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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10/18 14:43:05
Name 드라고나
Subject [일반] 한국전쟁의 어둠. 거창 양민 학살사건
원래 다른 데 올린 내용입니다만, 생각해 보니 pgr21에서도 이 사건에 대해 아직 모르는 분들이 있을 거 같아 이번에 한번 올려 봅니다. 평어체 양해 바랍니다.





한국전쟁이 벌어지던 1951년. 한국군 11사단은 지리산 일대의 빨치산 토벌에 동원되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11사단장 최덕신이 토벌을 위해 휘하 부대에 보낸 방침은 견벽청야(堅壁淸野). 방어를 굳건히 하고 방어 지역 밖은 먹을 거 입을 거 잠잘 곳 싹 비워서 빨치산들이 머물 지역 자체를 없애버린다는 전략 자체는 대 게릴라전의 정석에 가깝다고 할 수 있으나, 어처구니가 없어도 너무 없게도 이러한 견벽청야 방침에는 빨치산이 출몰하는 지역의 주민은 모조리 적국 국민 취급, 더 나아가 제거 대상으로 본다는 방안이 포함되어 있었다.  

거창군 신원면 일대에 공비 토벌을 명목으로 출동한 한국군 11사단 9연대 3대대는 사단의 이러한 사단의 방침을 그대로 이행, 민간인들을 안전 지역으로 피난시킨다는 명목으로 인근 초등학교 건물로 사람들을 전부 모은 후, 군경 가족 등을 추려내고는 주민들을 전부 인근 박산으로 이끌었다. 국군이 지켜주는 피난길을 간다고 말 그대로 남부여대하고 아이들의 손을 잡고 걸어간 이들에게 쏟아진 건 같은 나라 군대의 총탄. 700명 가까운 사람들을 그 자리에서 죽인 11사단 병력은 시체에 휘발유 뿌려 불을 붙이고 매장하는 등 증거인멸에도 나섰다.

하지만 그런 지옥 속에서도 시체 더미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이 있고 사람들이 박산으로 이끌려 나가기 직전 선별 과정에서 살아남은 사람도 있었다. 억울함을 참지 못한 살아남은 이들이 뜻을 모아 당시 거창 지역 국회의원이던 신중목에게 눈물로 호소를 했고, 사실을 알게된 후 경악한 신중목이 국회에서 이 사건을 공개하면서 거창 양민 학살사건은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긴급히 국회에서 조사단이 꾸려져 거창 지역으로 파견되었으나 당시 지역 계엄사령관인 김종원은 국회 조사단을 빨치산으로 위장한 한국군 병력으로 습격해 조사를 방해하는 짓을 저지르고 한국군에 의해 죽은 자들은 전부 빨갱이라고 주장하는 어이가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는 행위를 계속 했다. 하지만 결국에는 거창 양민 학살사건이 실제 벌어졌다는 게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이윽고 징계와 군사재판이 벌어져 최덕신은 직위 해제, 연대장 오익경은 무기징역, 대대장 한동석은 징역 10년, 조사단을 습격한 김종원은 징역 3년 등의 판결을 받았다. 저지른 죄에 비해 가볍기 그지없는 판결임에도, 판결 얼마 후 관련자들은 전부 특사로 풀려나 현역에 복귀했다.

4.19 이후 이승만 정권이 물러난 2공화국 시기, 양민학살사건의 생존자와 생존자 가족이 당시 학살에 협력했던 면장을 산 채로 불태워 죽이면서 사건은 다시 한번 세상의 이목을 이끌었고, 거창의 생존자들은 명확한 진상 규명과 학살당한 이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5.16 군사정변으로 집권한 박정희는 거창 양민 학살사건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주장하는 이들을 전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잡아넣고 말았다.

거창에서도 신원면만이 아니라 곳곳에서 학살이 벌어졌다. 거창에서의 일이 국회를 통해 세상에 크게 알려지긴 했으나 실상 11사단이 벌인 학살사건은 거창에 국한된 일이 아니라 산청 함양 등 11사단의 작전지역 곳곳에서 거창과 같은 양상의 학살이 벌어졌으며,  거창 산청 함양 일대에서 학살당한 이들은 확인된 사람만 1500여명.

게릴라 토벌 과정에서 같은 나라 국민을 아예 적국 국민으로 취급하는 것도 어처구니없는데, 적국 국민으로 취급한다 쳐도 민간인을 몽땅 살해하려 했고, 그게 우발적인 것도 아니고 사단장의 방침에 의한 조직적인 활동이란 점까지, 여러 모로 당시 11사단이 벌인 학살은 보도연맹 학살사건이나 국민방위군 사건과 더불어 한국전쟁 당시의 추악함 중에서도 추악함이라 할 만 하다.  

1995년에야 특별법이 제정되어 학살당한 이들의 명예가 신원되기는 했으나, 이들에 대한 국가적인 보상은 아직도 보류 상태에 머물러 있다. 그 뿐만 아니라 거창 산청 함양 이외에 여타 11사단 작전구역에서 벌어진 사건들은 카더라 상태에 머문 채 아직도 미궁에 빠져 있다.

한국전쟁 당시 한국군의 악행이라며 없는 일도 만들어내는 북한이 거창사건에 대해서는 조용한 편인데, 이는 11사단이 벌인 양민학살사건의 주동자인 사단장 최덕신이 한국전쟁 이후에도 여러 공직을 맡으며 영화를 누리다가 박정희를 비판하며 미국으로 망명, 그 후 다시 1986년 월북해 김일성 곁으로 갔기 때문. (최덕신의 망명과 월북 이유에 대해선 이런 저런 말이 많다. 최덕신 자신은 유신에 이르는 박정희의 폭주에 공포를 느꼈다고 말을 남겼지만, 최덕신이 천도교 공금 떼먹고 날랐다는 말도 있다. 그런데 한국에 있던 자식들의 고통을 무릅쓰고 망명과 월북을 했다는 점 때문에 거창 양민 학살사건과는 별개로 망명 이후 최덕신의 행적을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 때문에 북에선 거창 양민 학살사건을 최덕신의 젊은 날의 과오 식으로 살짝 넘어가고 있다.

덧붙여, 최덕신은 독립운동가의 아들이며 자신 역시도 황포군관학교를 졸업해 중국 국민당군에 복무하고 광복군으로서 활동한 인물이다. 문제는 막장스러운 중국 국민당군의 전략을 한국에서 써먹었다는 거지만. 이 때문에 만주군이나 일본군 출신 한국군 장교들을 닥치고 무조건 옹호하는 부류의 이들이 '광복군 출신이라고 별 거 있는 줄 아느냐' 란 식으로 최덕신을 예로 드는 일도 있고, 최덕신은 그렇게 한국군과 광복군 관련 인물들에게 두루 두루 똥칠을 두고 두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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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0/18 14:46
수정 아이콘
북한으로 튀었군요. 관련 하위 인간들은 어떻게 되었나요..
11/10/18 14:51
수정 아이콘
마지막 단락이 하이라이트군요. 허..
11/10/18 14:53
수정 아이콘
[전시에 시민이란 없다] 라는 어느 미친놈의 말을 점점 믿게 되는거 같습니다 ㅠㅠ
모챠렐라
11/10/18 14:58
수정 아이콘
제 고향에서 일어난 일인데 그저 '아 그런일이 있었다더라'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자세한 정보 감사드립니다.
드라고나
11/10/18 15:11
수정 아이콘
거창 출신 분들조차 그런 일이 있었다더라 정도로 안다는 게 정말 비극이군요.
코큰아이
11/10/18 15:14
수정 아이콘
최덕신 사단장 이사람
좌익빨갱이인가요? 수구꼴통인가요?
박정희와 마찬가지로 2개 교집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네요!!!!

중국 장개석 국민당 출신의 광복군 독립운동가도 저따위로 민간인 학살을 하는군요!
이런 쳐죽일 놈이 있나요!
그리고 하나 더 말하자면

이승만을 국부로 삼자는 둥 동상을 세우자는 둥 하는 사람들 보고 있나?
저렇게 자기국민을 학살한 사람들의 최종 책임자라는 이승만니 뭐 한반도에 민주주의를 정착시켰다고요?
나 참 어이가 없네요 !!
11/10/18 15:42
수정 아이콘
이 글 보고 충격이어서 이것저것 새삼 찾아보고 있는데요.. 일개 11사단의 몇몇 사이코가 저지른 이례적인 범죄 행각이 아닌 것 같습니다. (잘 아시는 분들, 자료 소개라도 좀 부탁드릴게요.) 여기저기서 국군 또는 미군(북한군도 아마 있었겠죠?)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 많았고, 하나같이 5.16 일어나면서 은폐되었던 분위기네요.. 저 거창 사건도 11사단이 여기저기서 학살 저지르고 내려오다 마지막으로 만행을 자행한 곳이 거창이라고 하는군요. 이 정도라면 왜 당시에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좀더 구조적으로 접근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들구요.
슬러거
11/10/18 15:45
수정 아이콘
어제 읽어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권 거창-합천 편에도 등장하는 이야기인데... 들어본적은 있으나 내용은 소상히 몰랐는데...
참 어처구니 없는 일이 있었더군요...
진리탐구자
11/10/18 17:30
수정 아이콘
임철우 소설 중에 그런 게 있지요.

인민군이 마을에 들어옴.
마을 사람들 모두 자신이 좌익임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함.
근데 알고보니 인민군으로 위장한 한국군.
킬링필드~
눈시BB
11/10/18 17:41
수정 아이콘
어느 쪽도 연구가 덜 되긴 했습니다. 현재 상황에서 둘 중 어느 하나가 더 많이 했다는 심증일 뿐이죠.
11/10/18 18:07
수정 아이콘
이 모든 일의 원인 제공자인 김일성이가 죽일 놈이죠.

먼 훗날 통일한국이 되면 김일성-김정일 부자는 시체를 꺼내 능지처참해야 된다고 봅니다.
11/10/18 18:20
수정 아이콘
태백산맥을 다시 한 번 꺼내 읽어보고 싶네요
11/10/18 19:27
수정 아이콘
한국만의 독특한 성과제일주의가 원인이죠.
그냥 억울한 양민들이 얼마나 죽던말던 빨치산 토벌성과만 올리면 그만이라는.
지금도 이런식의 사고방식은 한국사회에서 유효하고 그런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유능하단 소릴 들으니.
특히 우리군대는 더하죠. 그래서 다시 대규모 전쟁이 터지면 정도는 덜해도 이런식의
억울한 사망자가 좀 생겨도 그저 좀 쉽고 빨리 성과를 낼수있는 방법이 많이 쓰일 겁니다.
우리가 많이 경험한 단체기합과 시범케이스로 조지는 거. 다 똑같은 사고방식의 산물이죠.
떠들지 않은 사람도 많지만 싹다 단체기합. 화장실에서 담배꽁초 발견됐다고 단체기합. 단체몽둥이질.
초반에 눈에 보이는 한명 찝어내서 시범케이스라며 완전히 조져버리는 거.
억울한거 다 알지만 책임자가 쉽고 빠르게 성과를 낼수 있으니 하는 거고.
또 한국사람들이 그런 일처리방식을 인정하니까 계속 사용되는 거죠.
절름발이이리
11/10/18 19:46
수정 아이콘
뭐 제주도 4.3에선 만명을 죽였는데, 북한이 더 학살했네 마네 따져봐야 설사 묻은 개냐 쾌변묻은 개냐의 차이일 뿐이죠.
Kurenai25
11/10/18 22:25
수정 아이콘
이해 안가네요. 남침은 김일성이가 한데 더해 전쟁책임은 전적으로 김일성의 적화야욕에 있지 않나요? 이미 소련시절 문서 다 공개되서 김일성이가 스탈린더러 남침 기회라고 지원해달라고 조르다가 스탈린이 처음엔 거절하다가 중국이 적화통일되는 등 상황이 좋아지자 승인 내린걸로 알고 있습니다...
11/10/18 23:20
수정 아이콘
이승만을 잠깐 변호하자면, 이승만의 그 너무나도 철저한 빨갱이 사냥덕에 한국전쟁때 대한민국이 그나마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이승만이 빨갱이 잡는답시고 무고한 양민을 많이 죽인 건 사실입니다만 그렇게까지 빨갱이 사냥에 열을 올리지 않았으면 한국전쟁 터지자마자 외부의 침략 + 내란으로 대한민국은 훅 갔을 겁니다.

대한민국 건국 당시 빨갱이가 얼마나 많았던지 어딜 가나 남로당원들 발에 치이고 아니 군대에서까지 남로당 빨갱이들이 설치고 다녔으니 말 다한 것이죠. 이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승만이 반공에 열을 올리며 빨갱이 잡아족치는데 모든 전력을 쏟았던 것입니다.

대한민국 건국 2년만에 전쟁이 터졌습니다. 그리고 그 전쟁으로 대한민국은 건국 2년만에 지도에서 사라질 뻔 했습니다. 전쟁에서 무서운 건 앞에서 날아오는 화살보다 뒤에서 찌르는 칼이죠. 이승만이 그 2년동안 뒤에서 찌르지 못하도록 국내에 존재하던 그 수많은 빨갱이들을 다 잡아 족쳐놨기 때문에 그나마 대한민국이 살아남은 겁니다.
마이너리티
11/10/18 23:21
수정 아이콘
일단 남침은 김일성의 잘못이지만
남침이 필연적으로 양민학살을 유발한게 아니라 양민학살은 군부의 무식한? 일처리와 도덕관념 실종이 문제가 아닌가 싶은데..

우리나라 군인이 저지른 양민학살책임까지 김일성에게 떠넘길게 아니라 확실히 조사해서 바로 잡는게 중요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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