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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5/10 14:46:36
Name 깐딩
Subject [일반] 동물의 고백(12)
모임장의 카톡 프로필을 살펴봤다.

장기 밀매업자도 아니었고 넷카마도 아니었다.

카톡 프로필은 멀쩡한 여자사람이었다.

사실 카톡 프로필은 속이려면 얼마든지 속일 수 있으니까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오래간만에 고향 내려가신 건데 놀러 못 가셔서 어떻게 해요ㅠ

-가족들끼리 집에서 영화 보려고요.

-아 토렌트 받아서요?

-집 앞 대여점에서 DVD 빌려서 왔어요.

-아 저희 집 앞엔 빌릴 수 있는 곳이 없네요. DVD 기계도 없고ㅠ

모임장과 카톡으로 잡담을 주고받는다.

진짜 어지간히 심심한 모양이다.

-눈 때문에 서울 다시 오실 때 막힐 수도 있겠어요.

-그러게요 출발시간 좀 바꿔야 할까 봐요.

-몇 시 차로 올라오세요? 아직도 눈 와요ㅠ

-허;; 엄청 오네요. 오후 5시 버스인데 진짜 엄청 막힐 듯요.

-차있으면 일찍 변경하는 게 나을 수도요^^;;

-작년 설에 고속도로에서 10시간 있어봤는데 진짜 사람 할 짓이 아니더라고요.

-10시간씩이나요?ㅜㅜ 진짜 힘들겠어요ㅜㅜ허리 끊어질 듯. 얼른 알아보세요.

덕분에 수도권 기상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서

새벽차로 바꿔타고 제시간에 서울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시간이 흘러 1월 31일이 되었다.

내일 드디어 모임장의 실물을 보게 되겠구나.

진짜 어떤 사람인지 너무 궁금하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내일부터 5일간 시스템 협력사들이 모여

개발 내용 종합 연동 테스트를 진행한단다.

당연하게도 외근을 나가게 되었다.

-설 잘 보내셨어요?

모임장에게 카톡을 보냈다.

-네, XX 님은 어제 길 안 막히고 잘 왔어요?

-덕분에 버스 시간 바꿔서 편하게 올라왔습니다.

-아 그래요? 좋네요 차 안 먹혔겠어요.

-쪼금 막히긴 했어요 15분 정도 늦었네요.
  아, 그리고 매우 죄송한 소식을 전해드리게 됐는데
  제가 내일부터 3~4일간 외근을 나가게 되었습니다.

-아 크크 네 어쩔 수 없죠. 타이밍 최고네요. 외근도 있으시구나~

여차여차 사정을 설명하고 점심 약속을 캔슬 했다.

모임장이 많이 아쉬워하는 기색을 보였다.

날짜를 바꿔서 약속을 다시 잡고 싶었으나

거지 같은 연동 테스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몰라 섣불리 약속을 잡지 않았다.




2~5편까지 등장했던 후배와 외근을 나가게 되었다.

연동사들이 오랜 시간 준비해서 모인 만큼

내 걱정과 다르게 테스트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그래도 절대적인 테스트 시간이 필요한 건 어쩔 수 없었다.

"후배야, 미안한데 오늘 야근 좀 하면서 좀 빡세게 하면 안 될까?"

"네? 왜요?"

"아니… 외근하면 피곤하기도 하고 밥 먹을 때마다 어색하게 일 이야기하는 것도 싫고 그렇잖아."

사실은 빨리 끝내고 이번 주 안에 모임장을 만나고 싶어서였다.

약속을 일방적으로 깨버린 미안함도 있었다.

그런 것까지 구구절절 설명하기 싫어서 대충 얼버무렸다.

"저는 천천히 해도 되는데요? 왜 힘들게 야근해야 돼요?"

"오늘 저녁 회, 초밥. 가격 무제한. 영수증은 내가 회사에 알아서 제출한다. 콜?"

"뭐부터 하면 되죠?"

그렇게 먹을 걸로 후배를 꼬드겨 같이 야근을 하고 이틀 만에 일을 끝냈다.

회사에서는 왜 이렇게 급하게 했냐고 물어봤지만 그냥 필받아서 열심해 했다고 했다.

당연히 일을 일찍 끝내고 왔으니 회사는 더 좋아했다.




목요일 오전에 모임장에게 카톡을 보냈다.

-맛점 하셨나요?

-음ㅜ그냥 배만 채웠어요~메뉴가 별로였거든요. XX 씨는요?

-저는 오늘 오전에 회사 들어와서 오래간만에 나가서 먹었습니다.

-이번 주 외근 아니셨어요?

-모임장님이랑 점심 먹으려고 어제 밤새 하고 왔습니다.
  하루 밤새고 오늘 오전까지 하니까 끝나네요.
  내일같이 점심 드시죠.

-크크 헉. 야근하신 거예요?

-빨리 끝내려면 야근해야죠.

-네~ 좋아요! 내일 같이 점심 먹어요! 저번에 말했던 느린 마을?

그렇게 모임장과 다음날 점심 약속을 급하게 잡았다.

약속도 급하게 깨고 급하게 잡았는데도 대응이 점잖게 나오니 나도 점점 더 미안해지더라.

'내일 점심은 내가 사야겠다...'




나는 다이어트를 시작한 이후로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한 도시락을 먹었다.

양상추, 방울토마토, 닭 가슴살, 고구마, 삶은 계란.

회사 내에서 같이 운동하는 사람들과 항상 같이 먹었기 때문에

특히나 혼자 따로 나가서 먹는 일은 아예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혼자 나가서 먹어야 했다.

조용히 후배에게만 카톡을 보냈다.

-후배야 오늘 나 점심 약속이 있어서 따로 나가서 먹을게.

-네? 무슨 일 있으세요?

-아니 그냥 약속 있어서.

-알겠습니다. 맛점하세요!

그렇게 대강 얼버무리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모임장에게 카톡을 보냈다.

-저 가게 1층 로비에 있습니다.
  누가 봐도 이상하게 생긴 놈이다, 오징어가 살아있다 싶으면 그게 접니다.

-오징어 크크 왜 자신을 비하하세요ㅜ 암튼 지금 가고 있어요!

그렇게 모임장 실물을 처음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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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있던풍경
17/05/10 14:50
수정 아이콘
이 분 끊는 타이밍만 연구하셨나...
17/05/10 14:53
수정 아이콘
...
17/05/10 14:54
수정 아이콘
자~ 사수 사로 입장~
김제피
17/05/10 15:44
수정 아이콘
일사로 병장 김제피 입장했습니다.

사격 개시 신호만 주십시오.
좋은데이
17/05/10 14:58
수정 아이콘
최근 소개받은분에게 당일 저녁약속만 두번 캔슬당한입장에선..
지금가고있어요! 이후 피치못할사정이 생기길..
17/05/10 14:59
수정 아이콘
이야... 타이밍 정말...
신지민커여워
17/05/10 14:59
수정 아이콘
크.. 인연 잘만드시네요 ㅠㅠ
17/05/10 15:01
수정 아이콘
다음 편... 다음 편이요!
베가스
17/05/10 15:11
수정 아이콘
랴 리건 진짜 타이밍이...
블본이나 다크소울하시면 패링 잘 하실것 같습니다.
17/05/10 15:51
수정 아이콘
크.............이분 끊는 솜씨가..........
17/05/10 15:59
수정 아이콘
절단신공에 감탄해서 댓글 남깁니다 ....... 크크
17/05/10 16:07
수정 아이콘
절단 신공 레벨 99이신 것 같습니다. 아아아아아...
-안군-
17/05/10 16:10
수정 아이콘
여태까지 PGR에 연재하셨던 모든 분들 중에서 절단신공은 최고라고 인정드립니다.
일단 죽창을 깎아놓겠습니다.
나른한오후
17/05/10 16:27
수정 아이콘
다음편좀 크어어억! 죽창은 늘 준비중입니다!
한걸음
17/05/10 16:30
수정 아이콘
절단신공에 죽창을!!!!!
전광렬
17/05/10 16:30
수정 아이콘
슬슬 죽창을 만드러 거야되는 것 인가...
김블쏜
17/05/10 18:06
수정 아이콘
죽창 공구합니다.
MiguelCabrera
17/05/10 18:16
수정 아이콘
크크크 그 후배는 눈치챘을듯 하네요

그 여성분 첫인상이라도 말씀해주시고 끊어주시지 너무하네요.

그러고보니 깐딩님은 전 글이 없어질 때 쯤 후속편을 올리시는 것 같은데 참고하겠습니다.
17/05/10 18:25
수정 아이콘
요즘 드라마나 웹툰들이 이렇게 감질나는 부분에서 끊더라구요.
이게 트랜드 인가 싶어 저도 이렇게 끊어내고 있습니다 흐흐
말씀대로 올렸던 글이 없어진다~ 싶으면 다음편을 올리고 있습니다.
글 올릴때는 항상 다음편이 이미 다 써진 상태고 올릴 타이밍만 기다리고 있는거죠
이시하라사토미
17/05/10 19:10
수정 아이콘
하아... 감질맛 나네요;
절단신공이... 휴 ....

담편은 언제 나오나요?
17/05/10 19:11
수정 아이콘
과수원을 불태워라
Thanatos.OIOF7I
17/05/10 21:31
수정 아이콘
하아..
선배 나 열나는 거 같애.
빨리 후속편을...!!
17/05/11 05:01
수정 아이콘
아니 갈수록 절단신공만 연마 하시나봐요 ㅠ 크크
카디르나
17/05/11 10:17
수정 아이콘
이과이신 듯 한데, 문과의 재능도 두루 겸비하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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