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1/09/25 11:15:25
Name 아난
Subject [일반] 인문학계와 문화/예술계 지식인들의 STEM화 (번역)

강력하고 호소력 있는 아도르노적 울림을 갖고 있는 글이에요. 특히 황당하게도 시에 대한 아도르노적 견해를 피력했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한 Danielle Rose를 언급하는 대목이 감동적이에요. 빽빽하고 길어서 일부만 발췌 번역했는데, 빼먹은 부분중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다음 이었어요:

나는 쇤베르크나 푸르스트를 감식할 수 있는 훈련을 받지 못했다. 나는 성인이 되고 나서 프루스트에 대한 본유적 사랑을 발견한 반면 무조 음악과 사랑에 빠질 날은 아직 고도를 기다리는 것처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한편 내가 사랑하는 문학에 관해 들뢰즈의 <프루스트와 기호들>로부터 읽고 얻은 것보다 내가 사랑하지 않는 예술에 관해 아도르노의 <신 음악의 철학> 으로부터 읽고 얻은 것이 훨씬 더 많다. 이 두 책 중 어느 것도  Threes Company [1977년 3월 15일부터 1984년 9월 18일까지 ABC에서 8시즌 동안 방영된 미국 시트콤 TV 시리즈] 를 시청하고 거의 록앤롤만 듣고 자란 나같은 사람을 위해 집필된 것이 아니다. 그러나 나는 아도르노의 미학이론부터 교양을 얻기 위해 to get an education 아도르노의 미적 교양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

Covid는 지루하다: 영속적 위생 체제와 지식인들의 STEM화 (저스틴 E. H. 스미스)

* 출처: Justin E. H. Smith's Hinternet / 2021년 9월 19일
https://justinehsmith.substack.com/p/covid-is-boring

--
Justin E. H. Smith 는 파리 대학교 역사학 및 과학철학 교수이다.
--
-
... 나는 내 친구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말을 하려고 한다. 하지만 우리의 현재 시기에 대한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그렇게 해야 한다. 나는 그렇게 많은 교육받은 사람들이 Twitter-Covid 복합체 시대에서의 지식계급의 완전한 배제의 표시 외의 다른 어떤 것으로 이 새로운 자원봉사 역할을 쉽게 받아들였다는 것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복합체의 한 성분은 다른 성분에 약간 앞서 도착했지만 그것들 양자는 함께 성년이 되었다. 이것을 보여주기 위해 나는 다음 몇 문단에 걸쳐, 내가 이미 말했듯이 어떤 경우에도 지루한, 협소하게 이해되는 Covid라는 주제에서 떠나 대신 예술과 문화비평의 현상태에 관해 얘기하고 싶다. 이것은 주제의 변경이 아니라 단순히 동일한 문제에 대한 다른 접근 노선이다. 왜냐하면 어떤 것에 관한 것이든 동시대 논쟁에서 유일한 문제는 인간들 사이에서의 한 사고 형식의 부상이라는 것이 나의 주장이기 때문이다. 그 사고 형식은 우리 모두가 일상적인 인간-기술 인터페이스에서 익숙해져 있는 패턴들을 흉내낸다: 그것은 양화적, STEM화적, "성과" 지향적, 속물적이다. 그것은 인간 중심의 탐구와 비판에 대한 배신이다.

--
STEM - 과학, 기술, 공학, 수학
--

정치 철학자 Jake McNulty는 최근 아도르노의 놀라운 관찰을 내게 상기시켜 주었다. 자신의 역사적 순간에 진정으로 혁명을 일으킨 것은 베르톨트 브레히트와 같이 그들의 예술을 통해 표현된 확고한 정치적 신념을 가진 예술가들이 아니라 사무엘 베켓과 같은 예술가들이었다는 것이다. 그의 작품은 무한히 모호하고 참여적이지 않으며 끝없는 해석에 열려 있다. 한명은 우리에게 혁명적 슬로건으로 개조된 Tin Pan Alley를 줬고, 다른 한명은 우리에게 그 자신의 부류의 혁명을 주었다. 오늘날 우리의 유사 지식인들은 아방가르드의 이상과도 너무 동떨어져 있어 명백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작품을 스캔하는 방법만 알고 있으며, 따라서 오늘날 브레히트의 후손들은 “정치적으로 명시적이기 on message” 때문에 훌륭하다고 간주되는 반면 오늘날 베켓의 후손들은, 반인종주의에 대한 그들의 헌신을 충분히 명시적으로 진술하지 않은 것에 대해 무책임하다고 간주될 것이다.

--
Tin Pan Alley - 통속적/대중적 예술 창작  
--

나는 속물주의의 이 버라이어티를 영어권 강단 철학의 작은 세계에서 가장 생생하게 본다. 수년 동안 나는 그 세계를 부인하려고 노력했지만, 그 세계는 마치 역기능 가정처럼 계속 그 안으로 나를 끌어들이고 있다. 여기에서 나는 내가 역사적 원인을 꽤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수십 년 동안 분석 철학자들은 정치에 관여할 필요가 없다고 확신했다. 실제로 그들은 종종 문자 그대로, 그러나 항상 은유적으로 교외로 이사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최근 미국에서의 저항주의적 각성과 더불어 정치는 복수심에 불타며 자신을 들이밀었고 분석 철학자들은 왜 자신들이 무엇을 생각하는지에 대한 적절한 이해를 얻기 위해 사회적 관련 사안들에 관여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했다. 그러나 그들은 완전히 교외화된 멘탈리티로, 사회에 관해 얘기할 수 있게는 해도 문화에 관해 얘기할 수는 없게 만드는 멘탈리티를 가지고 [정치로] 돌아 오고 있다. 따라서 그들은 주어진 엔터테인먼트의 사회적 영향, 예를 들어 최신 마블 영화가 벡델 테스트에서 얼마나 좋은 점수를 받았는지 파악하고 그러한 것들에 주목하는 것이 "문화 비평"으로 이해될 수 있는 활동에 충분히 값한다고 가정한다. 최신 대중 엔터테인먼트를 시시콜콜 따지는 것에 불과하지 않고 대신 이러한 엔터테인먼트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이 작동하는 문화 생산의 선봉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은 전적으로 잊혀진 세계에 속하는 것 같다. ...

--
벡델 테스트 Bechdel test - 영화 산업에 있어서의 성 차별, 특히나 여성이 적게 나타나는 현상을 지적하기 위해 고안된 테스트이다. 1985년 앨리슨 벡델의 <경계해야 할 레즈비언(Dykes to watch out for)>에서 처음으로 등장했으며, 이후 2000년대에 들어 널리 논의된 후 여러 가지 변형된 테스트가 도입되었다.
--

우리 상황에 관한 이 참담한 사실을 온라인 공간에서 표현하려고 하면, 당신은 최근 몇 년 동안 주변화된 커뮤니티들의 구성원들의 창조적 작업을 촉진하기 위해 등장한 활발한 상호 지원 및 격려 커뮤니티들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말을 듣게 될 것이다. 마치 예술에 주변화된 목소리들을 높이는 것 외의 목적이 없기라도 한 것처럼, 마치 토착적 vernacular 형식들의 확산과 나란히 베켓이 생산하는 것 같은 부류의 "어려운" 작품에 아무런 독특한 기능이 없기라도 한 것처럼. 이름이 잘 알려진 Barren Magazine의 시 편집자였던 Danielle Rose가 감히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시는 중요하지 않다고 썼을 때 그 정기간행물과의 관계를 끊은 것은 바로 이런 종류의 독특함을 위해서 이다. Rose는 이것을 슬픈 진실과의 솔직한 대결로 의도했다. 그녀는 우리의 현재 현실에서 그런 슬픔이나 그런 진실을 위한 자리는 없다는 응답을 들었다. 올바른 노선은 시는 잘 하고 있다는 것이고 이 대단한 사태 앞에서의 올바른 감정은 환희이다.

--
https://boingboing.net/2021/09/06/the-most-powerful-poem-ever-published-by-barren-magazine.html

Barren Magazine의 시 부문 편집자였던 Danielle Rose는 9월 6일이 해당되는 주에 시에 대한 다음과 같은 견해를 트위터에 피력했고 Barren Magazine의 발행인인 Jason D. Ramsay는 이 견해를 이유로 Danielle Rose를 해고했다:

나는 시인들이 대다수 사람들은 우리가 하는 것에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것을 이해했으면 한다. 그러니 우리가 말할 때 우리는 서로에게만 말하고 있다. 시가 강력한 무엇인가라는 망상은 온갖 종류의 유독한 포지티비티들에 이르는 일직선이다. 그 포지티비티들은 실제로는 우리 자신에게 거짓말하는 우리일 뿐이다. The delusion that poetry is something powerful is a straight line to all kinds of toxic positivities that are really just us lying to ourselves. 나는 이것이 패배주의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하는 것은 커다란 사회적 가치는 갖고 있지 않다. 그러니 당신이 당신에게 가장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시 쓰기를] 후회나 부끄러움 없이 하라.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1/09/25 15:05
수정 아이콘
Stem화가 뭔가요?
21/09/25 15:44
수정 아이콘
'STEM'은 과학, 기술, 공학, 수학에 해당하는 영어 단어의 첫 알파벳들을 결합해 만든 약어입니다. 비평과 문화창작을 포함한 인문학적 실천조차도 연구 방법론이 통일되어 있고 양화되기 쉽고 성과의 기준이 분명하고 성과를 중시하는 STEM 과목들 대하듯이 대하는 추세가 확연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필자는 시 같은 순수예술의 가치를 정치적으로 올바른 메시지를 명시적으로 담고 있는지 여부만으로 단순하고 획일적으로 따지면서 어렵고 어려워야 하는 것으로서의, 자율적 형식으로서의 순수예술 고유의 가치 - 사람들을 정치적으로 동원하는 데는 별로 쓸모가 없는 가치 - 를 경시하고 대중적 엔터테인먼트들에 큰 관심을 기울이는 지식인들의 모습을, 기승을 부리고 있는 '캔슬 문화'를 그런 의미의 STEM화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HA클러스터
21/09/25 15:45
수정 아이콘
인문학자들이 일부러 어려운 전문용어 혹은 자신의 창조용어를 쓰는 것이 더욱 일반인들을 인문학으로부터 멀리하게 하는 원인이라고 봅니다.
21/09/25 16:58
수정 아이콘
(수정됨) 아도르노하니까 STEM화라는 게 결국에 아도르노가 경계하던 도구적 이성에 의해 사고가 갇혀가는 과정이라고 이해하면 맞는걸까요?
필자의 논지도 아도르노와 같은 걸 경계하는 것 같네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을 해체하고 쉬이 접근하게 하는 것은 대중이 매스미디어를 통해 더욱 거대해지고 다양해져 현 시대가 요구하는 방향이고 이로운 점도 분명하나 무분별한 해체작업과 미디어의 편향성으로 하나의 방법론만이 옳음을 맹목적으로 믿게 되는 걸 거부하겠다...정도로 이해했습니다. 이해가 어려운 것을 이해가 어려운 것대로 남겨두는 것의 미덕이라고도 생각이 되네요. 우리 사회의 가능성과 잠재성은 다양성을 통해 성장해왔는데 다양성을 없애는 쪽으로 사회가 진화해나가고 있다 여겨집니다.
어찌보면 정치의 개인화 Personalization이랑 맞닿아 있다고 생각됩니다. 모든 걸 하나하나 다 알거나 알려주기엔 너무나 복잡해졌고 대표하는 인물 개인을 매스미디어에 집중 노출시켜 이미지화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여겨지는 시대네요. 복잡해진 나머지 단순화가 과도하게 진행되고 있나봅니다..
출처 들어가서 간만에 좋은 글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maritimel
21/09/26 01:19
수정 아이콘
지식계급들의, 또한 대중들을 위해서라는 모종의 이유에 의해 공유되어지는 이러한 논의들은 대중들에겐 STEM이라고 하는 것들보다도 완전하게 논리적으로 분해되어 내재화되기 어려운 속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3488 [일반] 구글 플레이 해킹을 당했습니다. [39] This-Plus12183 21/09/25 12183 10
93487 [일반] 확진자 3천명, 단계적 일상회복의 모습 [167] 여왕의심복30955 21/09/25 30955 143
93486 [일반] 대학교에서 겪었던 특이한 수업 경험 있으십니까 [49] 나주꿀11868 21/09/25 11868 17
93485 [일반] 각자도생이라는 말의 유아성 [65] 플레스트린12333 21/09/25 12333 58
93484 [일반] 코로나 확진 치료 후기, 대부분은 경증 그러나 잘못 걸리면 진짜 고통을 맛 보는 무서운 코로나 [32] Trader J14478 21/09/25 14478 62
93483 [일반] 인문학계와 문화/예술계 지식인들의 STEM화 (번역) [5] 아난8584 21/09/25 8584 4
93481 [일반] 라이어 게임- 아아 님은 갔습니다.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49] 황금경 엘드리치11676 21/09/25 11676 3
93480 [일반] 왜 어른들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못 받는거야? [5] 내가아는사람7690 21/09/25 7690 12
93479 [일반] 진순? 진매? 아니 진라거 - 진라거 리뷰 [15] 대장햄토리10894 21/09/25 10894 6
93478 [일반] 임산부 배려석 앉은 장애인 남성, 성추행으로 무고당해 [137] 아케이드15633 21/09/25 15633 37
93476 [일반] (전쟁토론) "2차세계대전" 군대로, 2021년 대한민국을 침략 [260] 허스키16118 21/09/24 16118 3
93474 [일반] 한류가 세계에 인정받는 것을 보는 한 서민으로서 느끼는 감정 [174] 코와소16552 21/09/24 16552 25
93473 [일반] 아랍 이름에 대한 대략적인 가이드 [60] Farce14904 21/09/24 14904 59
93472 [일반] 끝없는 복수의 세상! 웹툰-아버지의 복수는 끝이 없어라 [19] lasd2419888 21/09/24 9888 5
93470 [일반] 왜 내가, 그리고 젊은 남성들이 출산율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254] sionatlasia16566 21/09/24 16566 17
93468 [일반] 에버랜드 나이트 사파리, 강력 추천합니다! [23] 설탕가루인형형12361 21/09/24 12361 8
93467 [일반] 캡슐커피 어떠신가요? [42] 망령11695 21/09/24 11695 3
93466 [일반] 금융위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대한 이야기 [37] 먼산바라기9920 21/09/24 9920 27
93464 [일반] NBA 판타지리그 하실 분 계신가요? [16] bifrost10849 21/09/24 10849 1
93461 [일반] 전설의 퍼플문 댓글들을 보고 PTSD가 왔습니다. [107] Navigator18307 21/09/24 18307 9
93458 [일반] 과연 여성은 정말로 사회적 약자일까? [273] 비온날흙비린내21117 21/09/23 21117 19
93456 [일반] 맘스터치에서 제로음료를 팔기 시작했습니다. [60] 안초비16349 21/09/23 16349 7
93455 [일반] 다음달 서울우유 가격 인상 5.4% [106] KOS-MOS14877 21/09/23 14877 1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