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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10/07 07:56:19
Name Ascaron
Subject [일반] [잡담] 나의 청소년기...
오늘의 제가 있는 것은 어머님 덕분이었습니다.

당시 저희 어머니께서는 초등학교 선생님이셨습니다.
특이하게도 저희 외가집의 모든 식구들이 공무원이었습니다. 큰이모부 경찰서장 둘째 이모 변호사 셋째가 저희 어머니셨고요.
넷째 이모부와 이모 모두 중학교 교사입니다. 다섯째 이모부와 이모께서는 고등학교 교사이시고 특히 이모님은 얼마전 교감으로 발탁되기까지 했었지요.

그런 집안에서 저는 또 특이하게도 외가에서 손자, 동생들 조카뻘 되는 애들은 여자인데 저만 남자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저는 늘 외가집에 가면 "네가 여기서 가장 큰 사람이 되야 한다." 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고, 저는 그걸 들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저의 어머니께서는 제가 공부를 잘해도 못해도 "너 하고 싶은 거 해라." 라고 말씀하셨지요.
하지만 저는 두 집안의 분위기를 정말 싫어했습니다. 친가를 가도, 외가를 가도 언제나 기대를 받았었기 때문이었죠. 때문에 방학 때 가려하지 않으려 머리를 굴린적도 제법 되었었습니다.

그런 것이 그 어릴 땐 너무나 싫었는지라... 공부고 뭐고 거들떠 보지도 않았습니다. 또 워낙 내성적이었던 저라 말주변도 없었고,
친구라고는 유치원때 사귀었던 소위 '불알친구' 2명이 전부였지요. 어울리지를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왕따를 당한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이부분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삥뜯기거나 이유없이 맞지는 않았던 것 같기에...)

아무튼 전 고등학교 1학년이 되었는데 이때 제가 소위 왕따를 당했던 제 인생에서 가장 암울한 한 해가 아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집안에서 기대를 한몸에 받았기에 그것이 부담감이 되었고, 또 학교 생활은 너무나 힘들고 지쳐서 외로움을 느꼈고 세상을 가장 미워했던 아이로 자라게 되었더군요..

이런 하루 하루가 지나갈 수록 저는 집에서도 더더욱 말이 없어졌고, 소위 자폐증이라는 병과 우울증이 합쳐져 죽음을
결심하게까지 합니다. 밤에 모두 잠들었을 때, 저는 제 손목에 커터칼로 그었지요.... 그때 그 상황은 다시 생각해도 끔찍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심장이 쿵쾅쿵쾅 거림에 손목의 피는 더 더욱 나오는 것 같고 머리가 어지러워지면서 의식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때.... 생각이 들었지요. 주마등처럼 제가 살아왔던 희노애락의 모든 시절들이.. 그리고 하나의 빛이 빛나면서 한 사람이 떠오르더군요.
어머니...

어머니께서는 그때 당시 선생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외가의 기대와는 전혀 다르게 저를 이해하려 노력했던 분이셨지요.
공부를 못하면 "나중에 더 잘하면 돼. 엄마는 공부에 크게 신경을 쓰고 싶지 않구나. 너 하고 싶은 것을 하려고 노력하렴."
참... 그때 당시 뭐 신승훈, 김건모 등 그당시 신세대들이 부를만한 노래들을 저의 어머니께서는 소화를 하려 했었던 분이시기도 합니다.
저와의 소통을 위해.. 제가 말이 너무 없었던지라 어머니는 어머니 방식대로 신세대들이 알만한 것들을 알려 노력했기에, 또 그분의 사랑을
저는 모자라게도 죽음을 눈앞에 두고 생각나게 되었던 것이죠.

저는 그때부터 살려고 노력했습니다. 힘이 쭉 빠진 상태에서 부들부들 떨며.. 일어나려 애썼고 작게 두근 거리는 심장을 향해 주먹으로 가슴을 때리며 겨우 겨우 큰 목소리로.. "엄마! 나 살려줘!"

부랴부랴 병원 응급실에서 꼬맸는데... 다행히 상처는 깊지 않았지만 피를 너무 흘려서 며칠은 좀 힘들 거라고 의사선생님이 그러시더군요
그때가 처음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어머니의 눈물을 본 것이... 어머니의 사랑을 느끼게 된 것이.
어린 아들이 죽으려드니 어머니의 마음은 얼마나 찢어질지... 어렴풋이 느껴 지더군요.

오늘은 어머니의 생신이십니다. 저를 낳고, 또 저를 키우시며 한치의 어긋남도 없이 번듯하게 자라게 해준 어머니.





사랑합니다.  물론 오늘 출근하실 때 안아드렸지요. 하하하.



아침부터 이런 글을 올리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지만... 어쩌면 그 일로 인해 어머니의 사랑을 느꼈고 지금의 제가 있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요.
피지알러 여러분, 오늘 하루 행복하시고 힘내시며 하루하루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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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영
09/10/07 08:05
수정 아이콘
어머니가 생각나는군요. 아침에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09/10/07 08:24
수정 아이콘
어머니는 위대합니다. 저도 사랑한다고 오늘 전화드려야겠어요.

몇일-> 며칠
BetterThanYesterday
09/10/07 11:19
수정 아이콘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글이네요.. 공부가 전부라고 가르치는....

열등감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어머니의 역할은 절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09/10/07 13:52
수정 아이콘
위대하신 어머님을 두셨군요..^^
어머님 말씀대로 하고 싶은 거 하시며 행복하게 사세요~!
09/10/07 14:19
수정 아이콘
뻘플입니다만 얼마전에 The xian 님의 글을 봤더니 닉네임만 보고는 '내 청소년기의 8할은 창세기전과 함께' 이런 내용이 나올줄 알았...[응??]
09/10/07 14:40
수정 아이콘
sinfire님// 확실히 글쓴분 닉네임도 그렇고 창세기전에 빠져있다 보면 절로 그렇게 되나 봅니다. 크크-
09/10/07 18:36
수정 아이콘
제가 어머님을 알았다면, 이 글을 프린트해서 아드님의 글이예요 라며 보여 드리고 싶네요.

내사랑 내 곁에를 보고도 슬프지 않길래.. 이젠 감정이 매말랐나 싶어 살짝 걱정이 되었는데 기우였나 봅니다.
아, 사랑의 대상이 다르긴 하군요.
행운의여신
09/10/07 22:31
수정 아이콘
뭔가 찡해지는 글이네요.. 어머님이 정말 멋지십니다
저도.. 반성해야겠어요..ㅠ
jiwooblo
09/10/08 13:39
수정 아이콘
저 역시 찡해지네요. ㅠㅠ 어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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