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모두가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유머글을 올려주세요.
- 유게에서는 정치/종교 관련 등 논란성 글 및 개인 비방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Date 2021/12/19 11:40:36
Name
File #1 0003.png (149.0 KB), Download : 39
출처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sky2luck&logNo=220475199039
Subject [텍스트] 자신보다 세상을 먼저 떠난 부인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토로한 작품.txt


조선 시대의 문신 안민학(1541~1601)이 자신보다 세상을 먼저 떠난 부인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토로한 작품
인터넷수능 A·B형문제로 출제된 적 있음.

이 글은 400년 만에 발견된 것이다. 아내를 위하는 남편의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죽은 아내에게 [제망실곽씨문]

안민학


늙은이 안민학은 아내 곽씨 영전에 고하니라.

나는 임인생이요 자네는 갑인생으로 정묘년 16일 혼인하니 그때 나는 스물다섯이요 자네는 나이가 열셋이었소.

나도 아비 없는 가난한 홀어미의 자식이요 자네도 가난한 홀어미의 자식으로 서로 만나니 자네는 아이요 나는 어른이나 뜻이 어렸을 때부터 독실하지 못한 선비를 배우고자 하여 부부유별이 사람에서 큰 일이므로 친하게 말 것이라 하여 자네와 나는 가깝게 말인들 하며 밥 먹은 때인들 있으랴.

내 자네에게 밤이나 낮이나 늘 가르치기를 어머님 봉양을 지성으로 하고 남편을 따르는 것이 아내의 도리라 이러던 것이 십 년을 함께하여 바라는 것이로되 그대 내 뜻을 안 받고자 할까마는 가난한 집에 홀로 된 시어머니 위에 있고 나 하나 세상 물정에 어둡고 재주가 없어 집안일에는 아주 차리지 못하니 고싯긔(고식적) 봉양하는 정이 다했다고 어찌 할까?

내 입을 옷도 못 하고 행여 실잣기를 하여도 나를 해 주리라 하니 그대는 겨울이라도 아무런 저고리 하나나 하고 영오(겨우?) 장옷 하나나 하고 누더기 치마만 하고 바지도 벗고 차가운 구들에서 서어한(서늘한, 설핏한?) 자리하고서 견디니 인내와 고생이야 이 위에 있을까? 그대 점점 자라 키도 커서 내가 늘 희롱하여 말하기를, “내가 그대를 길러 내었으니 나를 더욱 공경하라.” 하니 그대가 죽었다 하나 잊을 것인가?

내 벗도 있으며, 서울 계신 내 모친을 번거롭게 하여 헛이름을 얻어 두 번째 공도로 참봉을 하니, 내가 내 몸을 돌아보니 하도 부끄러워 다니고자 하는 것이 아닌 줄을 그대 사뭇 알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글로 기뻐하는 뜻이 없고, 내 매양 그대더러 말하기를, “어머님이 하도 하고자 하신 것 마지못하여도, 나중이면 파주나 아무 데나 산수 있는 가 집을 짓고 죽을지언정 붕천을 시름하고 수석 간에 가 살다가 죽자.”하니 그대 그 말을 좋게 여겨 들으니 내가 늘 그르네.

물욕 적은 이는 그대 같은 이 없다 하여 늘 살 땅을 못 얻어 하더니 어찌하여 내 몸에 죄가 쌓여 병든 나는 살았고 병 없던 그대는 백년해로할 언약을 저버리고 갑자기 하루아침에 어디로 가셨는가. 이 말을 이르건대, 천지가 끝이 없고 우주가 넓고 넓을 따름이로다. 차라리 죽어 그대와 넋이나 함께 다녀 이 언약을 이루고자 하되 어버이를 공경하여 울지도 마음대로 못 하거든 내 서러운 뜻 이룰까?

그대 오륙 년 전부터 늘 심열이 있어, 봄이면 자다가 갑자기 냉수 달라 하고 혓바늘이 돋고 하니, 그대의 명이 되게 박하여 모자간의 변도 만나고 나도 사나워 그로써 그대 마음을 쓰게 한 것이 많고, 그것도 많이 성질을 몰라 조그마한 일이라도 두어라 아니하니, 그리하여 병이 많이 들고 겨울이면 의복도 그리 설피니, 술남이를 구월에 낳은 후부터는 조리도 잘 못하니 더욱 병이 들어 나중에는 을해년 유월부터는 아래 자식이 다시 기운이 편치 않아 누웠다 일어났다 하고 음식도 덜 먹고 하니 내나 그대 어머님이 다 태기라 하여 또 아들이나 할까 하여 기뻐 말하고 하더니, 그러므로 나는 믿어서 약을 진실히 못하고 그해 팔월 추석, 제(祭)를 홍주의 부분에 제하러 가서 인하여 유산을 하고, 구월 스무날 후에야 모든 그대 병이 중하였으니, 그때부터 정말 병인 줄 알고 의약을 시작하였으되, 그대가 약을 아니 먹으니 가까스로 인삼, 형개산을 설(가루) 하나만 보고 먹다 벌써 병이 겨웠고 그대 명이 그만한 것도 인력으로 어찌할까 하거니와 그리 병들게 하는 고로 내가 남편이 되어서 무무상효 다시 이 한 넋이 대답할까?

자식이 둘 있으니 딸이 가계를 할 것이거니와 술남이가 제 목숨이 길어 살아나면 이는 그대가 비록 죽어도 그대 이어 가고, 우리 다 죽은 후라도 자손이 있어 자기라고 할 것이로라 하겠기로 위로하네. 죽지 않고 살아 있으면 사나이 일생을 서러워하며 그저 살까. 내 뜻은 자식이 있으니 그대 삼 년을 지내고 양첩(良妾)이나 하여 그대 자식을 후에는 어려운 일 없게 하고자 하네만 노친이 계시니 일을 끝내 마음대로 못할 것일지언정 내 뜻대로 삼 년을 다 기다리며 장가들지언정 아니 들리라 할까 하거니와 그대 위하여 한 해를 상복을 입네. 첩이나 장가나 하다가 쉽게 상복을 벗은 후에야 할까. 술남이 살아나면 그대 조상 봉사를 온전히 맡기로 그대의 기물을 모두 두 자식에게 나누어 주고 나는 쓰지 말고자 하네.

그대 죽을 적에, 그대 파주의 그대 아버님 분묘 근처에다가 묻으라 하니, 이는 나 죽은 후에 부디 홍주의 선영에 잘 것이니, 이제 그대를 아버님 곁에다가 묻을 것이로되, 내 죽기 전에는 고혼이 될 것이요 파주도 아주 버릴 것이니 그대가 임종에 이르던 말을 좇아 파주로 하려 하거니, 내 거기 들기 어려우니 나 곧 홍주로 가 들며 술남이의 어버이를 제각기 묻으며 우리들 죽어서나 한 곳에 갈까? 이 일은 이제 그 피치 못할 새 내가 병든 것이 이리 망극한 상혼(喪魂) 보고 얼마나 오래서 죽을까. 죽기 전에는 꿈에나 자주 보고 서러워할 것이니 나는 그대 어머님 향하여 그대 주지하고 조금은 내덜가 이식들이 기르시면 자네 사뢸 일을 아니할까? 그대 어머님과 자식들은 내 살았으니 어련히 할까? 잊고 가 계심이 망망코 서럽고 그리운 정이야 평생을 잇는다고 끝이 있을까?

이제 처치하는 일만 하네. 죽는다고 정령이 있으면 모를까 하도 망극하여 붓 잡아 쓰노라 하니 정신이 없어 자주 그러하시매 거꾸러지며 말도 차서 없으니 자세히 보소.

나는 승지 아주버님과 장령 아주버님네 위로하여 주시네. 벗들도 진정하여 돌아보네.

말이 이에 이르자 길게 통곡하고 그치네. 병자년 오월 10일. 입관할 때 넣음.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김티모
21/12/19 11:44
수정 아이콘
(수정됨) 갑인생인데 병자년에 돌아가셨으면 나이가 고작 스물셋이네요 ㅠㅠ 아이고...

아 아니다 본인을 늙은이라고 지칭하시는 거 보면 83세에 돌아가셨나 보네요.
쎌라비
21/12/19 12:06
수정 아이콘
안민학(1541~1601) 이렇게 되있는걸 보니까 일찍 돌아가신거 맞는듯요
TWICE NC
21/12/19 12:08
수정 아이콘
남편분이 60세에 돌아가셨기에 아내분은 23세에 돌아가신게 맞는 것 같습니다
Foxwhite
21/12/19 12:07
수정 아이콘
열셋에 시집이라니 참... 애기 데려와 사는 기분이었을거같네요...
21/12/19 12:20
수정 아이콘
[내가 그대를 길러 내었으니 나를 더욱 공경하라.]
크크크
삼비운
21/12/19 13:21
수정 아이콘
무슨말인지 못알아 들을 말이 많네요.

그러워 하는건 맞는데, 파주에 묻고 자신은 홍주에 묻힐거라 파주는 아주 버려서 같이 묻히지 못한다? 무슨 말이야 이게...
지니팅커벨여행
21/12/19 13:30
수정 아이콘
파주의 아버지 곁에 뭍어 달라는 아내의 유언인데 아무래도 거기는 처가 땅일 거고 묻힐 자리가 없어 본인은 자기네 선산에 묻힐 수밖에 없음을 아쉬워하는 게 아닌가 싶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444006 [텍스트] 앞으로 며칠이나 더 남았을까요...? KOS-MOS5425 21/12/27 5425
444001 [텍스트]  나 학교다닐때 여자애한테 이쁘다했는데....jpg [26] Aqours11671 21/12/27 11671
443885 [텍스트] 와우에서 만났던 내 또래 여자아이 썰.txt [25] 12113 21/12/26 12113
443741 [텍스트] "세상의 끝은 짜더라." [7] Farce9436 21/12/24 9436
443585 [텍스트] . [58] 11804 21/12/23 11804
443478 [텍스트] 대학교 1학년의 일반적인 연애 루트 [15] 11795 21/12/22 11795
443449 [텍스트] . [28] 삭제됨12458 21/12/22 12458
443421 [텍스트] . [13] 삭제됨10374 21/12/21 10374
443415 [텍스트] 모쏠주의) 형누나들... 처음사귄여친 도움좀요...txt [14] 11315 21/12/21 11315
443406 [텍스트] . [35] 12735 21/12/21 12735
443395 [텍스트] 유행인거 같아서 나도 와이프랑 결혼한이유 말해봄.txt [25] 13018 21/12/21 13018
443387 [텍스트] 뱃사람이 체감한 한류.txt [16] 12237 21/12/21 12237
443367 [텍스트] . [10] 삭제됨8552 21/12/21 8552
443363 [텍스트] 소설 ‘날개’에서 논쟁이 되는 부분 [11] 피잘모모6565 21/12/21 6565
443350 [텍스트] 뼈를 주고 살을 취한다 [15] Rain#110516 21/12/21 10516
443349 [텍스트] 찐따끼리 연애한 썰.txt [27] 14625 21/12/21 14625
443320 [텍스트] 어느 펨코 유저의 여친 만난썰.txt [36] 13501 21/12/20 13501
443177 [텍스트] 자신보다 세상을 먼저 떠난 부인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토로한 작품.txt [7] 10353 21/12/19 10353
443170 [텍스트] 안절부절.. 누나를 괴롭히는 아들 .. 엄마의 고민 [26] League of Legend11956 21/12/19 11956
443138 [텍스트] 부산 경남 사투리 [35] Neo10886 21/12/18 10886
442624 [텍스트] 베를린에서 물먹지마요 [10] 파랑파랑10468 21/12/12 10468
442611 [텍스트] 역대 수능 만점자 3대 명언 [24] 파랑파랑12204 21/12/12 12204
442368 [텍스트] 떡으로 만든 국은 떡국 [30] KOS-MOS10300 21/12/09 1030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