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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3/01/04 21:09:29
Name VictoryF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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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뻘글] 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일까.




닭이라는 생명체를 정의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대략

머리꼭지에 벼슬이 있고, 부리 아래에는 육수가 있는 몸은 깃털로 덮여 있고 다리와 발은 비늘에 싸여있는 대략 5KG 보다 작은 조류로서 몇미터 정도 밖에 날지 못하고 풀입이나 곤충, 벌레 등을 먹는 잡식성의 동물

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지만 21세기의 문명인이니까 닭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 유전자풀 안의 DNA 를 가지는 생물이라고 합시다.

분자생물학이라는 학문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어쨌든 DNA 라는 것이 있다는 건 알고 있고 그 DNA 가 생물의 종류를 결정짓는 다니까요.

그러니 우리가 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일까를 생각할 때 가장 확실한 방법은 언제 닭의 DNA 를 가장 먼저 가지게 되었는가 입니다.

생물의 진화는, 그러니까 DNA의 변화는 돌연변이로만 나타나고 닭이 속한 유성생식 동물에 있어 그 돌연변이는 아주 드문 경우를 빼고는 정자와 난자가 수정 후 수정란이 세포분열하면서 이루어집니다.

그러니까 닭의 DNA 가 가장 먼저 구성이 된 것은 성체 형태가 아닌 알의 형태라고 할 수 있죠.

따라서 DNA 의 측면에서 볼 때 닭보다 달걀이 먼저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해당 DNA 가 닭의 DNA 라는 것은 언제 정해지는 걸까요?

닭이 계란을 낳았는데 그 계란이 돌연변이라서 지구상에 없던 완전 새로운 생물이 태어난다고 가정해 봅시다.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그 생물의 이름은 [덜] 이라고 하죠.)

닭이 낳은 알은 달걀이 아닌 덜알입니다.

하지만 아직 우리는 덜 의 DNA 정의를 모르죠.

돌연변이로 태어나기 전까지 이 알이 닭걀인지 덜알인지 정의되지 않았으니 그 알을 달걀일 뿐입니다.

덜이 부화하고 자란 후에야 사람들이 어? 이녀석은 닭과 다른데 라고 인식하고 그때서야 덜 이라는 이름이 붙여지겠죠.

그러니 덜 이라는 종의 정의가 정해지기 전까지는 아직 덜은 닭의 돌연변이일 뿐이고 덜알은 달걀일 뿐인거죠.

결국 종의 구분이라는 것 자체가 사람의 인식 구분에 의해서 정한 것이니까요.

띠리서 달걀보다 닭이 먼저 정의되었으니 닭이 먼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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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드래군
23/01/04 21:10
수정 아이콘
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일까 고민할 시간에 저는 맛있는 치킨을 먹겠습니다. 후후
jjohny=쿠마
23/01/04 21:15
수정 아이콘
흥미롭네요.

저는 유전자가 처음 변이된 결과물이 달걀일테니 달걀이 먼저라고 생각했었는데,

종구분을 하는 주체가 인간이라서 결국 닭이 먼저라는 관점은 재밌네요.
23/01/04 21:16
수정 아이콘
닭이 규정됐다고 해도 그 닭이 태어난 알이 달걀로 소급정의될수도 있잖아요. (개구리가 먼저냐 공룡이 먼저냐?)

병아리는 닭인가? 부터 합의하고 시작하면 빠를 것 같습니다.
jjohny=쿠마
23/01/04 21:17
수정 아이콘
(수정됨) 그런데 더 엄밀히 말하면, 종구분은 인간이 정하는 게 아니라, 자연계에서 구분되어 있는 종 간의 차이를 인간이 인식하는 것일 뿐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서로 생식이 가능하고
서로 간에 자발적으로 생식활동을 하며
그렇게 해서 나온 자손이 생식능력이 있는 무리]


이게 '종'의 정의라는 건데, 이 정의는 인간이 정하기는 했지만, 개별 사례에 대해서는 결국 인간이 이런 정의에 따라 종의 구분이 어떻게 되는지를 인지하게 되는 것에 불과하겠죠.
jjohny=쿠마
23/01/04 21:22
수정 아이콘
그런데, [종의 정의]가 위와 같다면 결국 [닭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위와 같은 속성을 가진 동물들의 무리'를 '종'이라고 한다면, 일단 위와 같은 속성을 가진 동물이 '무리'로서 존재하는 상태가 발생되어야 하니 말입니다.
사상최악
23/01/04 21:21
수정 아이콘
덜알을 낳은 것은 닭이 아니라 덜이죠.
달걀에서 나와야 닭이고 닭이 낳아야 달걀이죠.
규범의권력
23/01/04 21:37
수정 아이콘
이 주제에 대해선 전에 생각해본 적이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닭의 조상이 세대를 거듭하며 닭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어느 시점엔가 최초의 닭이 나타났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닭이 깨고 나온 알은 닭이 아닌 것이 낳았지만 닭이 나온 알이 된다. 그 알을 달걀이라고 할 수 있는지가 닭과 달걀 중 무엇이 먼저인지를 결정짓는 요소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무언가의 속성은 안에 무엇이 들었느냐가 결정하는 거라고 생각해서 저는 달걀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jjohny=쿠마
23/01/04 21:39
수정 아이콘
저도 딱 이렇게 생각했는데, 종의 정의를 보고 나니 생각이 변했습니다. (물론 여전히 이런 논리도 유효하다고 생각하고요)

제목만 보고는 완전히 해묵은 소재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재미가 있네요...!
하얀 까마귀
23/01/04 22:26
수정 아이콘
진화는 연속적인 과정이고 어느 순간에 뿅하고 새로운 종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죠. 우리가 편의에 의해서 정한 생물학적인 종의 정의도 사실 따지고 보면 불명확한 사례가 얼마든지 자연에서 발견됩니다. '가'와 '나'도 자손을 낳을 수 있고 '나'와 '다'도 자손을 낳을 수 있는데, '가'와 '다'는 생식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는데, 이러면 '가', '나', '다'는 서로 같은 종일까요? 다른 종일까요? 우리는 연속적인 진화 과정에서 단지 어느 순간에 우리의 편의에 의해서 종을 구분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피우피우
23/01/05 00:23
수정 아이콘
저는 생물학적인 관점보다는 순전히 언어적인 측면에서, 달걀이라는 단어 자체가 '닭의 알'에서 나왔으니 (그래서 한자어로는 계란이기도 하고) 닭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A의 무엇무엇이라고 정의되는 B가 있을 때 B가 정의되려면 A가 먼저 정의되어야 할테니까요.
23/01/05 02:20
수정 아이콘
윗분 말씀처럼 그 알이 역사적으로 덜알로 인정을 받는 거죠. 따라서 개념적으로는 덜이 먼저지만 역사적으로는 덜알이 먼저입니다.
퀀텀리프
23/01/05 10:37
수정 아이콘
DNA의 구조를 밝혀내긴 했지만 DNA연구는 아직 초보단계라고 봅니다.
소프트웨어 관점에서 보면 실행모듈인데 소스코드는 아직 파악을 못한 상태죠.
초거대 실행모듈이 어떻게 생성되는지 새로운 실행모듈로 어떻게 진화되는지 아직 감도 못 잡고 있고
재현은 언감생심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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