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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3/13 11:48:42
Name 시지프스
Subject [일반] 엄마를 부탁해..
엄마와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지금 막 들어왔네요^^

설날 연휴에 정말 우습게도 손가락을 다쳤습니다. 그닥 아프지 않았기에 그냥저냥 지냈는데 이놈의 손가락이 점점 휘어가더군요. 병원 한번 가보라는 주위의 권유에 갔더니 손가락 뼈가 복합골절이 되었다고 당장 수술을 하고 입원을 하라는 겁니다.참 나...

2주정도 걸릴거란 의사양반의 얘기에 집에와 입원 준비를 하는 중에..그래 어차피 이렇게 된거 푹 쉬면서 책이나 실컷 보자라는 생각에 동네 서점에 가서 평소 좋아하던 작가들의 책을 이것저것 구입해 병원으로 갔습니다.

그중 한권이 이 글의 제목인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였습니다. 베스트셀러였으니 읽어본 분들이 많으시겠죠.신경숙의 소설을 그리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아마도 읽고나면 혹시 센치해지지않을까라는 지레짐작으로 의도적으로 피해왔던 책이었습니다.

수술받은 손은 심장위로 올려야하고 반대쪽 손은 링거를 맞는 상태에서 독서를 한다는건 것도 일이더군요.

책은 재미있었습니다. 코끝이 찡해질 때도 있었고 입가에 미소를 띄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사실 엄마이야기를 읽으며 그걸 우리 엄마에게 대입시키면 안슬프고 재미없는게 무엇이 있겠습니까..

책장을 덮으며 가장 처음 들었던 생각은 엄마한테 미안하단 마음이었습니다. 미안한건 셀 수도 없이 많았지만 가장 큰 마음은 엄마도 사람이고 꿈많았던 여성이었을텐데 그걸 왜 자각하지 못했을까라는 생각이었습니다.날때부터 엄마는 아니었을테고 소녀시절도 있었고 좋아하던 연예인도 있었을것이며 가슴시린 사랑도 해보았을테죠.

그 모든 과정을 지낸후에 우리 엄마는 누나와 나의 엄마로 평생을 살아왔겠죠.

아주 가끔 술에 취해 귀가한후에 앨범을 볼때가 있습니다. 꼬꼬마였던 내 모습이 지금 조카놈과 너무 흡사해 웃기도 하고 치기어린 학창시절 내 모습을 보며 민망해하기도 하지만 가장 내 눈길을 끄는건 누구누구엄마가 아닌 젊은 시절 그 존재 자체로도 빛나는 낯선 엄마의 모습입니다. 그걸 보면 맘 한켠이 싸해지기도 하고 괜스레 미안한 마음도 들고 뭐 그렇습니다.

몇해전 엄마의 귀향전까진 거의 매일 보고 살았는데 (엄마집,누나집,우리집 이렇게 세 집이 도보로 5분내에 있는 지근거리에 살았거든요)요즘은 한달에 한번 얼굴보기도 힘들죠.

어제 퇴원을 하려는데 엄마가 올라 왔습니다, 뭐 저땜에 온건 아니고 타이밍이 잘 맞았죠.오랫만에 이런저런 얘기하며 술을 같이 마셨는데 기분이 좋았습니다. 얼마 안있으면 환갑인 양반이 연예인들 얘기하며 웃던게 어제 유난히 보기 좋더라고요^^

이젠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엄마를 내게 부탁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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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13 11:54
수정 아이콘
이 부분 찡하지요.
엄마가 "오빠!" 하며 달려 나갈때
아...엄마에게도 오빠가 있지...라는 것을 깨달을 때.

자신이 지워지고,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는데 감히 상상조차 되질 않습니다.
언젠가 엄마가 될지 안될지 모르겠지만, 자신조차 없구요.
신이 모든 곳에 갈 수 없어서 엄마라는 이름으로 온다는 어느 말이, 놀랍도록 정확한 것 같습니다.
여자예비역
10/03/13 11:55
수정 아이콘
좋은글 감사합니다.. 엄마한테 전화 해야겠네요..
이이다
10/03/13 14:57
수정 아이콘
너무나 공감 가고 마음이 아픈 책... 엄마를 부탁해
저는 지인들 한테 잃지 말라고 했습니다... 너무 아파서 ..
10/03/13 15:09
수정 아이콘
처음으로 책보면서 운책이 엄마를 부탁해였습니다..흑흑
정말 강추하는 소설!!
길가던이
10/03/13 15:11
수정 아이콘
저도 정말 보면서 무척이나 울었던 책입니다. (눈물이 많은 사내놈이긴합니다만;)
슬러거
10/03/13 20:35
수정 아이콘
2년전 시집을 간 누나가 본 뒤 권유로 인해 보게 된 책이였습니다. 뭐 어머니에 관한 소설이 자신의 어머니를 대입해보면 찡하지않은것이 없겠지만 특히 저의 누나가 자신이 아기를 낳고 어머니가 된 입장에서 그 글의 일부부분을 발췌하여 써 놓은 소감글은 참으로 공감이 가더군요.

개인적으로 엄마를 부탁해 이외에 릴리 프랭키의 자전소설인 도쿄타워도 참으로 감동하면서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전 눈물이 거의 없고 영화나 책을 봐도 눈물을 흘리지 않은지 6,7년은 된듯한데 도쿄타워의 중후반부를 보면서 눈물을 흘렸던 기억도 나네요
10/03/14 06:55
수정 아이콘
말년 때 내무반에서 보는데... 주위에서 놀라게 만든 책이네요..
DavidVilla
11/05/04 15:35
수정 아이콘
하필이면 새벽에 읽어서 있는대로 질질 짰던 작품이네요.
이 글, 그리고 그 책을 읽고 정말 많은 걸 느끼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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