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22/07/06 09:31:07
Name Fig.1
Link #1 https://www.fig1.kr/history
Subject 관심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 - 구글 시트 공유합니다
올해 초에 구글 시트 파일을 피지알에 공유한 적이 있었습니다.
세계사, 한국사, 과학사, 철학사, 음악사, 건축사, 미술사 등등을 정리한 문화사에 관한 연표였는데
문제는 공유할 때 링크있는 사람은 모두 편집 가능으로 해두었다는 점입니다.

역시나 몇달 후에 다시 들어갔을 때는 이미 파일이 다 망가져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습니다.
네 뭐.. 바보같은 저를 탓하며 다시 천천히 복구작업을 했고, 이번엔 디자인에도 신경을 써봤습니다.
그리고 나는 이 작업을 대체 왜 하는걸까 생각했죠.

그래서 그 생각을 글로 적어보았는데, 연표를 다시 공유하면서 아래 글도 첨부해봅니다.

문화사 연표 https://docs.google.com/spreadsheets/d/1eYvhYqSqkVLVRJtnJysdv5qGu-BZduHJYLIuYtszsEQ/edit?usp=sharing
테크히스토리 연표 https://docs.google.com/spreadsheets/d/15gojDB8UrLDM8r9zX1CpHk1SHJu0abcOpis9BHJNlLM/edit?usp=sharing




-
관심사가 생기면 우리는 역사를 찾아보곤 한다. 영화광이라면 영화의 시작과 어떤 영화사조가 유행했는 지, 유명한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줄줄 꿰고 있을 것이고. 힙합을 좋아한다면 전통 힙합이 무엇이고 언제부터 누가 했는지를 외우고 다닐 것이다.

그리고 그 세로 축을 세우는 데에는 정보의 누락과 오류가 있을 지 언정 내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없다. BTS가 1950년에 나타나고 비틀즈가 2010년에 유행했다고 나 혼자 정의할 수 는 없는 것이니까 말이다.

반면 역사의 가로축은 내 마음대로 채울 수 있다. 팝음악사 옆에 경제사를 둘 수도 있고, 과학의 역사와 술의 역사를 엮을 수도 있다. 내 관심사가 무엇이냐에 따라 마음대로 채울 수 있는 것이다.

가로 축을 만드는 것이 어렵다고 느껴질 수 도있는데 사실 하나의 세로 축이 완성되고 나면, 가로축을 맞추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재밌게 할 수 있다.

나 같은 경우에는 가장 먼저 세웠던 축은 미술이었다. 미술사를 개괄적으로 파악하고 나서, 세계사와 건축사를 옆에 두었다. (사실 세계사는 필연적이다.) 건축사를 세우니 한국사와 비교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사도세자 사건이 있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프랑스에서는 베르사유 궁이 세워졌고, 아직도 유행하는 바우하우스는 3.1 운동이 일어난 해에 설립되었다. 이렇듯 내가 관심이 있는 것을 가로로 늘이기만 하면 된다.

예전에 읽었던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E.H.카는 이런 말을 했다. 모든 사건에 완벽한 인과관계라는 것은 없지만 그럼에도 역사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인과관계가 필요한데, 이 인과관계는 역사가가 판단하는 것이다.

나의 역사에서 어떤 가로축을 세울 것인가는 내 인생의 역사가인 나 자신의 마음대로 인것이다.


-
최근에는 기술의 역사로 연표를 제작하고 있는데, 문화사보다는 훨씬 인과관계가 크게 느껴진다. 모차르트가 없었어도 에미넴은 탄생했을 것 같은데 반면 강철선이 발명되지 않았다면 해저케이블도 만들어 지지 않았을 것이고, 증기선이 없었으면 잠수함도 없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내가 모르면 그 역사는 없는 것이고 나의 세계에 있어 그 인과관계는 우연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은 가로 축이 많아지면 많아질 수 록 나의 세계가 확장되고, 그에 비례해서 인사이트가 도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금 거창하게 “언어의 한계는 세계의 한계”라는 말의 차용하자면 “관심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이지 않을까

* 손금불산입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4-02-27 08:58)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 게시글로 선정되셨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휴머니어
22/07/06 09:33
수정 아이콘
와 멋지네요. 초4 제 아이에게도 한 번 보여줘야겠어요.
22/07/06 09:38
수정 아이콘
제가 초등학교 4학년때는 역사는 관심도 없었던 것 같은데.. 크크
사실 뭐든 관심있는 분야가 있으면 연표로 작성하면 재밌는 것 같아요. 아이돌의 계보가 될 수 도 있고, 롤이나 스타의 변화도 세로로 늘이면 재밌을 것 같네요 흐흐
레드빠돌이
22/07/06 09:45
수정 아이콘
창작물의 세계관은 창작자의 상상보다 뛰어날 수 없다

현실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전 지식이란게 세상을 보는 그래픽카드라고 생각합니다
180p로도 게임을 할수는 있겠지만
4k로 하면 안보이던것들이 보이는것처럼 말이죠...
22/07/06 09:50
수정 아이콘
오 멋진 비유네요..!

테드 창이 SF와 판타지의 차이에 관해서 말했던 것이 떠오르네요.
SF와 판타지를 구분 짓는 것도 결국 창작자의 과학, 논리적 지식의 한계와 관련 있겠죠.
조말론
22/07/06 10:33
수정 아이콘
세상을 선명하게 보는 해상도를 높이는 작업이 지식 습득, 체험 등등 인거 같아요
aDayInTheLife
22/07/06 09:53
수정 아이콘
취미가 생긴다는 거, 여행을 한다는 거, 글을 쓴다는 거
모두가 내 세상의 지평을 넓히는 성질의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모든 경험들은 나에게 어떤 것을 구경하게 해주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고 다른 감상을 내놓을 수는 있지만 일단 만져봐야하지 않겠습니까.
22/07/06 13:34
수정 아이콘
저는 여행의 효용감이 별로 없는 편이예요.
오히려 그 도시에 대해 공부하고 나서 확인하러가는 답사에 가깝게 여행을 다니는 데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내 세상의 지평을 넓히는 작업인 것 같더라고요.
직접 경험하는 것과 책으로만 공부하는 것은 다르니까요
aDayInTheLife
22/07/06 15:16
수정 아이콘
모든 경험이 그런거 같아요. 내 방을 넓히고 그 방을 꾸미는 작업. 저는 어쩔 수 없는 경험론자 인가봐요. 흐흐
AaronJudge99
22/07/06 10:39
수정 아이콘
멋집니다!
22/07/06 16:14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설탕가루인형
22/07/06 10:58
수정 아이콘
와우 정말 멋있네요.
보통 노력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작업인데...
드릴 건 추천 뿐!
22/07/06 16:14
수정 아이콘
취미라 흐흐 가볍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밤가이
22/07/06 11:29
수정 아이콘
많은 공이 들어간 작업물을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2/07/06 18:49
수정 아이콘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흐흐
raindraw
22/07/06 11:37
수정 아이콘
좋은 자료입니다. 감사합니다.
자존감
22/07/06 12:14
수정 아이콘
고등학교 때 한국사/세계사 공부하면서 본문의 문화사 연표 같은 걸 만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교과서에서는 주로 나라별로, 권역별로 시대순에 따라 서술해주다 보니까,
얘네가 이거할 때 얘넨 뭐하고 있었지?
한국이 삼국시대일 때 중국은 뭐하고 있었지?
중국이 삼국시대일 때 한국은? 유럽은?

이런 크로스체크라고 해야할까? 큰 그림이라고 해야할까? 이런게 잘 안들어오더라고요.
그래서 만들었었는데 공부하는데 꽤 도움이 됐고 재밌었던 기억이 나네요.

정리 하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디자인도 참 좋네요.
22/07/06 18:51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그런 크로스체크를 하면서 뜻밖의 사실도 알게되는 재미가 있죠흐흐 디자인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LifeLivingToday
22/07/06 12:17
수정 아이콘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여담입니다만, 인조 이후 조선은 정말 역겹다고 생각하는데 science history랑 보면 더욱 직관적으로 역겨움이 느껴지네요.
22/07/06 18:53
수정 아이콘
18-20세기 급격하게 과학기술이 발달하던 시기의 흐름을 탄 유럽과 미국 일본 정도를 제외하면
사실 과학의 진보는 우리나라 말고도 대부분 안타깝죠..
마스터충달
22/07/06 12:24
수정 아이콘
보기 > 고정 > 10행까지

요거 하시면 보는 분들이 더 편하실 거예요~
22/07/06 18:54
수정 아이콘
앗 감사합니다 퇴근하고 집가서 바로 설정하겠습니다!
22/07/06 12:48
수정 아이콘
피지알 좋아요.

교양을 공유해주심에 감사함미다~
22/07/06 18:55
수정 아이콘
피지알에는 좋은 글들 많죠흐흐
메타몽
22/07/06 13:45
수정 아이콘
피규어1님의 연대표라니!? 이건 귀하군요 =_=
22/07/06 18:55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흐흐 저 파일을 이용해서 본인만의 연표를 만들어보는 것도 재밌을 거예요!
Jedi Woon
22/07/06 19:29
수정 아이콘
지적 호기심은 언제나 설레이게 합니다.
링크해주신 연표 잘 보고 저도 새로운 호기심과 관심을 늘려봐야 겠네요
22/07/07 12:10
수정 아이콘
다들 자신만의 연표를 만들어보시면 좋겠어요흐흐
22/07/07 13:58
수정 아이콘
정말 대단하네요.... 저는 관심있는 일에도 겉핥기 식으로 접근하는데 정말 대단합니다. 보고 배워야겠어요. 추천 추천!!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3587 다 함께 영차영차 [31] 초모완11443 22/09/14 11443
3586 '내가 제국을 무너트려줄게': 아즈텍 멸망사 상편 [36] Farce11904 22/09/13 11904
3585 구글 검색이 별로인 이유 (feat.정보를 검색하는 법) [63] Fig.112083 22/08/31 12083
3584 아즈텍 창조신들의 조별과제 수준 [29] Farce16283 19/04/10 16283
3583 (약스포)<수리남> - 윤종빈의 힘 [96] 마스터충달15644 22/09/10 15644
3582 구축아파트 반셀프 인테리어 후기 (장문주의) [63] 김용민15534 22/08/29 15534
3581 여러분은 어떤 목적으로 책을 읽으시나요? (feat.인사이트를 얻는 방법) [23] Fig.115132 22/08/27 15132
3580 너는 마땅히 부러워하라 [29] 노익장14995 22/08/27 14995
3579 혼자 엉뚱한 상상 했던 일들 [39] 종이컵13063 22/08/26 13063
3578 롯데샌드 [25] aura13881 22/08/26 13881
3577 헌혈 후기 [37] 겨울삼각형12986 22/08/24 12986
3576 [사회?] 1968년 어느 한 엘리트 노인의 아파트 피살 [21] comet2112637 22/08/24 12637
3575 댓글잠금 추천게시판 운영위원 신규모집(~4/30) jjohny=쿠마21017 24/04/17 21017
3574 무지의 합리성 [23] 구텐베르크14345 22/08/24 14345
3573 [테크히스토리] 회오리 오븐 vs 레이더레인지 [16] Fig.113281 22/08/22 13281
3572 교회의 쓸모(feat. 불법주정차) [163] 활자중독자14343 22/08/21 14343
3571 국가 기밀 자료급인 홍수 위험 지도 [45] 굄성14774 22/08/19 14774
3570 스티브 유 - 그냥 문득 떠오른 그날의 기억 [29] 겨울삼각형4317 22/08/18 4317
3569 정권의 성향과 공무원 선발 - 일제 패망 전후의 고등문관시험 시험문제 [19] comet2113102 22/08/18 13102
3568 부모님과 대화를 시작해보자! [31] 저글링앞다리12902 22/08/17 12902
3567 "그래서 누가 칼들고 협박했냐" [158] 노익장14039 22/08/16 14039
3566 방콕에서 자고 먹고 [43] chilling12901 22/08/16 12901
3565 광복절맞이 뻘글: 8월 15일이 정말 "그 날"일까요? [41] Nacht12099 22/08/15 12099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