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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8/05 02:14:21
Name 김현서
Subject [일반] [잡담] 꽤 많은 남자가 모르는 시선 고정의 효과
다혈질인 친구놈 하나가 입이 댓 발 나와서는 제집에 들어섭니다.
들고 있는 검은 봉지에 카스 페트병이 비죽 나와 있는 거 보니,
오랜만에 하소연을 들어야 하나, 실은 귀찮다는 생각부터 듭니다.
나 졸린대.

“사실 좀 쳐다볼 수도 있지, 안 그냐?”
당신 여친님에게 면박당한 걸 제집에서 씩씩댑니다.
“그래 쳐다볼 수도 있지. 그럼.”
피곤해지기 싫어서 그냥 대충 맞춰줍니다.
“날도 더우니 그렇게들 벗고 다니는데, 어떻게 눈이 안가냐고, 안 그래?”
자기합리화를 할 정도로 약은 친구는 아니고, 그냥 너무 ‘솔직’한 게 탈입니다.
“그래, 그렇지 뭐.”
끄덕끄덕 해주면서, 속으로는 이제 그만 가라 좀, 하는 마음만 듭니다.
“여자들 왜 그리 이해를 못 하는지. 본능인 걸 어떻게 하냐고, 응?”
졸려서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다 하고 어영부영 넘어가려 했는데,
본능 운운하는 타이밍에 이 친구놈의 ‘솔직’함이 너무 안쓰러워 제 무덤을 기어코 팝니다.
그래도 친구니까 일단 기본 개념은 정립시켜줘야 당신 여친님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하지
이대로 두었다간 남자 망신 다 시킬 것 같아 비책도 아닌 비책을 내놓습니다.

“그냥 보지 마.”
“……?”
“그냥 보지 말라고. 간단해.”
“눈이 가잖아.”
“그러니까 보지 말라고! 그냥 고정 시켜놔. 전방주시, 고정 시켜놓으라고, 억지로.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니야. 예를 들어 별다방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다고 쳐.
주위에 어여쁘고 늘씬한 아가씨들 한 아름이겠지, 그래. 그런데 그때,
네 앞에 있는 네 여친님 눈동자, 거기 까만 동공에만 시선 고정시키고 있으라고.
게슴츠레 끈적끈적한 네 썩은 동태 눈깔스러운 거 말고, 그냥 봐, 자연스럽게.
그게 어려우면 부릅뜨고서라도. 네 앞의 그 여친님 눈동자, 거기 까만 동공에 비치는
네 모습에 시선을 고정 시켜놔. 하다 보면 익숙해져. 뚫어져라 봐 차라리, 자연스럽게 못 하겠으면.
물론 온 맘 다해 네 영혼까지 ‘그녀’의 존재 자체를 직시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니?“
이쯤에서 친구놈의 “지랄한다.“, 추임새.
“그런데 그게 안 되니까, 일단 하라고. 아주 작은 호감이라도 있는 사람이 날 계속 보고 있으면 그 감정이 점점 커지는데,
하물며 네 여친님에게는 어떻겠니? 게슴츠레하게만 말고, 그냥 계속 봐, 앞으로는.
그럼 만사가 다 편할 텐데, 왜 이 오밤중에 날 찾아와서 괴롭히니, 응?“



자신과 같이 길을 걷는 남자의 목이 예쁜 여자를 따라 돌아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눈동자 굴러가는 미세한 움직임도 여자는 어지간해서 놓치지 않죠.
‘앗 순간적으로 옆을 스쳐 지나가는 예쁜 여자 가슴팍 언저리에 시선이 꽂혔네.’
하고 머쓱한 생각을 하는 순간, 옆의 여자분은 그 남자에 대한 호감도가 바닥을 칩니다.
절대 알아챘을 리 없을 거라고요? 극한의 짧은 찰나였다고요? 대단히 낙관적이시군요, 후훗.
그 바닥칠 호감도, 회생 불가능은 아니더라도, 갱생하려면 무엇보다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남녀노소 모두 예쁜 사람에게 눈 가는 거야 당연한 일이죠.
하지만, 그 당연한 일을 되레 온 신경을 집중해서 ‘억지로라도’ 하지 말아보세요.
습관처럼 몸에 배기 전까지는, 순간순간 긴장하면서 절대 시선을 돌리지 않으리라 의식해야 합니다.
아무리 예쁘고 늘씬한 여자가 곁을 지나쳐도 꿈쩍하지 않으면서,
마주 앉아 이야기 할 때,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눈요기를 찾는 대신
나만 (때로는 부담스러우리만치) 오롯이 보고 있는 남자를 향한 호감은 비약적으로 상승합니다.
굉장히 쉬우면서도 확실한 플러스죠.

이상 커플랜드에서 거주민 하나 잡담 늘어놓고 갑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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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한당
10/08/05 02:15
수정 아이콘
일단은... 선글라스부터 장만하는게 좋겠군요...
벨로시렙터
10/08/05 02:21
수정 아이콘
일단은... 선글라스부터 장만하는게 좋겠군요... (2)

선글라스는 훌륭한 코디 아이템이자, 뭇 남성들의 시선을 자유롭게 만드는 신의 혜택입니다.
10/08/05 02:29
수정 아이콘
아니 이분들이.. 크크크크
marchrabbit
10/08/05 02:32
수정 아이콘
전해들은 뒷담화이기는 합니다만, 정말 여자분들 남성의 저런 시선 귀신같이 알아채시더군요.
The Drizzle
10/08/05 02:53
수정 아이콘
헉 제여친님도 알고 계시는건가...
10/08/05 02:56
수정 아이콘
초반 전략이 잘 먹혀도 운영이 이렇게 힘들다니 아아~.
ArcanumToss
10/08/05 03:04
수정 아이콘
저는 시선 고정을 했었죠.
그게 잘 통하긴 하더군요.
근데... 거리를 보는 것, 사람들을 보는 것, 풍경을 보는 것도 다른 여자에게 시선을 돌리는 거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오로지 전방, 오로지 그녀만 봤더니... 사는 게 재미가 없더라고요.
그냥 보는 게 낫습니다.
10/08/05 03:21
수정 아이콘
이래서 솔로가 편하고 좋아요
Minkypapa
10/08/05 08:15
수정 아이콘
마누라님은 날 포기한건가...
MaruMaru
10/08/05 08:30
수정 아이콘
남성의 안구가 자신과는 다른 생물체에 대한 호기심중력에 의해 조금 회전했다는 이유로 '진심으로' 안 만난다는 여성분은 그냥 안 만나는게 이득입니다.
대부분의 여성분들은 같은 경우 장난섞인 질투 카드를 발동시켜 남성에게 미안 헤헤 긁적 카드를 내놓게 만드려고 할 뿐이지요.

아 물론 고개가 돌아가면 안됩니다. 안구만 굴리세요.
10/08/05 08:37
수정 아이콘
시선을 고정하는 건 좋은데, (사실 상대방이 좋으면 상대방만 바라보게 되지 않을까요 흐흐-)
이것도 어느 정도 이상의 사이여야 되지 않을까요.
만난지 오래되지 않은 사람인데 뭔가 끌려서 계속 뚫어지게 쳐다보면 상대방이 부담스럽게 느끼는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망가진 인연이 한둘이 아니라..어헝헝 ㅠㅠ)

그런고로, 계속 바라봐도 좋다고 해줄 사람은 과연 어디 있을까요- 라는 결론이.. 으하하;
머릿돌
10/08/05 08:56
수정 아이콘
난 너만 바라봐~
Who am I?
10/08/05 09:10
수정 아이콘
대화할때 상대방에 집중하는 건 '예의'이기도 한거 아닌가요.;;;;

말하는데 이리저리 눈굴리는거 솔직히 지루하다는 표시로밖에 안받아들여집니다. 걸을때 이리저리 눈굴리고 고개돌리느라 맨날 넘어지고 멍들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상대가 이야기 하고 있으면 그 눈을 마주보는 것 정도는 해야지요.;
sangsinyouzi
10/08/05 09:12
수정 아이콘
슬렁슬렁
10/08/05 09:35
수정 아이콘
오래 사귀다 보니 이젠 여친님도 그냥 그려러니 하시더군요.;;;
10/08/05 09:40
수정 아이콘
상대와(이성이든 동성이든) 시선을 마추치는게 부담스러운 분들은 입술과 코 사이 즉 인중에 시선을 고정해보시길 권합니다. 상대방에게 부담도 덜 주면서 본인도 부담없이 상대방 볼 수 있고 게다가 상대의 발언에 집중하고 있다는 기분을 들게 하지요. 예전에 연애할때 이 스킬을 썼는데 자기 이야기에 집중해 준다며 좋아하더군요. 정작 저는 잡생각 한 적이 많았는데;;;;;;
감전주의
10/08/05 11:46
수정 아이콘
후훗.. 여친 몰래 보시면 안되고, 그저 같이 즐기시면 됩니다..
저 사람 너무 짧은 치마 아니냐.. 몸매하고 코디가 안 맞다.. 등등

물론 다른 생각 다른 느낌이지만 남자가 지나가는 여자 쳐다보는 만큼
내 여친도 같이 쳐다보면서 속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노래하면서자
10/08/05 12:03
수정 아이콘
우린 이쁜여자 지나가면 같이 눈 돌아가는 커플..
KillerXOver
10/08/05 13:15
수정 아이콘
같이 보면서, 디스하면 죽이 잘 맞던데..;;
DeadOrUndead
10/08/05 14:04
수정 아이콘
저는 사람들이 제가 보면 기분나빠할까봐 그냥 앞만 보면서 다니는데. 본능 별거 아니에요.
10/08/05 14:25
수정 아이콘
제 여친 같은경우에는,
다른 여자를 보는건 싫어하지 않는데 제가 자신을 쳐다보는걸 몹시 싫어하고 심하게 짜증냅니다.싸우는 주 원인이죠.
여친의 주장을 그대로 옮기면 자신을 다정하고 사랑스럽게(미소를 띄며겠죠) 보면 괜찮은데 힐끔 혹은 째려보는듯이 봐서 몹시 기분나쁘고 그 표정이 짜증나서 제 얼굴만 봐도 너무 싫답니다.
근데 전 그냥 옆사람을 무의식중에 무심결에 볼뿐인데 시비를 거니 제 입장에서는 눈을 아예 감고 다니지 않는한 가끔 안 그럴수도 없고 항상 웃고만 있을수도 없고-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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