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09/10/05 23:54:34
Name 박카스500
Subject [일반] 그대 그리운 발자국 소리로
저 무거운 어둠 속으로
작별하는 팔들이 쓰러지고
지워진 우리들 약속
다시 살아올라
내 영혼의 현을 울릴 때

살갗을 헐며
전신으로 기어오르는 바람에
외로운 사랑도 펄럭
외로이 절망도 펄럭
유리창마저 그대를 향해
펄럭이고 있다

뼈 속 가득
잊어야지 라고 자꾸 써 보았지만

그대 그리운 발자국 소리로
지금 눈이 내리고 독약 같은 눈송이
내 시린 뼈마디에 와 닿아
그리움의 씨앗만이 눈을 뜨는 것을
나는 막지 못했다
그대 이름
한 송이 눈물꽃으로 피어나면서


------------------------------

요 몇 주간, 질게에 연애 관련 상담글 보면서 생각나서 뻘글을 써 봅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 그 결과의 좋고 나쁨을 떠나 아름다운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질게에서 그런 내용의 질문들을 보면 무조건 대쉬하라고 등떠미는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 6년 간 짝사랑 했었습니다.

그녀의 똑 부러지는 말투와 확고한 지성은
첫 눈에 반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아무것도 모르던 제 가슴 안 쪽에 “사랑”이라는 단단하고도 예리한 감정을 만들어줬습니다.

6년 간 세번의 고백을 하면서 지친 마음에 ‘이젠...’ 하고 한 숨을 깊게 내 쉴 때마다,
미리 기다리고 있었던듯 가슴 안 쪽을 날카롭게 찌르는 것으로 스스로를 알렸던 그 감정은 분명
자신이 아픔이라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위와 피부에 스트레스성 질환들을 달고 살았으니까요.

그 후 1년 간 감정의 분해작업을 모두 끝낸 뒤에야 많은 여성분들을 새로이 만났지만
목적어에 그 사람이 아닌 다른 이의 이름을 넣어 사랑이란 서술어를 붙여 말하는 것은 그 사람을 잊는 것 보다 어렵더군요.
분명 그녀는 제게 꽤 오랜시간 작용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의 일들을 곱씹어보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요, 하지만 후회할일을 하진 않았다고 자신합니다.
적어도 제 짧은 인생의 그 어느 때 보다 뜨거웠기 때문에,
사랑을 했던 슬픔 조차도 아름답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래서 사랑을 앞두고 두려워하는 친구들에게 가끔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때 내게 생긴 여드름 흉터는 얼굴 한 쪽 구석에 작게 남아있지만, 그 사람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나는 이뤄져 있지 않았을거다" 라고

모두들, 사랑하세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더블에이
09/10/06 00:02
수정 아이콘
와.. 직접쓰신 시인가요?GEE...
아름다운글 잘 감상하고 갑니다
BoSs_YiRuMa
09/10/06 00:03
수정 아이콘
PGR퀄리티!라고 말할만한 글입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전 24년간 살면서도 아직도 사랑이 무슨 감정인지 잘 모르겟습니다만, 그 아픔과 그리움은 책을 통하여 간접경험으로 어느정도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해본적이 없으니 전부를 알수는 없겟습니다만..)
모든 사랑이 해피앤딩으로 끝낫으면 좋겟습니다.
박카스500
09/10/06 00:46
수정 아이콘
더블에이님// 네; 직접 쓴 수준이 보이실텐데;; 비루하죠 무척..

BoSs_YiRuMa님// 저도 그 전까진 몰랐습니다^^; 책이나 다른 사람들의 글로는 알 수 없는 감정의 한 쪽이란게 있으니까 꼭 사랑하시길..
이기적인남자
09/10/06 02:32
수정 아이콘
피어라 피어
피는게 네 일인걸..
지는건 걱정일랑 말고
피어라 피어

-꽃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6541 [일반] [음악이야기] 손을 잡고 오른쪽으로.. [9] 대츄붸리핫6041 09/10/08 6041 2
16540 [일반] 문근영글관련 소송에서 진중권씨가 지만원씨에게 이겼네요 [15] Calum4617 09/10/08 4617 0
16538 [일반] ‘천하무적 야구단’ 특집 기사 4편 [36] 친절한 메딕씨5448 09/10/08 5448 0
16536 [일반] 2MB에 대한 제가 읽은 최고의 명문 [55] sungsik5907 09/10/08 5907 4
16533 [일반] 제2롯데월드 또 층수 올리네요. [25] 생떼쥐바기4428 09/10/08 4428 0
16532 [일반] [잡담]공포, 극복할 수 없는 한계에 대해서.. [17] 응큼한늑대3705 09/10/08 3705 0
16530 [일반] R&B의 황태자 휘성, Vocolate로 돌아오다! [16] Genius4225 09/10/08 4225 0
16529 [일반]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사라진 내 어릴적 고향이 나오는군요 [11] 노짱을 돌려됴4155 09/10/08 4155 0
16528 [일반] '강간의 왕국'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61] NvstJM6510 09/10/08 6510 0
16527 [일반] 초기 인천 프로야구 6년사 - 4. 조랑말은 돌고래로 [2] 유니콘스3227 09/10/08 3227 0
16526 [일반] 슬픈 근대로의 초대 [13] happyend4024 09/10/08 4024 1
16525 [일반] [아이돌] 07~09 현재까지 여성 아이돌 그룹 1,2위 횟수 [70] 서재영4619 09/10/08 4619 1
16524 [일반] [앤레발] 10년 이상의 나이차 극복 가능한가? [37] 친절한 메딕씨4504 09/10/08 4504 0
16523 [일반] 아 신이시여 빠른 생일을 어찌하면 좋단 말입니까.. [52] 김군이라네4481 09/10/08 4481 0
16522 [일반] 지금은 고민중입니다 [14] 대한건아곤3486 09/10/08 3486 0
16521 [일반] 동아건설 공금횡령범이 잡혔다는군요. [24] 스타나라5318 09/10/08 5318 0
16518 [일반] [이력으로 보는 레전드] 스티브 잡스(Steve Jobs) [20] 戰國時代4701 09/10/07 4701 0
16517 [일반] 동전한닢(remix) [30] 뜨거운눈물8710 09/10/07 8710 0
16516 [일반] First of may - 김현식 - [3] 늘푸른솔3274 09/10/07 3274 0
16515 [일반] [야구] 플레이오프 SK VS 두산 1차전 진행중입니다. [93] 칼 리히터 폰 3508 09/10/07 3508 0
16514 [일반] 두부랑 달걀 어떤 제품 드시나요? [44] 빵pro점쟁이5294 09/10/07 5294 0
16513 [일반] 펜더 트레노(AE86) 후계기 FT-86 발표 [15] 프렐루드3969 09/10/07 3969 0
16512 [일반] 짧지만 길게 느껴졌던 3개월 [11] 제시카와치토4695 09/10/07 4695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