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딴 데서 오고

구원은 예기치 않는 순간에 오고

절망은 끝까지 그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다.


-김수영, '절망' 중에서



사람은 고등학교때 책을 제일 많이 읽는 것 같아요.

쓸데없이 의식있는 척 하느라고 ^^;

없는 돈 쪼개서 산 김수영 전집에서 건진 저 한 구절은

지금도 가끔, 저절로 고개를 끄덕여지게 합니다.

특히 저 구원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온다 는 구절이요.



한 달쯤 전에 회사에서 다른 자리 알아보라는 말을 들었답니다.

회사가 많이 어려워져서 저 있는 부서가 정리되게 됐다고...

집에서 회사 다니는 것도 아니고 객지 나와 사는 몸이라 더욱 막막했죠.

이 어려운 때에, 어딜 가서 무슨 자리를 알아보란 말인지...

생전 처음 실업급여 라는 키워드로 검색엔진을 뒤지며

착잡한 마음에 저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도

이 곳, 그리고 정민님 동에 가서 글쓰고 웃던 시간들은

밝은 구석이라곤 조금도 없는 그 짧은 시간 중에

그나마 한 줌 정도의 햇빛이 닿는 곳이었답니다.



이 곳에서 인연이 닿아 알게 된 게임벅스...

저요, 월요일부터 그리로 출근합니다. ^^

게임에 대해서 워낙에 지식이 일천해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으로서는

돈 걱정 하지 않고 금요일에 온게임넷에 갈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차고 넘칠만큼 기쁘네요.



길가에 버려진 풀 한포기 돌멩이 하나에도

다 신이 마련하신 뜻이 있다고 하죠.

인연이란 건... 아마도 이런 식으로

뜻하지 않은 곳에서 시작되어 점점 더 크게 자라나나 봅니다.



운영자 어르신, 정말 감사드립니다.


-Apatheia, the Stable Spir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