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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12/22 15:27:50
Name 휘리노이에스
Subject [일반] 수의학, 그리고 수의사 (9) 필요악, 실험동물 이야기.
제목 없음

사실 아래글에서 이렇게 많은 분들이 의견을 내 주시고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해 주실줄은 미처 몰랐기 때문에 -_- 딱히 덧붙일 이야기가 없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약속 드린대로 몇가지만 첨언 해서 글을 써보겠습니다.

또한, 아래의 모든 내용은 제가 소속된 학교와 실험실을 기준으로 쓰여졌음을 먼저 밝힙니다. 현재도 다른 학교나 실험실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우선은 찬성쪽의 근거에서 사실과 다른 부분들입니다.

1. 의사들이 동물을 두고 연습하는것과 같은 범주로 놓아야 하므로 찬성한다.

적어도 올해부터는 이러한 연습이 불법입니다. 일단 저 부터도 수의학과 재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수술실습을 비롯한 모든 침습적인 실습은 살아있는 개체가 아닌 병원에서 기증받은 사체를 이용한 실습만이 이루어졌습니다. 심지어 제 후배들은 마우스조차 함부로 잡을 수 없어서 해부하는 동영상을 보는 것으로 실습을 대체했더군요 -_- 정말 이게 바람직한 방향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적어도 동물의 권리라는 측면에서는 바르게 나아가고 있는 듯 합니다.

2. 침팬지는 인간과 가장 유사하지만 비용문제로 인해 우선은 쥐로 시작하여 침팬지실험은 최종적으로 이루어진다.

물론 비용적인 문제도 크겠습니다만 가장 큰 이유는 침팬지만 해도 마우스처럼 오랜 세월 사용되어 오지 않았기 때문에 유전적으로 완전히 통제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동물실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중의 하나는 실험이 이루어지는 개체별로 유전적 차이를 최소화 하는 것이며 이것 때문에 실험동물을 생산하는 업체는 실험에 적합하다는 인증을 받기가 극도로 힘들고 때론 그 계통이 아닌 개체 단 한 마리가 도중에 섞임으로서 그 라인자체가 '오염'되어 실험동물로서 의미가 없어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 유전적 통제 부분은 밑에서 다시 한번 언급하겠습니다.

아래는 반대쪽의 근거에서 사실과 다른 부분입니다.

1. 탈리도마이드 사건

사실 여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지만, 적어도 탈리도 마이드가 독성을 나타내는 것은 원래의 탈리도마이드가 아닌 거울상을 나타내는 물질일때 뿐이며, 이 물질 또한 영장류에 대해서는 기형출산의 부작용을 나타내지만 당시에는 영장류에 대한 테스트를 거치지 않고서도 약물의 출시가 가능했기에 일어났던 재앙 중의 하나입니다.

2. 예측 가능성, 반증 가능성, 인과관계가 명확해야 하지만 동물실험은 변수가 너무 많아 이런 과학적 원칙이 적용되기 힘들다.

인간에게 적용을 할 때는 이러한 변수가 많지만 현재 마우스로 이루어지는 실험은 통계적으로 충분히 유의성을 보일 수 있는 수준으로 유전자적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것 때문에 쥐가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또한 사람에서는 유도할 수 없는 특정 질병 유발 유전자를 삽입하거나 혹은 특정 유전자, 질병원인의 제거 등등의 조치를 취하기 용이해서 가장 과학적인 데이터를 얻어내기에 유리합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 특정 호르몬성 질환의 치료약에 대한 연구가 필요할 때 인간의 경우는 그 질환이 다른질환으로 인해 생기거나 생활습관, 식습관, 혹은 고령으로 인해 생긴다거나 여러 가지 변수가 많지만 쥐의 경우는 다른 모든 곳이 정상적이고 그 질환만을 가진 쥐를 탄생시켜 실험할 수 있는 것이죠.

여담이지만 많이 연구되고 있는 질환을 가진 쥐 집단을 만드는데 성공한다면 적어도 본인이 늙어죽을 때까지 쓰는것보단 들어오는 돈이 더 많을겁니다. :)

그리고 질문하셨던 것과 함께 현재 실험동물계가 변해가고 있는 방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 실험이 끝난 동물은 어떻게 되는가.

이건 예외없이 안락사입니다. 수술 실습같은 용도로 사용된 개체는 데려가 키우는 경우도 있지만 원칙적으로 유전자에 조작을 가했거나 특정 물질을 투여한 개체의 경우는 혹시라도 생태계에 유입이 되면 심각한 생태계의 변이를 초래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무조건 안락사 후 생물학적 오염물질 처리기준에 준해 처리됩니다. 예전에는 안락사 조차 취하지 않고 마구 죽이는 경우도 비일비재 했으나 요즘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죠.

2. 인류의 생명을 위한 것은 몰라도 화장품 실험을 위해 쓰이는 것은 옳지 못한일이다.

이러한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 현재 유럽 대부분의 국가와 제가 알고 있는 실험실에서도 약품이 아닌 화장품의 제작을 위해서 동물실험을 하는 것은 위법이고 이러한 실험결과 또한 인정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대안들을 만들어 내고 있고 이러한 대안으로 쓰이는 물건을 만드는 회사들이 엄청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중입니다. 뿐만 아니라 실험동물의 숫자도 과도하게 사용하여 많은 생명을 희생시켰다면 실험윤리적인 이유로 논문이 거부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3. 그렇다면 어떠한 대안들이 있는가.

많은 분들이 지적해 주신대로 시험관에 배양한 세포를 이용해서 세포독성을 실험한다던가, 화장품 실험의 경우는 피부처럼 층별로 세포를 배양해서 만든 인공적인 판 위에다가 독성을 실험합니다. 여러 가지 실습을 위해서는 최대한 실제 질감과 비슷하게 만든 인형들이 제작되고 있으며 학부과정에서 해봐야 하는 여러 가지 투여실습은 한번 약물을 투여할 때 동영상을 촬영하고 각종 수치들을 모니터링해서 동영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대체하고 있습니다. 다만 현재기술력으로는 도저히 세포단위가 아닌 하나의 전체 생명에서 약물이 일으키는 반응을 시뮬레이션 하는 것은 불가능한 관계로 그러한 부분에 있어서 최소한의 동물실험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모 방송에서 마취실습에 쓴 비글견을 다음주에 해부실습에 쓴다는 식으로 방송을 내보내서 어떻게 저런 이쁜 애들을 죽여서 해부를 할 수 있냐는 글을 보고 울컥해서 쓰게된 글입니다 -_- 동물실험, 예전처럼 마구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 그리고 PGR의 이 글을 읽어 주신 분들만이라도 어딘가에서 동물실험을 할 때 잔혹한 고문 수준이라고, 동물들을 마구 학대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요즘은 그렇게 하지 않고, 그렇게 한다면 정말 사람을 위해 꼭 필요해서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어쩔 수 없이 한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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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유키호..
09/12/22 15:33
수정 아이콘
좋은글 고맙습니다.
생명의 무게는 무겁기에 열심히 살아가야 합니다.
총사령관
09/12/22 15:39
수정 아이콘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의 입장으로써
비글에 관한 뉴스를 보고 약간의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글을 읽어보니 선입견이 없어졌군요
어쩔수 없는 선택인것 같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휘리노이에스
09/12/22 15:45
수정 아이콘
나, 유키호..님// 감사합니다.

총사령관님// 제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다면 제가 더 기쁘네요.
악하리
09/12/22 16:08
수정 아이콘
탈리도마이드의 경우 과거에는 쥐를 가지고만 생체 실험을 하였는데 탈리도마이드는 쥐에게는 최기형성을 나타내지 않기 때문에
큰 문제가 있었던 것이죠. 하지만 연구 결과 탈리도마이드를 복용한 토끼의 경우 사람과 유사한 최기형성을 나타낸다는 사실이 드러나서
현재 신약개발의 전임상시험에서 최기형성을 실험하려고 할때에는 꼭 쥐뿐만 아니라 토끼를 이용해서도 실험하고 있습니다.

뭐랄까.. 안타깝긴 하지만 동물실험은 어쩔수 없이 계속 수행되어야 하겠죠.
The HUSE
09/12/22 16:11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휘리노이에스
09/12/22 16:17
수정 아이콘
악하리님// 토끼의 경우는 아마 정상 복용량의 열배이상을 투여했을때만 그러한 결과물이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재밌는것은 탈리도마이드가 요즘에 와서는 다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죠. 혈관신생을 방해해서 기형을 유도하던것을 이용해 항암제로 쓸 수 있는 방법을 연구중이더군요.

The HUSE님// 감사합니다.
악하리
09/12/22 16:25
수정 아이콘
휘리노이에스// 몰랐던 점이 군요. 감사합니다. 탈리도마이드가 가지는 Anti-Angiogenesis의 능력은 정말 탁월해서 항암제로 응용되기가 좋죠.
다만 현재 무슨질환인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현재 FDA에서 임상에서 사용허가가 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죠.
09/12/22 16:30
수정 아이콘
악하리님// 현재 이미 대학병원같은 곳에서는 항암제로 탈리도마이드를 처방해서 사용하고있습니다...다만..처방이나..조제하는 과정이 꽤 까다롭죠..
09/12/22 17:42
수정 아이콘
지난 학기에 썼던 에세이 주제와 같네요. 약간 다른 점이 있다면 제 교수님의 경우 종교와 연관지어서 쓰길 바랬습니다. 물론 결과는 시망..

조사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유럽에서는 실험동물을 대체하는 많은 방법들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더군요. 가장 널리 사용되는 쥐의 피부를 대체하는 Rat Skin Transcutaneous Electrical Resistance (TER) Assay 뿐만 아니라 Bovine Corneal Opacity and Permeability (BCOP) Test Method, Isolated Chicken Eye (ICE) Test Method 같이 소와 닭을 이용한 실험들을 특수한 방법으로 그들을 사용하지 않아도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자세히 뜯어보진 않았지만 아마 본문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특정 세포를 배양한 시험관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문제는 역시 실험동물을 이용했을 때의 실험과정이나 결과가 신뢰할만큼의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점과 시간도 오래걸리고 번거롭다고 하네요. 전 수의사를 꿈꾸는 사람이지만 동물실험에 대해 크게 반대하지 않습니다. 물론 동물에게도 권리가 있다고도 믿는 사람이지만, 동물을 이용한 실험이 그들을 모독하는 행위이거나 생명을 남용하는 행동이라고 보진 않으니까요.
09/12/22 18:00
수정 아이콘
2. 예측 가능성, 반증 가능성, 인과관계가 명확해야 하지만 동물실험은 변수가 너무 많아 이런 과학적 원칙이 적용되기 힘들다.

이 부분에 관해 첨언하겠습니다. 쥐는 생활습관을 임의대로 통제할 수 있습니다. 콜레스테롤이 많은 사료만 먹일수도 있고
일반 사료만 먹일 수도 있습니다. 먹는 물에 특정 약물을 타서 모든쥐를 똑같이 먹일 수도 있습니다. 환경에 따라 SPF
(specific pathogen free)라는 방에서 사육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쥐를 감염시킬 수 있는 병균들까지 통제하는 방입니다.
내가 쥐에게 가한 특정 조작이 병원균에 의해 영향받으면 안되잖아요~ ^^

이렇게 하는데도 불구하고 당연히 실험을 해보면 개체간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그 변이를 최소하하려고 동일한 유전적 계통의 쥐만 사용합니다. 쥐 종류별로 암연구에 민감한 쥐도 있고 면역학
연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쥐도 있거든요. 자신의 실험목적에 맞는 유전적 계통의 쥐를 골라서 모든 생활패턴(사료, 식수,병균 등)
을 통제하여 변수를 최소화하여 실험하고 있습니다. 또한 N수, 즉 실험에 사용한 개체수 (경우의 수라고 보면 되나요;;)를
여유가 되는한 많이 하여 더 진실성있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해보면 우려하시는만큼 그렇게 널뛰기 데이터가 나오진 않습니다. 아주 운나쁜경우만 아니면 대체로 일관성있는 결과가
나오거든요~ (그런데 나는 왜 맨날 교수님께 혼나고 있는가;;)

휘리노이에스님의 이 글은 매우 건설적인 글 같습니다. 실험하고 있는 저조차도 실험에 치여서 깊이 고민해볼 기회가
적었거든요~! 잘 읽고 갑니다
09/12/22 18:49
수정 아이콘
동물실험을 가장 하기 싫은 사람이 누구일까요?
이렇게 보면 참 과학하는 사람은 불쌍합니다...
09/12/22 19:42
수정 아이콘
제게는 '옳다, 그르다'의 우열을 가리기 힘든 어려운 주제인 것 같습니다.(많은 분들이 마찬가지이려나요)

'동물생명의 존엄성과 실험'이란 주제로 디베이트를 한다면 양쪽 모든 편에서 잘 얘기하겠지만
실제로는 본인 생각이 뭔지 잘 모르겠네요.
나의왼발
09/12/23 03:58
수정 아이콘
요새 니콜의 수의학개론이 자꾸 산으로 가는것 같아 저도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ㅠㅠ
수의학개론이라기보다는 그냥 수의학과라는 특수성을 지닌 과로 컨셉을 잡고 대학생캠퍼스 즐기기 정도로 보입니다만;;
이렇게라도 이름을 알리는것으로 수의학도로서는 지극히 환영할만한 일입니다만 어딘가 모르게 많이 아쉽죠

본론으로 들어가서 실험동물에 대해서 예전에 저도 건국대에서 서베이를 해달라고해서 조사한적이 있었는데,
현재 수의학도들의 실험동물에 복지와 윤리를 얼마나 인지하고 있는지 그리고 대체 방안에 대해 알아보고자하는 조사였습니다.
요즘 동물윤리강령이 더욱강해짐에 따라 동물을 이용한 실험을 지양해보고자하는 취지였던거 같습니다.
저희도 '실험동물'이라는 학문이 커리큘럼에 들어가있습니다.

휘리노이에스님께서는 여러사람의 의견을 추합해 적어주셨지만 제 의견을 밝히자면,,
수의학도들의 입장으로서는 동물실험은 더 많은 동물을 살리는(대의)것 위해 어쩔수없이 작은희생(소의)를 해야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저희 하나의 집단에서 의견이긴 합니다만_

생명에 대한 존중에 대해서는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동물, 식물에 이르기까지 어떤것은 귀중하게 여기고 어떤것은 하찮게 여겨서
죽여도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한 문제이기 때문에 동물(특히 반려동물)을 사랑하시는 분들이라면 한번 무조건 반대하시기 보다는
조금더 관대하게 생각해주셨으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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