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5/09/14 23:28:40
Name 세상의빛
Subject [일반] 안경 낀 아저씨
어릴 적입니다 가족끼리 모여서 과자를 먹고 있었는데 아버지는 티비를 보고 계셨습니다
티비 속 아저씨들은 공을 던지고 방망이로 그 공을 때리려고 했습니다
근데 안경 낀 저 아저씨가 던지면 왜 다른 아저씨들은 못 치는 걸까
유치원 다니는 꼬맹이의 생각은 딱 거기까지입니다. 꼬맹이는 ob 베어스 회원입니다;;;
꼬맹이에게 한국 최고의 투수는 박철순 아저씨입니다
근데 보니까 안경 낀 아저씨도 매우 잘 던집니다
맨날 나와서 공을 던집니다 한자로 이른 씌여진 팀 아저씨들은 안경 아저씨 공 못쳤습니다
안경 아저씨 펄쩍펄쩍 뜁니다 아버지는 "캬~~ 저 놈 대단하다"
파란 유니폼 팀이 이겼습니다
꼬맹이는 잘 모르지만 안경 아저씨가 없었으면 파란 팀은 못 이겼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름을 기억해 둡니다 '안경 낀 아저씨'

꼬맹이는 커서 주황색 유니폼을 입고 야구장에 갑니다
그 때 그 아저씨가 야구장에서 가끔 보입니다
안경 아저씨가 우리 팀의 2군 감독입니다
속으로 '울 팀 선수들도 저 아저씨만큼 잘 던졌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아저씨는 결국 떠나셨고
언젠가 고향 팀 그 파란 유니폼 팀으로 가시고 싶어했다는 말을 꼬맹이는 들었습니다
그 다음 꼬맹이가 아저씨에 대한 소식을 들은 날은 2011년 9월 14일입니다
아저씨가 공 다시 던지고 싶어서 서둘러 하늘 나라로 가셨다고...
눈가가 뜨거워졌습니다 분명 우리 팀 선수도 아닌데 왜 난 울고 있을까
나중에 아저씨 만나면 물어봐야겠습니다 왜 서둘러 가셨는지
"이름이 뭐고?" 하면서 싸인해 주던 안경 아저씨
아저씨의 이름은 최동원입니다

오늘은 2015년 9월 14일입니다
4년 전 오늘 최동원 님이 고인이 되셨습니다
그 분의 불꽃같던 삶이 떠올라 부족한 필력으로 끄적여 봤습니다
부디 그곳에서는 편안하시길...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VinnyDaddy
15/09/14 23:31
수정 아이콘
정도를 걷고 타협하지 않는 인물의 삶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하지만 얼마나 가치있는 것인지를 몸소 보여주신 최동원 감독님. 감사합니다. 그곳에서는 영원히 평온하시길..
이 분이 제 어머
15/09/14 23:37
수정 아이콘
추천합니다
강가딘
15/09/15 06:37
수정 아이콘
진짜 야구만화에서 나올법한 삶을
살다 가셨죠
15/09/15 11:51
수정 아이콘
"동원아, 우짜노. 여기까지 왔는데."
"네, 알았심더. 한번 해보입시더."
눈시BBand
15/09/15 19:07
수정 아이콘
추천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0973 [일반] [1][우왕] 돌아보니 풍성했던 2008년 가요계(영상 有) [21] RookieKid7026 15/09/17 7026 1
60972 [일반] [야구] 5위 싸움이 이제 슬슬 정리되는 분위기입니다. [65] 삭제됨9242 15/09/17 9242 0
60971 [일반] [1][우왕] 희대의 막장선거 - 1876년 미국 대통령 선거 [49] 이치죠 호타루11936 15/09/17 11936 66
60970 [일반] [야구] 지난 5년간 구단별 Last 20Game 성적 [16] 천재의눈물4481 15/09/16 4481 1
60969 [일반] [야구] 내년이 기대되는 SK와이번스 [19] 이홍기4063 15/09/16 4063 0
60967 [일반] [1][우왕] [짤평] <사도> - 플레이팅도 중요하긴 하지만... [58] 마스터충달8110 15/09/16 8110 22
60965 [일반] To. WWE. 우리는 계속해서 전진해야 합니다 (2015.10.09 내용 추가) [12] 삭제됨4753 15/09/16 4753 12
60964 [일반] 영화 『사도』에 대한 생각 [7] 신불해8584 15/09/16 8584 7
60963 [일반] 영화감상기 <사도> 천만관객은 글쎄? [19] 범미르6952 15/09/16 6952 3
60962 [일반] [1][우왕] LP와 나의 인연 - 부제 : 추억여행을 해보시겠습니까? [18] 삼성그룹3605 15/09/16 3605 1
60961 [일반] 그 놈의 일베... [94] 세인트12003 15/09/16 12003 0
60960 [일반] 심심한데 컴퓨터를 질러보자 [70] 유라9050 15/09/16 9050 4
60959 [일반] 유럽 유대인들의 매우 간략한 역사 [8] 삭제됨4632 15/09/16 4632 5
60958 [일반] 빅데이터를 이용한 실연비 데이터 [23] 秀峨8327 15/09/16 8327 0
60957 [일반] 새누리와 새정치의 자중지란 [94] 여망9408 15/09/16 9408 1
60956 [일반] 이들에게 정교분리를 원하는건 무리일까? [51] 적당히해라6928 15/09/16 6928 6
60955 [일반] [축구] [혐] 루크쇼 부상, 시즌아웃 위기 [56] Perfume9943 15/09/16 9943 0
60953 [일반] 1931년, 영국을 방문한 간디.jpg [29] aurelius7775 15/09/16 7775 0
60952 [일반] "노력이 통했다" 2299등으로 공기업 합격.txt [96] 삭제됨11959 15/09/16 11959 9
60951 [일반] 메갈리아(메르스 갤러리)의 미러링 부작용 [355] 아우투세틱17401 15/09/16 17401 10
60950 [일반] 훈훈한 사진 모음3 [15] OrBef6536 15/09/16 6536 6
60949 [일반] 한승연 - You are my superstar [2] 표절작곡가4913 15/09/16 4913 5
60948 [일반] 친구가 곧 결혼하는데, 왠지 제가 고민이 많습니다. [97] 셰리11043 15/09/15 11043 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