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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5/02 09:46:51
Name 캠퍼
Subject [일반] 나는 돈 내고 게임한다.

아직 중고등학생이었던 시절에는 불법 P2P에서 게임 다운 받는게 너무나 손쉬웠다. 딱히 돈이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얼마 되지 않은 용돈
을 가지고 패키지 게임을 사는게 너무 아까웠고 어려운 일이었다. 그 흔하디 흔한 스타조차도 어떻게 설치만 하면 사설 서버에서 하면 그만이었으니까 내 평생 정품을 구매해본 게임은 아마도 디아블로2가 가장 처음이었다. (이건 사설 서버가 있었다는 사실도 별로 몰랐었고 막상 사고 나서도 많이 하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서 불법 P2P로 국내 패키지 시장이 박살나고 해외 패키지 게임조차도 국내 발매하지 않게 되는 시점에서도 내 행동은 변하지 않았다. 그저 잘못된 일인 것은 알지만 뭐하러 돈 주고 사냐는 생각과 돈 없어라는 단순하고 잘못된 생각으로 P2P 사이트에서 신작 게임을 찾아볼 뿐이었다. 국내 발매야 하던 말던, 어쨌거나 하면 그만이니까.

그러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면서 나도 무언가 생각이 바뀌었던 것 같다. 어느 순간, 무심코 이용하던 P2P가 한심스럽게 여겨지고 잔뜩 깔려 있던 게임들도 전부 지워버렸다. 주변에서 왜 게임을 돈 주고 하냐?란 말을 들으면 너무나도 화가 나게 되었다. 그러나 비난의 어조로 말하는 나에게 불법 P2P로 패키지 시장을 말아먹고 있던 내 친구들은 이리 대답한다.

'뭐, 어쩌라고? 게임을 왜 사서 해?"

그럼 나로선 할 말이 없다. 정품 구매자들을 세상 물정 하나 모르는 순진한 놈으로 치부하는데,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당연히 정품 구매가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고, 불법 다운이 부끄러워야 하는 상황인데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은 게임을 돈 주고 사는 사람들을 무시해버린다. 솔직히 내가 생각하기엔 이는 교육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 부모들은 자식이 게임을 하는 것도 싫어하지만, 게임을 사는 것도 싫어한다. 당연히 정품을 구매해야 한다는 말도 해줄리 없다. 나 또한 게임 할 시간에 공부하라는 말은 들어봤어도, 불법으로 다운 받지 말고 꼭 사서 게임하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비단 게임 뿐만 아니다. 부모 입장에선 뭘 사는 것보단 꽁짜로 얻는 것이 기특해보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정말 싫다. 그저 게임을 사서 하라고 말하면 짜증나는 어투로 넌 다운 받아서 안 해봤냐? 란 대답이 들어오고, 게임이야 심심풀이로 하는 어린 아이들 장난이라 여기는 어른들의 태도들도 싫다. 수많은 게임 개발자들의 노력을 그저 헛고생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조차 너무 안타깝다. 최소한 주변 사람들이 불법 다운을 서슴 없이 말하는게 부끄러운 일이 되어야 하지 않은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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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02 09:50
수정 아이콘
맞는 말입니다.
그리고 음악도, 글도, 만화도, 현재 법률상 지정된 모든 컨텐츠들은 그에 합당한 댓가를 제대로 지불하고 즐겨야하지요.

그러한 방향이 옳건 그르건, 그것이 지금 합의된 지켜야 하는 룰이니까요. 그걸 바꾸러 노력하는 사람들은 있겠지만, 그렇다고 현재의 룰을 지키지 않는것도 안되는 일이지요.
회전목마
10/05/02 09:55
수정 아이콘
게임은 잘 안하는쪽이지만 음반도 비슷한것 같아요
음반사면 바보라는 인식은 어떻게 해야할런지
(물론 음악이야 유료MP3다운으로 합법적이긴 하지만요)
The HUSE
10/05/02 09:59
수정 아이콘
그래도 요즘은 분위기가 많이 나아졌죠.
진짜 몇년 전에는 바보 소리 많이 들었지만,
지금은 불법 다운 받아서 하는 사람들이 조심히 말하는 편이긴 하죠.
아무튼 잘하시고 계시는 것 맞습니다.
장군보살
10/05/02 10:20
수정 아이콘
코에이 삼국지 시리즈를 10을 끝으로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한글화를 더이상 해주지 않는 상황을 견딜 수가 없었고, 정품으로 사지도 않으면서 개나소나 해봤다는 코에이 유저들이 짜증났습니다. 까페에만 가도 수십만명의 회원들이 즐기는 게임이 고작 몇천장 팔렸다고 하니..
모든 부문에서 정품을 즐기지 않고 이런 말 할 자격도 없는 사람이지만, 플스2 게임부터 피시게임만큼은 100% 정품유저였습니다. 적어도 묵직한 패키지박스와 매뉴얼을 소장하는 그 기분을 모를겁니다. 가상 시디 이미지 쪼가리로는..
라이시륜
10/05/02 10:37
수정 아이콘
맞는 말씀이지만
불법 유저들에게 어떠한 불이익도 없는 상황에서
불법 유저가 되지 말아달라고 선의(善意)에 호소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죠.

제도적으로, 그리고 시스템적으로(그런 의미에서 개인적으로 이번 배틀넷의 변화를 환영하는 바입니다-)
해결해야 올바른 접근법이 될 것입니다.
zephyrus
10/05/02 10:42
수정 아이콘
전 DVD 수집을 시작하면서 불법 다운로드를 안하기 시작했습니다.
영화를 워낙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레 DVD를 수집하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어떤 경로로든
그 댓가를 지불하지 않고 했던 게임들에 미안해지더군요. (음악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저작권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한참 멀었습니다.
저 또한 제도의 개선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현행법상 순수하게 "다운로드"를 하는 행위는 불법이 아닌 것으로 알고있는데,
다운로드만으로도 불법이 되도록 얼른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엔 어땠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불법 다운로드를 하는 사람 대부분이 "알면서" 하는 것이라 생각되니까요.
저녁달빛
10/05/02 10:51
수정 아이콘
전 영화 OST CD를 사는데요. 요즘 웬만한 영화들은 국내, 해외 모두 OST가 출시되어 참 좋긴 합니다. 문제는 출시수량이 너무 적다는 겁니다. 영화 개봉하고 나서 살려고 검색해보면, 벌써부터 품절인 게 왜 이리도 많은지요...

재고가 있는 것들도 대부분 네덜란드나 일본에서 수입해온 것들이라서 값이 비싸고, 국내에서 제작한 앨범은 금방 품절이니, 정말 미안하지만 이럴땐 어쩔 수 없이 토렌트 사이트로 찾아갈 수 밖에 없더군요;;
10/05/02 13:58
수정 아이콘
psp를 이번에 살려고 알아봤는데
정품의 숫자가 극히 적더군요 재밌다는 게임은 한글화가 안되있는 현실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예전버전을 사서 해킹을 해야 되더군요
1차적인 잘못은 분명 우리나라 유저에게 있지만
인식이 바뀌면서 정품 사용할려는 유저가 점점 늘어날텐데 컨텐츠를 제공안하는 제조사에게도 불만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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