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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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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부 : 이 글입니다.
쓰고나서 탈고를 거치다보니 문득 기억나는 부분이 있어 네시가 조금 넘은 시각 #33, #34 수정했습니다.
마땅히 매듭지을 말을 찾지 못하고 나는 싱긋 웃었다. 그 아이는 한참을 핫초코잔을 만지작댔다. 이제는 내가 창밖을 쳐다볼 차례였다.
#28
그 아이는 언젠가 고맙다고 말했었다. 그건 너무나 오래되어 사람들이 손끝과 입술에 잔 생채기를 입어가며 사용법을 배워야 하는 그런 말이었고, 그 아이가 네모난 액정화면 너머에서 몹시 울며 고맙다는 말을 한 글자씩 꾹꾹 새겨넣었음을 나는 안다. 그 아이의 가장 단단한 엄지손가락으로 흔들리는 빛과 소리와 화면을 붙들어 커서처럼 깜박이는 새벽에 쫓기듯 고맙다는 말을 보내려 애썼다는 것을, 내게.*
#29
한참을 앉아있던 그 아이는, 더이상의 너스레도 없이, 아무렇지도 않은 체를 하지 않는 나를 보며 왠지 모르게 웃었다. 그리고 입을 뗐다.
영혼아. 나 사실.. 음. 글쎄, 내가 뭐라고 말을 해야하는지 잘 모르겠다.
응. 차근차근 말해.
근데 음. 나 사실, 너한테 친구 이상의 감정을... 응. 그런 감정.
...
그 이상의 감정을 느꼈어. 너를 보면서 설렜고, 정말 고마웠고, 응. 그 행복. 영혼 너 때문에 정말 행복..했던 것 같아.
어, 응.
어.. 그래.
...그래.
나두 너 좋아해. 어... 음..
...
뭐라구 말해야 될지를 모르겠네 크크크
그 아이도 마땅히 매듭지을 말을 찾지 못하고 싱긋 웃었다.
겨우 용기를 내어 그 아이와 눈을 마주쳤는데 그 아이의 볼이 바알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나 또한 그러했을 것이다.
웃음이 났다. 행복이라는 감정을 손에 그러모을 수 있을 수 있을듯한 기분이였다.
인마 크크크 이럴땐 그냥 눈치껏 아 넵 저 좋아한다구요? 넵 감사합니다 나도 좋음요 하면 되는거야 크크크
무슨 말을 어렵게 하려구 그래. 나 너 좋다. 나도 너 좋다. 이거잖아 인마
그래 크크 지는 크크 니 말 진짜 어려웠거든?
야 난 또 아 크크크 진짜 야 심장 덜컹했네. 너 아까 친구 이상의 감정 다음에 왜 뜸들였어. 일부러 그랬지 너 아 진짜 크크크크
응? 크크 아닌데. 아니거든?
야...암튼. 우리, 있잖아. 우리 진짜 서로 좋은 감정으로, 잘, 진짜 잘 만나자.
정말로 서로 배려하고, 서로 존중하고..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유의미한 사람이 될 수 있었으면 해.
응. 그래.
#30
잠시동안 우리는 커피집에서 여운을 나눴던 것 같다. 그간 우리 사이에 있었던 일이라던가, 서로가 궁금했던 부분과 오해와 진실에 대해.
행복했다.
누군가와 나눴던 섹스라던가, 노력으로 얻어낸 성과라던가, 처음으로 받았던 월급이라던가, 그런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집으로 데려다 주는 길에 나는 손을 한번 잡아보자꾸나! 하며 그 아이의 손을 덥썩 잡았다. 작디작은 그 아이의 손은 생각보다 차가웠다.
그 아이는 한참을 어쩔줄 몰라했다. 야, 내가 이거 놓으면 너 상처받을거야? 상처 받겠지? 라며 나를 쳐다봤다.
나는 그런 일이 일어날거라고 생각을 안해봐서 잘 모르겠네. 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아 정은선.. 진짜 어쩌려구 이러냐. 하며 그 아이는 혼잣말을 했다. 그렇게 그 아이의 손을 잡고 집엘 데려다주었다.
우리는 별다른 말없이 베시시 웃으며 서로를 바라봤고, 서로에게 잊을 수 없는 하루씩을 선물했다.
나는 초콜렛 이거 안먹을꺼야! 평생 가보로 간직해야지 크크 하며 웃었고 그 아이는 야 또 사줄게 빨리 먹어 하며 나를 나무랐다.
그 때는 그 아이의 혼잣말을 그 때는 별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나는 너무나도 멍청했다.
#31
난 멍청하다고, 나는 병신이라고 생각하게 된 날이 언제였던가.
그 주 주말 토요일이였으니까, 그게 2월 18일이였다. 예전과 같이 별수롭지 않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나는 시내로 향하는 길이였다.
병원일을 쉬게 됐는데 함께 일을 하던 약사선생님이 내게 술 한잔 하지 않겠느냐며 연락을 해왔고, 나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오후 세시하고도 삼십이분쯤이였을까, 그 아이는 방청소를 하고 있다며 내게 뿌듯한 듯 자랑을 했고, 나는 구석구석 꼼꼼히 해 크크 하며
휴대폰을 잠시 쉬게 두려고 했다. 그러자 그 아이에게 바로 연락이 와 잠깐 할 얘기가 있다는 말을 들었고,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지 않았다.
시내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그 아이의 카톡을 기다렸다. 그 아이는 예전의 일을 이야기했다. 에전에 만났던 남자친구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
작년 이맘때쯤 했던 소개팅에 대해서도. 나는 얘가 무슨 말을 하려고 이런 소릴 하나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그 아이는 소개팅을 했던
그 때의 그 남자에게 연락이 왔다고, 당초 좋은 감정으로 만나려다 그 남자가 영국에 가게 되어 흐지부지했는데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고 했다.
나는 아 뭐 보고하는거야? 크크크 꼬꼬마네 꼬꼬마 라고 핀잔을 주려다가, 사뭇 진지한 그 아이의 태도에 왠지 모르게 불안했다.
한참을 기다렸을까, 망설임 끝에 그 아이는 그 남자를, 한번 만나보려고 해. 라는 짧은 카톡을 보냈다.
나는 바로 버스벨을 눌러 어딘지 모를 곳에서 내려 담배를 꺼내 물었다.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여보 아니야 나야 인마."
"아... 응. 그래."
"그래. 뭐하냐, 청소 다 했어?"
"응 넌?"
"아직 가는 중이야~ 근데, 만나본다는게 무슨 말이야. 한번 만나보겠다구?"
"..."
"아 한번쯤 만나보는 것도 좋지. 영국도 다녀올 정도면 돈도 많겠다, 나이도 많겠다. 오빠오빠 하면서 그 사람 홀려가지구 맛있는거 얻어먹어"
"...음.."
"...야."
"..."
"...야. 여기서 니가 뜸을 들이면 안되지 인마."
"있지 나. 한번, 사귀어볼까 싶어."
"..그 사람이랑?"
"응.. 워낙 좋은 감정으로 남았던 사람이라, 한번 만나보는게 나쁘진 않겠다 싶어서.. 근데 너한테는 이야기 해야할 것 같아서"
".....야. 내가 있다가 전화할께."
나는 서너대의 담배를 줄줄이 피웠다. 너무나도 화가 났지만, 나는 그 때, 멍청하게 화를 내선 안된다고 생각을 했다. 너무 어이가 없었다.
한참을 생각을 정리하고 다시 전화를 걸어, 내가 만나지 말란다고 니가 안만날 것도 아니고,
그 사람 만나면서 좋은 곳도 많이 가고, 좋은 것도 많이 먹고. 그러는게 나쁘진 않을 것 같다며 이야길 했다.
내가 너한테 했던 말은, 너가 나한테 했던 말은, 며칠전의 우리는, 우리가 잡았던 손은 무어냐고,
이게 지금 하 진짜 이해가 안되네. 너 지금 무슨 헛소릴 하는거야.라는 끝까지 차오른 말을 씹어삼켰다.
도무지 지금의 상황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나도 너 좋고, 너도 나 좋은데, 너 다른 남자 만나겠다고?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였다.
나 술 마시기 싫었는데, 너가 나 술 마실 이유를 만들어주는구나. 사는 거 참.. 끊을께. 하며 평소답지 않게 거칠게 전화를 끊고 휴대폰을 꺼버렸다.
약사선생님과 간단히 술을 한잔하고 헤어져 나 혼자 아무 술집에 들어가 미친듯이 술을 마셨다.
야
[--]. 니가 나한테
[--]. 이럴순 없는거야. 하며, 세 갑 정도의 담배를 피운 것 같다.
그 날은 반쯤 넋이 나가 술을 들이켰고, 집에 들어오는 길에 그 아이에게 연락을 해보았다. 받지 않았다.
#32
정은선. 짜샤. 전화 안받는구나. 내가 전화 안받는거 그렇게 싫어하는거 알면서.
그래. 그 사람 좋게 만나. 너가 만나겠다는데 어쩌겠어. 근데, 그래도 음. 할말은 해야겠다.
내가 너한테 사귀잔 말 안했던 거? 좋은 감정을 만나자고 흐지부지하게 했던거?
그게 왜 그랬는지 혹시 생각해본 적 있니? 내가 왜 그렇게 말했어야 했는지?
나는, 너가 우리의 교제에 대해 부담스러워 하는 거 알고 있었어. 니가 해야할 일도, 니가 처한 환경도.
너가 나와의 교제를 결심할 수 있을만큼 호의적이진 않다는 거. 충분히 이해했단 말이야.
그래서 나는 니가 우리 사이에서 조금 더 비겁할 수 있는 명분을 주고 싶었던 것 뿐이야.
우리가 좋은 사람으로 서로에게 남아서, 서로의 행복의 이유가 될 수 있었으면, 했을 뿐이야.
그 어떤 명분이나 목적으로 우리의 관계를 얽메고 우리를 얽메고, 그러고 싶지 않았을 뿐이야.
근데, 그게, 하. 진짜 이건 아니지. 전화받아.
내가 보낸 메시지 옆의 자그마한 숫자 1은 좀처럼 사라질줄을 몰랐다. 나는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33
그 날 이후로, 대략 일주일간을 죽어 지냈다.
휴대폰은 꺼버려 어디에 뒀는지조차 기억이 나질 않았고, 밥도 먹지 않고 하루에 두어시간을 빼고는 잠을 잤다.
담배를 피고 싶단 생각도 들지 않았고, 어떤 욕구나 필요에 관련된 기능같은게 잠시동안 장애가 생긴듯한 느낌이였다.
사람이 어떻게 폐인이 되는지, 못쓸 사람이 되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다음달에 병원에서 일을 해야하기로 했던 것을 생각해낼 수 있었고, 오랜만에 휴대폰을 켜니 온갖 연락이 와있었다.
사소한 친구들의 카톡에 답장을 해주고보니 그 아이의 카톡창에도 두어개의 새 메시지가 있었는데, 영혼아. 얘기좀 해, 따위의 이야기였다.
개풀 뜯어먹는 소리 하고 있네
[---].하며 휴대폰을 대충 쑤셔놓고 담배를 사러 나갔다. 편의점에 들렀다가 옥상에 왔을 때쯤이였나
그 아이에게 전화가 왔다. 그 아이도 나처럼 자신이 보낸 메시지 옆의 자그마한 숫자 1들을 바라보는 날들을 지냈던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34
그리고서 병원일을 시작했다. 몸도, 마음도 모든게 엉망이였다. 곰곰히 생각을 해봤다. 이대로가 옳은건지, 괜찮은건지.
괜찮냐고 물어보고 걱정하지 않아도, 모든걸 모른체 해도 정말로 괜찮은건지.
3월 5일이였다. 출근을 하고 열시가 조금 되기 전이였을까, 약사에게 양해를 구하고 잠깐 밖에 나와 그 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그래."
"......영혼아."
그 아이의 목소리를 들으니 도무지 주체할 수 없는 감정 같은게 가슴 속에서부터 올라오는게 느껴졌는데,
나는 올해가 되어서야 그게 애증이였다는 걸, 그런 감정을 나도 느낄 수 있다는걸 어렴풋이라도 이해하게 되었다
"...얘기좀 하자"
"야.."
"뭐"
"나 진짜..정말 미안해."
"미안한거 말 안해도 알어."
"야.."
"할 말이 있어."
"그래 얘기 좀 해 우리. 지금 어디야"
"전화로 하자."
"야.. 우리 진짜 좋은 친구였잖아."
"...그래. 그랬지. 무슨 이야길 할까. 니가 만난다는 그 남자 이야기? 아니면 나 일주일동안 폐인처럼 지낸 이야기?"
"..."
"뭐 니가 하는 스터디그룹 이야기? 나 병원일 한다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 시덥잖은 이야기? 뭐 그런거?"
"..."
"...넌 나한테 그러면 안됐어."
"야 난. 난 니 감정이 그렇게, 니가 그렇게 날 생각하는 마음이 큰줄 몰랐었어. 난 그냥, 니가 말했던것처럼 그냥,
그냥 우리 서로 좋은 감정 가지고 있는거구, 그렇게 좋은 친구로.."
"...넌 나한테 그러면 안됐던거야 은선아. 넌 나한테 그러면 안됐어"
"야..........우리... 우리 다시 좋은 친구로 지내자. 좋은 사이로 지내자 영혼아 응? 난 너를 이렇게 잃고싶지가 않아. 진짜루."
"됐고, 연락을, 그, 우리가, 이제 더, 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나? 그래 나도 너랑 좋은 친구로 지내고 싶어. 나도 너 잃기 싫어.
나 정말 너 좋은 사람이란 거 알고 있고 널 정말로 좋아해. 진심으로. 앞으로 평생 살아도 너처럼 좋은 사람 만나기 힘들겠지.
있지, 나 사실 배신감 같은거 느껴서 너가 질리고 그런게 아니야. 너가 그 남자 만난다고 해서 화가 나고 그런 것도 아니야.
근데, 우리가 예전처럼 다시 웃을 수 있을까? 시덥잖은 농담에? 서로를 위한 친절에? 지금 우리가 서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밑천까지
다 드러난 이 마당에? 웃으면서 좋게 지내자고? 너 정말 그게 될거라고 생각해?"
"...야.."
"우리 그만하자. 이 모든거. 가만 생각해보니 너도 나도 날 위한 예의는 눈꼽만큼도 없었어. 나 스스로한테 너무 미안해."
"...그래. 그래 그게 니 선택이라면, 존중할게."
"하.."
"그치만, 우리가 연락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서로를 생각했던 마음과 신의가 사라지는건 아닌거야 영혼아"
"우리, 한 몇달쯤동안 잘 지냈잖아 그치"
"응"
"그동안, 나는 무엇이였고 너는 무엇이였는지, 우리가 도대체 뭐였는지 이젠 도통 하나도 모르겠어."
"..."
"..진짜 모르겠어 이젠."
"너는, 내가 세상 끝에서 울고있을 때라도 달려와줄 것만 같은, 따뜻한 사람이야. 정말 좋은 사람이야"
"..정은선, 돌이킬 수 없는 것도 있는거야"
"..."
"잘 지내라."
전화를 끊고 휴대폰을 껐다. 내가 살아오며 알게 된 모든 욕을 씹어뱉었다. 하릴없이 담배를 태웠다.
그 날 이후로, 술과 담배에 찌들어 살게 되었다. 목적의식이나 방향성 같은 것을 찾아야 할 이유를 생각조차 하기 싫었다.
계속 병원에 출근을 하고 있는데다가, 다른 일도 아닌 사람의 목숨에 걸린 일에는 소홀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출근만큼은 멀쩡한 정신으로 할 수 있을만큼만 술을 마셔댔다. 최소한의 마지노선이였다.
날이 지나면 지날수록 친분이 없는 약사나 간호사들도 나의 몰골을 걱정하곤 했다.
수근대는 목소리에 지들이 뭘 안다고 함부러 짓걸이는거냐는 반사회적인 생각이 들기도 했다. 생활에 근본이 사라진 기분이였다.
그리고서 며칠이 지난 3월 중순쯤이였을까, 꾹꾹 한글자씩 눌러쓴 문자 한 통을 받았다.
* 판 - 『kiss away』
다음 편 완결입니다. 써도 써도(라고 쓰고 쳐내도 쳐내도 라고 읽습니다) 끝이 없네요.
* 信主님에 의해서 자유게시판으로 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3-02-15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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