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3/03/31 20:48:28
Name 시드마이어
Subject [일반] 5년 정도 뒤쳐진 인간
저는 사업하는 사람입니다.

몇 개월간 저는 제가 속한 시장에서 꼭 필요로 하는 일은 무엇일까 고민했습니다. 그러던 중 한가지 아이디어가 생겨 이미 관련 사업을 하는 사업체도 조사해보고, 아직 시장이 무르익지 않고, 태동하는 시기구나 싶어 이번주 초부터 전력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디어를 전파하고, 도움을 요청하고, 관련 사람들을 모으고, 그러면서 동시에 생계를 위한 일도 했습니다. 바쁘게 며칠을 살다가 오늘도 인터넷으로 자료 조사를 하던 중 저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제가 자주 가던 웹사이트를 자세히 뜯어보니 제가 하고자 하는 사업을 A부터 Z까지 다 하고 있었습니다.

이 사실에 충격을 받아 그들이 어느정도 수준으로 서비스가 제공되는지, 아주 작은 스타트업은 아닌지 찾아보니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걸출한 대표님 두 분이 합심해 합자 회사를 만들고, 넉넉한 자금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무려 5년 전부터 이 사업을 진행하셨습니다. 사실상 업계의 표준이 되는 업체가 이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전혀 몰랐던 것이죠.

저는 스스로를 '업계의 선두'에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며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고, 설치고 다녔는데 막상 내가 생각한 비즈니스는 5년도 더 된 아이디어에 이미 완성된 상품이 시장에 공급되고 있었다니. 심지어 제가 속한 분야는 변화가 빠른 IT 관련 분야인데 이렇게 뒤쳐져있다니 여러가지로 창피했습니다.

물론 기술을 안다고 해서 시장에 유통되는 비즈니스 모델을 외우고 다닐 필요는 없지만 기술 이전에 사업을 하는 사람이 시장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했던 것 같았습니다. 요식업으로 비유하자면 유행 다 지난 아이템을 들고와서 대한민국 최초인 것처럼 떠든게 되겠죠. 여러가지로 부끄럽고 사업가로서 여러 생각이 들어 간만에 글을 적어봤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불량직딩
23/03/31 21:13
수정 아이콘
사실 금융업계에 있다보니 이런 경우를 왕왕 보게 됩니다. 나름 사업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고 펀딩 문의 오시는데, 이게 Outdated 되었거나 심하면 이미 실패한 아이템을 그대로 들고 오시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그런 경우 아주 완곡하게 저희는 도움드리기 어려울 듯 하다고 거절드리지만, 그때마다 사업주님들의 눈빛에서 보이는 것은 역시 너희는 이 사업을 이해 못한다는 답답함과 아쉬움이었습니다. 심지어 어떤 분들은 저희가 거절해도 매몰비용 때문에 기어이 사업을 끌고 가시는 경우도 많이 봤습니다. 물론 결과는 예측가능한 범위이구요. 쓰신 분이 지금이라도 시장을 냉정하게 보시고 판단하신 부분이 정말~~대단하신 겁니다.
먼산바라기
23/04/01 09:08
수정 아이콘
동의합니다.

사람생각하는게 거기서 거기라고 이미 있거나 실패한 아이디어 가져오시는분들 많죠. 설명해줘도 본인은 다를거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구요.

냉정한 현실 인식을 가지시는 분들은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리클라이너
23/03/31 21:15
수정 아이콘
이래서 사업이 어려운가 봅니다.
무한도전의삶
23/03/31 21:24
수정 아이콘
저도 한때 비슷한 일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이 잘나가는 사람이 굳이 모임을 몇 개씩 만드는 이유가 이거더군요. 자기들끼리 최신 정보 쉐어하는 걸 개인이 도저히 못 따라간다고...
DeglacerLesSucs
23/03/31 21:24
수정 아이콘
이대로 물러서고 싶지 않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 때 물러서는 용단을 내릴 수 있는 게 큰 사람이 되기 위한 중요한 요건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경험이 더욱 큰 성취를 위한 하나의 과정이 되기를 바랍니다
23/03/31 21:58
수정 아이콘
그래도 두번째 아닌가요?
저는 그것도 대단하다고 보아서...

생계를 이어가기도 벅차서 아무런 도전 못하는 제가 보기엔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또 다른 곳에서 성공하실것 같아요, 힘내세요.
23/03/31 22:01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민망하실 이야기일텐데 이렇게 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학습하고 탐구하는 자세를 가져야지, 라고 생각하고 실천해도 세상은 너무 넓고 깊으며 뛰어난 분들이 많은 것 같네요. 새삼 배웁니다.
23/03/31 22:06
수정 아이콘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구현하는 것 조차 전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23/04/01 00:37
수정 아이콘
이래서 오래 남는자가 승리자.
사비알론소
23/04/01 00:51
수정 아이콘
아시겠지만 제일 먼저한다고 무조건 성공하는건 아니니까요
애플프리터
23/04/01 01:59
수정 아이콘
이준석이 하바드동급생들에게 싸이월드 보여주면서 페이스북은 이미 너무 늦었다를 시전했지만,
결국 싸이월드는 망했고, 페이스북 메타는 글로벌 기업이 되었잖습니까. 시기가 잘 맞는것도 중요합니다. 혹시 다른점이 있는지 더 잘 살펴보세요.
응원합니다.
문재인대통령
23/04/01 06:23
수정 아이콘
싸이월드가 미국에서 서비스 성공했더라면 ㅜㅜ
애플프리터
23/04/01 11:31
수정 아이콘
온세상이 도토리천지!
호러아니
23/04/02 01:58
수정 아이콘
미국에도 마이스페이스 잘나가고 있었습니다. 단순히 경쟁자 없어서 페북이 성공한건 아니에요.
23/04/01 11:39
수정 아이콘
제록스는 지들이 뭘만든지도 몰랐다고 일침하던 스티브잡스도 생각나네요
일체유심조
23/04/01 07:19
수정 아이콘
대부분의 성공한 기업은 선구자가 아닌 후발 주자라고 하더라구요~ 오히려 내 아이디어가 맞았고 시장이 있다는것이니 힘내시면 좋을거 같습니다~
고오스
23/04/01 08:18
수정 아이콘
사람이 실패한 얘기를 남에게 얘기하기는 참 어려운데 용기가 대단하십니다

윗분들 말씀대로 그 기업을 빠른시간 내에 최대한 분해해서 분석해 보시고 찌를 틈이 보이는지 또는 나와 생각이 다른지, 다르면 누가 더 맞을껀지 따져보세요

그 분야에 대해서 오랫동안 조사하고 연구하셨을테니 남이한걸 보면 그 누구보다 잘 평가하실수 있을 껍니다

그러다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이 보일꺼고 또 새로운 길이 보일수도 있습니다

힘든 시기에 꾸준히 사업 열심히 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고 앞으로도 종종 좋은 글 남겨주세요 :)
23/04/01 12:15
수정 아이콘
저도 자주 겪어본 일입니다. 그런데 관련업계 사람인데도 잘 모르면 1위 업체가 아직 시장에서 확고하게 자리잡지 못한거라 해볼만 할지도. 3위까지는 먹고 산다지요.하지만 틈새이고 1위 점유율이 상당하다면 어럽겠지요
-안군-
23/04/01 12:23
수정 아이콘
그런데 꼭 아이디어를 먼저 냈다고 그 사업이 성공하는 건 아니더라고요. 그 아이디어를 얼마나 사업성있게 구축하느냐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약간 궤는 다르지만, 요즘 핫한 머신러닝에 대한 아이디어 자체는 이미 80년대에 만들어진 것이죠. 그걸 최근에 와서야 실현하고, 그걸로 돈을 벌고 있는거고요. 꼭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성공과 직결되지는 않는 듯 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8337 [일반] 던전 앤 드래곤 : 도둑들의 명예 간접 플레이 후 소감 [2] 닉언급금지7426 23/04/02 7426 4
98336 [일반] 영화 던전앤드래곤 감상문 [13] 꽃차9712 23/04/02 9712 4
98334 [일반] 동물성 과일 [13] singularian11056 23/04/01 11056 5
98333 [일반] AMD A620 메인보드는 $85 시작+관리자 P.S [23] SAS Tony Parker 9033 23/04/01 9033 0
98332 [일반] 예쁜 직원(알바)와 매출 상승의 상관관계(?) [46] Croove19939 23/04/01 19939 14
98327 [일반] 이번 고3 모의고사 결과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 [61] 물맛이좋아요14069 23/03/31 14069 3
98326 [일반] 5년 정도 뒤쳐진 인간 [19] 시드마이어12405 23/03/31 12405 24
98325 [일반] 심심해서 쓰는 무협 뻘글 13 [4] 隱患6528 23/03/31 6528 1
98323 [일반] "전두환 손자라 미움 있냐구요? 없어요, 사죄하러 와주니 좋지" [188] 고세구22989 23/03/31 22989 88
98321 [일반] '엉터리 천지' 학교 석면 해체에 답은 있을까요 [19] qwerasdfzxcv11969 23/03/31 11969 3
98320 [일반] ChatGPT 유료 구독을 해야 하는 이유 [70] 마스터충달16004 23/03/31 16004 15
98319 [일반] 3월 무료데이타 30기가 실 사용 결과 [26] VictoryFood11742 23/03/30 11742 2
98317 [일반] 미쓰에이 'HUSH' 커버 댄스를 촬영해 봤습니다. :) [28] 메존일각8808 23/03/30 8808 13
98316 [일반] 산들산들 불어오는 봄바람 끝에, 이 내 마음 창공을 타고 [3] 인민 프로듀서7650 23/03/30 7650 1
98312 [일반] 노트북/데스크탑 견적 2063일 1천명 [72] SAS Tony Parker 12159 23/03/30 12159 50
98311 [일반] 나는 왜 비인기과 의사가 되는 길을 선택했는가 [45] 바이올렛파파12296 23/03/30 12296 143
98310 [일반] 대법원이 누진제 소송에서 한국전력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22] 검사10756 23/03/30 10756 0
98305 [일반] 절망 속 희망찾기...? [15] 쩜삼이7494 23/03/29 7494 6
98303 [일반] 뉴욕타임스 3.29.일자 기사 번역(AI는 통제가 필요하다.) [20] 오후2시11923 23/03/29 11923 8
98300 [일반] (약스포?)발더스게이트 즐겨 한 사람이 본 던전앤드래곤 [19] 트럭10099 23/03/29 10099 2
98297 [일반] 카지이 모토지로 - 벚나무 아래에는 [8] 及時雨7546 23/03/29 7546 5
98294 [일반] 즐거운 PGR21 자유게시판 운영위원 신규 모집합니다(내용추가+중간보고) [33] jjohny=쿠마7744 23/03/24 7744 14
98293 [일반] 지식인의 절대신 故 녹야 조광현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49] 12469 23/03/29 12469 39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