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2/12/11 00:07:33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2952061831
Subject [일반]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 - 현실과 융합하는 판타지.(최대한 노스포)

<판의 미로>는 물론 마케팅의 문제도 있겠지만, 이야기를 따져봤을 때, 이거 흥행할 수 있나란 의문이 다시금 되돌아오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좋은 작품이고, 뛰어난 영화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지만, 말 그대로 현실과 판타지의 영역이 충돌하며 또 서로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는 작품이었거든요. 생각해보면 그렇습니다. 판타지를 표방하는 영화에서 현실과 가상의 세계는 보통 분리되거나 혹은 어반 판타지라는 방식으로 크게 변형되어 사용되곤 합니다. 그런 점에서 <판의 미로>는 두 세계가 충돌하고 갈등하는 작품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렇기에 결말에 대해서 환각이냐 아니냐의 논쟁이 벌어질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에 비해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는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선에서 두 세계관을 융합하는 모양새를 띄고 있습니다. 꽤 현실적인 배경과 꽤 현실적인 (혹은 실존인물인) 인물들을 데려다 놓고 <피노키오>를 요리한 모양새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무난하고, 좋지만, 어떤 점에서 조금은 아쉬움이라고 해야할까요. 부족함을 느꼈습니다. '기예르모 델 토로'라는 이름이 걸려있으면 여러분들은 어떤 걸 기대하시나요? 다채로운 크리쳐, 독특한 세계관, 약간은 음울한 성인용 동화와 같은 키워드가 떠오르실 겁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는 그러한 모습이 잘 드러나진 않습니다.


물론, 감독의 이름값에 비해 <헬보이>는 1, 2편 모두 좀 따뜻한 편의 영화였고, <퍼시픽림>은 열혈로봇물에 거대괴수물을 섞은 영화였죠. 충분히 다른 이야기, 다른 세계관을 그려낼 수 있는 감독이지만, 감독과 피노키오라는 소재를 가지고 예상한 것과는 조금 핀트가 어긋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물론 중간 중간 이 감독이 여전하구나, 싶은 생각이 드는 장면도 있습니다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그렇게까지 음울한 성인용 동화라기보단 오히려 남녀노... 에 소는 조금은 더 나이가 들면 괜찮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야기를 조금 더 요약해보자면, 결국 이건 어쩌다 탄생한 크리쳐가 세상과 주변 인물과 어떻게 관계 맺는 지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이 메시지는 굉장히 보편적이고 외려 뻔하다.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정도로 정석적으로 다루어져 있습니다. 결국 이 영화에 대해서는 몇 가지 포인트가 감상을 가를 것 같아요. 과연 '기예르모 델 토로'의 잔혹동화라는 문장에 대해서 얼마만큼을 기대하고 왔느냐, 그리고 상대적으로 탄탄하지만 조금은 산만할 수도, 뻔할 수도 있는 이 이야기에 대해서 얼마나 몰입할 수 있느냐가 영화에 대한 감상을 가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꽤 좋게 봤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2/12/11 00:16
수정 아이콘
이름값에 비해 기괴하거나 음울한 느낌은 아니지만 나쁘지 않았다는 것일까요? 셰이프 오브 워터 같은 느낌이라면 좋겠네요.
aDayInTheLife
22/12/11 00:21
수정 아이콘
오히려 꽤 밝은 편일 거 같아요. 필모그래피가 워낙 좀 그래서… 셰이프 오브 워터보단 좀 아쉬운 대신 대중성이 높은 느낌이었습니다.
12년째도피중
22/12/11 02:35
수정 아이콘
판의 미로를 기대하고 보면 안된다는 이야기로군요. 그 점은 아쉽군요. 인생 영화 꼽으라 할 때 열손가락 안에 드는 작품인데.
aDayInTheLife
22/12/11 05:45
수정 아이콘
판의 미로보단 톤도, 방향성도 달라보여요.
22/12/11 17:42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판의 미로는 언더테일이나 원샷 같은 비디오 매체 이전의 '너는 알면서 거짓부렁을 믿어보고 싶었던 적이 없냐?'라고 관객을 다그치는 라소묭적인 메타픽션이라 좋았는데, 셰이프 오브 워터에서도 약간 보였던 그런 요소가 없는 퍼시픽 림 같은 대중대중적인 이야기라면 좀 나중에 보겠군요...

항상 작품과 감독을 논해서 눈높이 맞춰 적어주시는 리뷰 감사하며 보고있습니다
aDayInTheLife
22/12/11 18:19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흐흐흐흐 기예르모 델 토로만큼 판타지와 현실의 간극을 괴롭힌 감독이 있을까 싶습니다. 다만 이번 이야기는 영화가 그러한 간극을 직접적으로 파고드는 영화는 아닌 것 같아요. 좋게 봤지만 지금의 호평 세례까진 아닌 느낌이랄까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7384 [일반] [리뷰] 슬램덩크 극장판 짧은 리뷰 (약스포) [48] 아케이드13092 22/12/11 13092 5
97382 [일반] 2022년 노벨 수상식 개회사 (번역) [4] No.99 AaronJudge10977 22/12/11 10977 10
97380 [일반]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 - 현실과 융합하는 판타지.(최대한 노스포) [6] aDayInTheLife9683 22/12/11 9683 1
97377 [일반] [팝송] 테일러 스위프트 새 앨범 "Midnights" [4] 김치찌개9342 22/12/10 9342 5
97374 [일반] 코로나19 백신(BA 4/5) 4차 접종 후기 [46] Regentag13171 22/12/09 13171 1
97370 [일반] 주식 초보자의 2022년 하락장에 대한 소감 [34] 보리야밥먹자13672 22/12/09 13672 5
97369 [일반] 학폭위 10년.. 지금 우리 학교는 [25] 택배13216 22/12/09 13216 5
97368 [일반] 38년 돌본 뇌병변 딸 살해…"난 나쁜 엄마" 법정서 오열 [103] will17119 22/12/09 17119 11
97367 [일반] 사랑했던 너에게 [6] 걷자집앞이야10460 22/12/09 10460 40
97366 [일반] 역시 인생은 한방인가?...;; [12] 우주전쟁16198 22/12/08 16198 10
97365 [일반] 요즘 본 영화 감상(스포) [4] 그때가언제라도9043 22/12/08 9043 1
97364 [일반] 위린이 1년 결산 [10] 요슈아12336 22/12/08 12336 3
97363 [일반] 나는 안걸릴 줄 알았는데... [37] EZrock12182 22/12/08 12182 2
97362 [일반] 게으른 완벽주의자에서 벗어나기 [14] 나는모른다12374 22/12/08 12374 19
97361 [일반] 희석식 소주에 대한 생각 [77] 梨軒10732 22/12/08 10732 12
97359 [일반] 고백: '써야지 리스트'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11] Farce10000 22/12/08 10000 9
97358 [일반] "저렴한" RTX 4060/4060 Ti는 2023년 9~10월 계획으로 알려짐 [35] SAS Tony Parker 13674 22/12/08 13674 0
97357 [일반] AI 그림)2달 동안의 AI 그림 관찰기록 [39] 오곡물티슈15596 22/12/08 15596 31
97356 [일반] 세종시의 출산율과 한국의 미래 [156] darkhero20934 22/12/08 20934 19
97354 [일반] [일상글] 나홀로 결혼기념일 보낸이야기 [37] Hammuzzi10033 22/12/08 10033 28
97353 [일반] 전광훈이 이단이 됐습니다. [78] 계층방정18980 22/12/08 18980 13
97351 [일반] 이무진의 신호등을 오케스트라로 만들어 봤습니다. [21] 포졸작곡가10098 22/12/08 10098 16
97350 [일반] <그래비티> - (스포)두고 온 것과 붙잡아야 하는 것, 결국 모든 것은 중력의 문제. [26] aDayInTheLife7845 22/12/08 7845 5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