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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5/14 00: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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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이별 후
두 달 전 연인과 헤어졌습니다. 그와는 일 년 정도 연애했어요. 보시기에 그리 긴 시간이 아니라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제게는 이때까지의 연애 중 가장 긴 사귐이었고 연애의 밀도도 농도도 매우 짙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타격에서 헤어나오지를 못하고 있어요. 밤마다 잠들기 직전, 아침에 깨어나 바로 드는 생각이 그만 살고 싶다, 더 이상 견딜 수 없다 따위니 크크(자음어 사용이 안돼서 크크를 사용하는군요! 지금 막 알았습니다) 참 사는 게 사는 게 아니군요... 잠을 자고 밥을 먹고 하는 기본적인 생활도 유지가 잘 되지 않고, 머리를 써야 하는 업무나 공부는 너무 고통스럽게 어찌어찌 해 나가고 있습니다.

제가 이 사이트를 접한 게 그를 통해서였어요. 온라인 커뮤니티로 어디를 들락거리나를 공유하다 그는 이곳을 주로 이용한다고 했지요. 그때 가입만 해놓고 접속하지 않다가, 이별 후에는 매일매일 들어와서 눈팅한답니다 킥 마침 대선 시즌이라 선거게시판 글들 재미있게 읽었어요. 여러분이 정성들여 쓰신 역사 관련 글들도 읽었고요. 문화가 자연스럽게 그리 형성된 것인지 모르겠는데, 타 커뮤니티에 비해 글의 양도 질도 많고 좋은 듯해요. 덕분에 이별의 여파로 어쩔 줄 모르겠던 시간 중 일부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지나갔답니다. 감사해요! 흐흐

오늘 소개팅 어플이라는 걸 깔았습니다. 어플에서 실제로 잘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들었지만 일종의 결의(?)랄까요. 지금까지는 생각 없다고 했지만 친구들한테 소개팅 주선도 받기로 했어요! 새로운 사랑을 향한 준비가 나름 되었다는 판단이 들었어요. 셀 수 없이 눈물을 흘리면서 과거를 곱씹었고 마침내 이별을 인정하고 이해하고 납득했습니다. 이래서 헤어졌구나... 사랑을 더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겠구나... 그와는 더 이상 사랑할 수 없지만, 다음에 다른 누군가와는 할 수 있겠지. 그에게 한없이 매달리고 싶은 마음도 욕을 한바가지 퍼붓고 싶은 마음도 옅어졌어요. 정말로 끝이라는 거겠죠.

횡설수설하는 이 글을 왜 쓰고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솔직히 그가 이 글을 읽지 않을까 하는 요망한 미련 때문인 것 같아요.  내가 이렇게 잘 극복했고 나는 잘 사랑하고 잘 살아갈 것이라는 선언을 그도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런 말을 누구한테든 털어놓고 싶었는데 친밀한 사이인 사람들한테도 선뜻 털어놓기는 어려워서, 익명의 이 공간에나마 털어놓고 싶었어요. 후련합니다.

이 사이트에는 개인적 감정에 관한 글은 거의 올라오지 않는 것 같던데 혹시 이런 주제는 다루면 안되는 것인지 뒤늦게 걱정되네요;; 사이트 규정을 들춰보고 쓰는 게 아니라서요.. 괜찮은 거였으면 좋겠습니다. 한밤의 감성을 타고 쓴 이기적인 글인데 여기까지 읽어주시다니 감사드립니다. 좋은 밤 되시고 남은 주말 행복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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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름발이이리
17/05/14 00:15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17/05/14 00:19
수정 아이콘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 한 가지
시간이 잘도 흘러가주는 것

-롤러코스터 5집이었나;

마음 잘 추스르시구요, 지금은 본인만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그땐 다 필요없고 내가 제일 중요해요.
larrabee
17/05/14 00:33
수정 아이콘
아무도 나를 재촉하지마요 나 혼자서도 잘 할 수 있어 둘이 했던 일을 혼자 끝내는 게 쉬울 순 없잖아요
러블리즈 이별 챕터1이란 노래입니다
둘이 했던 일을 혼자 끝내는건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는거 같아요. 그리고 잊혀진다기보단, 묻어두는거라고 생각하구요.
쉬운 일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시간이 해결해준다고 생각하구요..
새로운 시작을 응원합니다.
무릎부상자
17/05/14 00:47
수정 아이콘
이별이란거 쉽지않죠.. 잘 극복하시길 바랍니다
프즈히
17/05/14 00:53
수정 아이콘
다 지나갈 겁니다. 힘내세요.
추게 보시면 아시겠지만 개인적인 글도 많이 올라옵니다.
Cazellnu
17/05/14 01:48
수정 아이콘
여백을 찾는 여정인가 봅니다
17/05/14 03:05
수정 아이콘
이렇게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거죠. 오늘도 한걸음 더 뻗으셨습니다. 잘 이겨내실 거에요.
17/05/14 03:33
수정 아이콘
더 좋은분을 만나기위한 여정 중 일부일 뿐입니다.
과거를 잊을 수는 없지만 과거에 너무 얽매여 있을 필요도 없습니다.
나아가세요.
ArcanumToss
17/05/14 03:34
수정 아이콘
그렇게 아픈 게 얼마나 소중한 감정인지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 되더군요.
하지만 아플 때는 미치게 아픕니다.
붓다마저도 인간이 받는 고통 중 손에 꼽히는 고통이라고 할 정도로.
저는 학을 뗄 정도의 이별을 겪은 이후 10년 동안 여자를 거들떠도 안 봤을 정도였죠.
인간에 대한 믿음이 완전히 사라졌을 정도였거든요.

다 지나가고 우스겟소리를 할 수 있을 때가 옵니다.
그분의 행복을 빌어주시고 자신에게 오는 다른 연애의 기회도 열어놓으세요.
물론 억지로 그러진 마시고 아프면 아파하시면서.
마음의소리
17/05/14 04:23
수정 아이콘
아픈게 당연해요. 그리고 그 아픈감정을 억지로 숨기지도 마세요.
이 또한 언젠간 지나갈껍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점점 더 무뎌질꺼에요
17/05/14 07:43
수정 아이콘
자고 일어나서 지금 댓글 확인합니다. 위로와 응원 주셔서 감사드려요. 말씀대로 시간이 약인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시간이 약인 게 도리어 슬프기도 해요(?) 속절없이 시간이 흐르고 과거로부터는 멀어지고 그때의 사랑을 점점 잊는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아시겠지요 흐흐 그래도 이별을 인정했으니 시간과 망각까지 받아들이고 한 걸음씩 떠나야지요. 좋은 말씀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이시하라사토미
17/05/14 09:04
수정 아이콘
원래 이별을하면 세상에서 내가 가장 불행한거 같고 그렇죠.

뭐 시간이 해결해줄겁니다. 저도 그랬었는데 시간만큼 좋은 약은 없더군요. 술을 먹어도 딱 그때 뿐이고 그다음날은 후회뿐이죠.

잘추스리길 바래요
Hysteresis
17/05/14 09:13
수정 아이콘
보노보노 애니 마지막 화의 말이 떠오르네요.
즐거운것이 끝이 있는 이유는
슬픔과 괴로움을 끝내기 위함이다..비슷한.
새 아침이에요. 어제 비가 와서 더 맑고 아름다운
힘날꺼에요.
FlyingBird
17/05/14 14:46
수정 아이콘
쏟아지는 비가 지나고 나면 무지개가 뜨듯이 또 시간이 지나면 다른 세상이 보이실꺼에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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