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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2/11/06 00:27:20
Name 레드빠돌이
Subject [일반] 나의 군대이야기 (수정됨)
얼마전 올라온 의경 관련 글 때문에 군대 시절 생각이 떠올라서 글을 써봅니다.

내가 전역한 부대는 지역의 예비군 훈련을 담당하는 부대였다.
자대배치할 당시에 우리 대대에서 본부중대를 제외하고 예비군 훈련을 담당하는 1~4중대의 인원이 40명이 넘었던 걸로 기억한다.
부대 특성상 중대당 10명에 화기 중대인 4중대만 12명이었던 거 같다.

예비군 훈련이 있는 날의 일과는 보통 점호는 실내에서 약식으로 끝내고 바로 무기고로 향해 무기고에서 400정의 총을 꺼내 트럭에 실은 다음에 내려와서 아침 식사를 마치고 훈련 때 필요한 물품을 챙기고 훈련장으로 향했다.

그렇게 한 15분 정도 지나 훈련장에 도착하면 400정의 총을 내려놓고 각자 정해진 구역에서 입소 준비한다.

30여 명 정도의 인원으로 3~400명의 예비군을 통제하여 훈련이 끝나고 다음 날의 훈련을 위해 훈련장 정비나 청소를 마치고 다시 400정의 총을 실고 부대에 복귀하면 7시쯤이 되고 400정의 총을 다시 무기고에 넣은 후에 저녁을 먹고 샤워하고 청소하면 저녁점호 시간이다.
이런 일정으로 4월부터 10월까지 주에 3~4일 많을 땐 5일 내내 돌아갔다.

물론 중간중간 유격훈련, 혹한기 훈련이나 사단/연대/대대 전술훈련 같은 당연히 군인이라면 해야 할 훈련 또한 진행된다.
예비군 훈련을 진행하면서 느낀건 이걸 꼭 군인이 해야하는가?라는 의문은 들었지만 그런 고민할 시간도 많지 않았다.

분대장을 달았을 때는 중대당 10명씩이었던 인원이 6~7명으로 줄어버려 현역 인원이 30여 명 정도였다.
이러다 보니 내가 이등병일 때는 발생하지 않았던 문제들이 발생했다.

막내 분대장 시절부터 근무나 예비군 훈련 업무 분배를 짜기 시작했는데 부대의 경계 근무지는 무기고 탄약고 위병소이고 각각 2명씩 배치해서 한 근무 당 6명씩 들어간다.
상근이 있는 부대라 실탄을 지참하지 않는 낮 위병소 근무는 상근 2명을 지원받아 4명씩 빠지고 분대장들이 당직 근무도 들어가기 때문에 2명씩 더 빠지면 대략 20명의 인원으로 예비군 훈련을 진행해야 한다.

20명이 3~400명에게 존대해가면서 통제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심지어 사격이 있는 날에는 사격 진행을 위해 12명은 고정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심할 때는 8명이 훈련을 진행할 때도 있다.

그래도 때마침 예비군 자율 훈련 시스템이 도입되어서 예비군을 훈련코스에 맞춰 에스코트할 일이 없어져서 참 다행이였다.
사실 예비군 훈련이야 어떻게든 돌아는 갔으니깐 문제는 없었는데 진짜 문제는 야간 근무에서 터졌다.

야간에는 상근의 지원도 없어서 한 근무 타임에 6명이 필요하고 총 4번의 타임에 하루 야간 근무에 24명이 투입되어야 했다.

여기에 더해서 야간에는 불침번 근무 4명에 당직근무까지 합치면 거의 모든 인원이 매일 야간근무가 있는 셈이었다.
심지어 누군가는 하루에 두 번 야간근무를 서는 날도 생겼다.

야간 근무를 짜는 게 정말 고통스러웠던 기억밖에 남지 않았다...휴가자가 생기면 누군가 더 많은 야간 근무에 투입되기에 휴가를 쓰는 걸 서로 눈치를 보는 분위기이고 근무표 불만이 있는 각 중대 분대장들도 나에게 와서 따진 적도 많았지만, 어느 정도 지난 이후에는 그들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간부들은 이런 근무 환경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니 근무표를 보기나 하는지 별다른 언급은 없었다.
중간에 한번 중대장에게 말을 해본 적이 있지만 별다른 소식은 없었고 그렇게 1달 정도를 지났을 때다.

주말에는 생활관마다 불 끄고 자고 있었고 일과 시간에도 조금의 시간 여유만 생기면 잠을 청했고 심지어 사격장 부사수를 진행하던 일병이 사격장에서 조는 일도 생겼다.
정말 이대로 가다간 누구 하나 쓰러질 것 같아서 미친 척하고 내 이름을 야간 모든 타임에 올리니 그때 당시 당직사관이었던 주임원사님이 근무표가 왜 이러냐고 물으시길래 나는 우리가 지난 한 달을 어떻게 지내왔는지 밤새 이야기했다.

그리고 다음 날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아침 일찍 대대장님이 나와서 나를 불렀다.

그렇게 오전 내내 이야기하고 부대원들의 설문조사를 통해 나온 결과는 낮 근무는 본부중대 인원이 투입하고 야간 시간에는 위병소 근무와 무기고 근무를 하나로 합쳤고 그 근무는 상근에게 넘어가서 한 타임에 탄약고 2명, 불침번 1명으로 3명 하루에 12명이면 돌아가는 구조가 완성되었다.

새 대대장의 취임과 함께 나는 전역을 했고 후에 들은 이야기인데...
본부중대에서 바뀐 근무 구조에 불만을 표출해서 다시 예전으로 돌아갔다고 들었다

사실 이런 이야기를 친구들 사이에서 말고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어차피 돌아올 대답은 그래도 예비군 부대면 꿀빨았네와 별반 다름 없는 반응이기 때문이다.

우리 때보다 더 인원이 줄어서 더 힘든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을 후배들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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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06 01:16
수정 아이콘
어느 조직이든 인원 빵꾸나면 뭐 나머지 구성원들이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더군요. 중대 내에서 사고조사로 한개 소대가 완전 오프되었을때 야간 퐁당퐁당이라는 말도 안되는 근무도 서본적 있었는데...수고 많으셨습니다 흐흐
너이리와봐
22/11/06 07:34
수정 아이콘
어디나 인간이 하는 일은
다 힘들고 바깥에서 보는거와 다르죠
옛말이 틀린게 없어요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없다.
이번 이태원도 까지 시작하면 다 털리죠
22/11/06 10:39
수정 아이콘
저도 예비군 훈련 조교로 현역시절 보냈던 터라
더 몰입되는 이야기네요.
저는 지방이었어서 그런지 옛날이었어서 그런지
예비군 자율 훈련 시스템이 없었어요.
제가 예비군 뛸 때 처음 보고
우와, 이게 된다고? 진작 좀 도입하지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나마 주임원사 대대장 두 간부가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 분이셨군요.
거기다 위병소 탄약고 근무를 합쳤다니
추진력도 있으신 분이었네요.
제 군대 시절 제 윗선들에게 저런 얘기 하면
헛소리 하지 말라며 휴가 커트였을듯 크크크
군에서나 사회에서나 좋은 윗선 만나기가
참 어렵습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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