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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6/10 18:07:27
Name 로각좁
Subject [일반] 싱갈릴라 리지 트렉[SINGALILA RIDGE TREK] - 데이터 주의
안녕하세요,
오늘은 소개하고픈 트레킹이 하나 생겨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사실 한국에서 트레킹 하면 대부분 네팔을 떠올리는데, 인도에도 생각보다 괜찮은 트레킹이 많이 있다고 하네요.
저는 그중에서 인도와 네팔 국경을 아우르며 산등성을 오르내리는 싱갈릴라 리지 트렉에 대해 써보고자 합니다.

이 트레킹은 말 그대로 싱갈릴라 내셔널 파크의 산등성이를 타기 때문에 싱갈릴라 리지 트렉이라고 불립니다.

보통 출발 거점이 차(tea)의 도시 다질링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관련 트레킹 업체는 다질링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겸사겸사 해발고도 2천미터의 도시 다질링에서 멋진 경치를 보며 따뜻한 차 한잔 하는 경험도
저절로 따라오기 마련이죠.

사실 다질링은 자체만으로도 방문할 가치가 충분히 있는 도시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트레킹 전이나 후로 며칠은
다질링에서 머물면서 즐기는 것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티 가든 방문 및 체험, 유네스코에도 등재된 토이트레인 경험해보기, 올드 마켓 구경, 멋진 경치 등 즐길거리가 상당히 많기 때문이죠.


이 트레킹이 유명한 이유는 물론 멋진 트레일 자체에도 있지만, 고도 3600m의 거점에서 만날 수 있는
칸첸중가, 히말라야를 아우르는 멋진 전경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전경을 찍기 위해서 그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싱갈릴라 리지 트렉을 경험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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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기본적인 정보는 아래와 같습니다.

비용 : 1인 이용 시 $400 전후(3-4명이서 하면 인당 비용이 줄어들겠죠),
       포터 고용 시 하루 만원에서 만오천원정도의 비용 추가
일정 : 5박6일 코스를 가장 많이 이용하고, 트레킹 업체 및 셰르파와 상의하여 루트 및 기간은 변경 가능
       (15일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이런 경우는 비용이 달라지겠죠).
추천기간 : 4~5월, 9~10월

인증 된 업체를 통하지 않고 현지에서 직접 가이드를 고용하는 경우 비용은 굉장히 싸지만,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감의 면이라던지, 응급치료, 전문 지식등에서 많은 차이가 나기 때문에 권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하네요(민간 가이드가 술에 취해 실수를 한다던가 하는).

아래로는 5일간의 디테일한 부분에 대한 소개 및 관련된 사진이 대부분입니다.
개인적이 경험의 부분이기 때문에 살짝 일기 형식으로 적었습니다(사실 블로그에 올린 글인데 일일히 수정하기가 귀찮...)
참고로 저는 시간의 문제로 인해 5박6일짜리 코스를 4박5일만에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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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준비물-
다운점퍼
바람막이
긴팔티셔츠2개
긴바지2개
속옷2개
양말2개
수건1개
신발+슬리퍼
칫솔+치약

지갑
여권
휴지
침낭
우비(가방까지 덮는 것으로)
사진기

요렇게 짜니까 7kg정도 나오더군요.

시작해봅시다.

첫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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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타고 8시에 출발해 시작지점인 도트레이(DHOTREY)에 도착한 것이 10시를 좀 넘어서였다.
가볍게 토스트로 아침을 해결하고 드디어 배낭을 메고 걷기 시작했다.
안개가 강하게 껴 있는것이 조금 불안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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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한 안개가 끼고 걷히기를 반복하고 있다.
그 와중에 정말 믿기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경관에 감탄하면서 힘든 줄도 모르고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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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거점에서의 늦은 점심.
밥+야재절임+계란+커리+오이
이게 최후의 정찬이 될 줄이야..

점심 후에는 안개가 자욱하게 피어서 사진도 찍지 못하고 계속 걷기를 반복했다.
드디어 첫날의 숙소가 있는 장소 칼라포크하리(KALAPOKHARI)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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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넓은 롯지에서 혼자 잠들었다.


둘째 날

참고로 5일간 나와 함께해 준 셰르파의 이름이 SEKHAL 이란 분이다.
사실 트레킹을 하기 전에 도대체 5일동안 둘이서 뭘 해야 될 지 굉장히 걱정했다.
남자 둘이서 이 넓고 높은 산 속에서 브로큰 백 마운....을 찍을 것도 아니고,

그런데 괜한 걱정이었다. 진짜 재밌고 아는 것도 많고, 세심하게 챙겨주고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다.
5일동안 내내 정말 영화얘기, 트레킹 얘기, 인생 얘기, 등등등 정말 끊임 없이 주제를 만들어 가면서
지루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주었다. 이 자리를 빌어서 다시 한번 감사를 전한다. 못 보겠지만-_-;


오늘은 시작하기에 앞서 셰르파가 하루 종일 오르막길이 될 거라고 마음 단단히 먹고 가자고 한다.
사실 이게 평지나, 살짝 가파른 정도의 오르막길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데,
어느 정도 경사를 넘어가기 시작하면 진짜 한발 한발 옮기는게 지옥이 된다.

일단 뒤에 지고 있는 배낭이 갑자기 무거워 지기 시작하고, 땀이 비오듯 솟아 오르는데
가장 문제가 뭐냐면 희망이 없다는 거다.

이 언덕을 오르면 내리막길이 나오겠지, 뭐 이런게 없이 오르막길만 끝 없이 나오니까 진짜 나중에는
그냥그냥 바닥만 쳐다보고 한발 한발 옮기면서 하느님 부처님만 찾게 된다.

평소에 체력좀 길러 놨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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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안 오더니 초콜렛 주니까 다가오던 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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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점 마을에 들러서 따뜻한 차 한잔과 국수 한그릇 먹고 다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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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와 야크 사이에 태어난 잡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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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 없습니다. 가던 길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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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슬금슬금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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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같던 오르막길을 끝내고 드디어 거점마을 산닥푸(SANDAKPHU)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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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닥푸는 고도 3600M정도 되는 곳이다. 저녁이 되니까 진짜 오질나게 춥더라.
나중에는 밑에 담요하나 깔고 그 위에 침낭, 그리고 담요2개는 위에 덮고,
바람막이까지 껴입고서 잠들었다. 그래도 자다 깨다를 수십번은 반복했다.

안 좋은 점은 여기가 가장 좋은 일출과 봉우리들을 볼 수 있는 포인트인데, 비가오고 안개가 너무 강하게 껴서
그러지 못했다는 점이 너무 아쉽다.


셋째 날

벌써 3일째 샤워를 못하고 있다. 몸에서 거의 소금기가 굳어서 기분이 굉장히 찝찝하다.
그리고 이상하게 아침부터 왼쪽 허벅지가 아프다. 살짝만 발을 움직여도 거의 허벅지가 비명을 질러서, 많이 걱정된다.
거기에 어제의 비로 안개가 지독하게 껴서, 시선 앞 10M만 넘어가도 시야가 거의 없어지는 상황이다.

뭐...그래도 간다. 어쩌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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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의 바람이 얼마나 강하냐면 이런 커다란 나무가 바람에 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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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만에 신발의 거의 걸레가 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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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목적이 팔룻(PHALUT)이 2KM남았다. 마지막 2KM가 지옥의 경사코스여서 정말 힘들었다.
끝나지 않는 2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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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잠잘 곳 세팅부터 하고, 너무 추워서 패딩까지 껴입고
하나 밖에 없는 따뜻한 곳, 부엌에 옹기종기 모여서 서로 얘기도 좀 하고 밥도 먹고 몸도 녹이고 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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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잠은 거의 자지 못했다. 비고 심하게 오고, 바람소리에, 추위에,
...다리도 아프고. 그래도 시간은 흘러 간다.  


넷째 날

아침에 눈을 뜨니 거의 왼쪽다리는 맛이 가서 올라가지도 않는다.
진짜 이놈의 유리몸;

그리고 비가 살짝 살짝 오고 있어서 처음으로 우비를 입고 출발했다.
그래도 다행히 금방 날이 개서 바로 우비를 벗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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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다 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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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새 3마리가 바닥에 버려져 있었다. 도와주고 싶었지만 사람 냄새가 나면 어미새가 오지 않는다는 말에
그냥 지나쳐야 했다.

오늘은 그래도 천국같은 내리막길 위주였다. 다리도 아픈데 참 다행인 일이다.
서로 얘기나 나누면서 터벅터벅 걷다보니 벌써 마지막 마을 고르키(GORKHEY)에 도착했다.



여기는 정말 천국의 마을이다. 아니 그냥 천국이다.
셰르파도 가장 좋아한다는 그 곳

35가구 정도의 작은 마을인데, 전기도 안들어오고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는 곳이다.
해발 2,300M에 위치한 마을인데, 산 아래에 자리잡고 강을 국경으로 삼는 곳이다.

이곳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샤워를 할 수 있다는 말에 마음이 들 떠 달려갔다.



근데..샤워란게.......뜨거운 물 한 바스켓 주더니, 여기에 찬물 섞어서 따뜻하게 만들어서 씻으란 거였다.
난 어제 사실 셰르파가 내일 따뜻한 샤워를 할 수 있는데, 너한테는 특별히 2 바스켓을 주겠다고 해서
이건 뭔 소리지? 인도식 조크인가? 이러면서 넘겼는데 진심이었군.

뭐 근데 사실 막상 샤워하니까 기분이 너무 좋았다. 땀도 씻어내고, 몸도 풀고 후



여기가 그 유명한 쿠쿠리 나이프 사용하는 곳 중의 한 곳이다.
난 군대에서만 쓰는 건줄 알았는데 실생황에서 유용하게 사용한다고 한다.



가을이 되면 복숭아가 주렁주렁 열린다는 나무



LOVE GORKHEY 끄덕끄덕. 지당한 말씀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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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오늘의 저녁
셰르파가 갑자기 오늘 몸보신을 시켜주겠다고 어디서 닭 한마리를 조달해왔다.
난 개그하는 건가 싶었는데 저 사진찍고 바로 잡아서 요리했다. 아 용서하여 주시오소서
그동안 강제 채식주의를 하다가 그 진한 국물에 담백한 닭고기를 맛보니까 기가 막히더라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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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독한 시킴산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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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에 별이 초롱초롱하게 빛난다.

그리고 트레킹 기간동안의 처음이자 마지막 수세식 변소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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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양이다.
소변보려면 저거 들어서 옆으로 치우고,
큰 일 보려면 다시 합체시켜야 한다.

때려치고 잠이나 잤다.
새벽 1시에 눈이 떠져서 나와서 다시 별좀 보다가 들어가서 잠들었다.


다섯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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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의 시작이다. 따뜻한 차 한잔과 팬케이크 한 조각을 먹고 마을을 떠난다.
바이바이 고르키, 잊지 못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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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에 새겨놓은 문양. 근데 좀 호러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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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리만 건너면 드디어 5일간의 트레킹 일정이 모두 끝난다.

차를 타고 4시간을 달려서 다시 다르질링으로 돌아온 시간이 오후 다섯시였다.
투어업체 오피스에서 짐을 찾고, 돈도 지불하고, 팁도 두둑하게 드리고 숙소로 왔다.

잊지 못할, 정말로 잊지 못할 5일이였다.
비록 다리는 거의 맛이 갔지만-_-;;

여기에는 다 적지 못했지만, 중간중간에 더 많은 사람들도 만나고, 더 많은 얘기들도 나누고,
더 좋은 경험들도 많이 했다. 이 모든 게 더 값진 시간을 만들어 주는 것 같다.
---------------------------------------------------------------------

이렇게 5일간의 싱갈릴라 트레킹이 끝나게 됩니다.

경험적인 부분에서는 굉장히 궁시렁거리는 부분도 많지만, 실제로는 좋았던 부분이 훨씬 많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소개는 이 정도입니다.

사실 이 글을 작성하게 된 계기는 물론 제가 그러고 싶었던 마음도 있지만, 저와 같이 했던 셰르파가
자기가 이 트레킹을 지금까지 5년간 동반하면서 한국인은 제가 처음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왜 한국인은 다 네팔로 가고 이곳에는 오지 않냐고 물으며, 한국에 싱갈릴라 리지 트렉에 대해 좀 소개해 달라고 부탁하더군요.

저도 시작하기에 앞서 한국어로 된 정보를 찾기가 힘들어 대부분 영어로 된 싸이트에서 정보를 얻어야 했습니다.

뭐 결론은 결국 이런 저런 이유가 겹쳐서 이 소개글이 완성된 것입니다(....)


언젠가 트레킹을 계획하신다면, 꼭 네팔이 아니라 이 싱갈릴라 리지 트렉도 한번 고려해 보시면
매우 좋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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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차마시쪙
17/06/10 20:28
수정 아이콘
와...
하쿠나마타타
17/06/10 20:31
수정 아이콘
너무 잘봤습니다. 보기만 해도 힐링되요. 감사합니다.
17/06/11 00:03
수정 아이콘
글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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