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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4/09 17:55:22
Name 하나
Subject [일반] (잡담) 자존심 센 첫째 딸 이야기(+후기) (수정됨)
저는 세 아이 아빠고 한국나이로 7살, 5살의 딸과 2살 아들내미를 키우고 있습니다.


오늘 재밌는 일이 있어서 글 써봐요.


저희 첫째는 4살에 기저귀를 뗀 이후로 한번도 밤에 실수를 안한 아이고 둘째는 작년에 기저귀를 뗀 뒤 자다가 이불에 실수를 수십번은 한 아이입니다.

그런데 오늘 새벽에 첫 째가 새벽에 쉬를 했나봐요. 보통 둘째는 쉬를하면 안방으로 엉엉 울며 들어와 '아빠 나 쉬했뜨어' 하면서 우는데 첫 째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뒷처리를 하더군요.

먼저 본인의 옷을 싹다 빨래통에 넣은 뒤에 옷을 갈아입고 저를 깨워서 "아빠 둘째가 쉬했나봐 나도 그래서 묻어서 갈아입었어 이불 젖은거 치워줘"라고 하더군요. 이때 까지만 해도 잠결이기도 하고 둘째고 쉬하는건 정말 흔한일이라 구시렁구시렁 대며 첫째를 따라 아이 방으로 갔습니다. 근데 이상하다고 이불은 젖어있는데 둘째가 깨지도 않고 곤히 자고있더군요.

뭔가 이상하다 생각했습니다. 둘째는 항상 쉬를 하면 곧 깨서 울며 방으로 달려왔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둘째 바지를 만져보니 뽀송했고, 그제서야 첫째가 둘째에게 뒤집어 씌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짓말을 하면 안된다고 숨쉬듯이 가르친지라 바로 그 자리에서도 거짓말 한 것을 혼낼까 잠깐 고민했으나 새벽 밤중이기도 하고 얼마나 자존심 상하면 저랬을까 싶어 "일단 이불 치웠으니 그냥 자"라고 하고 재우고 나왔습니다.



근데 첫째 딸이 제가 둘째 바지를 만지면서 "이상하다 안젖었는데"라고 혼잣말하는걸 들었나봐요. 제가 다시 자러간 사이 첫째가 일을 더 벌려놨더군요. 아이 수건에 물을 흠뻑 묻혀서 둘째 바지에 묻혀놓고 둘째를 깨워서 너 쉬했다고 옷을 갈아입힌 것이었습니다.(이 사실을 아침에  이불빨래하러 빨래통을 정리하다가 세시엔 없던 젖은 수건과 둘째 바지를 보고 알게되며 웃음이 터졌습니다)

오늘 일을 겪으며 무엇보다 첫째랑 둘째가 어떻게 이렇게 다를까 싶어 웃음이 나왔습니다. 둘째는 자존심이라고는 없는 애교쟁이 울보인데 첫째라 이렇게 자존심이 강한가 생각했네요.


첫째에게 물었습니다. "첫째야 이 젖은 수건은 뭐야?"
당황해하며 눈을 굴리다가 "자다 깼는데 심심해서 가지고 놀았어"라는 어설픈 답변을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
아 그리고 본인이 또 이불에 쉬를 한줄 알고 있는 둘째딸 소식도요. 흐흐 모두 즐거운 저녁 되세요.






+후기

둘째를 먼저 눕히고 첫째만 조용히 혼자 불러 물었답니다

"딸, 아빠한테 하고싶은 말 없어?"
"뭐? 없는데?"
"으이잉? 저엉말?"
"음? 뭐? 아아아~~ 쉬한거?"(별거 아니라는듯 말했지만 아이 참 걸렸네 라는 심정이 묻어나오는 살짝 떨리는 목소리)

그 이후에는 많은분들 댓글 달아주신대로 좋게 이야기했습니다. 너의 당황스러운 마음 이해한다, 아빠도 7살이었으면 그랬을 것 같다, 그러나 7살이 자다 쉬하는건 아주 흔한일이고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다, 아빠도 사실 9살에도 쉬한적이 있다, 그러니 다음엔 아빠만 조용히 깨워서 사실대로 말하면 절대 화내지 않고 동생 몰래 조용히 치워줄게, 아빠가 하고싶은 말은 이거야. 네가 당황해서 시작한 거짓말 때문에 둘째가 꾸지람을 들었으면 둘째는 얼마나 억울했겠니, 네 마음이 얼마나 불편했겠니, 아빠 말 이해하지? 약속, 우리 서로  한번 꼭 안자. 따위 말을 했습니다.

혹여나 다시 거짓말을 낳으면 이야기가 길어질까 걱정했는데 아빠의 9살 쉬밍아웃이 웃겼는지 밝은 분위기로 이야기 마쳤네요. 댓글 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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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참귀찮네
25/04/09 18:02
수정 아이콘
이 감정이 사랑이구나 싶습니다^^
25/04/09 18:11
수정 아이콘
7: 잘 들어. 너 쉬 싼 거야.
5: 아니야~ 나 안 땃어~
7: 언니 말 안 들을 꺼야? 너 쉬 쌌어.
5: (...그런가???? 눈동자를 치켜뜨고 천장을 본 뒤, 다시 언니를 본다. 1초 후 고개를 끄덕임)
7: 자, 언니가 옷 갈아입혀 줄께.
5: 고마어, 엉니.

아들 둘 아버지는 부럽네요. 효도는 딸들이 하는데 ㅠㅠ
에이치블루
25/04/09 18:23
수정 아이콘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입니다. 그런 마음들의 정체를 알려주시면 좋습니다.
그리고 그걸 알건 모르건, 아이는 부모의 바람과는 완전히 다르게...
사람으로서 가지고 있는 희노애락 선악 모든 감정들을 다 가지고 크게 되더라고요.

아이 훈육은 어려운 일이지만 같이 한 모든 순간은 참 소중했던 것 같습니다.
아버님의 건투를 빕니다. 흐흐.
아싸라비아똥구멍
25/04/09 18:41
수정 아이콘
와.. 정말 어렵네요.

모른 척 해야 할지, 아니면 따로 말을 해야 할지..
25/04/09 18:48
수정 아이콘
딸은 저런게 가능하군요...
우리첫째는 둘째 옷 갈아입힌다느니 이런일 자체를 못하는데요.
아니 자기옷도 제대로 못... 크흑
nn년차학생
25/04/09 18:50
수정 아이콘
크크
25/04/09 18:52
수정 아이콘
대단한 인품을 가지셨다는게 절로 느껴집니다. 저는 바로 그 자리에서 뒤집어버렸을텐데.. 
방구차야
25/04/09 19:22
수정 아이콘
첫째가 온전히 맞이로서 자부심?이 있던와중에 동생들이나 하는 쉬야를 내가!하는 충격이 있었을듯합니다. 아버지로서 모른척해주고 자부심을 지켜주는편이 좋지않을까 싶긴한데.. 다만 간접적으로 실수는 누구나 할수있다. 실수를 한후에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식으로 얘기하면 아마도 알아서 새겨듣지않을까 싶네요(허억...아빠는 다 알고있었나...)
완전연소
25/04/09 19:49
수정 아이콘
바보 아들만 키우는 입장에서는 따님의 영악함이 놀랍기만 합니다. 흐흐흐
너무 다그치기 보다는 넌지시 아빠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또 거짓말을 하면 신뢰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
25/04/09 19:49
수정 아이콘
귀엽네요 크크 저라면 나중에 동생들 몰래 이야기를 할거같긴합니다
다음부터는 거짓말안하기로 이번일은 아빠와 비밀이라고 하면서요 크크
하아아아암
25/04/09 19:59
수정 아이콘
어떻게 해야할지 어렵네요
25/04/09 20:24
수정 아이콘
자존심이 책임감이나 향상심으로 이어질수도 있으니
참 어려운 문제네요. 우리 딸은 어떨라나..
아이폰15pro
25/04/09 21:30
수정 아이콘
정말 귀엽네요 크크 
에이치블루
25/04/09 21:41
수정 아이콘
후기까지 완벽하네요 행복한 하루 되셨길 기원합니다!!!
25/04/09 21:47
수정 아이콘
저희 첫째 아들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요. 그래서 귀여울 때도 있지만 걱정도 좀 됩니다. 
다들 예쁘게 자라면 좋겠네욬
팬케익
25/04/10 06:07
수정 아이콘
저였으면 경솔하게 거짓말치고 영악하다고 꾸짖었을거 같아요. 정말 현명한 대처에 같은 부모로서 존경을 표합니다.
Pelicans
25/04/10 11:33
수정 아이콘
결말이 훈훈하면 다 된거죠 크크크 아이들을 가르치는건 참 어렵습니다.
input과 ouput 간의 관계를 전혀 모르겠다보니까 필요한 말을 알아듣게 하기가 참 어려워요

아이를 위해서 훈육은 해야겠는데 감정을 건드리면 아예 전달이 안되는 눈치고 그렇다고 감정을 보듬어 주자니 훈육이 안되고
참 어려워요
외데고르
25/04/10 14:01
수정 아이콘
멋진 부모님이네요.
일단 둘째에게 뒤집어 씌웠다는 사실에 저도 웃음은 안나오고 다그칠 것 같아요.
좋게 잘 마무리하셨다니 다행입니다.
25/04/10 14:29
수정 아이콘
저도 순간 욱 하긴 했는데 부모 입장에서 얘가 왜그랬는지 잘 알 수밖에 없다보니 곧 피식 웃음이 나더군요 흐흐
주먹왕동석이
25/04/13 19:26
수정 아이콘
훈훈한 글 잘 보고 갑니다~
하나님은 정말 좋은 아버지신 것 같아요.
글을 읽으면서 감동과 영감을 받습니다
카마인
25/04/14 11:04
수정 아이콘
쉬즈 곤 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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