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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8/06 06:34:54
Name 해피
Subject [일반] 나의 피지알을 지켜줘.




내가 이 곳을 알게된게 언제부터인지 기억은 잘 나지않아.

케이블에서 어떤 선수가 상상도 못했던 컨트롤을 선보이며 화려하게

승리를 장식했던 그때 였을거야.


"우와 쟤는 도데체 얼마나 잘하는거야!? 몇 승 몇 패야?"

가 시작이었던건 확실해.


여러 선수들의 전적이 꼼꼼하게 적혀있는 이곳을 보면서

그들의 플레이를 볼때와 마찬가지로 감탄 할 수 밖에 없었어.

진짜 대단하다...


역시 정확히 기억은 나질 않지만,

그렇게 관중이 많지 않던 어느 날

티비 중계 화면에 한 관중이 잡혔어.

공책을 한 권 들고 있었는데...

그날그날 경기했던 선수들의 승패 기록들이 빼곡히 적혔있었지.

"저 사람이 여기를 만든걸까? 분명 그럴거야."


그때 그 관중이 피지알을 만든 사람인지 여전히 알 수 없지만,

분명 그 열정과 같았다고 생각하고 있어. 역시나 감탄할 일이지.


생각해보면 피지알에서의 나날들은 감탄의 연속이었던거 같아.

경기가 끝나면 제일 먼저 이곳을 들어왔었어...

하수인 나는 그냥 "우와 진짜 잘한다..." 라는 말 밖에는 못했지만,

여기 사람들이 왜 잘하는게 뭘 잘했는지 어떻게 이겼는지 에 대해 멋지게 써내려간 글을 읽다보면...

그러다 보니 어느새 경기를 보는 것 보다 이곳에 있는게 더 좋은거야.


감탄은 스타에 관한 것 뿐만은 아니었어.

여기 사람들은 그날 그날의 이슈를 정리해서 써주며 내 좁은 시야를 확장시켜줬고

토크식으로 써내려간 칼럼들을 읽으며 재미있게 글을 쓴다는게 뭔지 생각했고

다양한 사람들이 들여주는 연애나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철학이었고

성의 있고 현실적인 질문 답변글을 보며 더이상 네이버 지식인을 보지 않았고

온갖 재미있는 사진과 글들은 하루종일 내가 웃을 수도 있었지.


피지알을 보는 것은 너무나 가까웠어.

하지만 하는 것은 조금 무서웠어...


조금씩 다른 곳을 찾아다니는 시간이 많아지더라.

그곳에서 하는게 피지알보다는 쉽다고 생각했으니까.

딱히 글을 쓰기위해 기다려야 하는 시간도 없고...

맞춤법에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단어 몇개 쯤 틀려도 상관없기도 하고

자음도 맘데로 칠 수 있고.  얼마나 편해.


그런데 마음이 움직이지는 않더군.

굉장히 넓은 넷상의 공간이라 미처 내가 찾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누군가의 글을 보며 감탄하고 마음이 움직여 지는 곳은

내가 아는 한에서는 피지알 외엔 거의 없었어.


나는 다시 피지알로 돌아왔고,

용기를 냈어.

여전히 맞춤법 검사를 하면 수십개를 틀리고

중간에 자음을 쓰는 바람에 많은 글을 날렸지만

제대로 등록이 되었을때 너무 행복했어.

변변찮은 글에 생각치 못한 반응을 볼때는 두근두근 하기도 했어.

쪽지도 받아보고... 영광의 순간이랄까?

"난 지금 입니다." 라고 말해도 좋을 순간이지.


조금이나마 내가 받았던 감탄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수 있었으면...

일종의 빚을 갚는 뭐 그런거.

빚이 너무 많아서 아무리 써도 다 갚을 순 없겠지만,

그렇게 따지만 피지알에서 나는 신용불량자야.

엄청 많이 받고 돌려준건 별로 없으니까.


어느 글이 하나 올라온 날.

마음이 아팠어. 한마디도 할 수 없었거든...

좋게 마무리 된것 처럼 보였지만, 누군가에게는 아니었을지도 몰라.


조금은 자주 이런일이 일어났어.

말들이 많아지고... 누군가는 떠나고... 상처가 남는.


피지알이 변하고 있다고 느끼는건 나 혼자인가?

전혀 모르겠어.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물어볼데도 없어.


되게 유명한 말이 있었던거 같아.

"그래도 여기만한데가 없다고"

딴건 모르겠지만 이건 '케.바.케'가 아니야.

난 여전히 믿어.


그러니 부탁이야.

나의 피지알을 지켜줘.


지금 내가 보는 글이,

달고있는 리플이, 올리는 사진이,

묻는 질문이, 적는 답변이, 읽는 이들이, 쓰는 사람이, 보고있는 운영진이

이 모두가 어느 하나 경중을 따지지 않고 통틀어서 피지알일텐데 상처주지 말아줘.


나의 피지알을 지켜줘.

모두의 피지알을 지켜줘.


※ 반말체 사용 너무나도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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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scent
10/08/06 07:32
수정 아이콘
PGR이란 사이트.......중학교때부터 함께했는데 어느새 저는 20대 중반이 되어있네요.토크식 칼럼하니 생각나는 사일런트님의 B급칼럼. 생각해보면 PGR이란 사이트는 참 보물인 것 같습니다. 명필가, 능력자들이 정말 많으니깐요.
연우님이나 글쓰신 해피님, 요즘 염장질과 유게에서 혜성같이 나타난 대구청년님 love.of.tear 님, 수비형유머의 달인 타임리스님 등등..
이 사이트의 가치는 정말 눈으로 보이는 가치 이상입니다.
어느순간부터 pgr은 제 일상이 되었습니다. 사랑합니다. pgr
SallA_DiN
10/08/06 08:02
수정 아이콘
컴퓨터 키면 항상 pgr들어오는게 전 버릇이 되어 버렸네요.
낙타입냄새
10/08/06 08:04
수정 아이콘
컴퓨터 키면 항상 pgr들어오는게 전 버릇이 되어 버렸네요.(2)
10/08/06 08:23
수정 아이콘
컴퓨터 키면 항상 pgr들어오는게 전 버릇이 되어 버렸네요.(3)
10/08/06 08:24
수정 아이콘
어느순간부터 pgr은 제 일상이 되었습니다. 사랑합니다. pgr (2)
10/08/06 09:23
수정 아이콘
어느순간부터 pgr은 제 일상이 되었습니다. 사랑합니다. pgr (3)

"그래도 여기만한데가 없다고" -> 이거슨 최설리[응?]
10/08/06 09:23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느껴지는 바가 많네요. 반성하고 pgr을 한껏 더 소중히 하겠습니다.
아우쿠소
10/08/06 10:23
수정 아이콘
흑 로그인 풀려 다시 씁니다.

저에게 PGR 은 다른곳과는 다르게 다가오는 곳입니다. 처음 커뮤니티하는 맛을 알게해준곳이 Game-q 였다면

허무하게 사라져버린 겜큐를 대신해준곳이 PGR 이니까요... 가입한지 몇년되었지만 글을 많이 쓰지는 않았지만 소중한곳입니다.

요즘 분위기가 쏴~하긴 하지만 이또한 지나가겠죠.. ^^

해피님 언젠가 시간이 아주 많이 남으실때 30대가 청바지/면바지에 맞춰신을수 있는 신발 시리즈 부탁합니다. ^ ^
10/08/06 11:00
수정 아이콘
논란이 심해진다 싶으면, 이런 글이 나와서 브레이크를 걸어준다는 것 만으로도 PGR은 지켜지고 있는 겁니다.
"빠른 차 = 브레이크가 좋은 차" 라는 말이 있지요? 해피님은 좋은 브레이크인거에요.
DavidVilla
10/08/06 13:36
수정 아이콘
소중한 글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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