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7/06/08 23:28:30
Name 靑龍
Subject [일반] 삼국지 공부에 대해 느끼는 곤란함.
(일개 아마추어 역사학도인 제가 감히 학문 운운해도 될지 참으로 고민스럽습니다만, 재능의 한계로 딱히 표현할 방법이 없기에 그렇게 표현하니 양해하고 넘어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른 여타 학문도 당연히 힘들고 애로사항이 많겠지요. 그러나 전 타학문은 접하지못했기에 중국사에 한정해서 글을 씁니다.
전 삼국지에 관심이 많은 매니아입니다. 많은 삼국지 덕후들이 그렇듯 저 또한 처음에는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허구인가하는 것에서 출발하였습니다. 그걸 알기위해 시중에 나와있는 삼국지 고증 서적들을 읽었고 정사도 접하게되었죠.
그런데 정사를 알면 알수록 정말 학문의 세계는 넓고도 깊다는 것을 느낍니다. 심연의 늪이랄까요.
제 관심분야는 삼국지 시대 군사, 사회, 경제, 문화 방면인데 이것들을 공부하려다보니 고대중국사부터 공부하게됩니다. 왜냐하면 중국사에 나오는 기록은 전례의 인용에 인용이 엄청 많습니다. 따라사 어떤이가 말하는 뜻을 정확히 알려면 그 전례를 알아야합니다. 그러므로 그 이전 시대들에 대한 공부가 필요합니다.

삼국지 공부의 기본 베이스는 자치통감과 정사삼국지입니다. 정사 삼국지는 기전체로 인물중심, 자치통감은 편년체로 연도별 사건중심이라 이해하시면 됩니다. 그 외에 부수 자료로 후한서, 진서, 화양국지, 수경주, 세설신어, 시법 등이 되겠습니다.
중국사는 각각의 그 사서기록의 특징을 알아야합니다. 그래서 중국사학사와 사통을 읽어야합니다. 사기, 한서, 동관한기를 읽으면 더욱 좋습니다.
많은 선현들이 있던 덕에 후학인 우리들이 그나마 쉽게 역사를 알 수 있지만 간혹 사가들의 뻘평이 있어 그걸 구별해야합니다. 잘못된 평으로 사건과 전개가 얽힐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가의 평에 천착하면 사건과정을 추론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사건과 전투의 전개에 있어서 합리적인 추론과 역사적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역사학의 기조는 서양사학이다보니 중국사학과 비교분석할려면 서양사의 개론서 정도는 읽어야할 필요성이 있어 읽는 중입니다.

당시 삼국지 기록에선 평범하거나 일반적인 내용을 알긴 어렵습니다. 따라서 그런 기록이 없는건 정말 없어서가 아니라 당시 식자들은 다 아는 내용이므로 굳이 불필요하게 기록하지않은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당시 분위기나 문화를 알 수있는 것들을 읽어야만 합니다. 시경이나 초사는 춘추시대에 나온 저작물인데 이것들을 읽어주면 조금이나마 고대 중국인들의 생각이나 사회 분위기를 엿볼 수 있겠지요. 삼국지 시대라면 조자건집 같은 서적이 그 예가 되겠네요.

삼국지는 전란의 시대라서 군대기록이 참 많습니다. 이들 군대의 법식이나 흐름을 알려면 병서를 봐야되는데 조조가 주해를 달아놓은 손자병법이나 제갈량의 사상이 담긴 제갈량 병법은 당연히 읽어야 당시 시대의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겠고 병가들이 기본적으로 다룬 병서도 읽어야합니다. 묵자에선 공성과 방어에 대한 내용이 나오므로 이 책도 읽으면 좀 더 당시 전쟁에 대해 알 수 있습니다.

당시엔 사대부들이 거의 활동하던 시대였습니다. 사대부란 중국 고대에 있던 계급, 왕-제후(공후백자남)-대부-사 에서 대부와 사가 합쳐진 개념인데 이들은 논어, 맹자 등의 유학을 비롯, 노자-장자-열자 등의 도가 계열, 순자-상군서-한비자 등의 법가 계열 등이 있었으니 이러한 서적들도 읽으면 당시 학풍에 대해 좀더 알수 있습니다.
당시 지배층은 권력과 권한이 있었으니 그걸 제대로 알려면 관직제도를 알아야하는데 일단 주례부터 해서 후한서 백관지-삼국직관표-진서 직관지를 읽어야합니다.
문자해독같은 부분이 필요할때도 있으니 설문해자와 고문자고림도 보면 좋겠습니다.

여기에다 각종의 개설서, 논문, 해설서도 읽어야하는데 권위자인 분들도 거시적이거나 미시적으로 틀린 부분이 있어 다양하게 읽어야합니다. 그분들이 부족해서가아니라 연구, 저작, 세미나 등으로 바쁘시니 새로운 학설을 접하시기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공부하면서 느끼게된건데 다른 학문도 그렇겠지만 역사학은 정말 1인이 아무리 뛰어나도 발전시킬 수 있는 학문이 아니라 많은 학자들에 의해 연구, 발전, 계승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인 재미와 호기심으로 시작한 공부인데 정말 학문이라는 무게에 짓눌리고 있습니다 허허. 먹고살다보니 시간이 부족하고 개인적인 재능이 뛰어나질 않으니 더더욱 그렇네요.
필력이 부족하여 두서가 없는 부분 양해바라겠습니다. 글을 쓰다보면 항상 느끼는 부분인데 필력이 유려한 분들이 정말 부럽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보통블빠
17/06/08 23:29
수정 아이콘
꼭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요?? 저도 역사쪽으로 관심이 많은데 결국 즐기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이 듭니다.
어차피 일개 개인이 공부해봐야 전공하시는 분들만큼 성과를 거두기는 힘들죠
17/06/08 23:31
수정 아이콘
근데 그걸 즐기고 있으니 이걸 문제로 봐야할지 어떨지 허허
보통블빠
17/06/08 23:33
수정 아이콘
마치 스2 래더를 돌리는데 마스터까지 달았는데 그마를 가고싶어한다는 느낌으로??
17/06/08 23:35
수정 아이콘
스타를 할줄 몰라 무슨 말씀이신지 전혀 이해가 안됩니다
ㅜㅜ
보통블빠
17/06/08 23:36
수정 아이콘
어느정도 이루었다고 생각했는데 제대로 더 이룰려니 난해하고 한계를 접한다는 의미였습니다. 크크...
17/06/08 23:37
수정 아이콘
얼추 비슷한 느낌인것 같습니다. 크크
tjsrnjsdlf
17/06/08 23:43
수정 아이콘
저도 공부를 반은 업으로 하는 사람인데, 공부의 재능이라는게 별거 없는것 같습니다. 좋아하면 재능입니다. 농담이 아니고 진짜 100만명중 1명쯤 있을 아인슈타인레벨 아니면 결국 얼마나 오래 앉아서 들여다 보냐의 문제인데, 싫어하는걸 이렇게 오래 붙들고 앉아있는건 부처님도 울고갈 일이거든요. 최소한 흥미라도 느껴야 버텨지고 재미까지 있다면 너무 좋죠. 그래서... 직업도 아닌데 삼국지 공부가 좋아서 그 단계까지 파셨다면 제가 볼땐 그것 자체가 재능입니다.

저도 제가 들이파는 과목들중 가장 성취가 좋은 과목은 가장 중요하고 오래 공부한 과목이 아니고(...) 그나마 재밌다고 느끼는 과목이더군요. 이유가 별게없습니다. 싫어하는거 3시간 붙드는것보다 좋아하는거 1시간만 붙들어도 집중력이 훨씬 좋고 이해력이 훨씬 좋고, 좋아하는건 공부할때 말고 평소에도 틈틈히 생각하면서 내공이 쌓이거든요.
17/06/08 23:47
수정 아이콘
전 업도 아니고 전공자도 아니고 순전히 취미인데 이것에 나름 상당한 시간을 쏟다보니 간혹 내가 무얼 위해서 이러고있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물론 부정적이거나 비관적인 생각은 아닙니다만 허허
17/06/09 00:15
수정 아이콘
그렇게 집중해서 덕질(좋은 의미로)하는, 그렇게 덕질을 평생 해도해도 할게 넘쳐나는 취미를 가지신게 부럽네요. 저는 구기운동을 좋아하는데 이게 아무리 노력해도 타고난 게 크다보니 아무래도 일정수준까지는 한계가 있고 신체능력이라는게 점차 하락하니 유지하기도 힘들구요.
17/06/09 00:16
수정 아이콘
너무 넘쳐나서 탈입니다ㅜㅜ
평생을 해도 십분지일이나 알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미나가 최고다!
17/06/09 00:23
수정 아이콘
혹시 기회가 되신다면 그 당시의 신분이나 계급 구조에 대해서 좀 써주실 수 있나요? 예컨데 주원장이 승려출신이라고는 알고 있지만 당시 승려가 어느 정도 위치였는지는 잘 알기가 어렵거든요.. 혹은 한고조 유방의 출신 배경도 그냥 한량이라고는 알겠는데 어느 위치였는지는 모르겠어요.. 삼국지시대라면 조조는 환관의 손자라고는 알겠는데 그게 귀족인지 아니면 평민인데 고위급환관이 되면서 신분이 올라간건지 이런게 궁금하더라구요.
17/06/09 00:53
수정 아이콘
제 관심분야는 5호16국 시대까지이고 배움이 적어서 정확히 말씀을 드릴 순 없겠습니다만 일단 아는 선에서는 알려드릴게요.
(명나라 주원장에 대해서는 패스하겠습니다)

계급을 한마디로 정의하긴 힘들지만,
귀족은 위진남북조 시대 이후로 생겨나는 계급이고
유방은 농민출신으로 정장에 임명되었다고 하는데 정장은 지금으로치면 지구대장 내지 파출소장 정도 위치이므로 정말 출신이 낮았나에 대해선 좀 의문이 있습니다.
조조의 경우 환관 조등의 손자로서 원래 하후씨였다고 하는데 환관이 된 조등이나 남의 집에 양자로 들여진 하후씨나 모두 출신이 높다고 보긴 현실적으로 힘들것 같습니다. 후에 귀하게된 인물들은 고대인물의 후예라고 자청하는 경우가 많은데 예를 들어 원술은 순의 후예라고 했고 조조는 조참, 하후돈은 하후영의 후손이라고 했는데 명확한 가계나 세보가 없는 경우 상당수는 정치적 날조로 볼 수 있는 경우도 많은것 같습니다.

삼국지 시대 계급에 알고싶으시다면,
사대부와 중국고대사회.
구품관인법의 연구.
란 책을 읽어보세요.
eternity..
17/06/09 01:00
수정 아이콘
와~~ 대단하십니다.청룡님... 자치통감이랑 정사삼국지만 봐도 숨이 턱턱 막히는데 거기다 서양사 개론서까지..
이정도면 어지간한 아마츄어 사학자는 뛰어넘으닛듯 합니다. 삼국지 조금 읽었다고 친구들 앞에서 잘난척 했던 제가 부끄럽네요.

하나만 질문 드리겠습니다.
('조조가 주해를 달아놓은 손자병법이나 제갈량의 사상이 담긴 제갈량 병법') 관련해서 혹시 한글로 번역된 버젼이 있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나관중 삼국지가 전부였다고 믿었던 얼치기 삼국지 마니아에게 제발 일깨움을 주시옵소서...
17/06/09 02:55
수정 아이콘
저도 아직 멀었습니다 ...

제갈량병법은 시중에 나와있는거 적당한거 보시면 될듯 싶습니다. 위서 취급받고 있긴한데 제갈량 사상이 담겨있고 대개 고대저작중 위서 아닌게 더 드문지라 ..

손자병법 설명
https://namu.wiki/w/손자병법
손자약해
https://zh.m.wikisource.org/wiki/%E5%AD%AB%E5%AD%90%E7%95%A5%E8%A7%A3

시중에 조조의 주해를 완전히 번역한 판본이 있나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유동환 역의 조조병법과 신동준 역의 조조병법이 있습니다.

연의에선 조조의 맹덕신서가 조롱당하고 폄하당하지만 실제로는 손자병법 주석중엔 최고봉으로 평가받습니다.
TheLasid
17/06/09 02:06
수정 아이콘
취미라는 게 이렇게 무섭습니다 :)
분명 남들이 보면 머리가 아픈 공부일 텐데, 본인은 즐겁게 하실 테니까요.
아! 물론 공부하시면서 앓는 소리를 하실 거라는 건 압니다. 속으론 좋으면서요 :)
응원합니다. 파이팅하세요.
17/06/09 03:23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
17/06/09 08:15
수정 아이콘
역사는 잘 모르지만 학문의 연구흐름만 봐도 덜덜하네요...
내가 일을 이렇게 해야하는데.....ㅠ 울고갑니다
17/06/09 08:58
수정 아이콘
저도 일은 이렇게 안합니다 헤헤
치토스
17/06/10 00:28
수정 아이콘
배우고 또 배우면 좋지 아니한가 -공자-
그 노력만으로도 대단하십니다
17/06/10 01:20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2322 [일반] 인공지능의 판결 [34] 메르시7932 17/06/10 7932 17
72321 [일반] 싱갈릴라 리지 트렉[SINGALILA RIDGE TREK] - 데이터 주의 [3] 로각좁4098 17/06/10 4098 8
72320 [일반] 2017년 5월 국내자동차 판매량 [19] G707745 17/06/10 7745 0
72319 [일반] SR(수서고속철) 사장, "적자 나는 경춘선, 우리가 운영하면 흑자" [76] 군디츠마라11864 17/06/10 11864 4
72318 [일반] 군인의 국가배상금지규정에 작은 빵꾸가 뚫렸습니다. [23] Marcion10224 17/06/10 10224 15
72317 [일반] 안희정 지사가 3선 포기하고 내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나올듯 하네요. [104] 어리버리19018 17/06/09 19018 5
72316 [일반] '테이저건 진압' 10대 결국 형사처벌 [84] 손나이쁜손나은14546 17/06/09 14546 15
72315 [일반] 정치 이모저모 [51] 로빈15984 17/06/09 15984 12
72314 [일반] 503 공식 인증, 나쁜 남자, 컴백하다~ [58] 황약사14657 17/06/09 14657 29
72313 [일반] 시간 못지키는 국철1호선 [26] 아침바람9061 17/06/09 9061 0
72312 [일반] 靑 “강경화 후보자 지명 철회 없다”(종합) [185] 아라가키19070 17/06/09 19070 38
72311 [일반] [단편] 05 드래곤나이트의 모험 [24] 글곰8095 17/06/09 8095 32
72310 [일반] 모아둔 드래곤볼 피규어를 선보입니다 [52] 탕웨이13381 17/06/09 13381 43
72309 [일반] [한국갤럽] 6월 2주 -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82% [48] 킹보검12165 17/06/09 12165 6
72307 [일반] 영국 총선 출구조사 내용 [25] 블랙번 록10123 17/06/09 10123 0
72306 [일반] [독후감] Ayn Rand, Anthem (아직 번역본이 없는 듯 합니다) [16] OrBef9963 17/06/09 9963 8
72305 [일반] 힘든 밤 입니다. [17] 정유지7129 17/06/09 7129 22
72304 [일반] One Love Manchester 감상기 (유투브 주의) 덴드로븀3517 17/06/09 3517 0
72303 [일반]  단편(제발)소설(응?) - 그 남자의 모자람 1화 [2] Alchemist13996 17/06/09 3996 1
72302 [일반] 삼국지 공부에 대해 느끼는 곤란함. [20] 靑龍8122 17/06/08 8122 5
72301 [일반] 아이돌마스터.KR 꿈을 드림 드라마 정주행 중인데 재밌네요 [11] 히페리온6354 17/06/08 6354 0
72299 [일반] 호모 사피엔스 적어도 10만년은 더 전에 출현?... [34] Neanderthal9115 17/06/08 9115 12
72298 [일반] 제가 그동안 썼던 면도기들.jpg [51] 김치찌개13981 17/06/08 13981 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