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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3/04/30 10:46:56
Name 상록일기
Subject [일반] 어떤 소리든 지지해주는 전문가가 있다 (수정됨)
논란이 되는 사안을 다루는 신문기사를 읽으면 기자의 논지를, 혹은 상반되는 각 의견을 지지하는 전문가의 논평이 딸려온다. 나는 기사에서 기자가 말하는 바가 신빙성이 있다고, 지금 논란이 되는 사안은 전문가의 의견대립이 팽팽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대학을 다니고 학문을 배우면서 적어도 내가 학부생 수준로나마 아는 분야에서는 신문 기사들에 대해 냉소하게 되었다. 간도가 한국의 영토분쟁지역이라 주장하는 역사 전문가는 극소수다. 마르쿠스주의 경제학이 강단에서 사라지는 것은 주류경제학의 압박 때문이 아니라 현실설명력의 부족 때문이다.

신문기자는 소수의 의견을 마치 다수의 의견과 동등한 가치가 있는 것처럼 호도한다. 백신이 해롭다는 의사의 의견을 첨부한다. 기후변화는 없거나 과장되었다는 기후 전문가의 의견을 소개한다. 진화론의 허점을 공격하며 지적설계론을 말하는 과학자를 인용한다. 원자력발전소 근처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삼중수소가 쏟아져 나온다는 시민단체 활동가의 의견을 게재한다.

문외한은 혼란스럽다. 소수설이 다수설과 동등한 수준에서 경쟁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이런 분야들에 대한 학계의 주류의견은 일반인의 위치에서도 찾을 수 있어 판단을 할 근거를 마련해준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의사도 백신맞지 말라고 그랬어"라는 이는 이런 주류의견에도 잘 설득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주류의견을 찾을 수 없는 경우도 많다. 특히나 문화평론이나 사회평론처럼 당장 발생하는 사건과 사안에 대해 논평하는 경우는 더 그렇다. 그렇기에 전문가패널로 나오는 이가 그 전문가 집단의 합의된 주류학설을 바탕으로 결론을 도출하고 논평하는 것인지 독자적 소수 의견으로 말하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일본 만화의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티비에서 웅변하는 전문가 아저씨를 보았다. 어머니는 이를 보고 내가 대여점에서 만화책을 보는 것을 금하셨다. 그의 의견은 소수 의견이었을까 다수 의견이었을까.

이외에도 평론가들과 전문가들은 온갖 사안에 대해 논한다. 아이유 노래와 아동에 대해 말했고 뉴진스가 부은 가사의 쿠키에 대해 말했고 신동엽의 넷플릭스 프로에 대해 논했다. 전문가의 후광을 두르고. 그들은 어떤 전문가일까.

재밌게도 신문기자들이 인용하는 전문가들은 그리 수가 많지 않다. 같은 사람 몇몇이 돌아가면서 같은 매체에 유사한 의견을 내놓는다. 진짜 전문성을 가지고 심도 있게 논평하기 보단 기사를 꾸며주는 장식품에 가깝다는 느낌이다. 아무개 전문가들의 이름을 검색해보면 하루 종일 기자들 코맨트만 하고 있는 것 같다. 연구는 안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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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30 10:55
수정 아이콘
동감합니다.
99:1의 의견차이라도 99진영 전문가 하나 1진영 전문가 하나 이렇게 소개해주면
50:50처럼 느껴지게 되죠.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일부러 그렇게 호도하는거 같기도 하고요.
상록일기
23/04/30 11:00
수정 아이콘
좀 노골적인 기사들이 많죠
StayAway
23/04/30 10:57
수정 아이콘
결과나 주장에 필요한 근거를 요구하는 클라이언트 들이 많아요. 경제적 효과 얼마 이런 기사는 이제 너무 흔하기도 하고..
상록일기
23/04/30 10:59
수정 아이콘
건너 듣기로는 기자가 자기가 원하는 말을 할 때까지 전문가에게 집요하게 유도해가면서 질문하고 답변을 일부 발췌하는 경우도 있고, 여러 전문가에게 인터뷰를 하고 그 중에서 자기가 원하는 답변만 취사선택하기도 한다네요. 그게 기잔가 싶습니다.
애플프리터
23/04/30 11:04
수정 아이콘
(수정됨)
삭제, 일반글 정치 분란 유도 가능한 댓글 (벌점 4점)
동굴곰
23/04/30 11:09
수정 아이콘
애초에 그 전문가가 존재 하기는 하냐. 라는 의문이 들 때도 있죠.
기자 머리속에만 존재하는 전문가.
23/04/30 13:36
수정 아이콘
공감합니다. 기사에 전문가 이름이라도 써 있으면 검색해보고 자체적인 판단이라도 할수 있는데, '익명의 전문가' '관계자' 정도의 표현만 있을땐 의심이 들곤 합니다
고오스
23/04/30 14:46
수정 아이콘
요즘은 이름을 안 밝힌 전문가, 관계자는

기자의 편의성 및 목적을 위해 탄생한 가상인물이라 생각 중입니다
FastVulture
23/04/30 21:53
수정 아이콘
(수정됨)
삭제, 일반글 정치 코멘트 전개 가능한 댓글(벌점 4점)
FastVulture
23/05/01 02:10
수정 아이콘
그 단어는 발작버튼이 확실하군요
애플프리터
23/05/01 05:50
수정 아이콘
자동삭제완성인듯 합니다.
라멜로
23/04/30 11:19
수정 아이콘
좀 나쁘게 말하면
자기의 전문성과 권위를 돈 권력 혹은 선전을 위해 이용하는 경우도 많죠
김재규열사
23/04/30 11:31
수정 아이콘
기사에 나오는 전문가의 수는 한정적입니다. 왜냐면 언론에 자기 이름을 알리고 싶어하는 전문가가 적기 때문이죠. 어느정도 연구성과 업적을 쌓으신 분들은 자기 분야가 언론에 왜곡되게 나오면 그걸 바로잡는 역할을 더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지 않는다면 관심받는 걸 좋아하는 이들이 해당 분야를 대표하는 전문가처럼 여겨질 수밖에 없습니다.
minyuhee
23/04/30 11:37
수정 아이콘
법학 교수면 의학엔 일반인인데, 교수의 전문적 의견.....! 법학 교수가 의학 이야기를 꺼내도 포장됩니다.
초현실
23/04/30 12:42
수정 아이콘
자연대나 공대가 아니고선 사실 통일되기가 어렵겠죠 ㅠ
23/04/30 13:10
수정 아이콘
지구평평설 전문가도 찾으면 나올겁니다 크크크
23/04/30 18:48
수정 아이콘
지구평평설 주장하는 사람이 자주 인용하던 우주 전문가가 알고 보니 보니
astronomer(천문학자)가 아니라 astrologist(점성학자)였단 썰이 있죠 크크
-안군-
23/04/30 13:18
수정 아이콘
자연대나 공대라고 통일될거라 생각하십니까? 그럴리가..
척척석사
23/04/30 13:51
수정 아이콘
전자공학과 졸업하시고 서울대에서 석박까지 하신 음성 전문가 배명진 교수님이 생각나네요
통일 크크 안됩니다 안돼
망고베리
23/04/30 13:26
수정 아이콘
기자들도 문외한인데 고도로 전문화된 현대사회에서 기자들이 진실인양 떠벌릴 수 있게 만드는 상황자체가 문제죠.
계층방정
23/04/30 14:12
수정 아이콘
통일교에선 조나단 웰스라고 아예 작정하고 창조과학을 연구할 생물학자를 한 명 키워냈더군요. 창조과학회에 생물학 전공자가 없다는 게 한국 교회의 무능인 건지 한국 개신교 이공학자들 최후의 양심인 건지 모르겠습니다.
raindraw
23/04/30 17:11
수정 아이콘
대한민국 언론 수준이 낮아서 자기 입맛에 맞는 전문가를 억지로 찾아서 가는 문제도 있죠. 그런 전문가를 못찾으면 소설도 쓰구요.
23/04/30 17:39
수정 아이콘
전 개인적으로 대한민국이나 언론만의 문제는 아니라 봅니다.

해외에서 연구용역 받아 보고서/논문 쓸때도, 위에서 희망하는 결과가 뭔지 대놓고 알리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불리한 부분은 논문에서 빼달란 요구도 종종 있고, 불리한 부분까지 사실 그대로 다 발표 하려면 펀딩 끊어버리고 출판 방해하는 경우도 봤구요.

직업윤리를 지킬수록 불편한 요소가 생기는건 직업불문 어쩔수 없는 현실인가- 싶기도 합니다.
밤수서폿세주
23/04/30 17:27
수정 아이콘
저도 기자와 언론이 전문가의 의견이라고 소개하는 것조차 함부로 믿을 수 없다는 걸 알게 되고부터, 시중의 정보를 해석하기 너무 어렵습니다. 제 전공 분야조차도 갑론을박 속에서 헷갈리곤 합니다. 제가 본 거의 모든 논쟁에서, 양 진영 중 최소한 한쪽은 날조되거나 일부를 숨긴 자료를 제시합니다. 적지 않은 경우 양쪽 모두 그렇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확히 판단하는 것은 제겐 너무 어려운 일이더라구요...
SkyClouD
23/04/30 19:07
수정 아이콘
박사를 달고 있으면 전문분야가 아니라도 전문가 취급해주는것도 좀 문제라서...
록타이트
23/05/01 08:14
수정 아이콘
격하게 공감합니다. 당장 제 지도교수님만 생각해봐도 본인 분야 아니면 그냥 동네 아저씨 수준인데 크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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