이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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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눈물에서 살생부로 반대파들을 죽이는 부분이 있는데, 지금 유투브가 안 되네요. 되면 업뎃 하겠습니다. 다만 그 부분은 계유정난 패러디일 뿐 실제 그러진 않았을 겁니다. 조준 등 자기 파로 끌어들일 사람은 직접 찾아갔고, 반대파도 궁궐에서 죽이지 않고 자객을 보내 죽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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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nnenbaum
11/11/13 06:56
수정 아이콘
조선사에서 두번째로 좋아하는 파트입니다. 첫번째는 저번에도 말씀드렸듯, 영,정조~~
우리 유동근씨는 참 입체적인 인물입니다(이방원을 말하는겁니다 ㅡㅡV)
보통사람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지요. 자기 친가들을 도륙했다던가... 처가와 사돈네를 말살했다던가...

타임머신이 있다면 그때로 가서 지켜보고 싶습니다. 드라마보다 실제론 더 재미있지 시포요~~
압구정날라리
11/11/13 08:38
수정 아이콘
친가도륙이라고 해도 이복동생2명, 진짜 자기와 피가 섞인 사람들은 안 죽였죠. 자기권력에 반기든 형도 친형이라고 유배만 보냈고,
처가와 사돈은 자기가 본게 있으니 확실하게 없애 버렸고, 자기 공신들을 잘 처리해서 자기 아들에게 덤빌만한건 원천봉쇄.
조선유일의 과거급제 경력을 가진 왕의 위엄인지 정치력만큼은 진짜 대단하고, 후계자 선정은 더욱 대단.
문제는 자기하고 아들이 만들어 놓은거 2번째 손자가 홀라당 말아먹는다는게......
11/11/13 09:56
수정 아이콘
알면 알수록 태종의 위엄이 대단한 듯 하네요..
미리미리 싹을 밟아버리니.. [m]
11/11/13 11:02
수정 아이콘
저렇게 일을 신속하게 매듭짓는 능력이나 치밀함은 대단하네요.
정도전이나 이성계의 마지막은 안타깝..네요.
왕자의 난 이후에 함흥차사 부분도 써주시겠죠?
11/11/13 12:56
수정 아이콘
음.. 역시 재밌어요
11/11/14 02:19
수정 아이콘
전 아무래도 이방원한테 정이 안갑니다 ㅜ.ㅜ.
이방원의 단속으로 세종시대의 태평성대와 조선의 튼튼한 기초가 있었다고 하지만
세종대왕이나 그의 아들 문종이 워낙 넘사벽 천재라서 이방원이 굳이 처가집을 몰살시키고
세종의 장인집을 몰살시키지 않아도 태평성대와 한글창제는 있지 않았을까 혼자 상상합니다
정도전도 만만치 않는 천재인데 죽이지 않고 수그려들게 단속만 잘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것도 아니면 조선의 운명인지 이방원 다음에 세종이 있고 세조 다음에 성종이 있네요
11/11/14 02:19
수정 아이콘
야구가 끝나니 자게에 글을 자주 쓰시는군요.. 라지에타가 터졌어 아주 그냥.. 흐흐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11/11/14 06:48
수정 아이콘
진짜 추진력이며 치밀함이며..그 포스가.. 조선전기의 주인공이라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닌 거 같네요.
잘 읽었습니다.
Je ne sais quoi
11/11/14 12:41
수정 아이콘
휴가 다녀와서 못 읽은 것 이제 다 읽었네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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